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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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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하늘에 흰구름 덩이가 여러 모양의 그림을 그려 놓았다. 아침 저녁으로 느껴지는 한기와는 다르게 낮 햇살이 따갑다. 온통 녹색이던 들녘이 어느 사이에 황금색으로 물들어 가고 가로수 은행나무 우듬지에도 노란모자 처럼 가을이 성큼 내려 와 있다. 청주 농업 기술원의 도시민을 위한 주말 농장을 분양 받은 후, 봄에는 어린 싹이 자라나는 생명의 기쁨을 느끼며 보낸 날 들이었다.

초보 농군은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처럼 매일 매일이 새로웠다. 예전, 주택에 모아 두었던 오래 묵은 나뭇잎을 옮겨 와 밑거름으로 쓰고 두둑을 고르며 모종을 하였다. 뜨거운 햇볕 아래 가물세라 물을 열심으로 주며. 쌀 씻은 물이 작물 성장에 좋다고 하여 뜨물을 모아 pt병에 담아뿌려 주기도 하고. 아침 일찍 밭에 나가 풀을 뽑고 김을 매었다. '들에 나는 곡식 남이 먼저 안다'고 행여 나의 게으름이 남의 눈에 뜨일까 보아 부지런하게 땀을 흘렸다.

그런데 심지 않은 잡초는 왜 그렇게 빨리 자라는지. 이웃한 텃밭 주인은 얼굴을 한번도 본적 없는데 풀은 우북하게 자라서 우리 밭으로 넘어 왔다. 회원 오십여명의 모양과 품성이 다르듯이 밭 가꿈의 모양새도 제 각각이다. 알뜰주부 한사람은 EM 농축액으로 벌레 퇴치를 하고 퇴직하신 선생님 한분은 완전한 농군이셨다. 비슷한 실력의 초보 농군들과 달리 하우스에서 일찍 시작한 작물에 퇴비를 주고 고추대도 삼각형으로 세워주며 정성을 다 하더니 고추 수확을 사십여근 하였단다. 농기구와 건조기까지 갖추고 농작물 재배 강좌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듣는다고 하며. 역시 '노력 외 왕도는 없다'는 불역의 진리를 손 바닥만한 텃밭에서 다시 배운다.

초보자가 하기에 가급적 손이 덜 간다는 잎 채소는 이미 심었던 터, 가을걷이는 뿌리 식물인 고구마를 심기로 했다. 조치원 장날 좋은 종자라는 꿀 고구마와 호박 고구마 두단을 사와 심고, 물주기를 열심히 하였다. 그사이 옥수수는 맛있게 익어갔고, 새벽 밭에서 만난 이웃에게 토마토를 뚝 따서 주기도 했다. 이제 가을이면 고구마를 캘 순서만 남았다. 얼만큼 나올까, 기대에 못 미쳤던 감자수확을 만회 해야지, 꿈은 사람을 행복하게 했다. 미리, 거두어 들일 농산물을 줄 지인 몇사람의 명단까지 작성 하였고 종이상자도 준비하였다.

드디어 심은지 일백 이십일 전후, 고구마 캘날을 정하여 대농장의 농부같은 복장을 하고 자루와 종이박스를 싣고 가족을 동원하여 밭으로 갔다. 날씨도 구색을 맞추어 주느라고 한줄금 뿌려 준 빗줄기는 시원하였다. 먼저 넝쿨을 걷어내고 밭둑 위에 앉아 호미를 들었다. 그런데 한줄기 두줄기를 파 보아도 신통치가 않았다. 어찌 된 일일까. 난감했다. 모두 세고랑을 심었는데 주렁주렁 나올 줄 알았던 꿀고구마 호박고구마는 없고 벌레 먹고 지지리 못난 것 몇 개와 살이 통통 찐 굼벵이가 나왔다. 누굴 주고 말 일이 없어졌다. 애초 욕심은 없었다. 그저 소출의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이웃에게 전달 해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더위에 물심양면으로 들인 공은 어디로 갔을까….

촌로 한분이 알려 주었다. 긴 장마도 문제였지만 고구마는 토질이 비옥해도 안 맞는다고, 그리고 세상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고구마를 처음 심어 본 것은 아니었다. 몇해 전, 시누이님 과수원 밭에 고구마를 심은 적이 있다. 그때는 심어 놓고 두어번 가 보았을 뿐 이었는데 수확물이 제법 많았다. 사무실 직원은 물론 이웃까지 나누어 주었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면서 '봉사 문고리 잡듯'한 경험으로 농사의 전부인 줄 알고 갈무리를 하려고 했던 텃밭 위에도 구름은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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