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닌 홧김에 내 손에서 책을 빼앗아 힘껏 방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럼에도 꼼짝 않고 앉아있었다. 이에 어머닌 지쳤는가보다. 물끄러미 나를 지켜보다가 밖으로 나갔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마침 시험 기간이었다. 하지만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몇날 며칠을 책상 앞에 앉아서 한 권의 책에만 집중 했다. 어머니 보기엔 이런 내가 매우 못마땅했을 것이다. 더구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톨스토이의 『인생론』을 읽으니 어머닌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요즘 어린이들은 매우 성숙하고 한편 조숙하다. 일예로 초등학생이 어른들이나 도전할 법한 트로트 가수 선발 대회도 참가하곤 한다. 이 때 수많은 대중 앞에서 조금치도 수줍어하거나 주눅 들지 않는다. 이것만 살펴봐도 예전 우리 세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수십 년 전 아이들은 마냥 순진하고 천진난만 하여 정녕 동심을 지닌 어린이다웠다. 그 시절 어린이들은 기껏해야 만화책 및 동화책이나 읽곤 하였다. 이와 달리 책 내용조차 제대로 이해 못할, 『인생론』을 읽으니 어머니로선 어이가 없었을 법 하다. 돌이켜 보건대 그때는 책 내용이 재미있어서 읽은 게 아닌 것으로 기억된다. 처음 대하는 어렵고 생소한 내용 그 자체가 나
'이번에 한국으로 돌아가면 영어회화를 꼭 배워야지.' 외국 여행을 하게 될 때마다 다지게 되는 결심이다. 여행사의 단체여행에서도 이런 각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동행한 가이드가 모든 것을 척척 알아서 해주어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불편은 여기저기 산재하기 마련이다. 밤늦게 숙소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불편이나 요구사항 정도는 스스로 해결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길든 짧든 외국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타 언어권에서 순식간에 멍청이가 되는 느낌을 한 번쯤은 맛봤을 것이다. 그럴 때,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의 국민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도 많다. 그런 마음은 영미권 사람들의 우월한 문화적 지위로 인한 모종의 피해의식일 것이다. 오지(奧地) 여행가로 유명한 한비야 작가는 일본인들과 대화를 나눌 때, 주제의 명확성보다 자신의 영어 실력에 주눅 드는 모습을 수없이 경험했다고 했다. 토론에서 건방진 일본인을 눌러주고 싶은 충동이 생길 때, 유창한 영어로 빠르게 떠들어대면 알아듣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겸손해지더라는 것이었다. 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투수 봉중근 선수가 일본팀과 경기 도중, 애매한 판정이 나오자 미국인 심판에게 다가가…
[충북일보] 서울 생활을 접고 10년전 세종에 정착한 뒤 종전보다 편리해진 대표적인 것은 '명절 보내기'다. 형과 어머니가 있는 대구까지의 거리가 절반으로 줄어든 데다 '교통지옥'인 수도권 땅을 밟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환자가 늘어날 것을 우려한 정부는 올 추석엔 고향 방문은 물론 여행도 자제해 주도록 국민들에게 권고했다. 이에 따라 우리 집 5형제는 80대 후반인 어머니의 건강이 좋진 않지만 올해는 얼굴 보는 걸 꾹 참기로 했다. 대신 필자는 아내와 함께 세종과 대구의 중간쯤에 위치한 고향 추풍령의 선산(先山)에 들러 잠깐 성묘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올해 10월 달력을 보면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한다"란 옛말이 생각난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추석연휴가 작년보다 하루 많은 5일이었고, 나흘 뒤 시작된 한글날 연휴도 3일이나 됐다. '꼰대스러운' 생각일지 모르나 코로나 사태로 나라와 국민들이 모두 어려운데 노는 날은 왜 이리 많은 걸까.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에게는 '표 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리겠만,추석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슬그머니 없앤 것처럼 코로나 같은 특수상황에서는 휴일을 좀 줄일 수도 있지
[충북일보] 코로나19 창궐 10개월째다. 장기화에 따른 복지사각지대가 늘어나고 있다. 취약계층이 위험해지고 있다. 고독사하는 무연고 노인들도 많다. 실질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보건복지부의 최근 5년 무연고 사망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매일 노인 3명이 고독사하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무연고 사망자 수는 1천145명이다. 3년 새 56% 증가한 수치다. 최근 5년 간 통계로는 거의 만 명에 육박한다. 무연고 사망은 사망자의 가족을 찾지 못하거나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경우를 말한다. 노인 고독사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2배 가까이 더 많다. 국내 65세 이상 홀몸노인 수는 159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무려 24.6%나 늘었다. 홀몸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빈곤하다. 건강 등 여러 면에서 취약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더 악화되고 있다. 사람들과 교류가 끊기면서 정신건강도 나빠지고 있다. 다행히 지난 3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대한 법률(고독사예방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내년 4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홀몸 노인층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을 노래 권오중 전 증평문인협회장 가을이 커다란 붓을 들고 스윽 슥 수채화를 그린다 단풍잎에 빠알간 사랑을 은행잎에 노오란 웃음을 억새꽃에 하얀 마음을 그려놓곤 갈바람에 흥겹게 노래한다
하루, 하루, 모든 것들이 변해간다. 사건들이 일어나고, 잦아들고, 다시 새날이 일어나고……. 일상이 된다. 토막~토막~ 기억의 봇짐들이 커지고 깊어지는 무게감도 생겨난다. 기억이 오늘의 나를 탄생시키는 것인지, 오늘의 내가 기억의 나를 품어가는 것인지. 나는 둘이 되어 기억의 토막을, 오늘의 일상을 조금은 타인의 일처럼 나누는 시간을 나눈다. 삶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지, 어디에 있는지. 이야기 하나, 운동장 동쪽 담벼락에는 동화 속 바다가 벽화로 산뜻하다. 그 앞에는 30살쯤 되었을 청년의 느티나무가 나란히 줄지어 산다. 나는 교실에서 창문을 사이로 그들과 하루를 마주한다. 남쪽으로 해가 높게 솟을 때면 그들은 운동장 바닥에 닻을 내린다. 그들 속으로 아이들이 찾아들면 그들은 커다란 풍경이 된다. 아이들 세상으로 살아난다. 서녘 햇살이 길어지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오후, 나무는 조용히 모습을 담벼락에 담는다. 담벼락은 거울이 된다. 오늘 어떻게 살았는지, 얼마나 자랐는지 그들만의 마무리와 고독이 시작된다. 날마다 똑같은 모습인 듯 그렇게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10월의 오늘, 새삼 변해감이 보인다. 햇살을 가장 처음으로, 온 잎 가득 뜨겁게 받는 가
추석 며칠 전 산책 중에 가지가 길 위로 휘어 나온 두 그루의 밤나무를 보았다. 아이 주먹만한 밤송이들이 만삭의 산모처럼 오늘내일 오늘내일 하는 것 같았다. 석류 붉게 익어 새빨간 알을 토해내듯 내일쯤에는 저놈들도 네 갈래로 쩍쩍 벌어질 것이다. 임자있는 나무가 아닌가 하고 주위를 살폈으나 국유림의 자생 밤나무였다. 장대를 가지고 터는 것도 아니고 도로에 떨어진 밤을 줍는 것은 법에 저촉되지 않을 것 같았다. '산림자원법'에 의해 임산물 무단채취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기 때문에 여간 주의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 담을 넘어 남의 집으로 휘어 들어간 가지에 달린 감과, 문창호지를 뚫고 들어간 주먹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명쾌하게 정리했던 조선의 청백리 백사 이항복의 일화가 생각났다. 다음날, 밤송이침을 대비하여 모자를 챙겨 쓰고, 꼭두새벽 송이밭을 오르는 사람처럼 동트기 전에 밤나무 아래에 도착했다. 간밤에 분 바람 탓에 밤송이와 알밤 들이 길위에 널렸다. 밤송이를 두 발로 벌리고 밤을 빼내다 가시에 찔리는 따끔함이 토종벌 치셨던 아버님을 그립게 한다. "꿀을 따 먹으려면 벌에 쏘이는 것 쯤은 각오해야 하느니라"…
[충북일보] 그곳은 아이들에겐 놀이터였고, 어른들에겐 쉼터였다. 생활 오·폐수가 흘러들어와 수질은 썩 좋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낭만과 추억이 생산되는 곳이었다.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에서부터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남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의 욕구를 충족해주는 곳이었다. 시민 요구 미반영된 개발 겨울에는 모충교 아래 빙상장이 만들어져 시민들이 썰매와 스케이트를 즐겼고, '동상'(凍傷) 위험에도 아랑곳없이 얼음 배를 만들어 상·하류를 오르내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는 아이들도 많았다. 수질 상태가 양호한 상류지역에는 아낙네들의 빨래터가 곳곳에 있어 마음 따뜻해지는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며 지금은 모두 벌목돼 사라져 버린 천 주변으로 즐비했던 버드나무는 무심천의 정취를 한껏 돋보이게 했다. 정월대보름에는 쥐불놀이 행사의 주 무대였고, 초·중·고 사생대회와 모형보트 대회도 종종 개최됐다. 유치원·초등학생에게는 살아있는 자연학습장이었으며 밤이면 일본 훗카이도 하코다테 거리처럼 포장마차가 즐비한 '주당'(酒黨)들의 천국이었다. 불과 40년 전만 해도 청주 무심천은 다양한 이들이 찾는 명소였다. 청주시는 7년 전부터…
요즘 청주에서는 정정순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차마 얘기를 못 하겠다는 뜻이다. 천신만고 끝에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는데, 제대로 일도 못 해보고 위기를 맞은 모습이 애처롭기 때문이다. 그것도 외부에서 고발한 것도 아니다. 회계책임자가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까발린 것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지역사회 입장은 더욱 착잡하다. 어떻게 조직을 관리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고 항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면서도, 설마 의원직이야 잃겠느냐는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다. 선거캠프 관계자가 구속·기소됐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자칫 의원직도 잃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았다. 정 의원이 검찰소환에 불응한다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는 뉴스가 터졌다. 검찰이 8번이나 불렀는데 한 번도 나오지 않는 바람에 부득이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에서 체포의 필요성을 인정해 국회에 체포동의서를 보냈다는 것이다. 검찰이 고민정 이수진 등 여당 의원에게 줄줄이 불기소 처분을 하면서 유독 정 의원에겐 체포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라며 체념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충북일보] 국내에서 1년 만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재발했다. 추가 확산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물론 강원도 화천에서 나온 2건의 발병사례 외엔 아직 추가 확진은 없다. 그러나 방역에 조금의 허술함도 있어선 안 된다. 충북도는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방역 고삐를 바짝 조이고 나섰다. 가장 먼저 경기·강원 중점관리지역의 돼지·분뇨 등 축산 관련 위험물류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거점소독소를 활용한 바이러스 차단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돈농가 전담관을 통한 농장별 전화 예찰도 강화했다. 산간지역 농가엔 ASF 매개체인 멧돼지 기피제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멧돼지 포획 개체의 ASF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모니터링 검사도 확대키로 했다. 국내에서 ASF는 지난해 9월 16일 처음 확인됐다. 경기도 파주의 양돈농가에서 사육 중이던 돼지에서 발생했다. 그 후 1년여 만에 재발했다. 가축방역당국은 발생농장 반경 10㎞ 이내를 방역대로 설정했다. 추가 확산 차단을 위해 해당 농장을 포함한 3곳의 양돈농가 돼지 2천244마리를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했다. 이번 ASF는 북쪽에서 넘어온 야생 멧돼지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쪽으로 전파 가능성이 점점 커지
고양이의 말 서용례 충북시인협회 감나무가 그늘을 채워가는 오후 고양이가 감나무를 오래 올려다본 주술의 시간은 하늘빛이다 전설같은 사랑은 흩어지고 고양이가 담장아래 사람들이 일용할 양식을 야옹야옹 잘게 먹는다 삶의 방식이 다른 다른 고양이는 주어진 것을 절대 타인에게 주지 않는다 감나무 뿌리 끝에서 심줄을 타고오르는 흙들이 야옹야옹 불확실한 사랑은 언제 끝날지 모를 일 감나무는 무성한 잎만 늘어만 가는데 고양이의 말은 담장에 내려앉지 못한 채 야옹 야옹 야옹
오늘도 부스스한 머리와 지친 눈의 후배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아침을 맞이했다. 후배가 쪽잠이 들면 방해되지 않게 핸드폰 불빛으로 엑셀 작업을 하고, 선배가 새벽녘에 잠이 들면 후배는 조용히 실험 데이터를 정리한다.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보건환경연구원'코로나19'TF 진단검사팀은 선별진료소에서 의뢰한 검체를 접수 및 검사로 24시간을 보내고 있다. 검사는 밤늦도록 끝나지 않고, 결과 통보는 새벽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으니 연구사들의 고단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진단검사팀이 편성되어 24시간 교대로 근무한 지 어느덧 9개월째 접어든다. 담당 부서 연구사 3명으로 시작했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검사량으로 점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국은 보건연구사 전체가 조 편성되어 휴일과 야간근무를 지원하게 되었다. 주간에는 청주농산물검사소에서 농산물 안전성 검사를 하고, 오후 6시부터는 코로나19 검사실로 출근해서 검사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코로나19와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 및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는 RNA바이러스로 그 중 사람에게 전파 가능한 바이러스는 6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4종은…
쓰레기 문제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자 일회용 컵의 사용을 자제하는 정책으로 얼마 전까지 잠잠해 보였던 버려진 일회용 컵들이,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시금 사용·권장되면서 자주 목격되는 것 같다. 주변에 많이 보이는 것 중에 또 하나는 담배꽁초이다. 담뱃값 인상 등 담배 정책으로 인해 담배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주변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여전히 많이 보인다.(버려진 꽁초 옆에 입에서 나오는 침은 덤이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가나 주변 화초, 화단, 가로수에 버려진 꽁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에도 꽁초들이 떨어져 있다. 또한 빗물이 빠져나갈 수 있게 설치된 하수관에는 마치 담배꽁초의 전용(?) 쓰레기 통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담배꽁초가 많이 버려진다.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 이런저런 쓰레기로 인해 배수가 원활하지 못하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이 꽁초를 버리면 버려도 된다는 생각인지, 여러 개의 꽁초가 같은 장소에 버려지는 것도 자주 목격된다. 그런 분들 중 몇몇은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어 버릴 곳
책을 읽다 번역가 박여진 씨의 글을 만났습니다. 경남 하동을 거닐다 박경리 작가를 생각하며 대하소설 '토지' 속에 얽혀 있는 무수한 인연들을 떠올리게 된 그는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인연에 대한 생각을 나직하게 읊조렸더군요. '인연은 흔적을 남긴다. 어떤 인연은 사소하고 작게 시작했다가 무럭무럭 자라 굳건한 뿌리를 내리기도 하고 어떤 인연은 상처를 내고 흉터를 남기기도 한다. 껌이 엉겨 붙은 머리칼처럼 가망 없이 얽힌 인연도 있고, 유쾌하고 반짝였지만 별것 아닌 이유로 빛이 바랜 인연도 있으며 실망과 지겨움에 구겨진 인연도 있고, 너무 당연해 함부로 대했다가 후회로 멍든 인연도 있다. 더러는 소중하고 애틋하게 지키고 싶었지만 더 이상 내 시간과 공간에 머물지 않게 된 인연도 있다. 연(緣)은 마음먹은 대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탄탄하게 맺어지기도 하고, 애를 쓸수록 지치고 복잡하게 얽히기도 하며, 너무 엉성해서 조금만 당겨도 툭 끊어지기도 한다.' 찰진 묘사 때문에 잠시 책에서 시선을 떼어냅니다. 책을 읽다 느닷없이 만나게 된 '인연'입니다. 인연하면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이 생각나기 마련이지요. 과거 교과서 속에서 만났던 작
웰빙식으로 통하는 사찰음식은 채식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서 금하는 매운맛을 지닌 다섯 가지 채소를 오신채(五辛菜) 또는 냄새나는 채소이므로 오훈채(五荤菜)라 한다. 자극적인 맛과 향을 낼 뿐 아니라 정신을 혼란하게 하므로 수양을 하거나 마음을 닦고 덕을 쌓는 사람들은 오신채를 즐기지 않는다. 불교와 도교 심지어 유학자들도 오신채를 먹지 않았다. 집집이 돌아다니며 수행의 방편으로 탁발하는 남방불교에는 오신채를 금하지 않지만, 한국과 중국 등 대승불교권에서는 오신채를 먹지 않는 것을 규율로써 강조했다. 남방불교에 없는 전통으로 채식과 함께 대승불교가 인도 힌두교의 전통을 물려받은 영향이 더 크다. 오신채 금기의 전통은 6세기 초, 중국 양나라 무황제에 의해 생겨난 문화이다. 무황제가 511년에 육식과 술을 금식하는 '단주육문'과 517년에 내린 칙령에 따라 유래됐다. 무황제가 제사에 고기 대신에 두부를 사용하고, "오신(五辛)을 먹어서는 안 된다"라고 주창할 때로부터다. 오신채 금지를 언급한 경전은 401년 쿠마라지바가 번역한《범망경보살계본》에 오신(五辛)이라 처음 등장하는데, 다섯 가지 매운 것은 파·염교·부추·마늘··무릇이다.《노사나불설보살심지계품제십
[충북일보] 소크라테스가 소환됐다. 가황(歌皇) 나훈아가 노래로 불러냈다. 질타의 메시지도 전했다. 궤변의 세상을 혼냈다. *** 정치인들부터 달라져야 나훈아는 최근 신곡 '테스형!'을 발매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단독 콘서트에서 공개했다. 노래를 통해 인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큰 관심을 보였다. 노래가 전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들어' 노랫말은 강렬하다. 국민감정의 응어리를 여과한다. 최근까지도 국민들을 언짢게 하는 일들이 많았다. 지난 6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충격적이었다. 지난달 바다위에서 표류하는 공무원에 대한 북한 피격은 참혹했다. 그런데도 국가의 대응은 별로였다. 국민들은 바라만 봐야 했다. 정치권은 지금도 세치의 날선 혀끝으로 싸움만 하고 있다. 각종 궤변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내일이 다시 두려워지고 있다. 노래 '테스형!'은 그들에게 묻는다. '국민을 위해 죽을 수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같은 말을 할지'도 따진다. 나훈아는 말했다. "역사 속에서 어느 군주도, 임금도
[충북일보] 인구소멸은 지방소멸과 직결된다. 지방소멸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의 균형발전을 대하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 정파적이고 지역적인 시각으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국가를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 국토 공간의 균형을 위해 지방분권부터 서둘러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지방소멸 문제는 그 정도로 심각하다.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6%(105곳)가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다. 전국 기초단체 2곳 중 1곳이 사라질 위험에 처한 셈이다. 충북지역 11개 시·군 가운데 무려 7곳이 포함됐다. 양 의원이 한국고용정보원의 5월 기준 지역별 인구소멸 지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그렇다. 제천과 음성은 올해 처음으로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옥천과 영동, 단양은 소멸위험진입 단계, 보은과 괴산은 고위험 지역이다. 인구소멸 위험지역은 20세에서 39세 사이의 여성 인구수와 65세 이상 고령인구수를 나눠 계산해 지수가 0.5 미만인 곳이다. 세부적으로 0.2 미만은 고위험 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충북도내 시·군처럼 농촌지역의 인구소멸 현상은 더 심각하다. 우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바람의 언덕 정남 충북시인협회 그래 가끔은 흔들리고 싶은 날 왜 그러느냐고 정신 차리라고 모든게 그리 호락호락한 것 아니라고 그래 소유했던 모든 것 앞에 놓고 소유와 비움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을때 바람의 언덕이 필요해 눈 깜짝할 새 생각을 털어내 미련 접는법을 깨닫게 하는 그 후련함에 길들여진다면 한결 홀가분하게 날개짓 할 수 있을테니
날씨가 부쩍 아침, 저녁으로 많이 쌀쌀해졌다. 취미 중 하나인 골프를 치기에 좋은 날씨지만 운영 중인 회사 '플러그미디어웍스'가 11월 새로운 사옥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어 인테리어 등 다양한 일로 바쁘다 보니 자주 나가기가 쉽지가 않다. 골프를 배우기 전 당시 부자들의 운동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이제 10년 차다. 공으로 하는 구기 종목은 웬만해서 중간은 하고 소질이 있는 편이지만, 골프는 10년을 쳐도 항상 어렵다. 2~3년 차 때는 점수가 잘 나지 않으면 스트레스 받고 짜증도 났지만, 지금은 맞지 않는 것에 자존심도 상하지 않는다. 지금은 좋은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더 큰 만족감이 있다. 청주로 내려와 한창 어려울 당시 사업핑계로 라운딩을 나갔을 때 가족들과 라운딩을 나온 분들을 보면 부러웠다. 주변만 해도 장모님, 장인어른, 또는 부모님과 친인척들과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면 내심 부럽기도 하고 나와는 먼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유가 생겼다기보다 아내와 취미를 같이 하고, 이웃들과 부부동반 라운딩을 목표로 아내를 설득해 곧 레슨을 시작하기로 했다. 운동신경이 워낙 없는 아내이다 보니 사실 걱정이다. 아이들이 이제
어머니가 출근하다시피 병원에 다니신 지도 어느덧 25년이 넘었다. 40대 초반에 뇌출혈로 쓰러지신 어머니는 나이가 젊고 수술도 잘돼서 다행히 장애는 심하게 남지 않았지만, 그 때 이후로 한 쪽 다리에 늘 통증을 달고 살아오셨다. 병의원을 전전하면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침도 맞아보고 약도 드셨지만 나아지질 않았다. 언제부턴가는 더 이상의 호전은 포기하고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물리치료만 받고 계신다. 나이가 드실수록 여기저기 아픈 곳은 늘어만 가고 먹는 약도 많아졌다. 그런 어머니가 가끔씩 생기 있게 눈을 반짝이며 목소리에 힘을 주고 하시는 말씀이 있다. "내가 몸이 이렇게 돼서 고생은하고 있지만 전에 나보다 더 건강하던 사람들 중에는 벌써 죽은 사람도 있고 요양원에 간 사람도 있어. 그래도 나는 이렇게라도 살고 있으니 그네들보다는 낫잖아. 누구 엄마, 누구 엄마도 벌써 죽었고, 누구 엄마는 요양원에 가있고…" 라는 말씀인데, 갈수록 뒤에 나오는 이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정말 그랬다. 어머니가 쓰러지고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을 때 어머니보다 더 건강하게 활동하던 이웃 분들이 지금은 건강이 더 안 좋아지셨거나 먼저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 한동안…
진천에 교육문화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진천에는 초등학교 2교, 도서관 2기관, 행복교육센터, 평생학습센터, 문학관, 청소년수련관, 근린공원이 진천교육도서관을 중심으로 반경 300m안에 있다. 이 기관들을 서로 긴밀하게 이어주는 물리적 연결망을 구축하고, 상호 연계 프로그램을 도입·운영하기만 하면 된다. 시너지 효과는 현재 기관별 개별 프로그램 운영 효과와 비교가 불가한 상상 그 이상이다. 진천교육지원청은 구 진천문화원 부지에 55억원을 들여 행복교육센터를 신축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교적응을 돕는 Wee센터, 학교폭력 예방·지도센터, 학생상담센터, 특수교육지원센터, 학교지원센터와 시청각실 등을 이전·확충 설치하여 우리 학생들이 더욱더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진천교육도서관에도 25억원을 투자하여 상상력 및 창의 융합적 사고력을 키우고, 사회적 공감과 소통을 위한 교육문화복합공간으로 재구성한다. 군립도서관과의 역할을 분담하고 차별화하여 우리 학생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하려고 한다. 단순히 책만 보는 도서관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며 꿈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첨
스마트폰 카메라가 고성능화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 풍경을 담는 횟수가 늘어가고 있다. 풍경보다는 인물사진을 선호하는 편인데 요즘은 초상권 때문에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담을 수 없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내 모습을 담아 봤다. 담겨진 내 모습에서 젊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특히 젊은 사람과 같이 담은 영상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많은 시간이 흘러갔음을 알았으며, 시간이 무엇인가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에 대해 "시간은 모호한 순간일 뿐이다. 흘러가는 것이 없다면 시간은 존재하지 않고 흘러오는 것이 없다면 미래도 없을 것이다. 현재라는 시간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시간은 과거로 흘러가야 한다. 과거에 대한 현재는 기억, 현재에 대한 현재는 직관, 미래에 대한 현재는 기다림이다"고 말했다. 과거에 대한 현재는 확실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단기기억이 아니라 장기기억에 저장된 사건들만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고 생각하기 싫은 일도 있지만 기억된 사건들은 현재에 대한 현재인 직관을 결정한다. 현재에 대한 현재를 잘 살아야 다가오고 있는 기다림이 아름답게 올 것
필망(必望) 박찬승 충북시인협회 평생에 이런 시 한편 써두고 의미있는 마침표 하나 찍은 후 후회 없는 붓을 놓고 싶다 나의 감성과 필력을 남김없이 다 쏟아 부어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헤이고 심장으로 느끼고 영혼으로 품은 것들 지난 인생여정 남김없이 다 녹인 적절하게 함축된 시어로 골라 꿰어 고이 엮은 보석 항아리 하나 저승 가는 길섶에 두고 후회 없는 마침표 점 딱 찍어두고 오랫동안 정든 붓을 미련도 없이 놓고 싶다
[충북일보]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7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국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정을 20일로 단축했다. 국감 증인을 포함해 주요 기관장들과 함께 했던 보좌관 등 참석자도, 취재 기자도 큰 폭으로 줄었다. 일부 상임위원회는 아예 화상회의로 진행키로 했다. 국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했다. 겸임 상임위원회를 제외한 13개 상임위를 일제히 가동했다. 북한에 의한 공무원 피살과 추미애·강경화 장관 가족 문제 등과 관련한 여야의 격전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국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한 걱정도 많다. 정부의 정부 옹호나 관련 장관 비호 때문이다. 법사위에서는 추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한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처음부터 충돌이 있었다. 아무튼 국감은 시작됐다. 국회는 행정부, 사법부 등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감사와 감찰을 진행해야 한다. 사회적 문제를 짚어보며 문제점과 개선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충북에서는 지난여름 댐 하류 지역에서 발생한 수해 책임 규명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당시 수자원공사의 댐 수위 조절, 환경부와 금강유역환경청 등의 수계 관리에 대한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영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문화의 확산과 지속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쳐가는 몸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맑은 공기와 청정함을 찾아 녹색의 숲으로 향하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숲에서의 여가활동을 보내고자 하는 국민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갇혀있는 생활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나홀로 등산객'의 증가와 함께 처음 캠핑을 시작하는 '캠린이(캠핑과 어린이의 합성)'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산과 숲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때이다. 산림에서의 여가활동이 가능한 것은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63%를 차지하고 있는 산림이 산림녹화의 성공으로 과거 황폐했던 숲에서 푸르름의 상징인 건강하고 울창한 숲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이런 울창한 숲(산림)에서 목재, 임산물 등과 같은 재화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자연휴양림, 치유의 숲, 유아숲체험원, 도시숲 등 다양한 산림복지 인프라 조성을 통해 휴양, 치유, 산림문화·교육, 레포츠 등 유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에게 생애주기별 산림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울창하게 조성된 산림자원을 가꾸고 활용할 전문임업인을…
[충북일보] 청주의 가을철 대표적 볼거리 낭성면 추정리 메밀꽃밭이 극심한 가뭄과 폭염을 이겨내고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국내 토종벌 명인 1호 김대립 청토청꿀 대표에 따르면 22일 기준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추정1리 메밀밭 1만여평의 25%가 꽃을 피웠다. 추정리 메밀꽃은 이달 말께 활짝 피어 10월 초 절정을 이룬 뒤 같은 달 20일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청주의 가을이 통째로 내려와 앉은 것 같은 환상적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메밀밭을 조성한 추정리 경관·밀원 추진위원회와 메밀꽃행사 추진위원회는 24일 추정1리 334번지 메밀밭 입구에서 마을장터 개장식을 갖고 '2024 추정리 메밀꽃행사' 시작을 알린다. 개장식에서는 충북세종가야금연구회의 축하공연도 열린다. 추정리 메밀꽃행사는 이날부터 10월 20일까지 계속된다. 28일부터 행사장 입장 때는 초등학생 이상 1인당 요금 5천원이 부과된다. 메밀꽃 개화 초기인 개장일부터 27일까지 입장요금은 면제된다. 입장요금 가운데 2천원은 농산물상품권으로 되돌려 받아 메밀밭이나 마을장터에서 지역생산 농산물, 음료수, 농산물가공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행사장 입장가능 시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충북도가 2년 만에 받는 현장 국정감사를 도정 주요 현안 해결의 기회로 삼는다. 도는 여야 의원들에게 사업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내년도 정부예산 확보 등 국회 차원의 지원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22일 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다음 달 17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현장 국감을 받은 도는 지난해에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수습을 위해 피감기관에서 제외됐다.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광희(청주 서원) 의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같은 당 박정현(대전 대덕) 의원과 함께 행안위 소속 충청권 의원이다. 도는 이 자리에서 핵심 현안에 대한 지원을 적극 건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감과 관련해 세부적인 일정이 확정되면 건의 목록과 설명 자료 작성 등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현안에는 지난 9일 국회의원 초청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건의한 도정 현안과 내년도 국비 확보 사업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당시 도는 주요 현안으로 14개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 대형가속기 구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카이스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