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점점 자연사하는 인간의 혼을 안내하는 자들보다 살아 있는 인간들의 혼을 훔쳐 실적을 채우고는 남는 시간에 엉뚱한 짓을 하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전에는 그래도 다른 사자들의 눈치를 살피며 그런 짓을 했다면 지금은 들어내놓고 하는 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자들은 우리 몇 말고는 거의 없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우리가 오히려 문제가 많은 자들이라고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고는 한다. "칫, 그렇게 깨끗한 척 하면 누가 상이라도 주나." "그러게. 그래봤자 지들이 저승사자지 별거야." "눈꼴사나워 못 봐주겠다니까." "이번에 본보기로 퇴출을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테지. 그러고 나면 우리보다 더 눈이 벌게서 도적질을 할 걸. 흐흐." "아직 배가 부른 거지." 이제는 도적질을 하다못해 그 짓을 하지 않는 자들을 오히려 미친놈 취급을 하는 분위기가 돼버렸다. 더구나 그동안은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겉으로 깔끔하게 몸을 사리던 강림차사까지도 요즈음은 대놓고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아직 최종 퇴출자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다음 구조조정 계획을 짜고 있다
30여년 전 필자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원근 박사(전 강릉대 교수)와 함께 청주인근의 절터를 대부분 조사하게 되었다. 직지심체요절의 말미에 나타나는 '흥덕사(....淸州牧外興德寺鑄字印施)'터를 찾기 위해서였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찍은 흥덕사지를 찾는 일은 학계의 숙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사반은 뜻밖에 청원군 비중리에서 밭둑에 방치되어 있는 석조 좌불상 1구를 발견했다. 그런데 석불은 목이 잘린 모습이었다. 그러나 불신의 조각은 유려하고 시대는 통일신라시대로 추정되었다, 그런데 잘린 불두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수소문 끝에 인근 마을의 무당이 잘 모셔 두었다는 제보를 받을 수 있었다. 무당집 장독대에서 불상을 보는 순간 부처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소년의 얼굴 같은 존용은 하나 손상되지 않았다. 아 이처럼 아름다움은 미소가 있었던 것인가. 무당을 설득하여 불두를 가지고 와 쓰러진 불상의 본체에 맞춰 보았다. 잘려나간 목 부분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들어맞았다. 필자와 이박사는 이를 당시 유물 수장기관이었던 충북대박물관 조성진 관장(작고)에게 알렸고 수습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 불상은 통일신라~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폭염이 온 세상을 달구고 있습니다. 가만 앉아 있어도 온몸이 땀투성입니다. 어지럼증이 날정도 입니다. 푹푹 찌는 열기에 무엇 하나 제대로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바람이 시원하게 가슴을 뚫고 나가 저 바닷가까지 나를 데려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늘을 찾아다니다 만난 배롱나무에선 빨간 꽃망울들이 익어 힘없이 뚝뚝 떨어집니다. 세상이 미친것 같습니다. 하기야 이런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제대로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고 힘든 것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요 며칠 폭염 속에서조차 가슴이 먹먹해지는 날들을 살았습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그 사람은 자기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부끄러운 것조차 모르는데 세상에 최선을 다하려 하는 사람은 자신의 작은 흠결조차 용서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견딜 수 없는 자괴감으로 그렇게 가버렸습니다. 무엇이 정의인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가슴 저리게 그 사람이 그립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며 삽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기의 선택을 남에게 던져놓은 채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 스스로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한 인간은 선
[충북일보] 요즘 충북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바로 강호축(江湖軸) 개발이다. 충북도가 강호축 개발로 국가균형발전 앞당기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은 지난 31일 국토연구원 대강당에서 '지역별 미래발전 비전과 새로운 이슈 발굴' 세미나를 개최했다. 전국 14개 지역연구원과 지자체가 참석해 지역별 미래 비전과 과제를 공유했다. 충북연구원은 '강호축'을 중심으로 한 지역별 미래발전 비전과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충북이 강조하는 강호축은 강원~충청~호남을 국토 발전 축으로 하고 있다. 향후 20년의 국토개발 비전을 담은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 담길 지 주목된다. 강호축은 강원과 충청, 호남을 연결하는 경제발전 벨트다. 서울에서 대구, 부산 등 국토를 남북으로 잇는 '경부축(京釜軸)'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자는 논리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6·13지방선거에서 주장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공약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아직 국가정책으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과 제5차 국토종합계획 등에 개발 계획이 반영돼야 가능하다. 충북도는 교통망 건설에 가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한반도뿐만 아니라 지구촌이 비상이다. 한국에 유학 온 한 아프리카 출신 대학생은 "한국의 여름은 아프리카보다 더 더워 숨쉬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폭염은 도로까지 파괴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순산 터널 근처에서 3개 차선의 노면이 갈라지며 솟아올라 차량 4대가 파손되고 운전자 등 5명이 부상당했고, 22일에는 경부고속도로 추풍령 휴게소 인근 도로가 갈라져 긴급 복구공사를 했다. 보다 견실한 도로건설과 엄격한 건설공사 품질시험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사실 도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과학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노체-노상-선택층-보조기층으로 구성된 토질부를 기초로 그 위에 기층-중간층-표층으로 이루어진 재료부가 도로면을 구성한다. 시공 중에도 단계별 시험이 있어 도로 구성요소인 흙, 자갈, 콘크리트, 아스팔트 등의 품질시험과 포장 검사시험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도로가 완성되고 차량통행이 이루어진다. 일정규모 이상의 건설공사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품질·검사 시험을 거쳐야만 한다. 굴지의 회사가 과학적으로 건설한 최첨단 시설이라도 시험에 합격해야만 준공 가능하다. 건설공사에 사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과 지동동에 걸쳐 있는 부모산은 해발 282m로서 우암산과 마주하여 우뚝 솟아서 청주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망 좋은 산이다. 이 산은 청주의 도심에 위치하여 산책로가 거미줄처럼 다양하게 얽혀 있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휴식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부모산을 오르는 사람들마다 부모산이라는 이름이 다른 산이름과는 성격이 달라서 역사적으로 어떠한 전설이 깃들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특히 '부모'와 '산'과는 상호 연관성이 적으므로 그 의미와 유래에 대하여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설에 의하면 원래 이 산은 아양산(我養山)이라 불렀으나 몽고의 침입 때 이 지방 사람들이 이곳으로 피난을 하였는데, 다행히 이 산에 항상 안개가 끼어 있어 산 밑에서 평지를 노략질하던 적군의 눈에 뜨이지 않아 공격을 받지 않았고 그 결과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부모산성에서 군인들이 적과 싸울 때 성 안의 물이 떨어져 사람과 말이 목말라 죽을 위기에 처했으나 성 안에서 샘물이 솟아나 살았으므로 그 은혜가 부모와 같다고 하여 부모산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산의 정상에 부모산
위정자들이란 누구를 막론하고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 편리한 대로 생각하고 처신하는 것인가 의구심만 팽배해진다. 2년 전 쯤 어떤 부담자들의 의견개진은커녕 별도의 통보도 없이 2020년까지 연금액의 일정 인상액을 동결한다고 했다. 그 내용에 대한 의견개진은 전무했고 해가 바뀌고 연금액수가 그대로인 것을 본 후에야 알게 됐었다. 그 당시 심경은 이런 경우도 민주주의적 행정인가 싶어 불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왜 연금수혜자는 국민이 아닌지 아니면 무슨 국가에 잘못이라도 저질러서 국가가 하라는 대로 질질 끌려가야만 하는지 그 이유라도 알고 싶었다. 지난 7월 초 국민건강공단으로부터 당월 국민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받았다. 또 일방적으로 인상됐다고 전제한 뒤에 1만9천100원이 인상된 것을 알게 됐다. 즉각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방문했다. 답변인즉슨 연금액에서 산출 퍼센트를 20%적용해오던 것을 당월부터 30%를 적용해서 그 액수가 산출됐다고 한다. 정부가 하는 일을 도무지 이해납득 할 수 없다. 정부의 각 부서마다 제각각 외눈박이 식 행정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물가상승률에 따른 인상액을 누구 마음대로 동결했고, 이번 인상은 누구에게 동의라
1920년대 식민지조선의 봄, 하얀통치마 저고리위로 부서지는 한낮의 햇볕아래, 계곡물에 발을 식히며 웃고 있는 세여자가 있다. 화사한 웃음이 마치 이들의 삶도 눈부시고 찬란하게 빛날 것만 같다. 그런데 1925년, 세여자 모두 단발머리이다. 한국 사회에 페미니스트 열풍이 시작되는 즈음, 격변의 시대 여성혁명가의 삶을 다룬 조선희 작가의 소설 '세여자'는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된다. 우리 사회에서 볼온하다고 금지된 맑시스트와 페미니스트인 여성혁명가의 삶이 앞으로 얼마나 험난할지 예고하는듯하다. '머리를 잘리우는 그 자신은 쾌할한 용기를 내어가지고 아무렇지도 않았으나 손에 가위를 들고 남의 머리를 자르는 그때는 이제까지 잠재하였던 인습의 편영이 나타나며 몹시 참담하고 지혹한 느낌을 아니 가질 수 없었습니다.(중략) 다 깍은 뒤에 서로서로 변형된 동무의 얼굴을 쳐다보며 비장하고도 쾌활미가 있는긋 웃어버렸습니다. 웬일인지 서로 아지 못한 위대한 이상과 욕망이나 이룬 듯이 무조건으로 기뻤다' -허정숙 '나의 단발과 단발 전후' 중에서. '신여성(1925년10월호)' 단발머리는 당시 '신체발부 수지부모'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조선인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변화였다
아침이면 등교하는 아이들로 인해 시끌벅적하던 골목이 조용합니다. 모든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갔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방과후 수업을 위해 등교하는 아이들이 제법 눈에 띕니다. 저 아이들의 안전은 누가 지키는 것인지 조금 걱정이 됩니다. 방학을 앞두고 충북교육청에서 당직 근무를 폐지하라고 권고하는 공문을 시달했기에 텅 빈 학교를 관리자인 교장이나 교감, 행정실 직원 몇이 지키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 6월 충북교육청은 전교조와의 단체 협약에 따라 방학 중 이뤄지는 일직성 근무를 폐지하라는 공문을 각 학교에 내려 보냈더군요. 이를 두고 학부모들의 불만이 상당했던 모양입니다. 방학 중 등교하는 학생들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하느냐는 것이겠지요. 일부 학부모들은 교사들이 방학 중 학교를 나오지 않으면서 월급은 왜 받느냐고 볼멘소리를 하더군요. 고작 1일이나 2일에 그치는 일직성 근무를 거부할 정도라면 월급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쓴 소리를 한 것이지요. 일선학교의 관리자들과 행정실 직원들의 불만도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관리자들은 법외 노조인 전교조와의 단체협약내용을 도교육청이 단위학교에 강요하는 것 자체가 법을 어기고 학교장의 권한을 무시
[충북일보]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함께 여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 각종 피서관련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바가지요금에 이어 위생문제까지 불거져 충북관광 이미지에 먹칠하고 있다. 바가지요금은 여름 휴가철마다 피서객들을 가장 짜증나게 한다. 충북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내 유명계곡 등 피서지마다 일부 악덕 상인들의 바가지요금 요구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여름 한 철 장사라 해도 도가 지나치다. 최근 제천 송계계곡에 설치된 원두막의 하루 이용료는 12만 원에 달했다. 평상은 5만 원이 넘는 닭볶음탕을 시켜야 사용할 수 있다. 괴산 화양계곡의 한 펜션의 성수기 평상 대여료(5만 원)는 비수기 가격(2만 원) 보다 무려 150%나 높았다.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숙박료도 크게 올랐다. 영동 물한계곡 내 한 펜션의 평상시 숙박료(5인 기준)는 10만 원이다. 하지만 현재 20만 원으로 급등한 상태다. 다른 지역들도 평소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충북도는 '관광충북'을 표방하고 있다. 올해는 여름철 휴가 성수기를 맞아 관광객 유치에도 나섰다. '바다보다 시원한 충북여름여행'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쳤다. 도내 여
[충북일보] 1955~1963년 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은 6.1명이었다. 6·25 전쟁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출산정책을 장려한 결과다. 인구 정책은 시대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최근 대한민국은 저출산·고령화의 늪에 빠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정책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70년 대 초등학교 시절. 정부의 가족계획 정책은 '1가구 2자녀 이하 갖기'로 요약된다. 우표, 담뱃갑, 극장표나 길거리 담벼락, 심지어는 가정의 대문에까지 '적게 낳아 잘 키우자',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와 포스터가 붙었다. 심지어 1976년에는 자녀가 2명 이하인 집에는 세금을 줄여줬다. 최근 세자녀 가정에 대한 각종 우대 정책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40년이 지난 올해 충북지역 출생아 수는 1월 1천 명, 2월 900명, 3월 1천 명, 4월 900명, 5월 900명 등으로 1천 명을 밑돌고 있다. 반면, 사망자는 1월 1천300명, 2월 1천 명, 3월 1천 명, 4월 900명, 5월 900명 등이다.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셈이다.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다는 것은 인구감소를 의미한다. 특히 저출산 현
필자는 오래전부터 여행을 '적극적 여행'과 '소극적 여행'으로 나눠 생각한다. 국내외 유명 관광지에서 탄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고 근처 '맛집'에서 배부르게 한 끼를 때우는 모습처럼, 적극적 여행은 '그곳에 가고 싶어서 떠나는 여행'을 뜻한다. 반면 소극적 여행은 '이곳이 싫어서 떠나는 여행'이다. 지금 속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잊기 위해 목적지가 어디가 되건 일단 떠나고 보는 것이다. 오죽하면 더위를 피한다는 뜻의 '피서(避暑)'라는 말이 이맘때 사람들 입에 단골손님처럼 오르내리겠는가. 하지만 요즘 충주 탄금호 주변에 가보면 '여름휴가도 적극적인 여행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명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6월 중앙탑 공원 인근에 중부권 최대 규모(6,352㎡)로 개장한 탄금호 물놀이장이 우선 그중 하나다. 또한 탄금호 국제 조정경기장 일원에서 8월 1~5일까지 '충주호수축제'가 개최되는데, 학생들이 플라스틱 병으로 직접 보트를 만들어 경주하는 '창작 보트 대회'와 필자가 매번 재미있게 보는 '얼음 빨리 깨기 대회' 등 탁 트인 호수 옆에서 더위를 잊을 만큼의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거기에 생맥주부터
새벽 5시 30분 현관문을 열면 신문이 있다. 책 한 권 분량의 신문을 읽으며 특성 하나를 발견한다. 하극상이란 단어다. 오늘 이 신문은 하극상 문제를 중점적으로 부각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 우선 1면부터 그렇다. 군의 '막장 드라마'란 제목으로 시작한 기사는 국방장관과 기무사 간의 공방을 대서특필했다. 국방장관이 거짓말을 하면 기무사가 반박할 수는 있다. 그게 민주국가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거짓말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도 장관 말이 거짓이라고 대드는 기무사를 놀라운 눈으로 보면서 하극상이란 말을 떠올리는 것은 군의 특성 때문이다. 군은 국가를 지키는 조직이다. 적과 싸워서 이겨야만 존재 의미가 있다. 그러가 위해서는 명령에 복종해야하고, 사사건건 말다툼만 하는 기강으론 적을 이길 수 없다. 더구나 기무사는 국방장관 직속이다. 육해공군 동향을 파악해서 장관은 물론 대통령에까지 보고하는 정보기관이다. 충성심을 생명으로 하는 기무사가 국방장관의 말이 거짓이라고 대드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대한민국 군대가 막장까지 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군대는 아무리 많아도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제 몸조차
대청도를 떠난 지 반백 년이 지나서야 대청도 백령도 여행길에 오르게 됐다. 여행 가방을 싸자니 바닷냄새, 갈매기 춤, 해당화 꽃길, 모래사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까나리 방학의 기억이 달콤한 내음을 풍기며 마구 달려든다. 내게 고향과도 같은 대청도는 이웃한 백령도와 함께 까나리가 많이 잡히는 고장이다. 까나리는 성어기가 짧다. 짧은 기간에 잡고 갈무리하자면 일손이 많이 필요해서 아이들의 고사리손이라도 보태야 했다. 농촌에서 모를 심는 시기에 농번기 방학을 했던 것처럼 대청도 에서는 성어기에'까나리 방학'을 했다. 방학하면 우리처럼 고깃배가 없는 집 아이들은 어디든 까나리 막에 가서 일을 도왔다. 우리 동네 아이들은 경자네 까나리 막으로 가는 걸 좋아했다. 아침이면 무리 지어 숲속 오솔길을 따라 까나리 막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찔레도 꺾어 먹고, 산딸기도 따 먹으며 재깔거렸다. 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줄지어 고래고래 합창도 하고 구령을 붙여가며 씩씩하게 전진하기도 했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바닷가 숲속은 온통 아이들 세상이었다. 청색 등에 은빛 배를 드러낸 까나리들이 뾰족한 주둥이를 흔들며 파닥파닥 한 배 가득 실려 오면 선별하느라 눈코…
해마다 봄이 오는 학교 길에는 군데군데 못자리가 있었고 본격적인 영농 철이 되면 단체 또는 개인적으로 마을의 모내기를 도와드렸는데 부드러운 흙의 감촉도 좋을뿐더러 적당한 때가 되면 나오는 들밥은 어릴 적 봄날의 정겨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농업의 기계화, 전문화, 분업화 추세로 인하여 못줄을 넘기는 전통적인 모내기의 모습도 보기 힘들지만 모를 내기위한 못자리도 보기 힘들다. 모내기는 못자리에서 키운 모를 본 논에 옮겨 심는 일인데 이 모를 키우는 것을 육묘라고 하고, 육묘의 연중 계획생산을 목적으로 상토제조, 파종, 환경관리 등 육묘작업 일체를 체계화, 장치화한 모종생산 시설에서 품질이 균일하고 규격화된 묘를 생산하는 것을 공정육묘(plug seedling production, 工程育苗)라고 한다. 육묘는 농작물 생산의 전초단계로서 생산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원천산업으로 예전부터 모종을 기르는 일은 '절반농사'라고 할 정도로 육묘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육묘산업은 단순히 벼농사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고구마, 감자, 고추, 딸기, 토마토 등 다양한 품목에 거쳐 진행되고 있으며 전업농가뿐만 아니라 도시농업에서의 수요도 증대하고 있어 미래 농업의
[충북일보] 영화 속 이야기가 종종 현실이 돼 가는 세상이다. 세계 각국이 돈 되는 미래 산업으로 곤충을 꼽고 있다. 국내 곤충산업도 신성장 산업으로 자리를 잡아 가는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곤충 농가·기업은 모두 2천136곳이다. 전년 1천261곳에 비해 69.4% 늘어났다. 곤충산업 종사자는 3천194명이다. 전년에 비해 75% 증가한 수치다. 괄목할만 한 성장세다. 충북도 증가추세다. 도내 곤충농가는 지난 2016년 124곳에서 182곳으로 46.8% 증가했다. 전국에서 4번째로 많다. 더불어 종사자 수도 늘어났다. 판매액은 200% 이상 급성장했다. 충북도와 충북농업기술원의 적극적인 자세에서 비롯됐다. 충북은 농촌 활력 증대와 농촌 4차 산업의 선점을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해왔다. 지난 2015년 청주시농업기술센터, 2017년 옥천군농업기술센터가 농촌진흥청 지정 '곤충교육센터'에 이름을 올렸다. 전국 15개 중 2개가 충북에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농림부의 곤충종자보급센터 조성 사업대상자로 선정됐다. 그 덕에 지금 청주시가 차세대 '곤충산업 융·복합 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청주시는 교육·연구·창업·가공
현재 20대에게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다. 한전 체험형 청년인턴을 통해 얻은 보람찬 경험에 대해 전달하려 한다. 한전과의 인연은, 2017년 7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동안 'KEPCO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시작됐다. 지원동기는 단순한 호기심이었고, 나중에 썩 괜찮은 스펙이 한 줄이 추가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 할수록 한전에 큰 매력을 느껴 진정성 있는 활동으로 서포터즈를 마쳤고, 이것이 연결고리가 돼 지난 6월 1일부터 청년 인턴으로 한전 충북지역본부 동청주지사에서 근무하게 됐다. 한전 체험형 청년 인턴을 통해서 보고 배울 수 있었던 것은 KEPCO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배우는 것과는 제법 달랐다. 첫째로, 한전인의 자세를 배웠다. 근무하면서 현장 출장이 잦았는데, 직원들은 무더운 날이나 비오는 날에도, 일반 주택가부터 산골 외딴 집까지 하나하나 고객들의 요구 사항을 처리하면서 고객들의 고충을 들어주려고 애썼다. 사소한 기계결함도 꼼꼼히 관리하고, 고객들이 전기를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는 모습에서 한전인으로서의 자세를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세계적인 전력기업이 된 원동력을 느
산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하는 천혜의 보고다. 물, 공기와 갖가지 자원을 공급해 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새옷을 갈아입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건강과 안위를 준다. 풍수해를 막아 주고 안정적인 생태환경을 유지해 준다. 이렇듯 평생 받아온 수혜도 넘치는데 죽어서까지 영면할 안식처를 제공해 준다. 그런 산이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늘어나는 등산객과 난개발 때문이다. 우리세대가 어릴 적, 우리 산은 황폐할 대로 황폐했었다.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땔감으로 마구 베어냈기 때문이다. 또 궁핍한 살림살이는 나무 한 짐이라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산을 황폐화 시키는데 앞장설 수 밖에 없었다. 황폐화된 산을 가꾸어 보겠다고 나서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연료를 석탄이나 석유로 대체해 나가면서 대대적인 치산녹화사업을 펼쳐 민둥산이 차츰 옷을 입게 되면서 부터다. 나무를 심고 가꾼지 50여 년, 이젠 세계가 인정하는 울창한 산림을 이뤘고 일부는 사람이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원시림을 이룬 곳도 있다. 이처럼 산이 울창해지고 제 기능을 하게 되자 산업화에 따라 늘어난 각종 공해로부터…
덥다. 덥다 해도 너무 더워서 가마솥이나 찜통에 비유할 정도로 폭염이 지속되면서 열대야로 밤잠도 이룰 수 없는 더위가 20여 일 동안 식을 줄 모른다. 찌는 듯 무더위는 사람을 짜증스럽게 하고, 매사에 의욕이 없고 입맛이 없어지며 기력도 떨어지게 한다. 옛 속담에 삼복더위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게 느껴진다."라 했다. 당시의 더위도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행(五行)에서는 여름을 화(火)에 가을을 금(金)에 비유해 쇠붙이 인 가을 기운이 닥아 오다가 불의 기운인 더위가 너무 극심해 가을 기운인 쇠가 녹을까봐 더위 앞에 세 번 엎드리는 것을 삼복(三伏)더위라 한다. 하지를 지나 세 번째 경일(庚日)이 초복(初伏), 네 번째 경일이 중복, 입추를 지난 첫 경일을 말복이라 하는 것이다. 경일의 경(庚)은 금(金)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우리조상들이 삼복더위에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먹었던 보양음식은 견(犬)이 아닌 황구(黃狗)였다. 7월이 8월보다 훨씬 더운데 학생들의 여름방학도 학사일정 때문에 체온보다 높은 온도를 견디며 수업을 받는 실정이다. 요즘은 선풍기가 아닌 에어컨을 가동하니 찜통교실은 아니지만 소모되는 전력이 얼마인가? 기후에 맞추어 가장…
[충북일보] 충북도의회가 모처럼 토론회를 연다. 그것도 비난의 대상이던 해외연수제도를 스스로 개선하기 위해서다. 어떤 결과물을 낼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도 일단 바꿔보려는 시도에 기대를 건다. *** 해외연수도 임기 중 의정활동 도의회가 31일 오후 3시부터 열게 될 토론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물론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기대도 크고 의문도 많다. 지방의회 해외연수 개선안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목적과 취지가 강조될 것 같기 때문이다. 도의회는 일단 매년 진행되는 상임위원회별 해외연수를 종합적으로 진단해볼 요량이다. 본래 취지를 살린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방법도 찾아볼 구상이다. 그래도 획기적인 대안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신반의다. 지방의회 해외연수는 해외 선진지의 각종 시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만큼 직접 경험이 가장 큰 효과를 냈던 시절이었다. 눈으로 보지 않으면 접목이 어려웠다. 정보 취득에 어려움이 많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전 세계 각국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해 해외 각종 기관과 교류가 가능하다. 직접 방문 없이도 다양한…
이번 연재에서는 향도 좋고 약초로도 쓰이는 로즈마리에 대해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로즈마리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허브입니다. 허브는 흔히 식용으로도 쓰이고 약용으로도 쓰입니다. 그 중 로즈마리는 생명력이 강해서 다른 허브와 비교하여 실내에서 키우기 용이하기 때문에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로즈마리는 땅에다가 심었을 때 높이와 폭이 2미터가량까지 자랄 수 있는 나무이므로 크기가 넉넉한 화분에 심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로즈마리의 화분이 지나치게 작다면 이내 뿌리가 가득차서 분갈이를 해주셔야 합니다. 따라서 적절하게 큰 화분은 로즈마리를 키우시는데 있어 효과적입니다. 여름은 로즈마리가 아주 좋아하는 환경입니다. 우리나라의 사계절 특성상 장마가 끝나고 나면 무더위가 이어지기 때문에 관리에 신경을 쓰신다면 급성장하는 로즈마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과 건조한 가을이 지나고나면 겨울이 오기 마련인데요, 이 때 로즈마리를 어떻게 관리해야할지 고민하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겨울철의 로즈마리를 관리하시는데 있어 유의해야할 3가지는 온도, 물주기, 햇빛입니다. 로즈마리는 대체적으로 추위에 강한 식물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남쪽
[충북일보] KTX 오송역 개명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역명을 '청주오송역'으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새 역명은 여론 조사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오송역 명칭 개정 시민위원회는 지난해 출범했다. 오송 주민 과반을 포함해 시민단체와 학계, 시의원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반년 넘게 간담회와 토론회, 공청회를 거친 결과 역명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청주오송역'과 '청주역'이 가장 많이 거론됐다. 시민위원회는 '청주오송역'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물론 오송 주민 가운데 역 개명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개명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지역 발전에 대한 걱정이 크다. 역명에 세종을 포함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세종시 동의를 받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민위는 여론 조사를 거쳐 다음 달 최종안을 청주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청주시가 요청하면, 국토교통부가 결정하게 된다. KTX 오송역은 충북의 중요한 자산이다. 전국 유일의 오송분기역을 빼고 충북과 청주의 발전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허망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송역이 충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휴가철에 접어든 요즘 더위를 식히기 위해 강가나 해수욕장, 계곡 등으로 많은 인파가 모여들고 있다. 우리 영동지역 역시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이 갈라지는 곳에 위치하여 산세가 아름답고,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이 사시사철 넘치면서 여름철 무더위를 피하려 수많은 피서객들이 물한계곡과 금강 상류지역인 송호유원지를 찾아와 쉬었다 가곤 한다. 하지만 기분좋게 물놀이를 하러 왔다가 사소한 부주의로 끔찍한 악몽이 되는 현장을 접하게 되면 관할을 책임지는 소방서장으로서 매우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충북 소방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충북지역 수난사고로 총 50명이 사망했으며, 특히 전체 사고의 절반 이상이(34명, 64%) 본격적인 무더위와 휴가철이 시작되는 6월에서 8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난사고 예방을 위해 지켜야 할 여름철 물놀이 안전수칙에는 어떤게 있을까. 첫째, 물에 들어갈 때는 우선 준비운동을 한 다음 심장에서 먼곳부터 물을 적신 후 천천히 들어가도록 하며, 필요한 경우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만약을 대비해 주위에 안전요원이 있는지 확인한다. 둘째, 음주 후나 식사 직후에는 수영하지 않
길모퉁이를 돌아서자 골목 한 편이 환하다. 붉은 꽃무리가 이층집 벽을 타고 올라가 곱게 단장을 해놓은 까닭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만난 능소화는 어릴 적 고향을 떠올리게 해 반가운 마음이 왈칵 앞섰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화려한 꽃은 어느 해 여름 아득한 풍경 속으로 나를 이끌며 마음을 갉작였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여름날, 엄마는 막내 오빠 뒷바라지를 한다며 갑작스럽게 서울로 올라가셨다. 사업 실패로 삶의 동력을 잃어버린 아버지와 많은 식구를 책임지느라 고단한 엄마는 물과 기름처럼 베돌았다. 내가 아무리 눈치가 없다 해도 오빠 학업 때문에 올라간다는 그럴듯한 명분 뒤에 두 분의 불화가 숨겨져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서둘러 아버지와 둘이 살 집을 구해야 했다. 엄마가 주고 가신 얄팍한 액수에 맞는 방을 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변두리로 나가면 구미에 맞는 방이야 구할 수도 있겠지만, 시내 고등학교에 다니던 내겐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방 구하는 일이 더뎌지자 엄마는 유리공장 하는 엄마 친구네 집을 권했다. 아버지는 단박에 싫다고 말씀하셨다. 마누라 친구 집에 얹혀산다는 게 마뜩잖아 거절했겠지만 나는 못내 아쉽기만 했다. 한
오늘 밤도 여전히 덥다. 특별히 오늘은 에어컨이 빵빵한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온 탓인지 훨씬 덥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고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하루 종일 시원함 속에서 있다 보니 무더위가 가중되는 것이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누차 겪는 일이었으나 요즈음 들어 특히 더했다. 한여름이 되면 도서관은 딴때없이 붐빈다. 방학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많고 나이 지긋한 아저씨도 간혹 보인다. 늘 오시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더위를 피해 잠깐 들어오는 경우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너무 더우면 볼 일도 없이 우체국에 가서 한참 쉬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다음에는 훨씬 더워서 쩔쩔매곤 했으나 일단은 견디지 못하고 들어간다. 요즈음 피서법의 허점을 보는 것 같다. 덥다고 연신 켜 대지만 밖에 나가면 시원했던 만치 열기가 가중된다. 에어컨의 후광 옆을 지나갈 때 역시 후끈할 정도로 덥다. 에어컨으로 빼낸 실내 열기가 이중 삼중의 더위로 확산된다. 냄새 또한 어찌나 역한지 그 자리를 피해서 가야 될 정도다. 안에서는 모두 서늘한 냉기를 즐기고 있지만 그 사람들 역시 누군가 틀어대는 에어컨의 냉기로 밖에서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다. 당장은 시원해도 나중에는…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