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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수필가·공인중개사

중세 유명한 성인(聖人)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늦잠을 잔 성인이 학교에 급하게 뛰어가고 있었다. 그때 한 어른이 "너는 어디를 뛰어가니?"라고 물었다. "학교에 늦어서 뛰어갑니다"라고 성인이 대답했다. 문답은 이어졌다. "학교에선 무엇을 하니?" "공부를 하지요" 공부를 하고 난 다음에는?" "졸업을 하지요" "졸업을 한 다음에는?"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하지요" "그런 다음엔 무엇을 하지?"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아서 행복한 가정을 갖게 되지요" "그 다음은?" " 아이들 교육 시키고……." "그 다음은?" 이어지는 물음은 행복한 노년과 죽음으로 이어졌다. 그러면 결국 "지금 죽으려고 뛰어가고 있구나!"라는 말씀에 인생의 깊은 깨달음을 얻어 세속적인 삶을 버리고 수도원으로 들어가 성직자가 되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이 통째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삶이란, 원시적인 유기체적 시작과 끝이 있는 삶이 있고, 이성적인 삶이 있는데 이 이성적인 삶을 진화한 삶의 재탄생으로 본다고 했다. 시인은 육체적 탄생보다 영혼이 다시 태어나는 '삶에 의미를 담는다'고 했다. 우리보다 앞선 세대의 삶은 어쩌면 간단했을지 모른다. 전쟁의 소용돌이와 보릿고개의 궁핍한 생활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문제였을 뿐이니까. 그런데 폐허 속에서 급성장한 나라, 문명의 발달과 물질의 풍요로움으로 인간의 정신은 피폐해졌고, 고난의 시대에서 보다 지능적인 흉포한 범죄와 사회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연습 없이 시작한 삶, 가본 적 없는 고향을 가기 위해 뛰어오르는 연어처럼 본능적으로 직진만 할 줄 알았기 때문일까.

어느 날 문득, 철학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왜 사는가',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라는 삶에 대한 의문이 일었고 궁금증은 더해 갔다. 1등도 못하면서 뛰기만 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영혼을 정화 시킨다는 기도회에 참석하였다. 대낮에 커튼을 내린 지하 방에는 한줄기 불빛이 없고 괴괴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두어 시간 눈을 감고 자신을 돌아보며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되짚어 보았다. 도요새가 제 부리로 제 깃을 다듬듯이 자신의 생각으로 버려야 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을 쪼아내고 얼룩진 과거의 깃을 다듬었다. 삶의 무게가 한결 정돈되어 가벼워지는 듯 했다. 삶의 본질을 연구했던 학자들에 의하면 이를 삶의 일곱 단계 변천 과정 중 여섯 번째인 영적인 삶이라고 했다.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함을 느꼈던 때였다.

매년 연말이면 사랑의 온도계 캠페인이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하면 칼국수 집 할머니, 연탄장수, 택시기사 등 많은 이들이 참여한다. 자신들도 어렵고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하여 따뜻한 정을 나눔 한다. 어느 기부자는 익명을 요구하며 평생 모은 재산을 내어 놓았다. 그런데 그의 집 거실 창문에는 한기를 막기 위해 비닐이 덧씌워져 있었다고 하였다. 10년 전, 의사 박준철씨는 150명에게 온몸을 모두 주고 떠났다. 피부와 뼈 혈관 판막 등 인체조직을 모두 기증하였다. 봉사와 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떠난 우리시대 참의사이다. 인간적인 그의 삶이 오랫동안 감동으로 남았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노년에 약 15년간 심혈을 기울여 쓴 책에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있고, 결국 인간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질적으로 채울 수 없는 영혼,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차원 높은 정신세계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남을 배려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하였다. 고귀한 삶, 세기를 뛰어넘는 사랑의 정신이 울림을 주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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