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놀이터를 향해 나풀거리며 뛰고 있다. 곤색 노스페이스 점퍼에 검정 통바지 그리고 그 아래 분홍색 아디다스 신발을 신고 내게서 자꾸만 멀어지고 있다. 그 뒤를 그가 따라가고 있다. 흰 구름도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바람은 나풀거리는 아이의 단발머리 사이사이를 어루만져주고 있다. 평소에는 울기만 하던 아이였다. 아무런 말도 뱉어내지 못하고 울음으로만 의사를 표현했다. 아이를 처음 만나고 석 달이 어제로 흘렀다. 그러나 아이는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통합학급 담임을 여러 번 해 보았지만, 아이의 경우는 좀 더 특별했다. 급식소에 들어서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뒹굴곤 했다. 점심을 먹던 다른 아이들이 모두 눈을 돌려 아이를 쳐다봤다. 그 찢어질 듯 고함 소리에 밥알도 놀란 듯 목 안을 꾹꾹 찔렀다. 어떤 날을 아이는 실내화를 벗어 던지며 목이 터질 듯 울었다. 그럴 때면 그는 천사 같은 눈빛으로 아이를 지도해 줬다.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특수학급을 담당해주는 그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간간이 특수아지도에 관한 연수를 받긴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하기엔 내 지식이 너무 짧음을 새삼 느끼게 됐다. 그런
잘재잘 떠들던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요리실에 앉아 앞치마에 모자를 쓰고 집중해서 작은 손을 움직여댄다. 잠시 뒤, 삶은 달걀이 껍데기를 벗고 손톱자국 난 얼굴로 드러난다. 반면 아이들의 얼굴에는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 혹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생기가 돈다. 작지만 소중한 이 순간이기에 나 역시 이 순간을 절대 놓칠 수가 없다. 내가 맞는 이 순간은 행복이라는 긴 여운의 날갯짓이다. 다문화교육지원센터 한국어교실 초등학생들이 요리 시간을 맞이했다. 서로 도와주며 챙겨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양보하며 배려할 줄 아는 모습에 칭찬을 양념처럼 활용하게 되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먼저 달걀을 볼에 담아 포크로 으깨는 일을 했다. 으깨는 방법을 설명 하자마자 질문이 날아왔다. 러시아가 고향인 콘스탄틴이 "선생님, 으깨는 게 뭐예요?"라고 물었다.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알려주자 "아, 그거" 라며 아주 쉽다는 표정을 짓는다. 오이, 양배추, 계란, 치즈, 햄, 마요네즈 등 샌드위치에 들어갈 재료가 준비되자, 우리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잡혔다.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친구에겐 달걀을 넣으면 안 된다고 알려주고,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친구에겐 햄을 넣
개나리, 진달래, 철쭉꽃이 피어나는가 싶더니 찔레꽃, 아카시아꽃, 이팝꽃이 가는 곳마다 흐드러지게 피어 꽃대궐을 이룬다. 꽃세상이 되는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날 등 가족행사가 일 년 중에서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오월은 환희의 계절인 듯 싶다. 어머니의 고마움을 생각하며 우리 7남매는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매년 생신 때마다 경치 좋고 아름다운 곳을 찾아가 1박 2일을 연례행사처럼 해 왔다. 올해 봄에는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멀리 가는 것은 무리인 듯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장소를 물색하다보니 2년 전에 가서 본 속리산 숲체험휴양마을이 떠올랐다. 그때는 조성 중이었는데 완공되면 한 번 와서 쉬었다 가야겠다고 했던 곳이다. 한적해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곳을 추천했더니 모두 좋다고 했다. 오월 초순 어머니를 모시고 우리는 아스팔트로 된 꼬부랑길을 따라서 푸른 숲 사이로 난 길을 돌고 돌아 속리산숲체험마을을 찾아갔다. 달리는 동안 녹색바람 솔솔 불어 와 볼에 닿는 촉감과 코끝에…
[충북일보] 충북 오송이 바이오헬스산업의 전진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전문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시설 확대가 필요하다. 바이오신약과 최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에 필요한 인력은 전문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다시 말해 연구전문 인력과 엔지니어기술 인력이어야 한다. 그런데 전문 인력이 절대부족하다. 2018년 한국바이오협회에서 실시한 바이오산업 인력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그렇다. 바이오기업의 직종별 신규 및 대체 인력 충족률이 70~80%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2일 충북 오송C&V센터에서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충북도는 이 자리에서 '2030 충북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1조5천억 원), 바이오 미래 성장기반 조성(1조7천억 원), 천연물·화장품 혁신 생태계 조성(1조2천억 원), 바이오헬스 국가산단 조성(3조8천억 원), 규제개혁 등 5대 육성전략을 담았다. 국가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해 충북이 적극적인 파트너가 되겠다는 의지를 실었다. 궁극적으로 충북 바이오산업의 획기적인 도약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부족한 전문 인력으론 급변하는
찔레꽃 이상숙 충북시인협회 생각이 무거워 그림자만 긴 날 혼자가 되어도 넉넉한 숲길에 향기로 숲을 두드리는 5월에 찔레꽃들이 하얗게 모여서 신록을 키운다 보릿고개 허한 길섶에 여린 순의 들큼한 맛 가시에 찔려 울어버렸던 유년의 벗들이 따라 나서고 툭툭 털어도 무거운 발걸음 목이 쉬어도 흩어지지 않는 향기 5월에 스민 추억 속에서 찔레는 가시에 갇혀 향기로 웃고 먹먹함이 터진 가슴은 또 그립다
바람이 붑니다. 하늘엔 구름이 흐르고 새들은 눈을 깜빡이며 재잘 웃습니다. 노란 바람개비가 팔랑댑니다.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그러나 나에게 오월은 아픈 기억입니다. 젊은 시절 오월은 광주의 주검들과 민주주의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와의 만남은 나에게 새로운 희망의 동행이었지만 끝내 권력과 음모로 희생 된 그를 보며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좌절도 겪었습니다. 그 사람 노무현이 서거한지 올해로 10년이 되었습니다. 그날 아침 속보는 나의 가슴을 총탄처럼 뚫고 지나갔습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한참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세상이 온통 캄캄하고 바람마저 정지해 있었습니다. 진정 우리 역사에서의 청명한 날들이 과연 얼마 되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날 이었습니다. 모두가 아파했고 모두가 절망하였습니다. 그날 이후 가슴 속 화가 가라앉지 않아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사실 그날의 무기력과 허망함으로 세상에 대해 어떤 희망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애꿎은 술만 축내며 살았습니다. 지난 짧은 세월의 황홀한 그리움을 가슴에 간직하고 사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슴 밑바닥에 슬
6월의 장미라는 라는 말은 이제 맞지 않다. 5월 초에 넝쿨장미가 절정을 맞았기 때문이다. 봄이 되면 추위가 가시기 전부터 내 눈은 자꾸만 사창도 주민센터의 담장으로 향한다. 넝쿨장미가 저렇게 우아한 빛깔을 낼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연한 살굿빛으로 담장을 덮는다. 꽃송이도 두 주먹을 합쳐 놓은 것처럼 큼직하다. 주민센터에서 지나는 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관리하며 잘 돌본 덕인지 한해도 실망을 시킨 적이 없이 소담하게 핀다. 봄마다 사진을 찍어둔 것이 벌써 십년 가까이 된다. 동네 여기저기 붉은 장미가 요란하다. 왱왱거리는 벌을 피해 다녀야 한다. 어제는 한 송이 꺾어 화병에 꽂아볼까 하는 유혹에 다가가 코를 박고 향기를 맡는데 숨겨진 가시가 손끝을 찌른다. 나를 릴케로 알았을까. 장미를 사랑한 시인 릴케는 유언장에 자신의 묘비명을 다음과 같이 지어 놓았다. '장미, 오 순수한 모순, 그렇게/ 많은 눈꺼풀 아래 누구의 잠도 되지 않는 기쁨.' 예언을 한 것인지 참으로 아이러니한 모순 아닌가. 릴케는 결국 장미 가시에 찔린 탓에 파상풍으로 죽음에 이르게 됐으니 말이다. 릴케처럼 장미에 관한 시 한편 얻으려고 향기를 맡고 꽃잎을 쓰다듬어 보고…
충주 무술공원의 라이트월드 회사가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자 충주시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라이트월드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로 양분된 시민들이 또다시 논란으로 들먹일 전망이다. 그동안 라이트월드의 야심찬 관광지확대를 찬성해 왔던 충주시 마저 난색을 드러내는 이 노아의 방주 계획은 전국적인 유치추진위원회와 반대론자들의 한판 대결을 예고하며 폭풍전야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충주시는 무술공원 임대사업자인 라이트월드측이 영구 건축물이 될 수 있는 노아의 방주를 설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서 반대를 하고 있지만 그 정도의 난관은 단체장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결 할 수 있는 정도의 사안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 종교 편향적인 특혜 시비도 일부 있지만 그것도 설득만 잘하면 해결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노아의 방주는 히브리 경전 또는 구약성경에 기록된 설화에 등장하는 배로,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에서 전승되는 기록 속에 등장하는 직육면체에 문이 옆에 있고, 뚜껑이 위에 달린 물에 뜨는 구조물이다. 구약성경 또는 히브리 경전의 모세오경 중의 창세기에 실려있으며 노아와 관련된 일련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기 때문에
지난해 말 지역신문에서 '학교급식 농산물 가격 결정, 농민은 빠져라'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았다. 학교급식에 들어가는 친환경농산물 가격 결정 시 생산 농민은 빠지라는 일부 군의원의 지적이 그 기사의 주요 골자다. 지구상에서 생산자가 직접 가격 결정을 하지 못하는 유일한 산업이 있다. 바로 1차 산업인 농수산물이다. 왜 그럴까?, 농수산물의 특성을 살펴보면 그 답이 보인다. 첫째, 일반 제품보다 계절적 편재성이 매우 심하다. 둘째, 부피가 크고 중량이 무겁다. 셋째, 부패성이 강하여 저장성이 매우 취약하다. 넷째, 양과 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다섯째, 수요와 공급이 매우 비탄력적이다. 위와 같은 특수성 때문에 농수산물은 일반제품이나 공산품과 달리 생산자가 직접 가격 결정을 하지 못하는 태생적인 취약점을 앉고 있다. 더구나 친환경농산물은 경제성보다는 사람의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순환농업을 추구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고비용 저효율 농업이 될 수밖에 없다. 일반 관행 농산물보다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단순한 가격 위주의 시장 논리를 적용한다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친환경 농산물은 생산 농민이 직접…
얼마 전 통계청은 올해부터 우리나라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되었다고 발표했다. 인구통계학적으로 사망자 수보다 출생자 수가 적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주축이었던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시점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지만 통계학자들의 예상보다도 그 속도가 빨라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또한 올겨울 수능을 치를 전국의 고3 수험생 수도 전년대비 약 6만여 명이 줄고, 매년 학교를 입학하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제 개편이나 교사 수급 체계 등 교육 당국 역시 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1970년대 추진한 가족계획 산아 제한 정책의 성공적 결실(·)이라고 하기엔 눈앞에 펼쳐진 결과들이 처참할 정도다. 꾸준히 낮아지는 결혼률과 신혼부부들의 출산 기피 현상은 나날이 힘들어지는 초·중·고 자녀들의 입시 과열과 사교육 폐해,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청년실업 문제를 생각할 때 결코 무관한 일이 아니며, 인구 감소 문제가 지금까지의 단순한 출산 장려책만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난제(難題)가 되어버렸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구 감소와 더불어 저성장 국면으로의 전환, 제조업의 쇠퇴, 노사갈등 등의 문제는 더
'어린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희망이기에 아이들이 행복하면 국가의 미래는 밝아진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천사 같은 미소를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해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바로 아이들의 찬란한 미래는 건강한 몸과 마음, 그리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의 행복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작년 8월 구미 어린이집 보육교사 아동학대 사건 등에서 확인했듯 현실적인 문제들이 뒤를 잇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최근 3년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건수가 2015년 1만1천715건, 2016년 1만8천700건, 2017년에는 2015년 대비 무려 1만652 건이나 증가한 2만2천367건을 기록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이 한 가지가 더 있다.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학대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결과적으로 사망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중대사건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수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아동 재학대 사례는 2014년 1천27건에서 2015년 1천240건, 이듬해인 2016년에는 1천59
[충북일보] 1997년 IMF사태 이후 대한민국 사회는 많이 달라졌다. IMF 이전과 이후로 나눌 만큼 분명하다. 취업률과 고용률, 실업률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정부가 최근 청년 고용률이 나아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홍보대로 20대(20~29세) 취업자는 증가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만 명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보건·복지, 정보통신 등 민간 분야에 취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일자리 질(質)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사실상 실업자'인 20대 취업준비생 규모 역시 늘고 있다. 아직 고용 개선이 정착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충북지역에선 실업률이 증가하고 고용률은 감소했다. 고용시장이 늘어난 노동 가능 인구를 모두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충청지방통계청에 따르면 4월 충북의 15세 이상 인구(노동 가능 인구)는 139만7천 명이다. 지난 해 같은 달 보다 1만5천 명(1.1%) 증가했다. 경제활동인구는 91만7천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천 명(0.7%) 늘어났다. 반면 비경제활동인구는 48만1천 명으로 9천 명이나 증가했다. 취업자는 88만30천 명으로 6천 명(-0.7%) 감소했다. 고용률은 63.2%로 1.1%p
이팝꽃 권오중 충북시인협회 너를 바라보면 허한 마음이 환해진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은은한 향이 거리를 발라드처럼 흐른다 행복에도 향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리라
현관에서 신발장을 여는데 은색으로 반짝이는 것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가운데 원이 하나 있는 철사였는데 이건 뭐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더 이상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쳤다. 며칠 후 신발장에 넣어둔 전지가위가 없어져서 이리저리 찾다가 창고에서 발견했다. 다른 사람이 썼나 보다. 말라버린 꽃나무 가지를 자르려는데 벌리기도 힘들고 잘 잘려지지도 않았다. 왜 그런지 몰라 살피는데 스프링이 없다. 갑자기 스치듯 떠오르는 그것~ 그래 그 철사가 바로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거였구나! 다시 신발장 앞으로 달려가서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스프링은 이미 사라지고 흔적도 없었다. 늦었다. 몇 해 전 큰 맘 먹고 산 캡슐커피 머신이 고장 났다. 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자꾸 물이 옆으로 새서 주변이 흥건해지기 시작했다. 몇 번 고쳐야지 생각만 하고 미루다가 아예 잊고 있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업체에 전화로 의뢰하니 부품 하나를 보내주었다. 커피머신을 찾아 싱크대에 올려두는데 아주 작은 철사가 또 하나 떨어져 있었다. 전지가위의 경험이 있어서 이걸 버리면 안 될 것 같아 잘 보관해야지 생각하며 옆에 뒀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부품을 바꿔 끼웠다. 그런데 아예
요즈음 한 종편 프로그램을 통해 혜성 같이 나타난 트롯 가수 송가인 신드롬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중년층을 열광시키고 있는 트롯 열풍,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일까. 이들 젊은 가수들이 출연하는 '효 콘서트장'은 전국에서 매진을 거듭하고 있다. 향수를 자극하는 흘러간 노래를 듣는 청중가운데는 눈물을 연신 훔치는 이들도 목격 된다. 방송을 보면서 펑펑 울었다는 중년층도 있었다. '트롯이 이처럼 가슴에 와 닿는 노래였던가'라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었다. 관객들 가운데는 연인을 동반한 20~30대의 젊은이들도 많이 보인다. 트롯은 한동안 음반계나 방송에서도 외면을 당해 왔다. 가수들은 아이돌에 비해 값싼 출연료, 방송시간의 배정 등 찬밥신세를 받아왔다. 왕년의 인기가수 동백아가씨를 부른 전설적 가수 이미자씨는 방송 편성시간에 불만, 늦은 시간대는 출연을 안 하기로 선언하여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트롯가수들은 인기인을 제외하고는 생활이 모두 어렵다. 노래만 가지고는 생활이 안 돼 다른 직업을 갖고 일하는 이들이 많다. 알바, 잡역부, 운전기사로 일하는 가수도 있다. 이번에 1등의 영광을 차지한 송가인 가수도 10여년의 무명생활 끝에 스타가 됐
낭성면 관정리에서 추정재라고 부르는 머구미고개를 넘어오면 도로 가에 큰 정자가 서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 펼쳐지는데 자연지명으로는 가래울이라 부른다. 가래나무가 많이 있어서 '가래울'이라 하고 한자로는 '가래나무 추(楸)'자로 표기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 널리 산재해 있는 '가래울, 가래실' 등의 지명들이 모두 '갈라지는 길에 있는 마을'을 의미하고 있으므로 이곳 가래울도 아마 예전에 갈림길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가래울을 지나 산정말을 가기 전에 도로 우측 산능선에 전원주택이 들어서서 새로 생겨난 마을이 있는데 이 골짜기를 마을 주민들은 '썩은배미'라 불러 왔다. 지도에는 '작은 배미'라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어떤 이유로 이러한 이름이 생겨나게 되었으며 어떤 의미를 가진 이름일까· '썩은배미'라는 지명은 그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은데 다른 지역의 지명에도 많이 나타난다. 경기도 파주시 하지석동의 '썩은배미'와 경북 울진군 근남면 수곡리의 썩은배미들을 비롯하여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공북리의 '썩은다리' 들은 '썩다(腐)'라는 의미로 들리지만, 보은군 회인면 오동리의 '사근다리', 옥천군 동이면 세산리의 '사근다리', 옥천군 동이면 석
[충북일보] #올해로 95회 졸업생을 배출한 영동군 추풍령초등학교는 필자의 모교다. 추풍령면 소재지에 위치한 이 학교는 필자가 다니던 1970년대초까지만 해도 전교생 수가 1천200명이 넘었다. 교실이 부족해 '2부제 수업'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48명이던 전교생 수가 올해는 47명으로 줄었다. 졸업생이 8명인 반면 신입생은 7명이었기 때문이다. 전체 교원 14명 중 수업을 맡는 교원이 7명이니, 1인당 담당 학생 수가 7명도 안 된다. 그러나 50여년만에 교육 여건이 크게 나아졌다고 반길 수 없는 '슬픈 현실'이다. #수도권 3개 시·도(서울,경기,인천) 면적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1.8%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종시가 출범하기 직전인 2012년 6월 49.3%이던 인구 비율은 올해 2월 49.8%에서 3월에는 49.9%로 상승, 이르면 올해 안에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땅 덩어리가 세계적으로도 좁은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매우 슬픈 현실'이다. 비록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지난 11일로 출범 3년째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에 대해 필자는 적어도 한 가지는 잘 할 것으로 은근히 기대했다. 바로 '국가
[충북일보] 바이오헬스산업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하다. 마침내 '제2의 반도체' 육성 계획을 밝혔다. 충북도가 공들여 추진하는 바이오헬스산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16차 경제활력대책회의 및 15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국이 보유한 최첨단 정보통신기술과 우수한 의료 인력 등 강점을 살린다면 제2의 반도체와 같은 기간산업으로 육성이 가능한 분야"라며 "정부는 연구개발, 규제혁파, 시장진입 지원 등에 역점을 둔 종합적인 혁신방안을 마련해 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계 부처 의견을 수렴해 조속히 바이오헬스 산업 지원 방안을 확정·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이미 '신산업 프로젝트 투자·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때도 2022년까지 바이오헬스 분야에 7조5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추가로 바이오헬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키로 방향을 정했다. 관련 산업에 대대적인 지원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부의 이 같은 육성 의지는 충북의 바이오헬스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헬스산업은 연평균 5.4%씩 성
장미의 초대 서승석 충북시인협회 단양지회 가시의 침묵은 이별의 아픔이요 아름찬 송이송이 유혹의 눈빛은 사랑의 묘약입니다 무르익은 그리움은 덤불 속에 가시를 삭이고 향기로운 꽃다발을 끝내 아름으로 그대 품에 피어 서툰 풋사랑은 초대의 문턱에 뼈아픈 줄기의 가시를 밟아야 하리 단양강변 잔도 그 집 앞, 넝쿨장미 터널
지난 2014년 출범한 통합 청주시는 '도시농업관'이라는 기구를 설치하고 도시농업을 중점 육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주시에서 '제8회 대한민국 도시농업 박람회'가 열리게 돼 무척 기쁘다. 청주시는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산림청, 충청북도와 공동 주최로 충청권에서는 첫 번째로 도시농업축제인'제8회 대한민국 도시농업 박람회'를 개최한다.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청주시농업기술센터(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단재로 480) 일원에서 열리는 박람회는 '생명문화도시, 농업을 만나다'라는 슬로건으로 펼쳐진다. 청주시농업기술센터 공무원 130여 명은 전국 도시민과 85만 청주시민을 위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준비하기 위해 불철주야 손님 맞을 준비에 힘쓰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개막식, 지식포럼, 전시행사, 체험·참여행사, 경진대회, 부대행사 등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중 '지식포럼'은 농정원의 '도시농업 민관 합동정책 워크숍',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의 '원예치료워크숍', 농수축산신문의 '시티팜 토킹콘서트', 그리고 우리에게 친숙한 김봉곤 훈장, 스타 소년농부 한태웅 군이 참여하는 '도시농업 토크쇼' 등으로 진행된다. '전시행사'는…
올해도 아까시 꽃이 곱게 피었다. 작은 꽃송이들이 뽀얀 얼굴을 맞대고 방글거리는 양이 금방이라도 까르르 소리 내어 웃을 것만 같다. 나의 마음은 꽃향기 따라 그때 그 언덕으로 살며시 숨어든다. 내가 첫 발령을 받은 임지에서, 아까시 꽃향기 가득한 남한산성으로 야유회를 가게 되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 중턱쯤 올랐을 때 길에 주저앉아 진땀을 흘리는 할머니와 아내의 골절된 발을 붙들고 울상이 되어 쩔쩔매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 지방 공무원이었던 우리들의 입장은 난처함을 넘어 곤욕스럽기까지 했다. 이때 우리 과에 K가 육중한 할머니를 업고 내려갔다. 멀어져가는 뒷모습에서 꽃향기보다 더 진한 향기를 느꼈다. 그날 이후 나는 K를 종전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성숙한 인간미와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에 매료된 것일까· 얼마 후 그도 나에게 남다른 마음임을 알게 되면서 삶의 의미와 가치가 한층 더 부여되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서로 깊이 신뢰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 생각이 엇갈렸다. 우리 가족에게 기독교 신앙은 변할 수 없는 가치이고 삶의 기본이었다. 그런가 하면 그는 완고한 유교 집안의 장남이었다. 그는 교회에 나가는 나를…
사방에서 불이 났다고 아우성이다. 땀과 눈물로 이룩한 경제가 잿더미가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소리도 높다. 불을 꺼야하는 위정자들은 불이 난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어떻게 끌 것이냐는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 형국이다. 불은 맨 처음 친북 문제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북한과 공존한다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일이지만 너무 집착한다는 데서 불만의 불이 붙기 시작했다. 북한은 변하지 않는데 우리만 일방적으로 목을 맨다는 데서 걱정의 불도 치솟기 시작했다. 이때 민심을 파악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 붙지 못하도록 방비했으면 민생으로 확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민생현장이 가랑잎처럼 바짝 말라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먹을 게 없는데 거짓말만하는 북한을 어떻게 믿고 언제까지 퍼주기만 할 것이냐는 불만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때라도 아우성치는 민심을 수렴해 속도를 조절했으면 민생을 살리는 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불길을 더욱 치솟게 만든 건 민생은 제쳐두고 적폐청산에 몰두한다는 불만이다. 어느 사회고 적폐가 없을 수 없고, 대청소를 하듯 주기적으로 청산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국사는 경중(輕重)과 완급(緩急)이 있는 법이다
[충북일보] 바보 노무현은 2009년 5월 23일 우리 곁을 떠났다. 노무현은 마치 조선 22대 정조대왕과 닮은 모습을 보여줬다. 정조는 기득권과 먼 임금이었다. 서울 중심의 기득권을 혁파하기 위해 화성 천도(遷都)를 꿈꿨다. 왕에 오르는 과정도 험난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가벼운 죽음까지 목도했다. 갑작스러운 죽음 노무현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다. 노무현을 추모하는 물결은 강을 이루고 태산을 만들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막걸리와 담배로 함축된 서민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다. 노무현은 지방분권의 상징이었다. 행정수도를 기획했고, 혁신도시도 만들었다. 수도권 중심의 세상에 균형의 싹을 심었다. 그러나 꿈은 완성되지 못했다. 지난 10년 동안 다시 수도권 일극체제로 돌아갔다.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신도시와 하이닉스 용인클러스터는 분권과 거리가 멀다. 문재인 정부는 결국 지방분권을 계승하지 못하고 있다. 반대세력의 문제로 면피를 하고 싶겠지만, 그 공과(功過)에 대한 후세의 판단은 냉정할 수밖에 없다. 분권(分權)은 의사결정 권한을 중앙에만 주지 않는다. 지방과 권한을 나눈다. 집권(集權)은 독점
흘린 술이 반이다 이혜선 한국 문인협회 부이사장 그 인사동 포장마차 술자리의 화두는 '흘린 술이 반이다' 연속극을 보며 훌쩍이는 내 눈,턱 밑에 와서 "우리 애기 또 우네"일삼아 놀리던 그이 요즘 들어 누가 슬픈 애기만 해도 그이가 먼저 눈물 그렁그렁 오늘도 퇴근길에 라디오를 들으며 한참 울다가 서둘러 왔다는 그이 새끼제비 날아간 저녁밥상, 마주 앉은 희끗한 머리칼 둘이 서로 측은히 건네다 본다 흘린 술이 반이기 때문일까 함께 마셔야 할 술이 반쯤 남았다고 믿고 싶은 눈짓일까, 안 보이는 생명의 술병 속에
[충북일보] 아프리카 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으로 청주국제공항이 비상사태다. 청주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 휴대품에서 ASF유전자가 또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역당국은 그동안 청주공항을 ASF 안심지역으로 분류했다. 공항을 통한 ASF 유입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으로 봤다. 기내 위탁수하물과 휴대품에 대해 100% X-ray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청주공항 입국자 휴대품에서 ASF 바이러스가 올해 들어 세 번째 검출됐다. 더 이상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은 이미 ASF로 초토화 됐다. 몽골과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라오스, 태국, 미얀마, 북한 등은 매우위험(high risk) 국가로 분류됐다. 대한민국도 불안한 상태다. 특히 청주 등 국제공항 주변 지역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중국과 하늘길을 통한 ASF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ASF는 현재 중국 전역을 강타하고 몽골과 베트남 등 주변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ASF의 국내 유입 가능성은 자꾸 커지고 있다. 국내 모든 국제공항이 긴장하고 있다. 충북도는 청주공항 유입을 막는데 집중해야 한다.…
[충북일보] 충북도내 시·군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보은·영동·증평·진천·괴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곳은 괴산·단양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군구 및 전문과목별 활동의사인력 현황'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 1천명당 의사는 3.2명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의사 2.1명, 치과의사 0.6명, 한의사 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천명당 활동의사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강원 고성'으로 인구 천명당 1.0명으로 전국 평균의 3분의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강원 양양(1.0명)·강원 인제(1.1명)·강원 정선(1.3명)·강원 횡성(1.3명) 순이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229개 시군구 중 66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보은, 영동, 증평, 진천, 괴산 등 5개 군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229개 시·군·구 중 14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괴산, 단양군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11개 지역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산부인과 전문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