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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4.12 16:25:54
  • 최종수정2023.04.12 16:25:54

이정균

시사평론가

지난 8일 대낮에 대전시 서구 둔산동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을 만취자의 음주운전 차량이 덮쳐 9살 초등학생 배승아양이 목숨을 잃고, 같은 초등학생 3명이 크게 부상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에 보도된 CCTV 영상에는 낮술을 마신 퇴직 공무원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 승용차를 타는 장면과 20분 뒤 이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스쿨존을 지나던 초등생들을 들이받는 끔찍한 장면이 생생하게 나왔다. 이 사고로 평온하던 가정의 어린 딸이 한순간에 생명을 잃었고 어이없게 자식을 떠나보낸 엄마와 오빠는 남은 평생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 참을 수 없는 분노

수많은 시민과 학생들은 사고 현장에 국화, 과자, 인형, 쪽지 등을 바치며 애도하고 현직 검찰총장까지 현장을 방문해 승아양을 추모하고 피의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과 유족의 요청을 반영해 강화된 민식이법(어린이 보호구역 처벌강화법) 등 법률에 정해진 양형 기준에 따라 법원 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오후 6시 30분께 경기도 하남시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여, 떡볶이를 배달하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40대 가장을 숨지게 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아내와 함께 분식집을 운영하던 이 가장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장애를 입은 몸으로 3명의 자녀를 뒷바라지 하며 성실히 살아왔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음주운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 생명을 앗아가고 피해 가족을 불행에 빠지게 하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움과 분노를 참기 어렵다.

음주운전은 범죄이며 살인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러한 결과로 나타나는 게 수치로 증명됨에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 방역을 위한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와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봄철을 맞아 음주운전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음주운전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속 미흡과 가벼운 처벌로 음주운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의 두 음주운전 사고도 음주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시간대에 발생했다.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되어 면허정지 또는 취소가 되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만이고 운이 좋으면 사면을 받아 처벌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다시 운전대를 잡기도 한다. 음주운전으로 사망이나 상해 사고를 내도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음주운전 가해자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재수 없어서 그랬다는 정도의 인식에 머무르고 만다. 음주 운전자 변호 경험이 많은 변호사의 얘기를 들어보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술을 마셨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미약한 준법의식으로 음주 후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은 처벌받는 범죄임을 주지시키고 실제로 그렇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최선의 길은 철저한 음주운전 단속과 무거운 처벌이다. 음주 운전자를 강력히 처벌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음주운전 방지 방법이 무엇이 있겠는가. 일본은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된 2003년 이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크게 감소했다. 일본 법원이 음주운전 가해자에게 징역 20년 이상 등으로 선고 형량을 높였고 그 결과 일본 내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10년 사이 5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 음주운전 살인죄 적용해야

우리나라 법원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음주운전에 대해 관대한 선고를 내리는데다가 2021년 헌법재판소는 2회 이상 음주 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 윤창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현행법은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험운전치사죄)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 법원이 어느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에게 가장 낮은 형량인 징역 3년을 선고한 사례도 있다. 법원의 양형기준을 존중하더라도 음주운전 전력자의 만취운전 사망사고에 이런 정도의 처벌로 사회적 경종을 울리기에는 무리이며 상습성 강한 음주운전을 막기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음주운전에 의해 어린이와 무고한 시민이 아무 잘못 없이 죽임 당하는 참사가 계속해서 일어나는데도 이에 대응할 사회문화적 경각심과 법제도는 한창 뒤처져 있다. 음주운전 사고는 일반 교통사고와는 질적으로 달리 과실범이 아니라 명백히 고의성을 내포한 범법행위이다. 그러므로 음주 운전자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음주 운전자를 너무 가볍게 처벌하여 희생자와 범죄자를 양산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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