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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재

국민연금공단 청주지사 노후준비서비스 팀장

어머니가 출근하다시피 병원에 다니신 지도 어느덧 25년이 넘었다. 40대 초반에 뇌출혈로 쓰러지신 어머니는 나이가 젊고 수술도 잘돼서 다행히 장애는 심하게 남지 않았지만, 그 때 이후로 한 쪽 다리에 늘 통증을 달고 살아오셨다. 병의원을 전전하면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침도 맞아보고 약도 드셨지만 나아지질 않았다. 언제부턴가는 더 이상의 호전은 포기하고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물리치료만 받고 계신다.

나이가 드실수록 여기저기 아픈 곳은 늘어만 가고 먹는 약도 많아졌다. 그런 어머니가 가끔씩 생기 있게 눈을 반짝이며 목소리에 힘을 주고 하시는 말씀이 있다. "내가 몸이 이렇게 돼서 고생은하고 있지만 전에 나보다 더 건강하던 사람들 중에는 벌써 죽은 사람도 있고 요양원에 간 사람도 있어. 그래도 나는 이렇게라도 살고 있으니 그네들보다는 낫잖아. 누구 엄마, 누구 엄마도 벌써 죽었고, 누구 엄마는 요양원에 가있고…" 라는 말씀인데, 갈수록 뒤에 나오는 이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정말 그랬다. 어머니가 쓰러지고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을 때 어머니보다 더 건강하게 활동하던 이웃 분들이 지금은 건강이 더 안 좋아지셨거나 먼저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 한동안 그냥 흘려들었던 이 말씀에 대해 어느 날 문득 '왜 그렇게 되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게 궁금해 하던 중 어머니의 생활상을 보면서 그 원인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일종의 전화위복(轉禍爲福)이었다.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 것으로 뇌출혈이 어머니를 남들보다 오히려 더 건강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루걸러 다니는 병원에서 갈 때 마다 혈압을 재고, 의사를 만나 질병관련 상담도 받고, 당신보다 더 심한 환자들을 보면 약간의 위안도 받을 수 있었을 테고, 이왕 시내로 나갔으니 다른 데 아픈 곳이 있으면 다른 병원을 가는 것도 용이했을 것이다. 게다가 병원에 가기 위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활동을 시작해야 했고,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며 만나게 되는 사람들 그리고 오가는 버스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다. 가끔 어머니와 대화를 하다보면 이렇게 만나게 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오전에는 이렇게 병원에 다녀오시고 오후에는 주로 밭에서 일을 하셨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풀을 뽑고 북을 돋아주며 여러 가지 농작물을 가꾸는 재미로 사셨다. 농사라는 게 재미를 붙이면 정말 재미가 있어서 힘든 줄도 모르고 하게 된다. 비록 몸은 힘들지만 내가심은 작물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 열매를 맺고 하는 걸 보면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아프다고 집에만 계시는 것보다 이렇게 농사일에라도 재미를 붙이면 아픈 것도 잠시 잊을 수 있고, 몸을 움직이니 당연히 건강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농사일이 없는 봄에는 들에 나가서 나물도 뜯어 오시고, 틈틈이 걷기 운동도 하셨다.

어머니에게 만약 뇌출혈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다른 시골 아주머니들처럼 웬만큼 아프지 않고는 병원도 안 갔을 것이고, 더 힘들고 심하게 농사일을 하셨을 테고, 건강관리에는 관심도 없으셨을 것이다. 그 결과는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중대 질병이나 사고를 당하는 불행을 맞게 되었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포기할 게 아니라, 건강관리를 잘하라는 일종의 경고라고 생각하고, 이제부터라도 경각심을 갖고 잘 관리하게 되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 뇌출혈로 입원했던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퇴원할 때 담당의사가 했던 말을 어머니는 아직도 기억하고 계신다. "한 번 더 뇌출혈이 오면 그 땐 죽어요"라는 경고였다고 한다.

병원에 참 오래 다니신 어머니 말씀, "요즘엔 병원에 젊은 사람들도 참 많이 와. 예전엔 안 그랬는데" 이 말씀을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허허, 어머니도 20년 전에는 그들처럼 젊은 사람이셨어요. 이제는 어머니가 나이가 들어서 그 사람들이 젊어 보이는 거죠.' '어머니, 25년이 아니라 50년이 되어도 좋으니 지금처럼 그렇게 병원이라도 잘 다니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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