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 개념 중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라는 것이 있다. 개념적 정의는 특정 현상에 대한 논의가 있은 후 집단의 구성원들이 집단의 영향을 받아 극단적으로 보수적이거나 극단적으로 혁신적인 방향으로 나뉘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쇼셜미디어 상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보면 집단극화라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 안에서 정치적 가치관이 유사한 사람들이 나누는 사회문제에 대한 논의는 반대편에 있는 집단에 대한 극화된 표현으로 드러난다. 특정현상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드러나는 것은 힘의 견제의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집단극화는 보통 자신 혹은 내집단의 의견은 맞고, 타인 혹은 나와 다른 가치관을 지닌 집단의 의견은 철저히 잘못된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상담에 와서도 특정 정치적인 견해와 사회현상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듯 토로하는 학생들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학생들은 또래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순종적이고, 모범생으로 통하며 현실에서는 오히려 자신감 없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학생들은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상에서는 특정 주제에 대해 극단적으
[충북일보] 도덕(道德)은 무너졌다. 국가의 도덕에서부터 일상생활 중에도 이제 도덕은 무시되고 있다. 그 증거는 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의 탄생이 말해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덕(道德)'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궁금하다. 지금의 아버지 세대, 7080세대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닐 때 한문교육을 받은 세대들이다. 이들 세대들은 한문교육을 받을 때 보통 천자문을 시작으로 논어, 맹자 등 사서삼경에 나오는 명언들을 위주로 체계적인 교육을 쌓았다. 그 중에서도 유교(儒敎)의 도덕사상에서 기본이 되는 3가지의 강령(綱領)과 5가지의 인륜(人倫)이 있는데 이를 삼강오륜이라고 한다. 삼강오륜은 원래 중국 전한(前漢) 때의 거유(巨儒) 동중서(董仲舒)가 공맹(孔孟)의 교리에 입각하여 삼강오상설(三綱五常說)을 논한 데서 유래됐다. 중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과거 오랫동안 사회의 기본적 윤리로 존중되어 왔다. 물론 지금도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윤리 도덕이다. 하지만 이런 윤리도덕이 죽어가고 있다. 7080세대들이 20대를 보낼 때는 신문(新聞)이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주요매체였다. 많은
[충북일보] 충북도의회의 태도가 여전히 아전인수(我田引水) 식이다.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은 최근 의장 불신임안을 다시 제출했다. 그리고 "의장의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있었다면 불신임안 제출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방적 소통의 개선을 요구하는 듯하다. 하지만 속내는 상대방의 '굴복'임을 이른다. 새누리당 도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민선5~6기 이시종 지사의 보은(報恩)인사를 문제 삼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인사특위 철회 조건으로 공식석상에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강요했다. 결국 이 지사가 의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두 사례 모두 겉으로는 '도민들에게 사과하라'는 요구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자신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라는 강요다. 그저 고상한 명분으로 위장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상대의 굴복을 받기 위한 정쟁의 도구였다. 도의회는 여전히 도민들의 질타와 원성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조차 어떻게 대응하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지금의 교착 상태는 누구의 탓이 아니다. 모두의 책임이다. 여야 모두 자신부터 성찰해야 할 시기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정치
[충북일보] KTX세종역 신설 저지를 위한 충북도민들의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이시종 충북지사 나섰다. 이 지사는 지난 12일 오전 7시25분 KTX를 타고 상경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추미애 대표 등과 만나 중앙당 차원의 도움을 요청했다. 오후에는 최정호 국토부 2차관을 만났다. 세종역 신설 관련 용역 중단을 강력히 요청했다. 충북도의회 의원들도 행동에 나섰다. 새누리당 임병운(청주10) 의원이 먼저 시작했다. 임 의원은 이날 KTX오송역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같은 당 박노학·맹순자 청주시의원도 동참했다. 이들은 다음날 국토교통부를 방문,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충북시군의회의장단협의회(회장 황영호 청주시의회 의장·이하 협의회)도 이날 괴산군의회에서 58차 협의회 회의를 열고 'KTX 세종역 신설 추진 철회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충북도는 민·관·정 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세종역 신설 저지에 전 도민이 나서고 있는 셈이다. 세종역 신설은 모순이다. 우선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다. 세종시로 출퇴근 하는 공무원을 위한 특혜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런 특혜정책에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할 수는 없다. 국민감정이
필자는 지난해 10월 공직에 임용돼 이제 갓 한 돌을 맞은 하천방재과 새내기 공무원이다. 학원 강사로 재직하다 불혹을 넘어 공직에 입문한 늦깎이다. 마흔이 넘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주위의 찬사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필자 역시 사회 초년생처럼 공직에서는 풋내기에 지나지 않았다. 공문서 작성, 업무보고, 민원처리 등에 대한 기본적인 업무를 배웠지만 나 혼자 힘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업무가 많아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혹독한 민원에 시달릴 때는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직생활은 타 조직보다 안정적이며 일이 편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신규 공무원이 가장 어려워하는 일은 바로 민원 상담이다. 필자에게도 이런 고질 민원이 비껴갈 일은 없었고, 지난 1년을 고질 민원을 처리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신규 공무원이 고질 민원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업무를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고질 민원을 해결하게 되면 업무처리에 대한 성취감은 그만큼 더 크고 자신감도 생겼다.…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 없는 미호천을 생각해 보셨나요? 미호종개는 하천의 이름인 미호천의 이름을 붙인 유일한 어류 종으로 금강유역에서만 서식하는 우리나라 고유 어종이다. 점줄종개 참종개들과 함께 기름챙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살아온 이 녀석은 전북대 김익수교수와 서원대 손영목 교수에 의해 1984년 신종으로 기록되며 미호종개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1989년, 1990년 자료에 의하면 백곡천, 초평천, 보광천, 무심천, 병천천 및 미호천 본류 전역과 금강 본류(부여)에서 출현했다. 현재 백곡천 상류 일부와 갑천, 청양천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공주 유구천은 증식사업을 통해 천연기념물 미호종개 서식지로 지정했다. 미호천 본류에서는 절멸된 것으로 추정된다. 본류에서 미호종개가 사라진 이유는 하천의 오염이 심화되고 수중보설치 및 하천 정비로 인해 잔모래가 없어진 것이 직접적 원인으로 규명된다. 이에 청주·충북환경연합 및 뜻있는 민간단체는 미호종개 복원을 위한 청원 운동을 시작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호종개를 미호천에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먼저 하천 생태계가 살아난다는 반증이다. 미호종개는 하천의 환경에 매우 민감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말은 헌법 제1조 1항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민주'에 대해서도 역시 거의 누구나 다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면을 빌려서까지 '민주'가 무엇인지, '민주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공화', '공화정', '공화국'은 무엇인가?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답변하는 사람을 만나본적이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가 전공하는 서양고대사 분야의 학자들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물론 정치학을 공부하셨던 분들은 아마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되지만, 최소한 '일반인'들 중에서는 그렇다는 의미이다. '공화'라는 단어는 '로마 공화정'에서 비롯되었다. 기원전 500년 경에 로마는 왕을 추방하고 귀족들이 연합하여 새로운 정치 체제를 세웠다. 이 새로운 정치 체제의 이름은 단순했다. 물론 라틴어로 하자면 다분히 뭔가 있어 보이는 표현이 된다. 레스 푸블리카 로마나이(Res Publica Romanae)가 그 이름이다. 그런데 이 말을 그대로 번역해 보면 '로마의 공적인 일들(혹은 공적인 일들을 처리하는 방법 혹은 체제)'이 된다. 역시 이것만 가
'원-'계의 지명들을 보면 다음과 같이 역원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곳도 많이 발견이 된다. 옥천군 이원면에 원동리(院洞里)가 있는데 심천 쪽으로 넘어가는 작은 언덕(봉이둑)을 오르는 오르막 고개를 원재라고 한다. 원재의 논밭에서 기와편이 많이 발견되므로 인근에 적등원이라는 원이 있었던 곳으로 추측하면서 역원과 의도적으로 연관지으려 하지만 사실은 '원'이 '원재'라는 고유 지명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경기도 양주시 유양동에 있었던 자연 마을인 원골(員谷, 院谷)은 고을 원님인 양주목사가 있는 읍내로 들어가는 길목의 골짜기이므로 원골로 불렀다고 하는데 억지로 관청과 연관짓고 잇는 것으로짐작이 된다. 강원도 원주시 원인동(園仁洞)의 원동은 인근에 있는 남산(南山)이 둥근 형태를 띠고 있어 둥글'원(園)'자를 써서 원동(園洞)이라 불렀다 한다. 서울시 종로구 원서동에 있던 원동(園洞, 院洞, 苑洞)은 창덕궁 요금문 밖에 함춘원이 있던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며 창덕궁 밖의 내명부 수도처인 정업원(淨業院)이 있었으므로 이곳의 이름을 유학의 본산인 성균관이 있던 지역의 관동(館洞)과 대비, 원동(院洞) 혹은 정업원동이라 하던 것이 변하여 원
올해 가을은 일찍 물듭니다. 쌀쌀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처연합니다. 참 힘겹게 견뎌왔는데 이제 바람에 조차 흔들려야 하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사람 사는 것도 언제나 쓸쓸한 일입니다. 가슴에 물드는 가을을 힘들어 하며 작은 몸을 데울 온기를 기다립니다. 떨어지는 잎사귀에 마른눈물을 흘립니다. 뒤돌아보면 그리운 것들이 참 많습니다. 뜨겁게 살던 날들을 뒤로한 채 마주하는 사람들에 시든 햇살처럼 애써 웃음 짓는 나를 보며 괜히 슬퍼집니다. 꽃이 진 자리에 바람이 머뭅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립니다. 어쩌면 어두운 길을 더듬어 가는 것이 인생이지요. 이 길에 가만 가만 돌부리에 채이지 않게 걸어가다 넘어지고 상처 나고 차가운 바닥에서 쓰러져 엉엉 울더라도 그래도 가야하는 것이 인생이지요. 산다는 게 다 쓸쓸한 거지요. 어차피 누가 살아줄 수도 없는 것이고 저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그런 길이기에 꿈꾸듯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지요. 어둠이 내리고서야 길이 보입니다. 살며 내 안의 그리움에 귀 기울입니다. 조용히 삶의 저녁고개를 넘다보면 어느새 가을이 먼저와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단한 삶들이 누운 들판에 메마른 잎들이 구르고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어깨를 들썩
[충북일보] 청주지역 공공도서관 건립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운영난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장서 부족은 물론 사서 배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은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자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의 공약사업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건립과 개관까진 그런대로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개관 후 사정은 다르다. 사서와 장서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청주시내 공공도서관은 모두 11개다. 배치된 사서는 총 32명이다. 그러나 법적 기준에 맞게 충족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옥산도서관엔 아예 한 명도 없다. 법적 기준대로라면 지금보다 3배는 더 있어야 한다. 도서관 1곳당 보유 장서도 부족하다. 전국 평균 9만6천361권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전국 평균 장서 수에 미치는 도서관은 두 곳뿐이다. 청주시립도서관 21만8천537권, 청원도서관 10만4천291권 등이다. 사서와 장서 부족의 근본 원인은 부족한 예산 때문이다. 사서의 경우 각 지자체 공무원의 인력 규모 등을 조정하는 총액인건비 내에서 결정된다. 때문에 도서관이 늘 때마다 인력을 늘릴 수가 없다.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우리는 도서관 개관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
[충북일보] 제2충북학사 건립에 탄력이 붙게 됐다. 충북도의회가 제2충북학사 건립을 조건부 승인했기 때문이다. 충북의 꿈나무가 될 많은 인재들이 더 많은 꿈을 키우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충북도가 추진중인 제2충북학사는 350여명 수용 규모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충북학사에 이어 두 번째 학생 숙소다. 도는 서울 동북부지역 대학들의 접근성 등을 따져 형평성도 맞추려 했다. 현재 운영 중인 충북학사가 서북부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4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3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학사를 만들 계획이다. 사업비는 도와 도내 11개 시·군이 나눠 부담하기로 했다. 도가 50%를 부담하고 나머지 50%는 11개 시·군이 비율을 정해 분담키로 합의했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면 대학생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가 더 무겁게 받아들여 진다. 고달픈 삶 앞에 마음이 따뜻한 일들이 생기면 더 없이 좋다. 옛날보다는 그래도 살맛나는 세상이라지만 삶의 온도에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충북학사는 충북의 우수인재를 확보하고 유지·양성하기 위해 지어졌다. 우수인재는 제도나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인재가 안정적으로 머물 공간이…
북스타트(Bookstart)란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는 독서문화운동으로, 아기에게 그림책이 들어있는 책 꾸러미를 선물하고 책과 함께 놀게 함으로써 독서를 평생습관으로 만들어 가자는 운동이다. 그림책을 읽어주며 부모와 아기가 책과 친해지고 책을 통해 아기와 부모가 상호 교감하고 행복한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독서문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서 아기가 생애 처음으로 책과 도서관을 만날 수 있고, 성장하면서 책을 놀이처럼 즐기며 책에 대한 흥미와 독서의 즐거움을 키워 평생 독서습관을 형성하게 된다. 우리 시에서도 2011년부터 현재까지 4만8천여 명의 영·유아에게 이 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나는 얼마 전에 강내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도서관을 찾은 것이 대학 이후 처음이라는 것이 솔직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시절에 도서관도 단지 공부를 하고 가끔 책을 빌리기 위해서만 이용해봤지 지금처럼 북스타트, 인문학 강좌 등 문화쉼터로서의 기능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곳에 와서 사서 업무를 배우면서 도서관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에 도서관을 이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도 대부분은 아직도 도서관은 공부만 하는
[충북일보] '중원의 혈투'와 같은 싸움이 그칠 날이 없다. KTX 세종역 신설 문제가 충청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분위기다. 세종시에 전매특허처럼 따라붙는 말이 있다. 바로 국가균형발전이다. 세종시 출범 이후 충청권 4개 시ㆍ도지사는 줄곧 상생발전 의견을 교환해 왔다. 이들 광역자치단체 간 관계 설정에서 상생발전이 표제어가 된 지 오래다. ***반복되는 세종역 신설 소모전 하지만 BRT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실무적인 진전이 더딘 것이 현실이다. KTX 세종역 신설 갈등으로 충북과 세종은 상생협약이 훼손되기도 한다. 말로만 충청권 상생협약이라는 혹평을 받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충남북과 세종시간의 고속철도 분쟁이 재연될 분위기다. 철도시설공단이 얼마 전 더민주 이해찬 국회의원(세종)의 질의에 대해 "세종역 신설 사전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지난 8월 발주했다"며 "12월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힌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는 사업 타당성이 있는지 여부를 연구용역을 통해 확인하겠다는 것이지만, 세종역 신설 가능성을 표면화한 셈이다. 충북민관정협의체는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를…
언제 더위가 갈까 싶었는데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다. 맑은 하늘은 금방이라도 쪽물을 쏟아낼 듯 푸르고, 민들레 홀씨들은 새 삶을 찾아 진작 여행을 떠났다, 열매를 다 털린 대추나무는 몇 남지 않은 잎사귀로 앙상한 가지를 숨기느라 여념이 없고. 산자락에 머물던 가을색은 중턱까지 오르내리며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아, 그래 어느새 가을이구나. 그래서 먹고 또 먹어도 허기가 졌구나. 잠자고 또 잠을 자도 몽롱하고 심장에 바람이 들락거리며 나를 괴롭혔구나. 신나는 음악에도 눈물이 나고 알 수 없는 그리움과 서글픔에 자꾸만 가슴이 미어졌구나. 이 가을, 나는 또 얼마나 시달리고 애를 써야 이 병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버렸는데 모두 버렸는데. 아닌가보다. 내안에서는 아직도 욕심과 미움이 자라나고 있나보다. 아, 차라리 가을이고 싶다. 가을비에 촉촉이 젖은 선홍색 단풍잎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하고 싶다. 까치밥으로 남아 청자 빛 하늘을 하염없이 우러르고 싶고, 멍석 위의 나락이 되어 가을볕의 간지러움도 느껴보고 싶다. 진노랑 국화로 피어나 자태를 뽐내고 싶고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되어 물고기의 감촉을 만끽하고프다. 고추잠자리가 되어 개구쟁이들과 술래잡
공업지역에 사는 나방의 색이 시골 나방보다 더 어둡고, 유럽의 도시에 사는 블랙버드란 새는 시골의 블랙버드보다 더 큰 소리로 울어댄다고 한다. 도시의 소음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더 큰 소리로 울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들조차 깨우친 것이다. 어떤 새들은 소음이 잦아든 밤에만 울도록 적응했다고 한다. 그래서 도시의 사람들은 더 큰 목소리로 소리치며, 여린 사람들은 소란스러움이 사라진 밤에만 도시의 거리를 어슬렁거리는지도 모른다. 분주한 소음이 소멸될 즈음, 문자 메시지의 신간 광고문구가 내 눈길을 확 끌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심오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설명은 무엇인가?" 자기위해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곧장 컴퓨터 전원을 켜고는 책을 주문했다. 평소에는 하루면 배송되던 책이 3일이나 걸려 나를 애태웠다. 현대의 지성 148명이 하나씩 자신 있게 내놓은 '심오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설명은 대체 어떤 것일까? 그 거대한 질문과 위대한 대답들은 무엇일까? SF영화 '매트릭스'의 이론적 배경이 된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빅 히스토리'의 저자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제시한 '창발(創發)' 개념이 등장하고, 넛지의 저자 리처드 탈
[충북일보] 충북도의회 행정감사 일정과 관련해 말들이 많다.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충북도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수능시험 기간 중에 실시키로 했기 때문이다. 도의회는 도교육청과 직속기관, 지역교육지원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내달 10일부터 21일까지 실시키로 결정했다. 그런데 11월 17일이 수능일이다. 도내 교육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상식 밖의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역교육지원청과 도교육청 직원들은 수능 준비에 아주 바쁘다. 1년 중 가장 큰 행사이기 때문이다. 최소 3차례이상 시험장을 둘러보고 문제점을 점검해야 한다. 수능 당일엔 전 교사들이 감독관으로 참여한다. 수능이 끝나면 시험지와 답안지를 수거해 교육부로 이관해야 한다. 도교육청에 대한 도의회의 행정감사는 당연히 해야 하는 업무다. 하지만 하필이면 수능일과 일정이 겹치는 건 뭔가 잘못됐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방의회의 지방행정사무 감사권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일정 조정이 필요했음을 지적함이다. 우리나라 지방의회엔 외국과 달리 포괄적 지방행정 감사권과 특정사안 감사권이 다 부여된다. 그만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에 대한 지방의회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아주
[충북일보] 툭 하면 '네탓' 공방이다. 충북 정치권의 행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무슨 사안이 생길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KTX 세종역 신설 문제와 관련해서도 똑같다. 세종역 설치가 충북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는 점엔 모두가 공감한다. 특히 오송역의 위상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란 예상엔 이견이 없다. 민·관·정 모두가 저지에 나서기로 한 이유도 여기 있다. 그러나 책임 소재를 놓고 따지는 방식이 다르다. 여야가 아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 마디로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비상 시기인데도 단결은커녕 분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보여준 볼썽사나운 모습 그대로다. 충북 국회의원들은 아예 무관심하다. '네탓' 공방을 벌이는 지역정치권보다 더 나쁘다. 어찌 보면 국회의원들의 책임이 더 큰데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9일 청주시 성화동의 한 음식점에서 '충북 현안 공동대응을 위한 민관정 협의체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엔 이시종 충북지사와 김양희 충북도의회 의장, 이승훈 청주시장 등 기관장들과 협의체 소속 학계,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충북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참석하지 않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활용도가 늘면서 사이버 상에서 발생하는 범죄도 날로 늘어가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1만109건이었던 사이버범죄는 2015년 14만4천679건으로 31.4% 증가했다. 늘어난 사이버 범죄 중 단연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인터넷 물품사기로 지난해 8만1천849건, 그 다음으론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 사건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빠르게 증가하여 69.4%나 급등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으로는 저작권법 위반 침해 건수 순으로 전체 사이버 범죄가 전년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 사이버 범죄는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범행으로 익명성을 갖는다. 범죄에 대포통장이나 대포폰 등이 사용되거나 특히 도박이나 금융범죄의 경우 서버를 해외에 두고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피의자 특정에 많은 시일이 소요됨과 물론 검거율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사이버 상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특성 때문에 예방의 노력은 다른 범죄보다 더욱 더 요구된다. 올바른 인터넷 사용 습관, 늘어나는 사이버 범죄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 보안인식이 각별이 필요하다. 사이버 범죄 용어는 듣고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사이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어려운 사이버
우리의 말과 글, 한글이 길을 잃고 있다. 길이 끊겨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거리에 나서면 온통 외래어 간판이다. 젊은이들의 대화는 알아듣기 어렵다. 눈과 귀가 어지럽다. *** 잘못된 말과 글 쓰면 안 된다 그림가게는 이제 '갤러리'다. 꿈동산은 이미 '드림랜드'가 됐다. 치유를 '힐링'으로 말하고 적는 게 당연한 현실이다. '로드 맵'은 행정기관 용어로 자리매김했다. 청사진이란 단어는 찾기 어렵다. 우리말과 글이 수렁에 빠졌다. SNS의 급속한 확산과 언어파괴 속도가 비례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휴대전화 문자는 온통 축약어 일색이다. 신조어란 이름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언제 수렁에서 건져올려질 지 모른다. 올해가 한글 창제 570돌이다. 그런데 우리말과 글은 파괴되고 있다. 위대한 문화유산이 속절없이 오염돼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포기해선 안 된다. 절망할 때도 아니다. 다시 찾고 되돌려 갈고 닦으면 된다. 그리고 이으면 된다. 윤구병 선생의 책 한 권을 떠올린다. '내 생애 첫 우리말'의 의미가 참 깊다. 이 책은 우리말 이야기를 차근차근 아주 쉽게 전해준다. 우리말에 대한 사랑과 염려로 가득 차 있다. 우리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충북일보] 10월은 노인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뜻 깊은 달이다. 그런데 대부분 잘 모른다. 일부 단체나 기관 정도만 알뿐 일반인들은 관심 밖이다. 그저 지역 문화 예술 축제가 성황을 이루는 축제의 달로 알고 있다. 분명한 것은 10월에 '노인의 날'로 정해진 기념일이 있다는 점이다. 유엔이 정한 노인의 날은 10월1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날이 '국군의 날'이어서 하루 뒤인 10월2일을 '노인의 날'로 정했다. 1997년부터 법정기념일이다. 고령화 속도는 아주 빠르다. 충북도 청주시를 제외한 모든 시·군이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이미 '초고령 사회(노인 인구 비율 20% 이상)'로 진입한 곳도 5개 시·군이나 된다. 노인복지 분야에 예산을 더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계속되는 노령화 추세로 민간소비는 둔화 되고 있다. 은퇴 후 생활 유지 걱정 때문이다. 기대수명은 급속히 증가하는데 근로가능기간은 늘지 않으니 노후대책에 필요한 소요자금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으로는 은퇴 후 최소한의 품위 있는 생활이 담보되지 않는다. 예기치 않은 중병이라도 걸리게 되면 그동안 모아놓았던 전 재산을 다 까먹게 된다. 은퇴
[충북일보] KTX 세종역 신설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추진하는 KTX 세종역 관련 조사용역이 불을 지폈다. 평택~오송 선로 용량 확충을 위한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에 KTX 세종역 설치가 미치는 영향이 포함했기 때문이다. 충북지역 민·관·정은 한목소리로 강력한 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를 비롯한 도내 각계 기관단체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추진하는 세종역 관련 용역 철회를 주장했다.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KTX 세종역 신설 주장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다. 오래전부터 의도된 전략과 전술에 따라 움직여졌다. 그런 만큼 처음처럼 호들갑을 떨거나 정치쟁점화 하는 건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 논리개발과 함께 지역 차원의 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현행 철도건설법 상 세종역 신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도 나오고 있다. 충북과 대전, 충남이 공조하며 KTX 세종역 신설이 불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세종역 신설은 그저 세종시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공약일 뿐이다.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다. 충청권 4곳 지자체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한 세종역 신설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남편이 일박이일여행을 가잔다. 살면서 크고 작은 여행을 한 적이 왜 없었겠나마는 이번엔 자신의 죽마고우들과 부부동반하기로 했다며 표정까지 상기된다. 남자들이야 더할 나위 없는 사이들이지만, 낯 갈이를 하는 나로선 잘 알지 못하는 이들과 밤을 지낸다는 것이 부담됐다. 하지만 시간적 심적 여유가 생기면 가끔 여행을 같이 하며 살고 싶은 어릴 적 친구들이 있다고, 자주 말을 해왔었기에 따라나섰다. 풀벌레 소리가 여름바닷가 산책로에 불거지는 날, 중년의 아내들이 낙조를 보며걸었다. 남은 인생 함께 하고 싶은 친구들이라고, 남편이 늘 말했었노라고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 다른 아내들도 각자 집에서 똑 같은 말을 자주 들어왔었다고 말하는 거다. 그 한가지만으로도 우리가 손잡고 걸어야 할 이유가 되지 않느냐고 누군가 말하자, 우린 오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손을 잡고 걸었다. 이순을 바라보는 남편동창들이 저만치 걸어간다. 바다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저들의 뒷모습을 보며 아내들도 따라 걷는다. 그들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파란 동해바다가 쉬지 않고 넘실대며 수런대는 것을 보니, 앞서 걷는 저들은 지금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끄집어내고 있는가보다. 선이 고
인간의 마음 속에는 현실에 안주하거나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일에 사명 의식을 느끼면서 변화와 비전이 가져올 미래를 바라보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한 사람이 있다.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세계가 전부이지만, 변화와 비전을 꿈꾸고 모험과 도전 의식이 강한 사람들의 눈에는 현재 보이는 세계 저 너머에 신비의 세계를 볼 수 있다. 인간의 마음 속에서는 인간의 행동 태도를 결정지어 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자아상(self-image)이다. 자아상이란 자기 자신을 보는 자세이다. 자아상은 인간의 행동과 태도를 지배한다. 자아상은 마치 운전사와 같다. 그래서 자기 의지대로 인생을 운전해 간다. 건강하고 밝은 자아상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고 자긍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자기의 인생을 바라보고 창조적으로 살아간다. 건강하지 못한 병든 자아상을 가진 사람들은 소극적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작은 어려움과 실패 앞에서도 의욕이 상실하고 마는 비관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 그러면 자아상은 어떻게 형성이 될까? 자아상은 어릴적부터 성장과정에서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제목이 마치 죽기 아니면 살기의 기분으로 둘 중에 하나 택일 하라는 것 같다. 얼핏 조폭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이지만 요즘의 우리 공연예술계의 현실이 이 정도로 벼랑 끝에 서있는 것 같다. 특히 지난 달 28일부터 시행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에 관한 법' 일명 '김영란법'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일부에서는 우리 국민이 적응력이 빨라 조금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특히 민간기획사나 공연예술단체는 그 활구(活句) 찾기가 만만치 않다. 그동안 대기업의 협찬이나 후원에 의지해왔던 대형 기획사들은 더욱 더 그러하다. 대책 없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면 도산하는 민간기획사나 공연단체가 생기는 건 시간문제다. 얼마 전에 끝난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초청 공연도 수십억을 들인 공연에 티켓의 최저가 9만9천원이 김영랑법에 해당되지 않는 2만9천원으로 내려서 판매하는 등 죽기 살기로 마케팅에 매달렸지만 적잖은 손실이 발생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인해 공연예술계가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법으로 인한 위기가 한편으로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밀레의 그림에 나오는 '이삭줍기'는 1970년대 까지만 해도 우리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추수가 끝나면 농부들은 벼 이삭을 줍기 위해 빈 들녘에 나섰다. 쌀이 더 필요해서만이 아니라 버려진 생명을 거두기 위해서이다. 이런 쌀이 요즘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쌀 재배면적은 77만9천㏊로 지난해보다 2.5% 재배면적이 감소했음에도 쌀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410만~420만t 내외일 것이라 전망했다. 재배면적이 감소했음에도 생산량이 적정 수요량 380만t보다 35만t이상 초과한 물량이다. 이는 병충해·태풍 등의 피해가 거의 없고 기상여건이 양호하여 이삭수와 낟알수가 증가한 것으로 꼽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4년 연속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크게 웃돌면서 쌀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7월 말 현재 정부 보유 쌀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재고(80만t)의 2배를 넘는 175만t에 이르고,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도 8월 말 기준 지난해 같은 시점의 14만9천t보다 6만t 많은 20만9천t이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쌀 소비부진, 밥쌀용 쌀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리는 옥샘정에서 해준다. 장 담그기가 사라진 아파트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장을 원하는 이들은 많다는 뜻이다. 집에서도 발효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장 담그기 키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옥샘정에서는 모든 장류를 만들어 판매한다. 국내산 재료를 100% 활용한 장이다. 인근 밭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