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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공인중개사

가을비가 소릇이 내리던 날, 유리 창밖을 보던 시야에 다정하게 우산 하나를 같이 쓰고 건널목을 건너는 부부가 있었다. 잠시 후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선 이들은 방금 전에 본 그들 이었다. 예고 없이 온 초로의 부부는 오래전 고객 이었는데 지나던 길에 들렸다고 했다. 희끗 희끗한 머리칼에 편안 해 보이는 모습은 잘 늙어가고 있는 부부의 표본처럼 보였다. 남편인 분은 모 언론사를 퇴직하고 지금은 지방대학의 초빙교수로 있다고 말했다. 은퇴 후에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건강과 능력은 대부분 여성들이 바라는 남편상이기도 했다. 적어도 한마디 말이 있기 전 까지는. 직장과 가정생활을 원만히 살아가는 듯 한 그분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한 말씀드렸다. '모든 것을 이루고 사시는 군요'

그때였다. 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부인의 입에서 불쑥 튀어 나온 말, '그래서요' 툭 던져진 말은 사방 벽에 튀어 바닥으로 떨어지며 내 기억 저편에 있던 소문으로만 들었던 말을 떠 올리게 했다. '남편이 부인을 꽉 쥐고 산다'는. 외관상으로 볼 때 그들은 멋진 부부였다. 사회적으로 보이는 지위의 남편과 결혼 전에는 좋은 직장생활을 했다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부인. 예상하지 못한 말 한 마디로 부부의 세계를 짚어 보게 되었다. 간혹 이름이 알려졌거나 성공한 남성들이 집안에서는 가부장적인 권위로 가족이나 아내를 불안하게 하는 이가 있다고 했는데, 아마 그분의 이야기 일수도 있었다. 심지어 어떤 남성은 살림의 주도권을 잡고 주부의 즐거움이기도 한 장보기마저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한번은 수지침을 배울 때였다. 침을 가르치던 강사님은 굴지의 s대 출신으로 젊은 시절에는 유수한 기업체를 다녔다고 하였고, 사업을 하였다고도 들었지만, 모두가 가정경제에 도움은 안 되었던 모양 이었다. 가장으로서 경제능력은 중요부분으로 빼어 놓을 수 없는데, 독학으로 침술을 익혀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고 일반인에게 해박한 지식을 알려 주기도 했다. 나는 가까운 곳에 약국이 있음에도 수강료 없이 강의를 듣는 마음에 약간의 보은이라도 한다는 생각으로 약국을 운영하는 그의 부인을 찾아갔다. 그런데 '간 날이 장날'이더라고, 아마도 그들 부부는 전쟁( ? )을 치른 직후 였던 거 같았다. '바깥 선생님께 침 공부를 배우고 있다'는 말을 하자 그의 부인인 약사는 시큰둥한 말씨로 그렇다면 '앞으로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 하였다. 그리고 발끈한 표정으로 몇 마디를 더 했는데 그 말은 남편을 집안의 가장으로 여기는 위상은 보이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족이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학식과 상식이 풍부한 강사님의 너무 다른 모습에 많이 놀랐다. 조제실 옆에서 잘못 찾아온 손님처럼 서서 아내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그분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먼 산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가깝지 않기 때문일까. 부부가 되기 전에는 '너는 내가 살아가야 할 존재의 이유' '너는 나의 반쪽' 이라고도 하며 간절하게 부부로 살아가길 원했던 사람들. 3,40년을 살다보면 무디어진 감성은 혹간, 모르는 중년의 부부가 손을 잡고 정답게 걸어가는 것을 보면 눈여겨 보게 된다. 오랜 세월 두텁떡으로 쌓인 사랑과 미움은 졸혼 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때로는 세상에서 제일 미운사람으로 변하기도 한다.

얼마 전 모방송의 종영된 드라마 '부부의 세계'

부도덕한 행위로 파괴된 가정의 책임을 남편에게 잔인하게 몰아붙이면서도 무사의 칼처럼 단숨에 내리치지 못하는 관계. 여주인공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길게 함께 보낸 사람' 긴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 .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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