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제98회 졸업식을 했다. 그야말로 빛났던 하루였다. 졸업생도 재학생도 울다가 웃다가 또 울었고 학부모님들도 선생님들도 눈시울이 글썽했다. 참석했던 내빈들은 길었는데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참 따뜻하고 감동적인 졸업식이었다고 했다. 선생님들과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진짜 주인공이 되는 빛나는 졸업식을 해보자고 계획했다. 졸업식이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교장이 자꾸 재촉하거나 보고를 강요하면 일이 더 힘들까봐 말없이 기다렸지만 내심 걱정이 되었다. 가장 고생하는 6학년 혜정선생님이 교무실에서 웃으며 "우리 어차피 잘할 거잖아."라고 했을 때부터는 걱정을 모두 내려놓았다. 작년까지 식장이 좁아서 5학년만 참석했었는데 올해는 1~4학년들도 꼭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OK다. 아무리 식장이 좁다지만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해 주고 싶다는데 반대할 수 있는가. 계획을 바꾸면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일이 있게 마련이다. 원탁에 가족이 함께 앉기로 했던 것도 포기해야 했고 집중력이 짧은 어린 학생들이 긴 시간을 어떻게 잘 버틸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했다. 결론은 기특하게도 격식을 갖춘 행사에 너무나
우리 사서에는 가요의 효시를 고조선시대 공후인으로 기록한다. 뱃사공 곽리자고가 강가에서 한 노인이 물에 빠져 죽는 참상을 목격했다. 노인의 아내가 슬피 우는 것을 보고 집에 돌아와 아내 여옥에게 얘길 했다. 그녀가 공후를 타고 처연하게 노래를 불렀다. 공후는 고대 악기의 하나로 지금의 하프를 닮고 있다. 2천년이 훨씬 넘는 고조선시대 공후인이란 악기가 있었고 여인들이 작사하여 애가를 지어 불렀다는 기록은 무엇을 의미할까. 옛 부터 음악을 사랑한 민족이라는 점이다. 고구려인들의 음악사랑은 고분벽화에도 나오지만 신라인들은 특별히 향가를 앞 다투어 지어 불렀다. 향가를 잘 부른 당대의 음악인들이 많이 기록되지만 늠름한 화랑 가운데도 절창(絶唱)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향가를 잘 부르는 꽃미남 화랑들은 서라벌 귀녀들에게 선망의 아이돌이 아니었을까. 이런 음악사랑은 천 수 백년 연면히 내려온다. 현군 세종대왕도 음악 마니아 였다. 특히 음률을 알고 피리를 사랑했다. 세종임금이 피리를 잘 불렀던 영동출신 난계 박연을 총애한 것은 이 때문이다. 박연을 궁중에 자주 불러 음악을 정리 하도록 했다. 없어진 편종(編鐘)등 악기도 만들고 가요는 채보(採譜)
뱀은 우리 조상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무섭고 힘센 대상이기에 오히려 집을 지키거나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숭배하는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뱀과 관련된 지명의 유래를 살펴보면 이러한 이미지가 잘 나타나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의 김녕사굴(金寧蛇窟)은 자연 지명으로는 뱀굴이다. 이 뱀굴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어마어마하게 큰 뱀이 김녕 뱀굴이란 곳에 살았다. 이 뱀이 처녀를 바치지 않으면 굴 밖으로 나와서 밭의 담도 무너뜨리고 곡식들도 휘저어 버려 흉년이 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매년 처녀 한 명씩을 선정하여 희생으로 바쳐 이 재앙을 모면해 왔다. 어느 날 제주에 부임한 판관이 활을 쏘아 뱀을 죽여 버렸다. 그러고는 동원으로 돌아오는데 하늘에서 시뻘건 피가 비가 되어 내렸다. 판관은 미리 하인에게 동원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는 말을 하지 말라고 시켰는데, 하인이 피 비에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판관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천안시 적산읍 상덕리 덕령에도 뒷산에 굴이 있는데 옛날에 구렁이가 이곳에서 살면서 사람들에게 해를 많이 끼치는 것을 도승이 잡아 죽였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충북일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큰일을 냈다. 한국영화역사 101년 만에 최고의 장면을 연출했다. 한국영화를 넘어 아카데미 역사까지 새로 섰다.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았다. 여기에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모두 4개 부문을 휩쓸었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무대에 오른 건 '기생충'이 처음이다. 게다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4관왕을 차지했다. 아카데미는 그동안 한국과 무관하게 느껴졌다. 도저히 넘기 힘든 벽처럼 여겨졌다. 그런 아카데미였다. '기생충'은 거기서 처음 후보에 오르자마자 '만루 홈런'을 쳤다. 한국 영화의 세계화를 입증한 셈이다. 세계를 호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 영화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의 보상이었다. '기생충'은 100% 국내 자본으로 제작됐다. 성공 비결도 한국적이었다. 한국의 문제이면서 지구촌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빈부격차와 양극화 문제를 한국적으로 풀어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은 한국의 영광이자 충무로의 쾌거다. 한국 영화가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제공했다. 한국영화계는 이번 수상을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제2
신비롭다, 경이롭다, 그 속에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것. 가만히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 그냥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해 지는 것. 나에게는 이것이 학교이고 교육이다. 지역 사랑의 날, 동료들과 편안한 점심을 나눴다. 젊은 분들이 많아서 출산과 자녀, 육아로 설치는 밤잠, 대충대중 아침 식사, 점심이 최고의 만찬이라는 이야기까지 생활의 소소한 이야기가 오간다. 첫 아기를 품에 안게 된 부부 이야기가 중심으로 왔다. 아빠가 된지 백일도 안 된 분의 말씀으로 유쾌한 웃음이 쏟아진다. 아이를 두 명 이상 낳은 사람에게는 국가에서 상을 주어야 할 것 같다며 특히 3명을 낳은 사람들에게는…. 미혼 청년의 침묵 기권을 제외하고는 만장일치. 여기가 의사봉 두드리는 결정의 장이라면 추호의 이견 없이 통과되는 법이 되었을 것이다. 이어서 둘째를 빨리 낳아서 첫째와 둘째를 같이 키우는 것이 좋다는 말까지 이르렀다. 월요일이면 선명하게 드러나는 두 눈의 쌍꺼풀을 건강한 자녀와 놀아준 아빠의 지고지순한 노력의 댓가라는 동료의 한 마디, 낚싯대에 신호가 오듯 큰 의미로 꿈틀한다. "첫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또 낳으란 이야기는 그렇게 좋게
조팝꽃 하얀 무더기 옆에 분홍 진달래, 그 뒤에 노란 개나리가 한꺼번에 피어 있는 그 짧은 봄의 어디쯤에서 여자는 결혼을 결심했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넘어서자마자 파스텔 그림처럼 펼쳐지던 연두색 산을 보면서 마음을 굳혔는지도 모른다. 그날 나즈막히 엎드린 연두 산에는 군데군데 분홍이거나, 노랗거나 하얀색 봄들이 들어앉아 소곤대고 있었다. 남자의 치밀한 계획이었는지, 차창 안으로 들어온 봄볕에 취한 과잉된 감정 이입 덕분인지, 철없는 여자는 산이 이쁘고 동네도 이쁘다는 이유로 이 남자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젊은이들처럼 거창하거나 화려한 프러포즈를 받은 것도 아니다. 서너 번의 심심한 데이트를 했을 뿐이었다. 남자는 여자를 배려하는 태도가 단정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따뜻했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익숙한 여자와는 다르게 맏이처럼 듬직했다. 결혼하기 딱 좋은 남자였다. 결혼하고 보니 봄인줄 알았던 남자는 여름이었다. 그것도 한여름 활활 타는 삼복이었다. 여자는 짧은 봄을 스쳐 보내고, 삼복더위 같은 남자와 용암 같은 아이들과 정신없이 지냈다. 찌는듯한 더위와 지난한 장마를 얼마나 겪어냈는지는 헤아려보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중국은 놀라운 나라다. 그렇게 큰 나라가 우한폐렴으로 우왕좌왕하는 것도 놀랍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추진력은 더 놀랍다. 우리가 우한폐렴을 무서워하는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 때문이다. 독감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지만 독감과는 차원이 다른 병이다. 독감은 원인은 물론 전파경로까지 파악되어있는 데다 예방 백신까지 있어서 통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우한 폐렴은 모든 게 깜깜이고 예방 백신도 없다. 치사율도 독감이 0,05%에 불과하지만 우한 폐렴은 2~4%나 된다. 세계가 공포에 떨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병이 창궐하자 중국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여준 추진력은 놀랍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 병원만한 종합병원을 단 열흘 만에 세웠다는 것이다. 남의 땅을 사서 건축허가를 받아야만 짓는 우리의 사회체제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중국은 그런 추진력으로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92년 중국과 수교할 당시만 해도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단 28년 만에 우릴 추월하고 있다. 아직도 GNP는 한국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지만 국력은 미국과 경쟁할 만큼 커졌다. 그 놀라운 추진력은 대체 무엇일까? 바로 종합병원을 단 열흘 만에 완공할 수 있는
겨울 꽃 이궁묵 꽃이 핀다, 하얀 꽃이 핀다. 깨달음 얻어 생각에 잠긴 말이 없는 모습처럼 고고한 자태로 숨 쉬고 있으니 없는 듯 있고, 있는 듯 보이지 않아 가슴 태우던 시절도 있었겠다. 바라보는 그대로 색칠을 하고 혼자 소리치며 울다 지치면 그 뿐 잎새마저 없으니 지는 서러움도 없겠다 홀로 피어나고 스스로 진다한들 돌아앉은 능선 위 남풍이 불어오면 가슴에 또 다른 꽃 하나 피우며 살겠다.
태어나 자라면서 젊은 학창시절을 보냈고, 대학교육도 받고 사회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곳, 청주는 당시 내 삶의 전부였다. 늘 뛰어놀던 골목 곳곳과 동산, 주변 익숙한 장소도 눈에 선하다. 지금도 그곳에 모친이 살고 계셔서 거의 매주 찾아가 안부를 묻는다. 언제부터인가 고향 청주를 방문하면 짧게 있다가 바로 괴산으로 돌아오게 됐다. 예전 동네 친구들도 대부분 외지생활을 하고 있고, 각자 바쁘게 살다보니 청주에서의 일과는 늘 제한적 일 수 밖에 없다. 공직 입문 후 괴산을 연고로 생활한지 벌써 26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향이 이제 청주에서 괴산으로 변한 것 같다. 직장생활이라는 특정성을 차치하더라도 이제는 청주보다 괴산이 더 편하고 이곳에서 할 일도 많아진 만큼 고향의 관념도 세월 따라 바뀐 것 같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연을 만나 늦은 결혼도 하면서 지금까지 괴산군을 단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다. 방 하나에서 시작한 월세 살림이 두 번의 이사를 거쳐 이제는 번듯한 자가 아파트 살림으로 옮겨졌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 사이 자녀가 이곳에서 태어나 괴산군민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우리 아이들이
[충북일보]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재인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력을 간접 화법을 통해 칭찬했다. 박근혜 정권 시절의 메르스 사태와 비교해 대응력이 상당히 발전했다는 취지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또 이번 사태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툭하면 전 정권과 비교 현직 사상 최초로 탄핵된 전 대통령. 3년가량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전 대통령. 이 문제에 대한 역사의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망한 정권'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잊혀진 정권이 됐다. 물론, 옹호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당시의 잘못은 이미 선거와 사법처리 절차를 통해 처벌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국적인 영향력을 가진 몇몇 선출직들의 전 정권 탓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망한 정권'을 활용한 자화자찬이다. 전 정권과 비교해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자조적인 발언은 매우 위험하다. 나아가 심각한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즉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사스와 메르스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국민들은 상당
[충북일보] 4·14총선이 60여일 앞이다. 정당마다 후보 공천에 고심하고 있다. 보다 많은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정성껏 고르고 있다. 여야 모두 대폭 물갈이 공천(公薦)으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나섰다. 충북 사정도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부터 4·15 총선 후보 공천을 위한 면접 심사에 나서고 있다. 충북 8개 지역구의 본선 진출자를 가릴 후보 면접 일은 오는 11일이다. 이르면 15일 최종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현역의원 3분의1 컷오프(공천배제)룰을 적용해 인적쇄신을 단행하겠다는 각오다. 최대 관심사는 도내 현역의원들의 공천 여부다. 두 정당 모두 인적쇄신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좀 다르다. 민주당은 당장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들이 경선 강행을 천명하고 있다. 게다가 현역의원 109명 가운데 단수 후보가 59%인 64명이다. 복수 경선지역도 현역의원들의 인지도가 훨씬 더 높다.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50% 물갈이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믿기 어렵다. 험지 출마를 거부하는 당 중진들도 많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이나 한국당이 전폭적인 물갈이 공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역
겨울 대추나무 정진헌 건국대교수 겨우내 매서운 한파가 찾아와도 몸을 움츠리지 않는다 가냘프지만 단단함으로 무장한 그의 무딘 생의 끝에는 겨울날 한기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인고의 메마름이 있기에 다산의 기쁨이 있다 우리들도 너와 같아 춥고 기나긴 겨울, 외롭지 않을 기다림을 준비하며 산다면 어느 가을날 네가 가지에 엮어 놓은 생의 단꿈처럼 붉은 열매가 맺힐 것을 믿는다
서울서 살면서 청주에 친구들 만나러 온김에 옛 추억이 생각이 나서 청주 시내를 한 바퀴 돌고 육거리를 찾아 갔습니다. 전국적으로 오거리는 많지만 육거리는 흔치 않지요 새로 설치된 산뜻한 육거리 시장 입구 간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런데 도로 표지판에는 육거리가 아닌 오거리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 옛날 추억의 육거리 시장의 모습은 간 곳이 없지만, 이곳 육거리 재래시장은 산뜻한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며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육거리시장 명성은 예전의 영광으로 그대로 남아 있었고 사람 사는 냄새는 여전했습니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던 그때를 생각했는데, 1, 2층으로 새로이 잘 만들어져 잘 들어 갈 수가 있었습니다. 골목 뒷길은 큰 변함이 없을 것 같아 옛 흔적을 찾아 나서 봅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유난히 맛이 있는 튀김을 만들었고 항상 여고생들로 자리가 없던 그리고 고등학생인 우리에게 막걸리를 팔던 시장 안쪽 튀김집이 있었지요. 대성여상 무용반 출신이던 엄청나게 예뻐 보였던 누님이 튀김집 주인으로 있던 추억 어린 그곳을 찾아보았지만 흔적 자체도 없어지고 그곳 안쪽도 깔끔한 현대적인 모습으로 완전히 바뀌어 있었습니다. 우리 친
이 세상의 모든 사물(事物)이 정도(程度)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中庸)이 중요(重要)함을 가리키는 말이 과유불급(過猶不及)입니다. 사자성어(四字成語)는 마음에 새기는 지혜를 넉자로 함축하여 교훈을 담고 있기 때문에 자주 활용합니다. 옛날에 두 눈을 실명하여 앞을 못 보는 소경이 살고 있었습니다. 평생소원은 눈 한 번 떠보았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소문을 들은 부엉이가 " 아저씨! 나는 밤에만 돌아다니고 낮에는 가만히 잠만 자기에 낮에는 눈이 필요하지 않아요. 낮에는 내 눈을 빌려 드릴 테니 밤이면 눈을 돌려주세요." 그 남자가 말했습니다. "너무나 고맙다. 밤에는 꼭 돌려 줄 테니 낮에만 빌려다오. 나도 밤이면 잠만 자면 되니까 필요 없지."부엉이가 말했습니다. "약속대로 밤에는 꼭 돌려 주셔야 합니다."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세상이 너무나 눈부시게 보였습니다. 그 날부터 눈은 낮이면 이 남자가 밤이면 부엉이가 교대로 사용하였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남자에게 욕심이 생겼습니다. " 교대로 사용할 필요가 없잖아 밤이 되어도 주지 말고 도망가자." 남자는 부엉이 눈을 가지고 멀리 도망가 버렸습니다. 밤에도 반
[충북일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험지 출마를 선택했다. 새보수당의 유승민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보수 재건을 위한 자기희생의 모습들이다. 양당 신설 합당을 위한 고육책(苦肉策)이기도하다. ***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보수 통합은 진보와 균형을 위해 꼭 필요하다. 유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통합의 단초가 되고 있다. 망망대해로 나선 희망의 배가 됐다. 어렵게 시작된 보수 통합 시도가 총선용 연대로 그쳐선 안 된다. 어설픈 통합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 몸집만 불려선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 한국당부터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지도자급 인사와 중진 의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황 대표와 유 의원이 결단한 자기희생에 동참해야 한다. 그게 제대로 된 보수 야당을 다시 세우는 길이다. 국정의 동반자로 탈바꿈이기도 하다. 보수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득권이다. 그동안 저마다 상대에게만 희생과 양보를 요구했다. 이젠 좀 달라야 한다. 황 대표와 유 의원이 몸소 자기희생을 실천했다. 먼저 내려놓고 비우는 모습을 보여줬다. 더 이상 늦출 명분도 이유도 없다.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 그런데 보수 야당은 오늘도 무력
[충북일보]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4·15총선 핵심의제는 지방자치와 재정분권이다. 국가적 과제로 이번 총선을 통해 진일보해야 한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전격 도입된 지 어느덧 25년이다. 하지만 자치와 분권은 아직 미성년 수준이다. 자치분권과 재정분권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각종 법안들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에 발이 묶여 20대 국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자치·분권과 관련된 법안은 모두 6개다. 그 중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핵심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은 변화한 지역재정 환경을 반영하고 주민 중심의 자치 분권 실현을 목표로 한다. 31년 만에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발의만 하고 별다른 논의 없이 방치돼 왔다.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안, 주민참여 3법 등도 마찬가지다. 1년이 훨씬 넘도록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방자치의 연륜은 결코 짧지 않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자생력을 갖지 못한
겨울 서부련 충북시인협회 겨울! 겨울이 따로 있나요? 그대가 내 곁에 있으면 겨울이지요, 찬 바람이 쌩쌩 도는 서슬에 아무 때라도 그대 곁은 겨울이지요, 가슴 시린듯하여 불을 지피면 굴뚝에서 부는 역풍으로 내 코 이마는 광솔 그을음에 어릿광대가 되고~~. 겨울! 겨울이 따로 있나요? 그대가 내 곁에 없으면 겨울이지요, 찬바람 도는 뻥 뚫린 가슴에 아무 때라도 내 마음은 겨울이지요, 단단한 얼음인 듯 발을 디디면 쨍하고 우는 살얼음 소리로 내 마음은 빙산이 깨지듯 무너져 내리고~~.
요즘 진료를 보고 있노라면 예전과 다른 풍경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거의 모든 환자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방문한다. 불과 2주전 만해도 마스크를 착용한 환자는 거의 한명도 없다시피 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몇 년 전에도 이런 풍경이 한동안 있었다. 메르스가 대한민국을 강타했을 때이다.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을 나섰고 공공장소에서 누군가 마스크 없이 기침을 하고 있으면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면서 자리를 피하곤 했었다. 한데 메르스가 잠잠해진 이후로 전염병 예방목적으로서의 마스크는 다시 사람들로부터 잊혀졌다.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은 많아도 기침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다. 기침이 아무리 심해도 마스크는 안 쓴다. 유행이 끝난 것이다. 지금 신종 코로나가 급부상하면서 전염병 예방목적으로서의 마스크가 다시 사람들의 습관 속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이번 유행이 끝나면 사스와 메르스가 끝난 후 그랬던 것처럼 마스크가 다시 잊혀 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매스컴에서 연일 상황을 보고하는 특정 전염병이 유행을 멈췄다고 해서 모든 전염병이 사라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감기는 인류에게 있어 가장 흔한…
어렸을 적 학교에서 대청소를 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대청소를 하는 날이면 각 학급마다 분주하게 오가며 청소를 해 마치 장날이 열린 것처럼 떠들썩했다. 그리고 청소를 마칠 때쯤이면 전보다 훨씬 깨끗해진 경관으로 마음까지 다 개운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상쾌했다. 반대로, 다니던 학교가 청소를 잘 하지 않아 쓰레기로 가득 차 있거나 지저분했다면 공부는커녕 학교 자체를 다니기 싫었을 것이다. 사람이 사는 집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유일한 집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로 인류의 집, 지구 이야기이다. 지구는 인류에게 있어 현존하는 사실상 유일한 거주지이자 집 그 자체다. 하나 요즘 들어 부쩍 환경오염과 쓰레기 등의 이슈들로 온 세상이 시끄럽다. 날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환경 이슈와 그로 인한 심각성을 제기하는 뉴스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곤 한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핫한 이슈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인 것 같다. 사실 생각해보면 플라스틱만큼 광범위하게 쓰이고 편리한 물질이 또 있나 싶다. 플라스틱 사용량 세계 1위라는 명성(?)에 걸맞게 매일 사용하는 칫솔에서부터 휴대폰 커버, 상점 등에서 흔히 제공받는 비닐봉지,…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올려준다더니 왜 안 올랐나요?" "내 친구는 30만 원이 나왔다는데 나는 왜 그대로지?" 요즘 기초연금 상담창구에 걸려오는 전화의 대부분은 이런 항의성 민원들이다. 금년 1월부터 기초연금이 30만원으로 오른다는 방송을 보신 어르신들이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받아보니 작년과 별반 차이가 없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언론보도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금년 1월부터 소득 하위 40% 이하 가구에 최대 30만 원 지급'이라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하나는 30만 원으로의 인상 대상이 소득 하위 40%이하에 해당되는 가구라는 것과 또 하나는 최대가 30만 원이라는 것이다. 이를 반대로 해석해 보면 소득이 하위 40%를 넘는 가구는 인상 대상이 아니며, 지급액도 최대가 30만 원이고 그 이하로 받는 가구도 있다는 것이다. 보도 내용을 잘못 이해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정확히 이해했더라도 본인의 소득이 하위 40% 이하에 들어가는지 여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을 수도 있다. 기초연금은 저소득자 가구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30만 원까지 인상되고 있다. 이
보생와사(步生臥死-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 걸산누죽(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라는 말이 주변에 회자된다. 경제 문화 수준에 따라 사람들의 운동 스타일이 변하는데 첫 단계는 부대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조깅이나 테니스를 하고, 그 다음에는 골프와 승마를 즐긴다. 최상위의 여가활동은 요트와 비행기로 마무리된다는데 돈깨나 있는 세계의 부호들은 우주여행에 막대한 돈을 쓴다고 한다. 요즘 다시 활발한 걷기를 경제 수준의 어느 단계로 평가할지 모르나 건강에 대한 관심이야 동서고금을 막론한 모든 인간들의 공통사이다. 헬스로 먼저 근육 불릴 곳을 하체로 잡아 운동을 하였다. 테니스나 골프 등 손으로 하는 운동도 사실 하체가 탄탄해야 함을 체득한 터였고 하체가 튼튼한 사람은 잔병치레를 안 한다고 하신 동네 어른들의 말 때문이었다. 레그프레스와 스쿼트 등 여러 운동으로 종아리를 건실하게 한 작년 여름이었다. 하절기에는 골프 복장으로 반바지가 허용되기에 비타민 D가 부족하다는 검진 결과도 있어서 일부러 반바지를 입었는데 친구가 오른쪽 종아리의 작은 사마귀를 지적한다. 그냥 무시 하렸더니 아 이것이 처음에는 좁쌀만 하다가 쌀알에서 팥알만큼 커지더니 이제는 콩알 크기만큼
항아리 속에 남은 무는 서너 개 뿐이다. 겨우내 국을 끓이고 명절에는 나박김치를 담그고 2월이 되면서 채나물을 무치다 보니 가득 들어 있던 무가 바닥이 났다. 오늘 아침에도 무를 꺼내서 국을 끓였다. 어슷어슷 삐져서 들기름에 볶다가 쌀뜨물을 넣고 그 위에 파 마늘과 생강을 다져 넣는다. 먹을 때는 후춧가루를 쳐서 먹는데 손님이 오거나 맑은 장국을 끓일 때마다 육수를 내곤 했으니 당연히 헤프다. 저장해 둔 것 외에 동치미 무까지 계산하면 꽤 많은 양이다. 가끔 썰어서 무치기도 하는데, 짭짤하기 때문에 간은 필요 없이 파마늘과 깨소금을 넣고 고춧가루 물을 들이면 시원하고 칼칼해서 입맛이 없는 초봄에 요긴한 반찬이다. 어릴 때는 무를 싫어했다. 구진할 때는 과일처럼 날로 썰어 먹곤 했지만 요리한 것은 그나마도 잘 먹지 않았다. 채나물도 별로고 깍두기 또한 아주 맛있게 담근 게 아니면 손이 가지 않는다. 그 정도로 싫어했던 것이 요즈음에는 여태 먹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 칼칼하니 입맛에 당긴다. 우리나라 토종 무는 소화와 해독에 효과가 뛰어나고 특히 열무는 산삼을 대용할 만큼 효능이 높다. 즙을 내어 먹으면 살균효과가 있고 해열에도 좋다. 디
[충북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하 신종 코로나) 국내 23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나 미확인 정보가 필요 이상의 공포를 일으키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가짜뉴스는 아무리 막으려 해도 끊이지 않고 생산된다. 왜 그런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는 분명히 사회적 재난이다. 하지만 영역은 과학이나 의학에 속한다. 아직 치료약도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는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감염되는 인수 공통 감염병이다. 감염 속도가 빠른 것도 가짜뉴스 생산에 일조하고 있다. 이미 사람 간 전파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이 아닌 3국에서 전파된 경우도 있다. 이래저래 살을 붙이기가 쉽다. 가짜뉴스는 공포와 관련되거나 위험할수록 생산 가능성이 높다. 재난 상황일 때 주로 나타나는 까닭도 여기 있다. 위험할수록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빨리 알리려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신종 코로나 같은 위험 정보에 대한 공유 효과도 높아지게 된다. 더욱이 가짜뉴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하는 특징을 갖는다. 감염병의 경우 처음에는 그냥 질병에 대한 가짜뉴스다. 그러다가 증세 이야기가 나오고 관련 환자의…
매년 반부패 운동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라는 지표가 있다. 부패인식지수는 국가별로 부패 정도에 대한 인식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이 지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17년 51위, 2018년도 45위로 매년 순위는 상승하고 있으나 OECD 가입 36개국 중에서는 30위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상위권의 국가로는 싱가포르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는데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대표적인 청렴 1등 국가로 손꼽히는 국가로 만든 장본인인 싱가포르 전 리콴유 총리의 행적을 통해 청렴을 배워보자 한다. 리콴유 총리는 31년 동안의 재임 기간(1959~1990년) 동안 부패지수를 낮추고 청렴한 공직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 그는 명목뿐이던 부패방지법을 개정하고 집행기관인 부패행위 조사국(CPIB)을 총리 직속기관으로 두고 상급기관의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부패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행정기관에 독립적인 부패 조사권을 부여해 부패 혐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체포하고 수색할 수 있도록 했다. 반부패 정책에 있어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공직 사회든 민간 영역이든 실제로 금전적으로 주고받은 뇌물뿐만 아니라 뇌물을 받을 '의도'가 있는…
벌써 피어야 했을 동백이 피지 않는다. 한겨울에 베란다를 환하게 밝히던 동백이었는데 한 송이가 피고는 더 이상 봉오리를 열지 못한다. 집을 자주 비워서 물을 제때에 주지 못한 이유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해진다. 매일 매일을 살면서 나는 무수히 투덜거리고 부족한 것들을 갖고 싶어 했다. 오늘도 하늘을 향해 꽃이 피게 따뜻한 햇살을 보내달라고 떼를 쓴다. 소소한 내 일상의 일들을 가지고 하늘에 무수한 것들을 부탁한다. 우리 가족의 건강을 빌었고 아이들의 사회생활이 순탄하길 빌었고 돈이 많이 생기기를 빌었다. 내 가족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사라지고 행복을 주는 사람들만 우리 곁에 있게 해달라고도 했다. 이런 막연한 소원을 비는 사람이 나 하나뿐일까. 수천억의 인간에게 수천억 번의 똑같은 소원을 들어야하는 하늘은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귀가 아플지도 모르겠다. 한가한 날이면 창문 난간에 팔을 걸치고 별의별 잡다한 바람을 하늘에 내 놓는다. 그러다가 좀 더 초인간적이고 우아한 소원을 빌어보자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긴 하다. 우리나라를 이롭게 하고 세계를 불행에서 구하고 암이나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이 없어지고 전쟁으로 가족을 잃는 사람이 없게 해달라고
[충북일보] 충북도내 시·군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보은·영동·증평·진천·괴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곳은 괴산·단양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군구 및 전문과목별 활동의사인력 현황'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 1천명당 의사는 3.2명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의사 2.1명, 치과의사 0.6명, 한의사 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천명당 활동의사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강원 고성'으로 인구 천명당 1.0명으로 전국 평균의 3분의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강원 양양(1.0명)·강원 인제(1.1명)·강원 정선(1.3명)·강원 횡성(1.3명) 순이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229개 시군구 중 66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보은, 영동, 증평, 진천, 괴산 등 5개 군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229개 시·군·구 중 14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괴산, 단양군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11개 지역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산부인과 전문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