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줄지어 서있는 무표정한 나무들 사이로 비가 쉬지 않고 내렸다. 토요일 아침 일찍 지인에게 탑 차를 빌려 타고 비를 뚫고 나섰다. 청주를 출발 할 때부터 내리던 비는 인천에 도착하자 개어 있었다. 비 그친 하늘은 쏟아낸 비의 무게만큼 가벼워 진 듯 맑게 웃고 있었다. 젖은 하늘 한 귀퉁이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무지개가 쑤욱 빠져나올 것만 같았다. "빨리 좀 가져가~! 집도 비워줘야 하는데 골치 아파 죽겠다." 언니가 며칠 째 전화를 했다. 십년 째 옷가게를 하던 언니가 옷가게를 접었다. 접은 지 두 해가 지났지만 재고 처리를 못해서 골치를 앓고 있다고 했다. 판매를 하려고 일본에서 컨테이너 박스로 들여온 옷인데, 팔지 못하고 쌓아둔 게 한 트럭은 된다고 했다. 이미 두 사람이 훑고 갔고, 남은 것은 작은 사이즈 옷이라 가져갈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했다. 어디 작은 사람이 나뿐이겠는가. 그저 남보다는 동생을 주고 싶었으리라. 방학 때 간다고 하자 하루라도 빨리 가져가라고 성화였다. 옷이 보관되어 있다는 창고로 갔다. 재 개발지에 있는 허름한 집이었다. 녹슨 철문을 따고 들어서자마자 나는 비명을 질러대고 말았다. 희끄무레한 살덩이가 거실 한 복판에 널부러
이영학이 최근 구치소에서 자서전을 집필 중이라고 한다. 책이 출판 계약되어 수익이 발생하면 복수하겠다는 내용 등을 적은, 딸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됐다. 그가 저지른 추악한 범죄행각 못지않은 충격이다. 이미 정했다는 자서전 제목이 '나는 살인범이다'란다. 열네 살 난 딸의 친구를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놀라서 우는 어린아이를 목 졸라 살해한 자가 자서전을 낼 생각을 하다니, 반성은커녕 돈벌이만을 생각하고 있는 말종의 작태에 소름이 돋는다. 이영학은 10여 년 전 자서전을 출간한 전력이 있다. 지난 2007년 10월 22일 출간한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다. '끝없는 절망 속에 희망을 틔운 어금니 아빠를 만나다'라는 소개로 알려진 자서전은 MBC TV '닥터스'와 SBS TV '김미화의 U' 등을 통해 소개되며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매스컴은 이 책의 내용을 믿고, 딸 아연이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착한 아빠 이영학을 일제히 응원했다. 이영학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자신의 사정을 눈물로 호소했다. 그런데 이영학의 자서전으로 알려진 '어금니 아빠의 행복'은 이영학이 쓴 책이 아닌 작가 정성환씨의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 정성환
꿈이 그냥 꿈에서 그치면 그 꿈은 그냥 꿈일 뿐이다. 그러나 꿈을 현실로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할 때 그 꿈은 상상이 아니라 온전한 내 삶이 될 것이다. 온전한 삶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삶다운 생활을 이루기 위한 존재감을 잃지 않고 사는 일 아닐까. 현대를 예언이라도 했듯 진실을 지킬 것인가 현실에 굴복할 것인가에 따라 내 삶이 달라진다고 소크라테스도 주장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며칠 전이다. 초등학교 다니는 손자가 뜬금없이 꿈이 뭐냐고 물었다. 생각지도 않은 질문에 "꿈· 할머니의 꿈이 뭘까 라며 그만 답을 회피하고 말았다. 왜 당당하게 내 꿈을 답하지 못했을까. 내 속엔 혹 건강하게 며칠만 아프다 죽는 게 꿈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지 못했던 손자의 질문이 비수처럼 뇌리에 박혀든다. 건강하게 살다 며칠만 아프다 죽는 것· 그건 꿈이 아니라 바람 아닌가. 언뜻 소망과 꿈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소망은 어떤 것에 의지해서 바라는 것인데 비해 꿈은 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실패와 성공이 달라진다 하겠다. 정신과 전문의의 말에 의하면 마음 깊은 곳에서 간절히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꿈이라고 한다. 꿈은 이뤄질지 아닐지 불확실 하더라도 반드시…
늦은 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막내아들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며칠 뒤에 있을 취업시험 준비를 하느라 그러려니 생각을 하면서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가 않다. 미안한 마음에 살며시 방문을 열어 보지만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아들과 살가운 대화를 나누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일찍 자'라는 말 한마디 무뚝뚝하게 건네고 다시 문을 닫는다. 왜 모르겠는가, 아들의 마음을.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 몸부림이 누구보다도 치열하다는 것을. 그래도 꿈을 찾아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니 대견스럽다.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전문회사를 다니던 딸이 얼마 전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을 가겠단다. 함께 근무하던 대부분의 동료들도 유학을 다녀왔다고 한다. 보이지 않게 드러나는 실력의 차이와 학력의 한계를 극복하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언제부터 유학을 다녀와야 전문성을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단 말인가.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그만 두었다니 걱정이 앞서지만 담대하게 또 다른 길을 선택한 딸을 나는 믿는다. 신문이나 매스컴에서는 지난해 보다 경제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청년실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국내 기
[충북일보] 스프링클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화재 초기 소방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제천 화재 참사나 밀양 화재 참사의 공통 원인 가운데 하나도 스프링클러였다. 제천 스포츠센터는 발화 지점인 필로티 구조 건물 1층의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있었다. 하지만 밸브가 잠겨 정상작동하지 못했다. 밀양 세종병원엔 아예 없었다. 화재 당시 두 건물의 스프링클러는 정상 작동하지 않았거나 아예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스프링클러가 있거나 정상 작동했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려졌을까. 아마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스프링클러는 초기 화재 진압에서 빠질 수 없는 장치다. 평소 대략 70도 전후 녹는 합금 마개로 막혀 있다. 그러다가 불이 나 마개가 녹으면 1차적으로 가압수를 쏟아낸다. 이어 2차로 가압수 펌프를 작동해 물을 뿜는다. 가압수 펌프가 작동하면서 화재경보장치가 연동해 건물 내 비상벨을 작동한다. 화재속보장치가 설치되어 있다면 자동으로 인근 소방서에 연락한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불이 꺼지는 현장도 있다. 그러나 초·중·고 학교 건물은 좀 다르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취약한 곳
지난해 말에도 제천의 스포츠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여 2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였다. 최근 들어 낚싯배 전복사고, 타워 크레인 사고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였고, 화재사고는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다. 3년 전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는 아직도 우리의 가슴을 쓰리고 아프게 한다. 이 모두는 우리가 조금만 주의를 하고 규정을 준수 했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이다. 우리의 재난 사고 역사는 1971년 전국에 중계된 166명이 사망한 대연각호텔 화재사고, 1995년 101명이 사망한 대구가스폭발사고, 1999년 유치원생 19명을 포함 23명이 사망한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사고, 55명이 사망하고 78명이 부상한 인천 노래방 사고, 2003년 192명이 사망한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등 대형화재사고만도 헤아릴 수 없다. 기억 되는 대형사고로는 1993년 78명이 사망하고 198명이 부상한 부산행 열차 전복사고, 292명이 사망한 서해페리호 침몰사고, 1994년 32명이 사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 세계적인 사고로 이름을 올린 501명이 사망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2014년 폭설로 OT중이던 대학생 10여명이 사망한 어
나의 존재와 저승세계의 존재까지 실존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심 때문에 몹시 혼란한 상태에 빠진 사이에 2차 퇴출자 공고문이 떴다. 제 2차(실적심사) 결과 - 기 준 : 1차에서 하위 10%(77명)에 속한 자 중 하위 7%(5명) * 목표 미달성자 - 대상자 : 동방, 000, 000, 000, 000. 내 눈에는 동방 밖에 보이지 않았다. 몇 명인지, 누구누구인지, 무엇을 잘못해서 퇴출대상자가 되었는지. 하얀 종이 위에 검은색으로 써진 동방이란 글자만이 점점 커지면서 무한히 확대되고 있었다. 오열하는 자들보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헉! 이게, 도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나는 오열하면서 되돌아서다가 누군가와 부딪혔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인지 그의 어깨에 내 상채가 실리고 말았다. 그가 그런 나를 껴안았다. "아이쿠! 미안하오." 그에게 기댄 상채를 바로 펴고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눈앞에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얼굴을 보니 동방이었다. 동방을 마주치자 눈앞이 더 깜깜해졌다. 동방은 아직 공고문에서 자신의 이름을 보지 못했는지 태연하게 나에게 물었다.…
베트남은 과거 기록에 안남국(安南國)으로 등장한다. 안남은 중국에서 베트남을 호칭한 것인데 당나라 때 하노이에 세운 안남도호부에서 유래 된 이름이다. 우리나라와는 멀고도 먼 해로이지만 북동풍이 부는 시기에는 7~10일이면 배가 닿을 수 있어 많은 교류 역사가 전해진다. 그 중 재미난 것이 조선 숙종시기 제주진무(濟州鎭撫.무관, 3품 당하관) 김대황의 표해록(漂海錄)이다. 김대황은 당시 임금에게 진상하기 위해 말 세필을 배에 싣고 하인 24명과 함께 제주를 출발했으나 항해 중 풍랑을 만나 표류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정도 바다를 떠돌다 닿은 곳이 낯선 땅 해안이었다. 사람들은 통옷(아오자이) 같은 것을 입었으며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김대황은 처음에는 유구국(流球國. 오끼나와)으로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조선인들을 해적으로 착각한 이들은 칼로 위협하여 관아로 데리고 갔다. 표해록에 보면 관아에서 도적으로 몰려 죽음을 당할 뻔 했으나 억울하다고 울부짖는 이들을 본 관리의 부인이 남편에게 사정하여 목숨을 구했다. 김대황에게 안남국 여인은 생명의 은인 이었다. 김대황 일행은 안남국 왕 앞으로 끌려갔으며 조선국 관리인 것이 파악되어 융숭한 대접을…
3회 선거 역시, 정치적 바람에 적당히 편승한 탈당 후 유력 정당후보로 공천하는게 중요한 승리 요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집권여당 최악의 선거참패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전북지사 1곳을 제외하고 전 광역 시·도지사 선거에서 패배했다.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호남지역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지역에서 승리했다. 이런 선거결과를 가져운 결정적 요인 두가지를 꼽는다면 첫째 선거운동기간 발생한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을 들 수 있다. 피습사건 이후 한나라당으로 모든 승기가 넘어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두 번째 열린우리당의 탈당으로 당 존립마저 위태롭던 민주당의 호남지역에서의 열린우리당을 넘어선 성과다. 4회 충북지사 선거에는 열린우리당 한범덕(18만5천426표), 한나라당 정우택(36만1천157표), 민주노동당 배창호(3만9천95표), 국민중심당 조병세(1만9천646표) 등 4명이 출마했다. 투표 결과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가 득표율 59.7%로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지난 4회 선거가 한나라당의 압승이라는 결과였다면 이번
밀양에서 대형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제천에서도 큰 불이 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이럴 때마다 우리는 가슴을 치며 안타까워했고 모든 국민들은 애도의 뜻을 펴왔습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기에 국민들의 아픔은 모두 같은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과 가족들, 그리고 늙으신 어버이들이 저 시꺼먼 화마에 숨이 막히고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함께 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는 지난 세월호의 기억을 아주 또렷이 갖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을 때 온 국민이 달려들어 끌어안고 통곡하며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과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구축을 요구해왔습니다. 또 그것의 매뉴얼화를 통한 사회적 재난에 대한 체계적 대처를 요구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국민들은 대한민국 다시세우기에 들어갔고 이에 따라 사회시스템을 흔들었던 무책임에 대한 심판을 감행하였던 것입니다. 촛불이 타오르고 새로운 나라가 세워졌습니다. 국민 모두의 승리였고 새로운 질서를 잡아가는 용광로 같은 광장의 요구에 환호했습니다. 이제는 최소한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리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정의를 앞세운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충북일보] 최근 충북이 시끄럽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현직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잇달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20-30대 유권자들을 위한 북콘서트도 열고 있다. 정치인 출판기념회는 유권자와 만남의 장이 될 수 있다. 정치신인들에겐 합법적 홍보 수단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세 과시와 법망을 피한 정치자금 모금 행사로 변질됐다. 무분별하게 보내진 초대장은 '청구서'가 됐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인들에게 아주 좋은 기회로 작용한다. 유권자들을 만나고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최고의 수단 가운데 하나다. 특히 합법적인 홍보 수단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표도 얻고 돈도 얻는 일석이조의 자리인 셈이다. 정치인에게 출판기념회는 선거전을 치르기 위한 실탄 확보 장소다. 책을 팔아 번 수입 내역도 공개할 필요가 없으니 무한대로 모을 수 있다. 참석자들에게 1인당 1천원 이하의 다과제공도 허용된다. 장소나 초청인원 제한규정도 없다. 하지만 이렇게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유권자들의 시각은 아주 부정적이다. 앞서 밝혔듯이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선거자금 모금 창구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유력 정치인이나 현역 단체장 등 실세 정치인의…
괴산경찰서 증평지구대 순찰요원으로 근무 중에 있던 일이다. 증평군립도서관 앞을 지나가던 길이었는데 앞에 있던 차가 급정거를 해서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할아버지의 무단횡단 때문. 얼른 차에서 내려 할아버지와 함께 길을 건넌 후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무단횡단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적이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교통사고 다발지역의 지자체,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민간전문가 등과 합동으로 교통사고 다발지역을 점검한 결과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다발지역 38곳에서 발생한 총 247건의 사고 가운데 75%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도로 횡단 중 발생한 사고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노인은 신체의 유연성, 근력 부족 등의 신체적 특징으로 노인 보행자가 횡단보도 신호기 시간 내에 건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다발지역에 설치되어 있는 횡단보도 내 신호기 시간을 증가시켜 횡단보도를 마음 편히 건널 수 있게 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또한 노인의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지자체와 경찰 등 관계기관의 합동점검을 통해 무단횡단 방지시설을 설치, 무단횡단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 또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
박항서 감독하면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 국가대표의 4강 신화를 이끈 코치로 잘 알려져 있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4강 신화를 이끈 장본인이다. 이제 그가 베트남의 국가대표 감독이 되어 아시아 축구연맹 U-23 대회에서 준우승의 감격을 베트남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것과 비교하여 손색이 없는 성적으로 베트남 정부는 박 감독에게 최고 훈장까지 수여했다고 한다. 박 감독은 선수 시절 그렇게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와 국가 대표 2진격인 충무팀에서 뛴 적이 있지만 스타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은퇴후 코치로 더욱 유명해졌다. 1988년 LG 치타스의 코치, 1997년 수원 삼성 블루윙즈 코치로 있다가 1994년 처음으로 국가 대표팀 트레이너가 됐다. 이어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자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하는 코치가 됐다. 그리고 4강 신화의 1등 공신이 된 것이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축구의 변방 베트남에서 히딩크 감독과 같은 칭송과 찬사를 받고 있다. 2002년 당시 우리나라 국가 대표팀이 4강에 오르는 동안
충북에는 '조천'이라 불리는 지명이 여러 군데에 있고 전국의 각 지역에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충북의 청주시와 마주하고 있는 세종특별자치시의 조치원읍도 원래 '조천(鳥川)'이었는데 인위적으로 조치원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조천'의 어원을 찾기 위하여 조치원이라는 지명이 형성되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조치원은 충북의 중심부를 흐르는 미호천 가에 둠벙과 갈대가 많아 많은 새가 무리지어 날아드는 벌판이었다. 일제에 의하여 철도가 놓여 지면서 도시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는데 조선 말기에는 이곳이 충청남도 연기현 북일면(北一面) 지역이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경부선 철도는 1901년 8월 20일에 서울 영등포에서, 같은 해 9월 21일에 부산 초량에서 일본 자본의 회사인 경부철도주식회사에 의해 기공되어 4년 후인 1904년 12월 27일 완공되었다. 서구 열강의 식민지 체제 구축이 철도 부설 및 채광권 획득에서 비롯되었던 많은 사례에서처럼 경부선의 부설은 일제의 우리나라 침략 정책 수행의 구체적 발판이었다. 1894년 '한일잠정합동조관(韓日暫定合同條款)'으로 경부선 철도 건설에 관한 문제가 조약 문서상에 나타나고, 1898년 '경부철도합
작금의 우리사회는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갈팡질팡 혼란 속으로 치닫고 있다는 생각에 잠마저 설칠 때가 잦은 편이다. 민주주의에서 정책정당정치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유권자들의 눈을 의식해서 보다 좋은 정책수립을 통한 경쟁력에 의한 인간사회의 발전을 꾀한다는 요점은 익히 중등학교 교육만 받았어도 충분히 이해할 대목이겠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고 국민 모두는 알고 있다. 따라서 법을 준수한다는 점은 곧 우리헌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법이 특정인들에 의해 좌지우지 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도 딱히 부정할 수 없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후 지금까지 이미 1년이란 기간이 훌쩍 지나갔으나 박 대통령의 죄 몫은 아직도 오리무중인가 보다. 법에 관한 한 문외한인 민초로서 생각은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게 국민 된 도리라고 알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이라는 큰 틀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는 핵심적인 생각이 굳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통령 탄핵 당시의 정황을 보면 우선 정치권이 그 앞장을 섰다. 정책정당정치 하에서 정적 간 상대방을 힐난하고 비난하는 것은 국민들도 나름 이해하겠으나 당시…
기원 전 1600년 전에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하니 무려 3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 정도면 문자로 기록된 인류 역사 맨 꼭대기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법하다. 문자로 기록된 것은 그렇지만 내 생각엔 기록을 찾지 못했거나 안 남았을 뿐이지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니 인류의 시원(始原)부터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 바로 도박(賭博)이다. 원시 인류는 생존을 위해서 사냥을 해야만 했고, 도구가 없는 사냥이란 때론 목숨을 걸어야 하니 그보다 더 처절한 도박도 없다. 생존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도 없었을 것이니 도박이 아니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목숨을 건 행동이었으니 요즘 잣대로 보면 도박 중에도 가장 큰 도박임에는 틀림이 없다. 수 천 년이 내려오면서 도박이 없었던 시대와 사회는 없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그 도가 지나친 듯하다. 광풍처럼 일고 있는 온라인 도박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박과 도박심리는 헤아릴 수가 없다. 오죽하면 도박공화국이란 말이 나왔을까. 작년부터 불고 있는 가상화폐 열풍도 일종의 도박이다. 젊은 층에서 시작된 열풍이 중년층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
[충북일보] 잊혀져가는 '청주의 소리'가 음반으로 제작됐다. '청주아리랑'과 '중고제 판소리'가 CD에 담겼다. 사라질 뻔 했던 청주의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됐다. 청주문화에 대한 새로운 기록으로 평가될 만하다. 청주문화원은 청주 무형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소리꾼 조동언씨와 함께 '청주아리랑'과 '중고제판소리'를 CD 2장으로 각각 제작했다. 중국 정암촌에서 발굴한 청주의 소리가 음반으로 기록된 청주의 역사다. 충북지역문화콘텐츠 개발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특히 청주아리랑 음반제작이 갖는 의미는 아주 크다. 청주아리랑 자체가 아주 잊어버릴 수도 있었던 노래였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이주정책으로 중국에 건너간 충북사람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르던 노래의 발굴이었기 때문이다. 음반작업에는 130명의 어린이와 160명의 청소년, 일반인 365명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다. 문화기록의 의미를 확장하기 위한 시도였다. 청주문화원은 음반 발매를 기념해 30일 문화원에서 세미나를 열고 청주의 소리에 대한 토론도 펼쳤다. 청주아리랑과 임동철 전 충북대 총장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청주아리랑을 발굴하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그는 국문과 교수 시절 정암회 회장으
겨울이 되면 많은 커플 및 가족들이 영화관을 찾는다. 찬바람을 피해, 따뜻하게 몸을 녹일 수 있고, 뭉클한 영화를 보며, 마음의 온도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년에 2억 2천여만 명이 영화관을 찾는다. 1인당 연평균 4.2회를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몸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 방문한 영화관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영화관을 강조하는 이유는 다수의 인원이 밀집돼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10시께 강릉의 한 대형마트 건물 6층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위층 영화관에 있던 관람객 300여 명이 "불이 났다"는 소리와 대피방송 등을 듣고 밖으로 급히 빠져나왔다. 이때 한 명 한 명의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다수의 움직임에 사람들이 이끌려 자칫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예로 1997년 인도 우파르 영화관에서 화재가 발생해 59명이 사망했다. 그렇다면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내부 구조를 살펴보고, 머릿 속에 그림을 그려보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나만의 '피난안내도'를 만드는 것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3가지다
[충북일보]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밀양아리랑은 1930년대 기생들에 의해 널리 전파되면서 지역을 막론한 유행가가 됐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군아리랑'과 '광복군아리랑' 등으로 개사돼 군가로 불리기도 했다. 밀양아리랑은 막걸리 한 잔에 신세한탄을 하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노래다. 한민족의 정서인 '슬픔'을 승화시킨 노래다. 상가(喪家)로 변한 두 도시 2014년 기준 인구 10만9천386명의 밀양은 13만7천50명의 제천과 비슷한 규모의 도·농 복합도시다. 상당수 시민이 60세 이상 고령이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곳이다. 밀양과 제천의 참사는 두 지역 전체를 초상집으로 만들었다. 밀양은 삼한시대 가락국에 속했다. 505년(신라 지증왕 6)에 신라에 병합됐다. 조선이 건국된 1392년(태조 1년) 밀성군이라고 부르다가 1415년 밀양도호부로 승격했다. 1914년 군·면 폐합에 따라 양산군·김해군·영산군의 일부를 병합해 청도면을 신설한 뒤 12면을 관할했다. 1995년 1월 밀양시와 밀양군이 합쳐 도·농 복합 통합시가 됐다. 밀양은 지난 2004년 KTX 밀양역을 유치했다. 역 정차
안보위기 상황에서도 지방선거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있다. 자고나면 누가 출마의사를 밝혔고, 누군 어떻게 선거운동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상한 건 그 사람의 자질이나 당선 가능성보다는 공천여부를 더 따진다는 점이다. 이 말은 아무리 유능한 인물이라도 공천을 받지 못하면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정당지지율이 높은 민주당에는 공천지망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아직도 박근혜 이미지를 벗지 못한 자유한국당은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당의 공천심사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서 공평무사하게 한다면 부작용이 생길 이유도 없지만 극히 정략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는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살림살이를 할 일꾼을 뽑는 것이라서 굳이 정당공천을 받을 필요도 없다는 것도 문제다. 시장·군수나 지방의원들이 정당공천을 받으면 지역 살림살이에 집중하기 보다는 소속 정당의 정치활동에 앞장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요즘 지방의원들은 공천권자인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느라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뽑은 지방의원은 우리를 대신해서 우리가 불편해 하는 민원을 해결하는데 몰두하는 게 정상이다. 정작 해야 할 일은 뒷전이
언제인가 본 지면에서 토로한 대로 좌구산 기슭에 위치한 농장에 토종닭을 몇 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임신한 며느리에게 양질의 달걀을 공급하겠다는 아내의 뜻에 따라 태어난 지 2개월쯤 된 중병아리를 마리 당 1만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구입한 것이 지난해 봄입니다. 병아리의 높은 구입 가격을 전해들은 지인들은 차라리 성계(成鷄)를 구입하는 것이 나았겠다는 농담을 하더군요. 병아리를 파는 양계상인들에 의하면 특별하게 개량된 '맛닭'이어서 값이 비싸다고 했습니다. 초보 농민을 기만하는 것이 분명했지만 대량으로 사육하는 것이 아니고 기껏 십여 마리를 구입하는 것이어서 두말없이 값을 치렀습니다. 종이박스에 실려 이사를 한 녀석들은 너무도 연약해 혹시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죽지나 않을까 했던 걱정과는 달리 잘 자라더군요. 제공되는 사료며 채소를 쉴 새 없이 먹으며 나날이 다른 모습을 보이더니 이사 온 지 넉 달쯤이 지나자 달걀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그마해서 귀엽고 앙증맞은 초란은 당초 닭을 기르기 시작한 아내의 의도대로 바로 바로 임신한 며느리에게 전해졌지요. 그것들은 마침 유럽으로부터 불기 시작한 살충제 달걀 파동 탓에 '금달걀'이 되어 우
꽁꽁 언 씀바귀 한 바구니를 3천원에 산다. 고개를 돌려 보니 대파도 바싹 얼어 볼품없이 망가졌다. 그것도 5천원에 산다. 시장골목 안쪽에 할머니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채소들이 다 얼었다. 시장 입구엔 늙은 어미와 젊은 아들이 티격태격한다. 딱딱하게 얼어버린 오징어와 물미역을 이리저리 옮기기만 하는 어미에게 아들은 이유 없는 핀잔으로 다그친다. 아내와 나는 벽돌처럼 굳어버린 오징어 몇 마리와 물미역도 산다. 지난 계절에 흥청이던 시장이 오늘은 파장 분위기다. 칼바람만 빠른 속도로 통행하는 거리는 을씨년스럽다. 영하 10도의 날씨에 5일장에 온 것을 후회하던 참이다. 어쩌자고 이런 날에 시장 나들이를 했을까. 손님이 뜸하니 시장 골목마다 한 움큼의 땅콩, 서리태, 콩나물이며, 청국장을 팔기 위해 쪼그려 앉아있는 할머니들만 보인다. 언젠가 이곳을 방문한 영국 여왕과 비슷한 나이대의 할머니들이다. 이 거리를 거닐며 우아하게 미소 짓던 외국의 여왕이 왜 갑자기 떠오르는 걸까. 아내는 또 다시 콩나물과 청국장을 한 봉지씩 담아 시장바구니에 쑤셔 넣고 있다. 해 뜨기 직전, 대문 앞 앙상한 느티나무 가지가 어둑하게 보일 때쯤에 집을 나섰을 할머니들, 벌써 반
[충북일보] 인구 고령화로 노인전문요양시설이 급속히 늘고 있다.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상당수 시설들이 진정한 전문요양시설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안전 면에서도, 관리 면에서도 완전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노인들의 삶을 안전하게 맡기기엔 아직 불안한 요인들이 많다는 얘기다.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 이런 우려는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화재 당시 일부 노인 환자들은 침대에 묶여 있었다. 그 바람에 대피가 늦어져 희생을 키웠다. 지난 2014년 전남 장성의 한 요양병원 화재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실제로 일부 노인병원이나 요양소 등에선 관리하기 힘든 노인환자들을 묶어놓는 경우가 흔하다.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다. 병원 측의 편의에 따라 행해지는 조치다. 사고 때마다 지적되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셀프 점검'에 대한 우려도 지난해 12월 제천 화재 때 이미 불거진 사안이다. 그런데도 이번 밀양 세종병원 역시 셀프 점검을 했다. 직원이 소방안전관리를 직접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을 위반 한 건 아니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
오랜만에 집을 찾은 아들내외가 반가웠던 주말이다. 새로운 얼굴과 환경에 접한 손주는 갑자기 늘어난 가족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좋은지 이리저리 분주하게 오가며 신바람이 났다. 식사를 하면서도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던 아들이 갑자기 반사적으로 식탁에서 일어났다. 잠시 살펴보더니 아이를 번쩍 들어 안고 화장실로 달려갔고 며느리는 주섬주섬 물건들을 챙겨 뒤를 따랐다. 반신욕을 하고 나온 아이가 잠시도 누워있지 않으려는 바람에 아빠가 아이를 잡고 어르는 틈을 타서 엄마가 기저귀를 갈아주는 협업 하에 작은 전쟁(?)이 끝났다. 배변처리 후 아들 내외는 만면에 기쁨의 미소를 지었고 기분이 상쾌해진 손주는 귀여운 재롱으로 행복을 전해 주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우리 부부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칭찬의 말이 터져 나왔다.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아들부부와 그들에게 함께하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 준 사회교육의 고마움을 속으로 되뇌며 미소를 보냈다. 예전에 아빠들의 육아 참여는 휴일에 아이들과 함께 놀아 주는 것이 대부분일 만큼 매우 제한적이었다. 자녀를 키우면서 부모 역할 특히 남성의 역할에 대해 특별히 가르치지 못해, 변화하는 추세에…
[충북일보] 대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올림픽을 앞두고 안전후진국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전 세계에 제대로 알렸다. 쉽게 지워지지 않을 부끄러움이 됐다. *** 대통령 국정운영 성패 결정 이상하리만큼 대형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언제 또 터질지 불안하고 또 불안하다. 굿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연일 계속되는 참사에 할 말이 없다. 급기야 정부의 부분 개각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해되는 대목이다. 최근 나온 부분 개각론엔 충분한 근거가 있다. 물론 민심 수습용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사회분위기 일신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각을 통해 새로운 국정동력을 얻을 수 있다면 하는 게 맞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포스트 평창올림픽과 6·13지방선거 등을 고려할 때 필요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차고 넘치지 않는 인재풀이 문제다. 게다가 상당수 청와대 참모들의 6·13지방선거 진출설이 파다하다. 일부 장·차관도 거론되고 있다. 장관이든 차관이든, 청와대 비서진이든 크게 보면 다를 게 없다. 모두 대통령의 참모다.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대변하고 이행하는 사람들이다. 궁극의 지향점이 대통령과 같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때때로 그들의 능력이…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