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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안녕하세여?"

아파트 일층 어린이집 아가들이 앙증맞은 배꼽 인사를 한다. 눈높이를 맞추려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흔들어 준다. 마스크 때문에 방울새같은 조잘거림은 없어도 두 눈은 요정처럼 반짝인다. 인사를 주고받는 것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 중 하나다.

1998년 12월 연합뉴스 보도가 눈길을 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각종 안부 인사를 위한 전화로 인한 통화비 부담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는 22일부터 올 연말까지 시외 전화 무료 서비스가 등장, 희소식이 되고 있다."

일 년 가까이 코로나19에 감금당한 채 살고 있는 노인들에게 자식들 안부전화보다 더 반가운 것은 없을 것이다.

22년 전에도 했던 것처럼, 더 늦기 전에 휴대폰 안부전화 무료 서비스를 실시하면 많이들 좋아할텐데….

《소학》에 '동온하정혼정신성(冬溫夏·昏定晨省)'이란 말이 있다. 겨울엔 따뜻하게, 여름엔 서늘하게 해 드리고, 저녁에는 잠자리를 보살펴 드리고 새벽에는 문안을 드린다는 것이다.

또한 《예기》에서 유래된 고사성어 중에 '출필고반필면(出必告反必面)'이 있다.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부모에게 가는 곳을 아뢰고 돌아와서는 반드시 부모를 뵙고 귀가했음을 알린다는 뜻이다. 인사에는 말로 하는 인사(입인사), 행동으로 하는 인사(절, 악수, 경례, 포옹, 바이 바이 등), 서신으로 하는 인사, 선물로 하는 인사(축조의금, 격려금 등)가 있는데 그전에는 불예례(不禮禮)란 것도 있었다.

불예례란 예를 표하지 않는 예로, 예를 차리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폐가 될 때 예를 피하는 것을 일컫는 말인데, 이는 인사를 받을 상대의 형편과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하는 것이니 지극한 공경심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예(禮)의 극치로 여겼다.

스승이 제자 병문안을 가서 간호인들만 만나 부탁하고 오는 것도 불예례의 예라 하겠다.

다음은 스위스 학자 하루디의 악수에 관한 글이다.

"사람을 아는 데는 손이 제일이다. (중략)

가장 즐거운 것은 천진하게 마음 속에서부터 이쪽을 신뢰하며 쏠리도록 내어미는 어린이의 손이다. 이것은 마치 동물의 앞발과 같아 전적으로 친애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호들갑스럽게 꾸민다든지, 팔을 온통 벌린다든지, 혹은 점잖을 빼는 악수, 두 손을 한꺼번에 내민다든지, 손을 야단스럽게 흔든다든지, 혹은 손을 오래 잡고 놓지 않는다든지 하는 것들은 항상 이쪽에 무슨 인상을 주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가 다소 의심스러운 것이다."

무소불위의 대원군을 찾아간 시골 선비가 대원군이 자기의 절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다시 한 번 절을 하였다.

"이놈, 산 사람한테 재배를 하다니 날 송장으로 본 것이냐?" 하고 소리치니, "아닙니다, 첫 번째 절은 뵙는다는 절이고 두 번째 절은 물러간다는 절입니다."

그야말로 촌철살인의 응대다.

1949년, 초대 주한 미국 대사 무초가 탄 차를 향해 길가의 사람들이 팔뚝 욕(불끈 쥔 오른손 주먹을 왼 손바닥으로 감싼 후 주먹부터 팔꿈치까지 쓸어내리면서 상대를 향해 "쑥떡 먹어라"며 내 뻗는)을 해대자 당황한 통역관이 "반갑다고 인사하는 것"이라 설명했고, 무초 대사는 경무대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만나자마자 팔뚝질을 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세상을 바꾼 코로나가 인사법도 바꿔놨다. 주먹을 부딪치는 주먹 인사, 팔꿈치를 부딪치는 팔꿈치 인사, 발을 서로 툭 치는 발악수, 스님들이 합장하듯 자신의 가슴 앞으로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태국식 '와이' 인사 등으로. 이참에 아이들의 배꼽 인사만큼이나 정겹고 아름다운 우리 고유의 인사법을 쓰는 것은 어떨까? 서서 양손을 배 윗부분에 쥐고 허리를 약간 구부려 인사하는 입례(立禮) 말이다.

그놈의 코로나가 휴대폰에까지는 침범을 하지 않아 전화나 문자로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안부가 끊기면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문자는 못 보내더라도 카톡에 사진만이라도 올려놓으면 좋으련만….

"잘 지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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