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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현관에서 신발장을 여는데 은색으로 반짝이는 것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가운데 원이 하나 있는 철사였는데 이건 뭐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더 이상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쳤다.

며칠 후 신발장에 넣어둔 전지가위가 없어져서 이리저리 찾다가 창고에서 발견했다. 다른 사람이 썼나 보다. 말라버린 꽃나무 가지를 자르려는데 벌리기도 힘들고 잘 잘려지지도 않았다. 왜 그런지 몰라 살피는데 스프링이 없다. 갑자기 스치듯 떠오르는 그것~ 그래 그 철사가 바로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거였구나! 다시 신발장 앞으로 달려가서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스프링은 이미 사라지고 흔적도 없었다. 늦었다.

몇 해 전 큰 맘 먹고 산 캡슐커피 머신이 고장 났다. 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자꾸 물이 옆으로 새서 주변이 흥건해지기 시작했다. 몇 번 고쳐야지 생각만 하고 미루다가 아예 잊고 있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업체에 전화로 의뢰하니 부품 하나를 보내주었다. 커피머신을 찾아 싱크대에 올려두는데 아주 작은 철사가 또 하나 떨어져 있었다. 전지가위의 경험이 있어서 이걸 버리면 안 될 것 같아 잘 보관해야지 생각하며 옆에 뒀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부품을 바꿔 끼웠다. 그런데 아예 물이 나오지도 않았다. 그 때 생각난 것이 아뿔사! 바로 그 작은 철사였다. 그런데 없다. 아무리 주변을 찾아봐도 없었다. 아예 물을 끌어올리지도 못하는 커피머신을 보면서 한심해했다. 저녁 때 남편에게 물어보니 쓸모없는 것 같아서 버렸단다. 잘 치워뒀어야 했는데 옆에 밀어둔 것이 잘못이었다. 또 늦었다.

그러고 보니 살면서 이와 비슷한 일이 종종 있었음을 깨달았다. 화장실 변기 주변에서 발견한 요상하게 생긴 실리콘은 변기 플라스틱 부분과 아래 도기 부분이 맞닿아 소리가 나는 것을 완충해주기 위해서 꽂혀있던 물건이었다. 어느 날 하나를 주워 고개를 갸웃하며 살펴보다가 버렸다. 며칠 후 또 하나를 발견했을 때서야 쓰임새를 알아차렸고 그때서야 제자리에 끼워 넣었다. 여섯 개 중에 네 개만 남았다.

학교 화장실 마다 달려있는 핸드 타월 디스펜스의 열쇠는 일반적인 열쇠처럼 생기지 않아서인지 버려지기 일쑤다. 나도 쓸모없는 플라스틱으로 여겨 쓰레기통에 버리고 난감해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교육청 화장실에는 '열쇠'라고 쓰고 꼬리표를 달아 화장실 벽에 고리를 만들어 걸어두고 왔다.

과학의 발달로 인해 생겨난 많은 제품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시간적 자유를 주며 삶의 질을 높게 해주지만 삶이 더 복잡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 많은 물건들의 사용법과 구조를 다 알 수가 없으니 이런 일도 겪는 것이다. 조그만 스프링 하나를 잃어버렸을 뿐인데 전지가위도 커피머신도 무용지물이 된 것처럼 말이다. 충분히 챙겨놓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 쓰임새를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일로 내 머리 속에 명언 하나를 콕콕 새겨 넣었다.

"의외의 곳에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 있을 때는 버리지 말고 잘 챙겨두어라. 곧 필요한 곳이 나타나리니……."

꽤 그럴싸한 문장이라 생각하며 혼자 웃다가 멈칫했다.

물건이야 또 구입하거나 업체에 부품을 요청해서 고치면 되지만 혹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작은 것 하나를 놓쳐서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적은 없는가· 무심해서 또는 몰라서 잃어버린 스프링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가· 자신 있게 "없어요." 라고 외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자신이 없다. 다만 더 정신 바짝 차리고 더 민감하게 주변 사람들의 마음의 스프링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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