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정균

시사평론가

북한은 핵 개발을 날로 고도화 하여 남한을 향한 선제 핵 공격을 법제화 했고, 핵탄두 실물이 보이는 장소에서 북한의 김정은이 현지 지도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은 핵을 보유했고, 핵 투발수단인 미사일도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까지 달성했다. 핵무기를 자체 개발한 북한은 남한 뿐 아니라 일본,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해 자신감 넘치는 언사로 핵 위협을 강화하는 현 시점이다.

*** 북한의 핵무력 완성

핵무기 이외의 모든 무기는 파괴력과 공포심에서 재래식 무기로 격하당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가공할 위력의 핵무기도 약점은 있다. 핵전쟁이 벌어지면 공멸의 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재래식 무기 사용하듯 쉽사리 핵 버튼을 누르지는 못한다. 핵무기로 공격당하는 상대방도 핵무기가 있을 때 적용되는 '공포의 균형'을 말하는 것인데 불행히도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에 시달리는 남한에는 핵무기가 없다. 다만 남한이 핵무기를 갖지 않는 대신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확장억제) 정책에 의해, 북한이 남한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미국도 북한을 핵으로 공격하여 남한을 보호해 주겠다고 한다. 핵우산이 북한 핵무기를 상대해야 하는 남한의 대북 핵방어 전략의 전부인데 여기에 국가의 존망을 맡겨놓을 수 없는 비상한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의 '핵우산'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이전의 한반도비핵화 전략의 일환이었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능력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도 없는 그 옛날에 세워진 정책이어서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부합하는 핵확장 억제 정책이 되지 못한다. 지금은 게임 체인저인 핵과 ICBM을 보유한 북한이 노골적으로 남한을 협박하고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으며, 남한 공군기지 타격이 가능한 맞춤형 미사일 발사를 자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미국이 한국의 수도 서울을 북한의 핵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감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동맹국 미국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혈맹의 의지만으로 자국의 본토에 핵폭탄이 떨어져 대량 살상이 벌어지는 걸 용인할 국민이 있는지 의문인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오늘과 같이 남한과 미국에 직접 위협을 가하는 수준이 아니었던 예전에는 만약 북한이 핵이든 재래식 무기든 도발을 한다면 강력한 역공으로 간단히 응징할 수 있다고 믿었다. 미국의 핵우산도 의심받을 이유가 없었다. 지금은 어떤가. 바뀌어도 너무 많이 바뀌었다. 핵우산으로는 한반도의 안보를 책임지려 해도 책임 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다.

한국 대통령이 여건 변화에 따라 자체 핵 개발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열에 일곱 명 이상의 국민들이 자체 핵개발에 동의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인가. 핵전쟁을 하기 위해 자체 핵 개발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고 본다. 북한의 핵전쟁을 막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남한의 핵무기 보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1도 없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목도하면서, 과거의 핵강국 우크라이나가 국제사회의 보증만 믿고 핵을 전량 포기한 나머지 러시아의 핵공격 위협을 받으며 힘겨운 전쟁을 치르는데서 얻는 교훈은 "핵을 포기하면 죽는다"는 것이리라.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으면 러시아가 침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건 시사 상식이다. 이런 교훈은 북한뿐 아니라 남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 핵전쟁 막기 위한 핵 보유

남한이 핵 개발에 나서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 원전 가동의 30% 감축,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벗어나므로 북핵 포기 설득 불가, 한미동맹 와해, 중국의 격렬한 반대, 남한 핵 개발 전에 북핵 공격 우려 등 예상되는 난관이 부지기수이다. 요약하자면, 고난의 행군을 겪은 북한보다 고난에 더 취약한 남한이 국제적 제재를 어떻게 견뎌내겠느냐는 거다. 배부른 걱정이다. 우리의 선택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현실적 위협으로 인식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조선 조정의 뜻있는 신료들은 왜의 침략에 대비하여 남해안 연해 지방에 방어시설을 쌓을 것과 무기와 전쟁물자 비축 등을 주장했다. 하지만 조선 건국 이후 2백년 간 전쟁 없이 평화로웠는데 백성들을 괴롭히느냐는 반대 주장과 지방의 반발로 대비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7년 전쟁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백성들이 무참히 도륙당하고 조선팔도 산하가 피로 물드는 최대의 치욕을 겪고 말았다. 전쟁 시스템을 관통하는 법칙은 매우 간단명료하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