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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

시사평론가

엊그제 14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0여년 전 어느 대기업 회장이 한국 정치는 4류라고 하여 큰 파문이 인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4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놀라운 발언이다.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어떤 자리인가. 여당 소속 국회의원의 대표로서 국회 원내 활동을 진두지휘하며 야당과의 협상 최선두에 서는 원내대표는 그의 언행 하나하나가 현실정치를 그대로 나타내는 신분이다. 만약 야당 원내대표가 정치 부재를 거론하며 정치는 4류라고 질타했다면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았겠으나 여당 원내대표가 정치는 4류라고 했으면 그게 맞는 말이다.

*** 진화의 원리 역행하는 정치

타협과 협치의 의회정치 복원을 강조하고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이 절실함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되면서도 국민들의 정치 불신 정도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다른 곳도 아닌 국회에서 "우리 국회가 그 어느 때보다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자성해야 하는 현실이다. 진화의 원리를 역행하는 한국 정치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여야 구분 없이 정치가 동네북 신세로 전락한지는 오래됐는데 요즘 정치 현실은 회복불능으로 매도되는 지경이다. 정치 불신의 원인을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정국으로 돌린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국정에는 협조하지 않으면서 입법 독재를 마구 휘두른다고 비판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70여 개의 법률안을 민주당이 하나도 통과시켜 주지 않으니 무슨 일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소수 의석을 가진 국민의힘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고 항변한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전 정부 탓과 무대책으로 일관하며 무능과 실정을 반성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난방비, 고물가, 고금리에 선제적 대응도 못하고 사후대책도 시늉에 불과하다며 여당으로서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과 비전이 전혀 없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해서는 정적 제거를 위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야가 서로 상대에게 어떠한 비난과 변명을 퍼부어도 국민들 눈에는 다 똑같은 정당이요, 그런 식의 정치에는 희망이 걸어지지 않는다는 한탄 소리만 들린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으로 정부여당에 비협조적이며, 다수결의 원칙이란 미명 하에 검수완박과 같은 일방적 입법 독주를 자행하는 행태에 비판을 가할 수 있어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다. 민주당을 다수당으로 선택한, 다시 말해 국민의힘을 소수당으로 만든 것 역시 국민이며 그러한 결과가 나오도록 국민적 심판을 면치 못한 책임이 다름 아닌 국민의힘에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이 국민의힘에 실망했기에 안겨 준 패배였음을 벌써 잊고 누구에게 소수당 탓을 한단 말인가. 소수당이어서 일을 못하겠으니 다음 총선에서 다수당 만들어 달라는 안일한 자세로는 소수당 신세 면키 힘들다. 집권당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다수당 욕하는 것만 듣고 유권자가 표를 주던 시대는 지났다. 소수당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집권당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무기력한 당의 모습까지 양해할 국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력은 잡았는데 집권당이 소수당이라며 주저앉아 대야 정치력 발휘도 못하고, 국민들 막힌 가슴 뚫어주는 정책개발도 없고, 그저 여소야대 타령에만 빠져 있다. 국민의힘은 소수당이 문제가 아니라 소수당을 극복하려는 치열함 부족이 문제로 보인다. 국민들이 대권을 맡겼으므로 다음번 총선에서는 다수당도 넘겨주길 바라는 간절한 기대심리는 충만해 보인다. 이에 비해 비록 소수당이지만 국민들을 감동시키는 실력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돌파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 정치불신 8할 이상 여당 책임

우리의 정치가 4류로 조롱받게 된 역사를 돌아보면 가장 큰 책임이 여당에 있음에도 역대 여당은 전 정부 탓과 남 탓 하다가 세월 다 보냈다. 선거에서 지면 국민 탓으로 돌린다. 야당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당 탓 외에는 다른 핑계 거리조차 생산해 내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정치 불신은 깊어지고 여야가 바뀌어도 공수교대만 이뤄질 뿐 악순환이 반복된다.

어느 시기를 막론하고 정치가 외면당하는 8할 이상의 책임은 여당에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은 여당의 실책과 무능 덕에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여당은 실력으로 평가 받는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당대표 선거 과정을 보더라도 4류 정치, 딱 거기에 머물러 있다.

국민의힘 지지여부와 관계없이 그 당을 걱정하는 유일한 이유는 집권당이어서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성공해야 국민도 성공한다. 4류 집권당으로는 대통령도, 국민도 성공시킬 수 없다. 국민의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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