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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수필가·공인중개사

TV 모(某) 방송국의 일타강사로 소통전문가인 김**교수가 어렸을 적 이야기를 했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그런 볼썽사나운 모습을 아들에게 보이기 싫었던 어머니는 '빨리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를 쳐서, 이웃집 돌담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때 마침 집으로 돌아 온 누나가 자신을 보고 '왜 어머니를 지켜주지 않았느냐'라고 심하게 질타를 했다고 한다. 동생의 말은 들어보려 하지 않고 다짜고짜 화를 내면서 혼잣말을 하는 누나에게 말문이 막혔단다. 대화란 역설적으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때의 기억으로 성인이 되어서 비슷한 상황에 맞닥트리면 일단 그 자리를 피하거나 입을 다물고 말을 안 하게 되었다고 했다.

대화는 우선 마음의 문이 열려야 한다. 마주하고 나누는 대화는 말 이외의 표정으로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데, 전연 모르는 사람과도 몇 마디 말을 나눠보면 그 사람 생각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소통이 되면 진득한 인간관계를 맺고 싶어지기도 한다. 대화를 하면서 마음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가끔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고와 사건이 말이 통하지 않아서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이 이유 일 때이다. 마음이 통하는 이와의 대화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처럼 즐겁고 행복하다. 음식이 오감(五感)을 자극하듯이 교감이 되는 사람과의 대화는 전신에 혈류를 타고 흐른다. 음식의 맛을 내려면 발효의 과정이 필요하듯이 인간관계에서도 대화가 원활하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삶의 편린들을 함께 쌓아 온 가족이나 친지, 또는 동향, 학연, 지연으로, 맺어진 관계에서 진진한 이야기는 그 때문이 아닐까.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정보 단말기 키오스크(kiosk)는 손가락으로 끝으로 작동 되고, AI(인공지능)의 발전은 챗GPT 개발로 사람보다 더 똑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단, 첨단표절기라고 하는 이 기기는 감정이 없는 데이터 통신의 오류로 인한 폐해를 묵과할 수는 없다고 했다.

예전에는 IQ 높은 사람이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EQ높은 사람이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EQ는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과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향으로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관계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따듯한 사회를 만들어간다고 했다. 어쩌다 잘 알지 못하는 이에게서 '툭' 하고 건너 온 말은 듣는 이를 무척 당혹스럽게 하고 때로는 불쾌한 마음이 들게도 한다. 지난해 동아리 모임에서 가을 나들이를 갔다. 단풍이 물든 산을 보고 있을 때, 별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던 그녀가 갑자기 '훅'하고 말 펀치를 날려 왔다. 경어도 쓰지 않은 느닷없는 말에 제대로 답을 못하고 왔지만 일주일 내내 언짢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한주가 지난 뒤 만난자리에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본래 말을 그렇게 하나요?" 물었다. 그랬더니 의외로 순순히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이야기 해 주어 고맙다고까지 했다.

보통은 대화를 하면서 마음을 열게 되지만 마음이 먼저 열린 일도 있다. 어느 날, 동이 트지 않은 새벽, 운동을 하려고 아파트 체육공원을 들렸을 때였다. 저만치서 잔디밭에 앉아 있는 여인이 보여 가까이 가서보니 잡초를 뽑고 있었다. 순간, 팬터마임 공연을 보는 듯 마음의 봉인이 해제 되었다. 나도 그녀 옆에 앉으며 자연스럽게 풀을 뽑았다. "지금 안 뽑아 주면 씨를 퍼뜨려 내년에는 풀이 더 왕성해 진다"고 하는 그녀는 퇴직한 선생님이었다. 이른 아침에 말없이 하는 그녀의 행동에 알지 못한 관계에서도 마음이 먼저 열렸다. 대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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