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주말에 무심천에서 한여름 밤의 콘서트가 있었다. 뒤늦게 정보를 얻은 터라 준비 없이 하상 계단으로 갔다. 얇은 종이 한 장을 깔고 앉으려는데 여고생이 두툼한 1인용 방석을 내미는 것이었다. 그 학생은 야외용 깔판도 준비해왔다. 나는 감사하게 받아 깔고 앉아 연주를 들었다. 내내 기분이 좋았다.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나오는 시간에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것이었다. 어쩌나 하는 차에 식당 주인은 비닐우산을 내주며 그냥 가져 가라고 했다. 뜻하지 않은 선물에 기분이 좋아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작은 것에 감사하고 사랑을 느낀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달려오는 나를 보고 여유 있게 기다려주는 이웃이 고맙다. 한라산 등반길 숲속 향기에 묻어 번져오는 오이향을 맡고 목을 돌려 옆을 바라 보았다. 그 때 그 분은 오이 몇 조각을 건네 주었다. 지금도 오이만 보면 그 때 생각이 난다. 남편이 병원에 3개월 입원하고 있는 동안 여러 가지 별미를 해온 친구들이 있다. 그 때 정말 감사했었다. 그러한 관심 덕분에 지루한 병상 생활의 지루함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을 터인데 이젠 모든 기억이
며칠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를 보면 '북한 핵실험', '북한', '한미FTA' 등 전반적으로 나라가 많이 어수선하다. 기사들을 보면 실제 내용을 바탕으로 쓰겠지만, 너무 노출 및 클릭률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과 과대포장을 하는 내용의 기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여러 매체가 언론의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 광고수익을 위한 자극적인 내용도 서슴지 않아 가끔 눈살을 찌푸리곤 한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클릭하면 다른 매체로 이동하여 보이는 페이지에서 광고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그 페이지에 삽입된 배너광고가 노출되는데 그 노출횟수를 1천 회를 기준으로 했을 때 측정해놓은 비용이 CPM(Cost Per Mille)이라고 하며 그 배너를 클릭하면 CTR(클릭률, Click Through Ratio)이 올라간다. 즉, 광고주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형태에 따라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CPM, CTR과 더불어 CPC(Cost Per Click)포털사이트에서 원하는 내용을 검색했을 때 볼 수 있는 '네이버'에 '파워링크'와 같은 광고의 형태이며, CPA(Cost Per Action)는 광고주가 원하는 소비자들의 행동을 요구하는 광고의 형태이다. 예들 들면 한
[충북일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세종)이 또 다시 세종역 신설 주장을 하고 나섰다. 세종역을 애써 환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종역 타당성 조사에서 세종의 인구 30만 명만 반영돼 B/C(비용대비 편익)가 미달하는 것으로 나왔다"며 "그러나 유성 등 대전 북부지역까지 포함하면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종역을 설치하면 충북 오송역이 승객을 빼앗겨 침체된다고 하는데, 타당치 않다"며 "오송역에 서는 열차는 세종역에 서지 말고, 세종역에 서는 열차는 오송역에 안서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의원의 이런 주장엔 설득력이 별로 없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작성한 철도 선로용량 확충을 위한 사전타당성 조사(세종역 신설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사실관계가 분명해진다. 본보 취재진도 최근 확인했다. 이 보고서는 서론과 기초자료 및 관련계획 분석, 세종역 접근 통행특성 조사, 기술적 검토 및 비용 추정, 교통수요 예측, 경제성 분석 등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234쪽 짜리 공식 문서로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세종) 의원이 주장한 '유성구 인구 포함시 B/C
얼마 전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는 영상을 뉴스를 통해 본적이 있다. 강남 한복판에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여자 친구가 이별통보를 했다'는 이유로 주먹과 발로 여자 친구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여자에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지!'라며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TV에서 뿐만 아니라 지구대 근무 중에도 심각한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폭력을 종종 접할 수가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연인 또는 부부간의 개인사로 치부하여 경찰신고를 꺼리다가 나중에 비로소 심각한 폭행과 폭언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경찰의 힘을 빌리곤 한다. 그러한 일들이 자주 발생할 때마다 처음부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면 좀 더 빠르고 쉽게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충분한 지원까지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 사실 피해자 입장에서 경찰에 신고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경찰이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신변보호제도나 지원정책은 가지고 있는 것인지, 또한 신고 후에 더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닌지, 이러한 걱정에 사로잡혀 신고를 꺼려할 수 있다. 이 같은 불안 요소들
다람재에서 내려다보이는 도동서원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서원 앞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나지막한 산을 배경으로 길옆에 위치하고 있어 이웃마당에 들어가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400년 은행나무를 우러르며 발걸음을 옮긴다. 삐걱, 세월의 바람결에 닳은 문을 넘으려니 조신한 걸음걸이가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나무로 수 십 년, 서원의 중문으로 수 백 년을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나뭇결이 울울하다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햇빛이 쏟아진다. 눅눅했던 서원 마당이 천지만물의 음양이치를 알리는 듯 금세 빛과 그림자의 자리로 나눠지고 흙 담장 위로 붉게 핀 목백일홍이 찬란하다. 늘 그렇지만 서원을 들어설 때면 숙연해져 마음을 여미게 되고 저절로 다소곳해진다. 성현의 위패를 모신 곳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배움터에 대한 존경심이 일기 때문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옛 선비들을 그려본다. 어디선가 책 읽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자분자분 담론하는 모습도 어른거리는 것 같다. 시간이 되는 대로 서원을 찾아간다. 여기저기 서원을 돌다보면 그 시대 선비들의 고결함을 깊이 흠모하게 된다. 그러면서 서원 담 위에 피어난 노란 씀바귀꽃이며 세월의 풍상을 말하는 오래된 기
'동경 달 밝은 밤 밤새도록 노니다가...'신라 향가 처용가의 로망이 천수백년 전 지방 도회에서도 있었을까. 청주는 통일신라시대 서라벌 다음의 부도(副都) 서원소경(西原小京)이 자리 잡았던 곳. '소경'은 글자그대로 작은 서울이란 뜻이다. 왕도 서라벌(경주)은 국토의 동쪽 끝에 있어 먼 곳을 통할하기가 버거웠다. 그래서 전국에 다섯 소경을 설치하고 왕족이나 측근을 파견, 통할한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청주 서원소경이었다. 청주지역은 본래 백제 땅이었다. 이곳을 빼앗기 위해 삼국은 엄청난 전쟁을 벌였다. 백제는 미호천이 관통하는 청주 땅이 인후 같은 지역이어서 매우 중요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진흥왕대 소백산을 넘어온 신라는 괴산 충주를 장악한 후에 진천에 진출했으며 진평왕 대에는 끝내 고구려 세력을 몰아내고 청주를 점령했다. 신라는 삼국을 통일한 후에 바로 소경을 설치했다. 그리고 서라벌 육부(六部) 귀족을 옮겨 살도록 했다. 삼국사기 신라기록인 신문왕 5년(685AD) 기사를 보면 이해 봄 왕경 호민들의 이주 사실이 나온다. 이들은 서라벌을 떠나 상주~보은을 거쳐 청주로 왔다. 수많은 귀족들과 하인, 짐을 실은 마차들의 모습은 장관이었
서울의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가 알만한 대기업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다시 공무원이 되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또 누군가는 치열한 직장생활을 내려놓고 산 좋고 물 좋은 제주도로 귀촌하여 아기자기한 게스트하우스를 꾸리며 살아가기도 한다. 처음에는 신기하기만 했던 이들의 결정이, 점차 '그럴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되고, 더 나아가 '부럽다...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과거 밥 먹듯 하게 되는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승진하게 되면, '아! 행복하다!'라고 외쳤겠지만, 요즘 세대에서는 여름 휴가는 해외여행을 가야지, 주말에는 캠핑을 가야지, 퇴근 후에는 영화라도 보러 가야지만 '아! 나는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고 느낀단다.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킨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이들을 향해 혀를 끌끌 차겠지만, 요즘 세대 근로자들은 일 이외의 나머지 나의 '생활'도 내 삶의 일부이고, 또 이 나머지 삶도 소홀하지 않아야 비로소 나의 전체 '삶'에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직장 풍경을 살펴보면, 낮에는 일하는 중간 중간 주식 창을 들여다 보거나, SNS 친구와…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주식 수익 의혹에 몰려 자진 사퇴했다. '내부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수상한 주식 중 대표적으로 표적이 된 종목이 내츄럴엔도텍 주식이다. 이 전 후보자는 이 업체의 주식으로만 약 5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뒀다고 한다. 내츄럴엔도텍은 2015년 '가짜 백수오' 논란으로 개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업체다. 이 전 후보자는 2013년 5월 건강기능식품회사인 내츄럴엔도텍의 비상장 주식을 2억2천만 원어치 매입했다. 자신이 근무했던 법무법인에 사건을 의뢰했던 업체의 주식에 과감히 투자했던 것이다. 이 전 후보자가 주식을 매입한 5개월 후 내츄럴엔도텍이 생산한 백수오 제품이 대박나면서 업체는 상장사가 됐다. 주식 가치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잘나가던 이 회사가 주저앉은 것은 가짜 백수오 파동 때문이었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인기 건강식품 백수오 제품에 짝퉁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다고 발표하자 놀란 소비자들은 대대적인 저항에 나섰다. 상품을 판매했던 홈쇼핑 업체는 밀려드는 환불요청과 항의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코스닥 최고의 기대주로 상장 후 급상승했던 주식 가격은 10분의 1수준으로 급
[충북일보] 국립대학 총장 직선제가 부활된다. 앞으로 국립대에서 총장 후보자를 선출할 때 간선제와 직선제 중 한 가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국립대가 추천위원회(간선제) 또는 직원들이 합의한 방식(직선제)을 바탕으로 2명 이상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교육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총장을 임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그동안 재정지원사업 대상을 정할 때 간선제를 택한 국공립대에 가산점을 줘 사실상 직선제를 억제해왔다. 게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후보자의 임용제청을 미루거나 차점 후보자 임용 등으로 논란이 빚기도 했다. 그동안 국립대학의 총장 선출 자율권은 정부에 의해 좌지우지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충북대 등 국립대들은 총장 직선제 부활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진작 이렇게 됐어야 했다고 전하고 있다. 충북대는 벌써부터 차기 총장 선출을 놓고 들썩이고 있다. 총장 선출방식이 직선제로 결정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대학 구성원들로부터 신망을 얻은 인사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출마를 저울질 하는 교수들도 늘고 있다. 윤여표 총장의 임기는 내년 8월 만료된다. 따라서 특별한 일
최근 들어 뉴스나 언론을 통해 젠더폭력이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를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젠더폭력이란 상대 성(性)에 대한 혐오를 담고 저지르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을 말한다. 여성을 공격하는 여성폭력과 남성을 공격하는 남성폭력이 있는데, 젠더폭력은 대개 여성폭력으로 통한다. 특히, 성폭력·가정폭력 등 전통적인 여성폭력뿐만 아니라 스토킹·데이트폭력·사이버폭력과 같은 신종 성폭력까지 모두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젠더폭력이 극심해지면서 이러한 용어가 새로이 등장한 것처럼 인식될 수 있지만 위에서 말한 젠더폭력 대부분이 과거에는 범죄로 여겨지지 않았거나 폭력이 가족이나 부부, 연인사이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사생활로 치부되며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이 강력범죄화, 흉포화 되어 가고, 특히 지난해 5월 포스트잇 추모를 일으켰던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처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잇따르면서 '젠더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가고 국민적인 관심 사항으로 대두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범한 새 정부는 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공약을 통해 '성 평등 대한민국'을 표명하며, 특히 '젠더폭력'근절에 큰 비중
마흔 중반의 남성으로 성욕과 활력이 떨어지면서 무기력과 피로, 정신적으로 집중력저하, 초조, 우울, 불면, 건망증상이 나타나고 신체적으로 현기증, 두통, 어깨결림, 만성피로, 권태감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자율신경실조에 의한 증상으로 우울증진단을 받고 한의원에 내원하여 상담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근섬유통증이나 우울증, 자율신경실조증, 만성피로증후군 등과 혼동되어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남성갱년기증후군'이다. 남성갱년기는 남성노화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그대로 방치하면 남성호르몬 감소에 따른 체지방의 증가로 당뇨나 고혈압, 심혈관질환과 같은 대사성질환의 위험도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골절발생 위험이 높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대인기피로 이어지기도 하며,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수면장애도 동반할수 있어 남성갱년기는 적절한 시기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 여성갱년기에 비해 2~3년 늦게 오는 경우가 보통이고, 50~70대 사이에 30대 시절에 비해 절반 이하의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어 갱년기를 일으킨다. 사회규범에 완벽하고 정확하게 도덕적으로 적응하려는 심리가 강한 생활을 하던 남성일수록 두드러진다. 남성호르몬은
[충북일보] 청주를 연고로 한 프로축구단 창단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것 같다. 청주시가 청주 연고의 프로축구단 창단 및 운영 지원을 위한 동의안을 청주시의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청주시의회는 오는 7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29회 임시회에서 창단 동의안을 심사 의결할 예정이다. 청주시티FC는 청주시의회에서 동의안이 처리되면 오는 10월 초 프로축구연맹에 프로축구단 창단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청주시는 프로축구단 지원 안건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지원금 규모 등 구체적인 사항을 확정할 방침이다. 청주시티FC가 시에 요청한 지원금은 연간 30억 원이다. 자체 예산 20억 원을 더해 50억 원으로 구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아직도 청주 연고 프로축구단 창단에 부정적 시각이 많다. 공감대 형성이 미흡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적자 운영에 따른 시의 지원금 규모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시의회의 시각도 전적으로 우호적인 게 아니다. 창단에 공감하면서도 우려 섞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지원금이 1회성이 아니란 점을 꺼리고 있다. 시민들이나 시의회 모두 시의 재정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청주시티FC는 시 보
수술로 뚝딱 치료하는 외과나 정형외과와 달리 내과에서 치료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은 몇 주 동안 약을 먹는다고 완치되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20년, 30년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길고 지루하지만 치료를 받는 보람도 크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심장, 뇌혈관, 콩팥 합병증이 생기면서 수명이 짧아지지만, 잘만 관리하면 수십년도 문제 없다. 그러다 보면 내가 지속적으로 다녀야 할 병원을 반드시 정하셔야 한다. 언뜻 생각하면 무조건 큰 병원이 제일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정말 큰병원에서 관리를 받으면 몸이 더 나아질까. 우선 대학병원의 장점이라고 하면좋은 검사장비를 많이 갖추고 있다는 점이 있다. 가지고 있는 약제나 주사제의 종류도 많고 의사들도 많다. 그런데 대학병원 의사들은 정말 모르는 것이 없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병을 다 알고 있는 것일까. 의사가 되는 과정은 의대를 졸업하고 '일반의'가 된 후 전공의 수련 과정을 거치면서 '전문의'가 된다. 요즘은 의학이 발전하면서 더 세부분야까지 전공하는 '분과전문의'들도 양성이 된다. 사실 대학병원 교수들은 전문의 과정을 다 마치고 더 깊은 분야의 분과전문의가 되어 있으며 연구도 더 해서 박사학위도…
얼마 전 대한민국 여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프로듀스 101 시즌2'가 종료되면서, 아이돌 연습생 11명이 '워너원'이라는 그룹으로 정식 데뷔를 했다. 101명의 남자 아이돌 지망생 중 국민 프로듀서가 직접 뽑아서 만든 그룹 '워너원'이 심지어 기존 대형 기획사 아이돌의 태풍까지 모두 잠재우며 지상파 종편 케이블 TV를 막론하고 방송계에서도 종횡무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다큐적 재미를 극대화하려는 의도적 편집 때문에 숱한 비판과 우려를 낳았음에도 이 프로그램은 방송, 음반계에 상당한 충격을 던지며 싹쓸이에 가까운 성공가도를 누리고 있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서 나타난 팬들은 지켜보고 응원하는 존재에서 나아가 아이돌을 기획하고 데뷔까지 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존재로 부상했다. 수동적 관전 시각에서 적극적 참여와 개입으로 그 영역을 넓히며 '팬덤'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팬덤'은 광신자를 뜻하는 영어의 'fantastic'의 'fan'과 '영지 또는 나라'를 뜻하는 접미사 'dom'의 합성어로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몰입하여 그 속에 빠져드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한다. 이런 강력한 팬덤 현상은, 아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잠자리에 스며든다. 애써 세상에 표시내고 살진 않지만 가끔씩은 큰소리로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을 때가 생긴다. 사는 게 바쁘다보니 세월 흐르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무디다. 지난여름 훌훌 세상구경하며 바라보던 내가 아니다. 여유부리며 한가하게 살자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덧 코앞만 보고 사는 내가 바보 같게만 느껴진다. 며칠 전 도청에서 예술가들이 모여 재단은 문화예술교육을 포기하지마라라는 피켓 시위를 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내 가슴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른다. 이제껏 결코 문화예술교육이나 예술인들의 삶에 대하여 끈을 놓지 않으며 일을 하였다고 자부했건만 어느 샌가 내가 속한 집단이 저 예술노동자들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있었던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인가. 그리고 누가 저 예술가들을 거리로 내 몰고 있는가. 참담했다. 지금의 이러한 문제의 발단은 길게는 10년이 훌쩍 넘은 일이다. 이 사업은 문체부의 졸속행정으로 문화예술을 통한 문화적 삶의 질 보장과 인성교육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망각한 채 예술가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아래 진행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강사고용과 자격증제도에 천착하게 되
전국의 지자체가 장기 미집행 도시 공원 해제를 앞두고 민간 사업자를 동원한 개발에 나서자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간 사업자의 공원 개발은 전체 면적 중 30%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엄청난 환경 파괴와 교통 혼잡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민간 공원 개발 사업에 나선 지자체는 청주시를 비롯하여 대전, 광주, 평택, 천안, 구미, 순천, 인천시 등이며 이 지역의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려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간 공원 개발 사업은 도심의 5만㎡ 이상 공원을 대상으로 70% 녹지에 공원을 조성하고 나머지 녹지에 아파트나 상가를 짓는 방식이다. 대부분 업자들은 고수익을 위해 고층의 아파트를 건설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청주시의 경우 매봉산, 잠두봉, 새적굴, 영운공원 등이 개발에 들어갔으며 원봉공원 등 2개 공원에서 추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매봉산 공원은 금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고 잠두봉 공원은 9월 중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올해 안에 분양할 예정이다. 이에대해 매봉산 잠두봉 공원지키기 주민대책위는 "행정 소송을 통해서라도 개발을 저지하고 시행사가 공사에 착수하면 몸으로라도 막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반의 도시 문의(文義)에 가면 유명한 시인 고은의 '문의 마을에 가서'라는 명시가 생각이 난다. 1967년 당시 승려이자 시인이었던 고은 선생이 신동문 시인의 고향인 문의면 산덕리에 문상을 와서 장례를 주관하면서 문의를 배경으로 한 편의 시를 쓰게 되는데 이 시가 고은의 네 번째 시집 '문의(文義)마을에 가서(1974)'의 표제시다. 문의(文義)라는 지명은 붓끝같이 생겼다는 문필봉에서 나온 것으로 '의(義)를 위하여 글을 쓴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항상 궁금했던 것은 문의(文義)라는 지명의 한자 표기는 너무나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오랜 옛날에 원래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한자 지명이란 어느 유학자가 사람의 이름을 짓듯이 좋은 의미의 한자를 조합하여 하루 아침에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한자를 모르던 그 옛날부터 사람들이 이곳을 다른 지역과 구분하기 위하여 그 지역의 특이한 지형을 토대로 부르던 명칭(주로 고유어)을 바탕으로 하여 역사적 사건에 연관된 전설 등이 가미되어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을 문의(文義)라 표기하게 된 원래의 고유 명칭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으
세상사 어느 분야일지라도 맡은 바 본분을 잊거나 소홀히 한다면 아무도 그를 가까이 하지 않을뿐더러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만약 귀농자로서 도시에 살던 관습에 젖어 농촌 사정을 나 몰라라 한다면 그는 결코 귀농에 실패할 게다. 그 점을 바로 지적한 속담이 "로마에 가면 로마 사람이 되라"라고 했지 싶다. 근간 우리사회가 혼란스럽기 비할 데 없게 갑론을박 하루도 조용할 날 없다고 보인다. 국민들도 사분오열 나뉘어 그 끝이 오리무중이다. 우리 언론에 대한 비판이 팽배하다. 지인들 거개가 '요즈음에도 뉴스를 보느냐'고 한다. 필자 역시 바둑, 스포츠 채널이 있기 망정이지 사실상 뉴스를 본지 오래다. 국민들이 왜 언론을 멀리하기 시작했는가. 우리 국민들은 이미 편파방송을 해대는 언론을 반년 넘게 도외시 해오고 있는 형편이다.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박 대통령 탄핵 때부터 언론이 온 국민들을 혼란으로 몰아간 나머지 우리 언론들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언론들이 언론의 본분을 망각하고 편향된 보도는 물론, 심지어 그 발상은 누구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으나 거짓을 침소봉대해 아예 나팔수 노릇으로 일관해 왔다. 오죽하면…
[충북일보] 청주 중앙공원이 시민 쉼터로 변신을 꾀한다. 중앙공원은 그동안 쉼 없이 변화를 시도해 왔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의 불법 윷놀이 도박과 대낮 음주 등으로 공원 기능을 상실했다. 급기야 한국관광공사와 청주시가 중앙공원 개선 사업에 나섰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청주시와 한국관광공사는 '셉티드(CPTED·범죄예방환경설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관광공사가 전반적인 사업 시행을 맡는다. 공원을 외부와 단절시킨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가로수 재정비를 우선적으로 할 예정이다. 죽은 나무와 시야를 방해하는 나무 등은 제거된다. 공원을 둘러싼 담장도 허물어 외부에서 공원 내부를 훤히 들여다보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일부 취객들의 침대로 사용됐던 벤치도 등을 기대고 걸터앉을 수 있는 스퀘어 벤치로 전면 교체된다. 관광공사는 성안길과 연계하기 위해 길목마다 조명도 설치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이번 개선사업에 적용되는 전체적인 테마는 '압각수를 이용한 역사 공원'이다. 이번 개선사업에는 6억4천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청주시도 보도블록·배수구 재정비와 공원 내 문화재 정비에 나선다. 각종 문화행사를 할 수 있는 야외무대 설치, 과거
터키의 북쪽으로부터 시리아쪽으로 연결되는 1천km에 이르는 타우르스 산맥은 독수리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타우르스란 "소의 등을 닮았다"란 뜻으로 내륙과 지중해를 가르는 거대한 산맥이 소의 등뼈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 서식하는 독수리에게 가장 맛있는 먹잇감은 두루미이다. 독수리들은 곧 잘 타우르스 산을 넘어가는 두루미들을 공격해 배를 채운다. 그런데 항상 독수리의 먹이가 되는 것은 소음을 내는 두루미들이다. 원래 두루미들은 요란스럽게 떠들며 놀기를 좋아하기에 하늘을 날 적에도 계속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이 소리는 독수리들에게는 먹이 감을 알려주는 좋은 신호가 되기에 독수리들은 요란스런 두루미들을 공격해 어김없이 배를 채운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노련한 두루미들은 거의희생을 당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 입에 돌을 가득 물고 하늘을 난다. 입에 문 돌 때문에 침묵을 지키며 무사히 여행을 마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이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귀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하나, 입이 너무 열려 있으면 공격의 대상이 된다. 사람들이 당하는 시련의 대부분은 입에서 비롯된다. 국가를 이끄는 거대한 조직이나, 작은 조직사회이나
올해는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서양화가 장욱진 화백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장욱진 화백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치르며 전 세계에 속살을 드러낸 국내 화단에 서양화가 물밀 듯이 유입되어 대세를 이룰 때, 한국적인 소재와 주제로 소박하며 단순함과 절제미의 조형단어로써 서정적 이념을 표현한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로 꼽힌다. 그의 작품 속에는 까치, 가족, 새, 나무, 마을, 아이 등 지극히 소박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순수함과 선함을 독자적인 화풍으로 구축하며 자신만의 초연한 예술세계를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 화백이 1980년 봄부터 1985년 여름까지 수안보 탑동마을에 화실을 마련하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다는 것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것은 네게 있어 환희 그 자체였다. 사실 그림엔 문외한이지만 장 화백이 그림으로 남긴 수안보의 모습은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고마운 선물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가 장 화백을 기억하고 수안보에서의 그의 추억을 찾아 새롭게 정리하는 일이 크든 작든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충주시청 학습동아리 '수피아들의 행복여행'에서는 올해 숨
보통 집이라고 하면 가족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 또는 일을 마치고 내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을 떠오를 것이다. 생각만으로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나의 집이 화재로 한순간에 없어진다면 그 마음을 우리가 헤아릴 수 있을까· 국가화재통계시스템(NFDS)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전체화재(4만3천413건)중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1만1천541건)는 26.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70%이상이 아파트를 제외한 일반단독주택(7천569건)에서 발생했고, 또한 최근 5년간 화재발생으로 인한 사망자 중 66.7%가 일반주택 화재에 집중하여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농촌지역의 경우 노약자와 고령자가 상당수 거주하고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스스로 대피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 밤 중 깊게 잠든 사이 화재가 발생할 경우, 화재진압의 골든타임을 놓칠 확률이 높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주택용 소방시설인 단독 경보형 감지기와 소화기이다. 단독 경보형 감지기는 자체 내장된 음향장치로 화재를 경보하는 소방시설로써 화재가 커지기 전에 신속히 대피할 수 있게 해 인명피해를 사전에 막아 줄 수 있는 소방시설이며, 소화기는 가장 기본적인 소화기구로
[충북일보] 올해 59세인 노영민 전 의원은 강단(剛斷)이 있는 정치인이다. 시민운동가 출신이자 경제인, 그리고 3선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노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지난 2012년 대선후보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문 대통령은 수시로 노 전 의원과 상의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노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임기 5년을 함께할 '이너 서클(Inner Circle)'에서도 핵심이다. 주중대사 또는 도지사 출마 노 전 의원은 한 때 초대 비서실장 또는 초대 국무총리 하마평에 올랐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국무총리는 건국 후 전국에서 유일하게 단 한명의 국무총리를 배출하지 못한 충북의 설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도민들의 희망이 담겨져 있었다. 도민들은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모두 지역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핵심 포지션으로 생각했다. 그럼에도 노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초대 주중대사에 내정된 상태다. 전 정부에서 초대 주중대사를 역임한 권영세 전 의원도 충북 음성 출신이다. 비록 아버지의 고향이지만, 권 전 의원은 각종 프로필에서 음성 출신임을 거부한 적이 없었다. 권 전 의원과 노…
전쟁은 일어날 것인가. 어떤 시대든 전쟁은 있었으니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늘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문제는 하필 한반도에서 전쟁이 또 일어나야 하느냐는 것이다. 6·25가 일어난 지 67년뿐이 안되었는데, 또 전쟁이 일어난다는 생각을 하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 우린 왜 전쟁을 두려워하는 걸까· 전쟁은 죽음이기 때문이다. 죽음만큼 두려운 게 또 있다. 경제적인 번영이 순식간에 무너진다는 것이다. 5천년 역사에 지금처럼 잘 살던 시대는 없었다. 우리를 종처럼 부리던 중국보다 잘 살던 역사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우리가 이렇게 자랑스러운 역사를 창조한 주인공이고,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산다는 사실에 긍지를 느낄 때가 많다. 중국의 유명 관광지에는 한국인이 넘치고, 중국말보다 한국말이 더 요란할 정도다. 천 원이란 말을 외치며 쫓아다니는 중국인들을 볼 때마다 6·25를 회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군을 쫓아다니며 "기브 미 껌"을 외치던 시절이 불과 몇 십 년 전이었다. 전쟁을 두려워하는 것은 이런 번영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막장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몸서리치게 싫은 것이다. 사실 우린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과의 체제경
평소 아버지와 저는 사이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 아버지는 워낙에 성격이 무뚝뚝하고 말이 없으신 데다 누굴 칭찬하는 법이 없는 분이기 때문이랍니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주변의 귀여움을 통째로 받으며 자라나신 탓인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적은 편이고, 더욱이 교육자의 길을 걸어 고등학교의 교감 선생님으로 계시기에 교육자 특유의 엄격함까지 지녀, 둘 사이에 부자간의 정리(情理)라든가 애틋함 같은 것이 파고들 여지가 전혀 없었지요. 이제나저제나 아버지의 눈에 저는 항상 부족한 자식이랍니다. 공부도 잘못했고, 행동 또한 똑 부러지지 못해,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는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재수를 하여 어렵게 들어간 대학마저 중퇴를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을 때에는 온 집안이 그야말로 난리가 났답니다. 아버지는 격노하여 앞으로 무얼 해 먹으며 살려고 그러느냐며 소릴 치셨지요. 어머니마저 제 결정을 만류하셨지만 저는 끝내 대학을 그만 두고 말았습니다. 그 후, 부모님의 도움을 얻어 조그마한 가게를 시작했지만 부모님의 우려대로 얼마 못가 빚만 잔뜩 진 채 문을 닫고 말았답니다. 하는 일 없이 부모님의 눈치나 보면서 소일하는…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