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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6.21 17:08:19
  • 최종수정2023.06.21 17:08:19

이정균

시사평론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망언으로 한·중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발단은 싱하이밍 대사가 지난 8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주한 중국대사관저에서 가진 만찬에 앞서 한 모두 발언이다. 이 자리에서 싱 대사는 A4 용지에 준비해 온 원고를 15분 동안 읽었는데 주요 이슈에 대해 협박에 가까운 훈계를 늘어놓은 것이다. 대한민국을 깔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오만불손한 내정간섭이다.

*** 주한 중국대사의 오만불손

싱 대사는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는데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다.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중·한 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는 등 대사로서 할 수 있는 한계를 한참 벗어 난 발언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싱 대사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고 우리 측이 싱 대사 교체나 경고 조치를 요구했으나 중국 외교부는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근래 들어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언행은 과거 어느 때보다 고압적이며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노골적으로 보복을 가해 왔다. 한·중 양국에 불편한 관계를 초래한 중국의 요구는 논리적으로나 국제 규범으로 수용할 수 없는 일방적 대국주의 일 뿐이었다. 이른바 중국굴기에 나서 우리의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억지와 지난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당시 한복을 중국 전통 복장인 것처럼 연출하는 무모함도 마다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방어를 위해 우리나라에 사드를 들여올 때도 중국은 강력하게 반대하며 경제보복을 강행했고, '3불1한(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불가, 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 제한)'을 지키라며 압박했다. 윤 대통령이 대만 긴장고조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라며 국제규범에 부합되는 발언을 했으나 중국은 "대만문제에 불장난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중국식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중국이 이처럼 대한민국을 자기네 속국 부리듯 마구 대하는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역사적으로 사대외교가 있었음을 부인 못한다. 국가 간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 당연시 되던 고대와 중세를 거치면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중국과 조공관계를 유지해야만 했다. 서구열강 세력이 무력과 무역을 앞세워 동양으로 진출하는 서세동점 시기에도 우리 선조들은 국제적 안목과 실력을 기르지 못했다. 그래서 나라가 망했다. 조선이 해체되고 구한말이 형해화 되어 일제 식민지로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당하고 말았다. 끈질긴 독립운동과 연합국의 승리로 일제가 패망하고 해방이 되었으나 자주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나머지 국제사회의 역학관계에 의해 남북분단을 맞았다. 6·25 한국 전쟁을 겪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근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에도 중국은 여러 가지 얼굴과 방식으로 한반도에 개입, 간섭을 멈춘 적이 없다.

중국의 그런 버릇이 여전히 남아 현재에도 우리를 좌지우지 하려 든다.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시대를 영위하고 있다는 걸 중국은 자주 망각한다. 대한민국 건국(1948년) 이전 역사로는 중국이 우리보다 큰 나라였을지 모르나 중화인민공화국 건국(1949년) 이후 현대국가 역사로는 우리가 중국에 뒤질 것이 없다는 자신감과 긍지를 한국인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 땅덩어리 크고 인구 많아 완력이 센 건 알겠는데 인권, 경제발전, 사회복지, 삶의 질, 국제규범 준수, 나아가 민주주의 실현 등 보편적 가치에서 우리는 중국과 비교 하는 것조차 거부한다. 단언컨대 중국을 부러워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가장 싫어하는 국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중국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결과는 대다수의 한국인이 중국과 중국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잘 나타내 준다.

*** 중세시대로 돌아갈 수야

그럼에도 중국 대사가 우리를 아래로 보고 위협적 언사를 이어가게 만든 건 다름 아닌 비굴한 우리의 여야 정치인들이었다. 중국 외교부 국장급인 일개 대사가 부르면 달려가 훈계 듣고 돌아오는 일이 빈번했단다. 미국과 일본을 향해서는 할 말은 하겠다며 반미, 반일 목소리를 높이는 세상인데도 무례한 중국을 향해서는 끽소리 못하는 그들이 이 나라 정치인들이다.

중국은 크고 강한 나라다. 무시할 수 없고, 무시당할 국가도 아님을 잘 안다. 중국과 척지고 살아서 좋을 게 없다는 것도 안다. 그렇다고 해서 중세시대의 조선과 명나라 관계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대한민국은 단군 이래 최고 번영한 나라로 발전했고 5천년 역사 상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가장 높은 지금이다. 대한민국은 예전의 간단한 나라가 아니다.

중국에겐 상호존중의 국제규범을, 대한민국 정치인들에겐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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