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2.03.16 14:53:13
  • 최종수정2022.03.16 14:53:13

이정균

시사평론가·전 언론인

"소련놈에 속지 마라, 일본놈 일어선다, 되놈(중국) 되 나온다, 미국놈 믿지 마라"

구한말과 해방정국의 혼란기에 불리던 노랫말이라고 한다. 베이비 붐 세대인 나도 어릴 적부터 들은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4개국 국명의 첫 발음을 사용해 풍자적으로 표현한 경구지만 그 속엔 예리한 현실 인식이 들어있다.

구한말과 해방공간에서 조선 사람들에게 비친 이들 4개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조선을 갖가지 구실로 이용해 먹은 이웃 국가였다. 소련은 일제 패망 이후 한반도 북쪽에 해방군 행세를 하며 들어왔다가 김일성의 6·25 남침을 지원해 민족상잔의 엄청난 상처를 남겼다. 일본은 조선을 강제로 병탄해 악랄한 식민 지배를 하다 패망했으나 한국전쟁을 기회로 재기하며 살아났다. 당시의 중국은 열강의 대륙진출과 일제의 침략으로 대륙답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구한말 조선은 청나라의 영향권을 벗어 날 수 없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중국 공산당은 대륙을 장악하고 한국전쟁에 뛰어들었으며 유엔군과의 6·25 휴전협정 당사자로서 우리 역사에 다시 등장했다. 미국은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미국의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과 일본의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상호승인해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에 일조했다. 힘없는 조선의 처참한 신세였고 고약한 국가를 이웃한 약소국민의 피해의식이 절절하게 배어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베이비 붐 세대가 중년이 된 오늘, 세상이 변하고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가들의 국력과 역학 관계도 바뀌었다. 약소국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 됐다. 이는 세계가 인정하는 바다. 서세동점(西勢東漸) 시기에 이리 밟히고 저리 차이던 그 조선이 아니다. 소비에트는 붕괴됐고, 한일관계는 대등하며, 한미관계는 동맹이 됐다. 문제는 한중우호관계다. 한국정부는 동맹인 미국에도 할 말은 한다. 미국 내에서 과연 한국이 여전한 동맹이 맞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할 정도라고 한다. 일본에 대해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강경한 자세를 보인다. 일본이 무역보복을 하면 한국도 국가 차원에서 대등하게 무역보복을 하고 국민들은 자진해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벌인다. 그러나 유독 중국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할 말은 고사하고 눈치만 본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사드배치 논란이 그랬다. 사드는 남한을 공격하는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무기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 책무다. 국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하는 사드배치를 중국이 반대한다고 해서 머뭇거릴 일은 애초에 아니었다. 국민들은 중국이 억지를 부린다며 크게 반발하는데도 정작 한국 정부는 굴종 외교를 자처했다. 사드배치를 빌미로 중국 내 한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고 여러 가지 터무니없는 일을 벌여도 한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항의 한 번 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중국이 우리의 사드배치를 반대하려면 먼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막아야 한다. 북한은 날로 미사일 개발 능력을 고도화 해 남한을 향한 미사일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사정거리에 두는 신형 ICBM을 발사하기에 이르렀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결의해 실행에 들어갔어도 북한은 요지부동이며 중국은 북한을 두둔하는 실정이다. 중국은 그러면서도 한국의 사드배치에 반대하고 한국 정부는 중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 애쓴다. 국민들로서는 북한의 위협이 심각한데다가 북한의 공격에 대처할 충분한 군사적 방어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드배치는 국가안위와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중국에 저자세로 일관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과 한국은 역사적, 현실적으로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아니다. 서로 돕기도 싸우기도 했으나 불가분의 이웃 국가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한다며 고구려, 부여, 발해 등 명백한 우리 역사를 중국 동북 역사의 하나로 편입 시키려 무리수를 쓰지만 우리에게 통하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에게 중국을 대하는 부정적 인식이 싹트는 계기가 동북공정이라면 기름을 부은 게 사드배치 반대였고 이를 굳힌 게 한국 정부의 굴종 자세 때문이었다. 많은 국민들은 우리 정부가 중국에 왜 당당하지 못한지 그 이유를 모른다.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는 듣지만 우리의 국격을 낮춰야만 얻을 국익이 무엇인지는 더 모르겠다.

새 정부에게 주어진 국정 과제가 많고 많지만 한국이 중국에게도 당당한 나라임을 보여 주는 것도 주요 과제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에도 당당한 나라이며 상호 존중과 호혜로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일원임을 국민들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동안 상한 국민적 자존심을 회복시켜야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