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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범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밀레의 그림에 나오는 '이삭줍기'는 1970년대 까지만 해도 우리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추수가 끝나면 농부들은 벼 이삭을 줍기 위해 빈 들녘에 나섰다. 쌀이 더 필요해서만이 아니라 버려진 생명을 거두기 위해서이다. 이런 쌀이 요즘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쌀 재배면적은 77만9천㏊로 지난해보다 2.5% 재배면적이 감소했음에도 쌀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410만~420만t 내외일 것이라 전망했다. 재배면적이 감소했음에도 생산량이 적정 수요량 380만t보다 35만t이상 초과한 물량이다. 이는 병충해·태풍 등의 피해가 거의 없고 기상여건이 양호하여 이삭수와 낟알수가 증가한 것으로 꼽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4년 연속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크게 웃돌면서 쌀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7월 말 현재 정부 보유 쌀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재고(80만t)의 2배를 넘는 175만t에 이르고,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도 8월 말 기준 지난해 같은 시점의 14만9천t보다 6만t 많은 20만9천t이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쌀 소비부진, 밥쌀용 쌀 수입 확대 등으로 인한 쌀 재고누적과 역 계절진폭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쌀의 수급을 적절히 조절하지 않으면. 막대한 보관비용, 야적에 따른 쌀의 품질저하, 산지가격 하락 등 쌀과 관련된 수많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쌀의 수급안정을 위하여 2016년산 초과생산 물량의 쌀을 시장에서 우선 격리해야 한다. 정부양곡은 시장방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밥쌀용 쌀 수입 중단, 해외원조 등 당장 가격을 지지할 수 있는 대책을 중심으로 우선 푸는 것이 타당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쌀 생산량이 연간 소비량보다 일정 비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초과분을 자동으로 시장에서 격리하는 자동격리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쌀 저가 무료공급 확대, 휴경직불제나 사료용 재배 확대, 식량작물 위주의 생산조정제 등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쌀 수급 문제의 가장 근본적 해법은 우리 쌀의 해외 수출이다. 대중(對中) 쌀 수출을 포함한 우리 쌀의 해외 수출도 이제는 수세적인 면을 탈피하여 공세적으로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곡물 자급률이 27%를 밑도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국제 곡물파동에 끄떡하지 않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90%대에 이르는 쌀 자급률 덕분이다. 쌀 농사는 한두해만 흉년이 들어도 쌀 여유분은 금방 바닥나고 만다. 더구나 밀가루와 사료곡물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국제 곡물시장에서 이를 조달하지 못할 경우 직접적인 식량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의 식량 환경은 쌀 이외에는 식량안보를 떠받쳐 줄 제대로 된 품목이 없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 쌀 산업은 재배 기반이 한번 붕괴되면 되살리기가 어렵고 우리의 생명을 소수의 외국 농산물 취급기업에 위탁하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식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안보이고 생명 그 자체이다. 우리 후손들에게 생명창고의 열쇠와 활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농촌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쌀 문제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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