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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

시사평론가·전 언론인

지난 2019년 동해안으로 탈북한 두 명의 북한 어민이 합동심문 조사 과정에서 자필 귀순의향서를 쓰고도 '귀순의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판문점을 통해 강제북송 된 사건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국정원이 자체 내부 조사를 거쳐 당시 국정원장을 합동심문 조기 종료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로 검찰에 고발하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전 정권과 현 정권의 충돌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탈북자에 대한 합동심문조의 조사가 여러 달 걸리는 게 일반적이었던 데 비해 이 사건은 겨우 2~3일 조사 끝에 북송을 결정했다고 한다.

*** 사진이 귀순의 진정성 증명

판문점에서 경찰특공대에 이끌려 강제 북송 당하는 현장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북쪽으로 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모습이 확연하다. 전 정권이 발표했던 '귀순의 진정성 없음'은 사진 증거만으로도 거짓임이 판명 나고 귀순의 진정성이 증명된다. 2019년 강제북송이 우연하게 언론에 포착됐을 때도 귀순의 진정성이 없어 돌려보낸다더니 왜 몰래 진행했으며, 경찰을 동원하고, 포승줄에 안대까지 씌워야 했는지 이해되질 않았었다. 또 탈북 어민들이 "죽어도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말도 했다면서 왜 자해를 우려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았었다.

과거 언젠가 남한으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주민 여러 명이 조사를 받은 뒤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은 남한에 남도록 받아주고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북한 주민은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돌려보낸 적이 있었다. 북한으로 돌아가는 이들에게 포승줄 결박도 안대로 눈을 가리지도 않았음은 물론 새 옷을 입히고 양손에 선물 가방까지 들려줬다. 따뜻한 동포애가 느껴졌다. 그러나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남쪽에서 북쪽으로 넘자마자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북한과 남한의 관계자들,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 땅을 밟은 이들이 양손에 든 선물 가방을 남쪽으로 향해 팽개치더니 아래 위 옷을 훌러덩 벗어 역시 남쪽 방향으로 던지고 팬티만 걸친 채 만세를 부르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북한행의 진정성이 충분했다. 2019년 귀순의 진정성이 없다던 두 명의 탈북 어민을 강제북송 시켰을 때 예전 팬티 바람에 북으로 돌아가던 그 장면이 떠올라 극명하게 대비됐었다.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면 탈북자는 우리 국민이므로 죄인이라 하더라도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가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탈북자에 대한 정상적 처리 방식이었다. 그럼에도 탈북 어민 북송에 관여했던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은 "16명을 살해한 희대의 엽기적 살인마들의 진정성 없는 귀순"이어서 강제 북송이 문제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당 측은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건 어민들의 흉악범 여부가 아닌 절차와 제도, 헌법이 지켜졌는지"라고 강조한다.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 중이고 수사 결과에 따라 소추가 이어질 것이며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겠지만, 이 사건 류의 탈북자가 북한으로 송환되면 곧바로 처형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강제북송이라는 비문명적·비인도적 처사를 결행한 배경이 더 큰 관심사이며 사실 더 중요하다. 평화라는 미명 하에 북한에 저자세로 일관한 문재인 정부가 북한 김정은 남한 방문 분위기 조성을 위해 탈북 어민을 제물로 바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설득력을 얻는다. 자칭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지시한 일이 아니길 바라고 싶다.

*** 비문명적·비인도적 처사

남북이 평화롭게 지내자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아니 있다 해도 적대적 공생관계로 재미 보는 남북의 한 줌 세력들뿐이다. 문제는 그토록 북한의 눈치를 보며 구걸하는 평화가 어떤 평화이며 누구를 위한 평화냐는 거다. 그런 평화가 오지도 않지만 온다한들 남한에는 모멸적 평화요, 대부분의 북한 동포들에게는 압제를 강화하는 평화가 아니겠는가. 입만 열면 인권과 민주를 독점한 듯 위세를 부리면서도 정작 북한 주민의 인권과 민주화에는 단 한마디도 못하는 그들의 인권과 민주는 누구를 위한 어떤 인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탈북 어민들이 귀순을 원했지만 남한의 법 절차를 무시하고 강제북송 한, 그래서 처형당하게 했을 결정자와 행위자들이 밝혀질 날이 다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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