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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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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차고 건조한 하늬바람이 불어온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때가 되면 집을 찾아들 듯이 이맘 때 쯤 이면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서둘러진다. 각자 다른 생활터전에서 치열한 겨룸을 하다 돌아와 물먹은 솜처럼 지친 몸을 온전하게 뉘일수 있는 곳. 생각만 해도 가슴을 적셔오는 포근함이 느껴지는 집은 어머니와 고향과도 떼어 놓을 수 없는 예술의 영원한 대명사이기도 하다. 예전, 우리의 삶은 집에서 시작 되었고 끝이었던 곳도 집이었다.

어릴 적 기억속의 집은 집 자체로 좋았다. 지금처럼 물질이 풍요롭지 않았던 시절 이었음에도 가을이 깊어 갈 즈음, 호박전을 부쳐서 담 넘어 건네 주었다. 뒷산에서 불어오던 바람에 '솨아' '솨아' 나뭇잎 부딪는 소리가 들려오고 햇볕이 좋은 날이면, 하루에도 몇 번을 닦아 윤이 나는 마루에 나와 앉았다. 잘 쪄져 몰씬대는 고구마를 나누어 먹으며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웠던 이웃간의 정이 아스라히 남아있다.

옛 어른들은 대체로 선대에서 물려 받은 집에서 살았다. 대대로 내려 온 집문서를 소중하게 간직 하였다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이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집은 단순하게 일상생활을 하는 곳이 아닌 조상의 얼과 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 하셨기에, 그 정신을 이어 주는것이야 말로 자손의 도리를 하는거라고 여기며 평생을 살으셨다. 그래서 혹시 누가 집을 판다고 하면 집안에 변고가 생긴 줄로 알았으며 큰일이라고 걱정을 해 주기도 하였다.

그런데 문명의 비약적 진보는 인간의 정신을 세속화하여 집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게 하였으며 급기야 '재화(財貨)' 또는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 가치로 보게 되었다. 한때 건축 붐을 타고 하루가 다르게 부동산의 값이 오를 때는 매일 "우리 집 가액이 얼마나 올랐어요?" 하고 물어오는 사람이 성시(盛市)를 이루었다. 일시적 기쁨이나 즐거움은 오로지 오르내리는 집값에 있는 듯하였다.

삶의 터전이며 조상의 정신이 담긴 집이라는 생각은 오래전에 잊혀졌고 지구의 중력처럼 힘의 원천으로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하였던 집은 사라졌다. 사업을 하는 이는 집을 담보하여 대출을 받고 사업을 확장하며. 계약서 한 장 의 무게만큼 가벼워진 집은 사고 파는 일도 곧잘 이루어졌다. 때로 사업자의 채무관계로 압류된 집은 법원에 불려가 경매의 대상이 되어 아수라장 같은 시장에서 중매인의 호가를 기다리는 중심에 서 있기도 한다.

이러한 작금의 시대를 옛 어른들이 본다면 무어라 할까. 한 사람의 능력을, 부富와 행복의 척도를 집의 크기나 위치로 가늠하는 지금, 몸 담아 살고 있는 집에 정성을 다하였던 소박한 삶과 비교 된다. 어떤이는 크고 작은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는가 하면 올망졸망 딸린 식구가 있음에도 비좁은 남의 집 지하 셋방에서 살고 있는 이도 있다. 똑 같은 종이 한 장의 집 문서지만 가치와 위력은 많이 다르다. 요즈음 학군이 좋은 곳에서는 어린아이들도 "너희 집이 몇 평이냐"고 묻는다고 한다. 경제학자의 논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풍요와 궁핍은 공존한다고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살던 집을 팔고 나서 고향을 잃은 실향민처럼 한동안 마음이 허전 하였던 적이 있다. '사고 파는' 일이 잦아져야 실익이 있는 나의 직업이건만 내 마음, 고향의 집은 영원히 팔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무슨 조화일까. 생전에 김수환 추기경께서 어느 마을을 지나다 밥 짓는 연기가 굴뚝마다 뽀얗게 피어오르는 것을 보며 말씀 하셨다고 한다. "나에게도 저런 집이 있었으면" 하는 정겹고 간절했던 소망, 추억을 떠 올릴 수 있는 집에 대한 향수서린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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