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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중앙도서관장

평온한 보통의 어느 날 오후.

앞이 보이지 않는 남자가 도로 한 가운데에서 차를 세운다. 그를 집에 데려다 준 남자도, 그를 간호한 아내도, 그가 들른 병원의 의사도 환자들도 모두 눈이 멀어버린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앞이 보이지 않는 정체불명의 이상현상. 눈먼 자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정부는 그들을 병원에 격리 수용하고, 세상의 앞 못 보는 자들이 모두 한 장소에 모인다.

그리고 남편을 지키기위해 눈먼 자처럼 행동하는 앞을 볼 수 있는 한 여인이 있다.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병동에서 오직 그녀만이 충격의 현장을 목격하는데...

띄어쓰기도 문장부호도 없는 글들의 나열로 독자들을 숨막히고 당황케 한, 포르투갈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영화화한 내용이다. 이 소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었을 때에야 가지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데,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요즘의 우리에게 더욱 절절히 다가온다.

봄비가 조용히 가늘게 하루 종일 내린다.

대구의 흐느낌처럼... 우산을 받쳐 들고 숲속 산책길을 스적스적 걷는다.

텅 빈 카페에 내걸린 어느 여인의 시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인적 드문 곳에 주차된 선팅 짙은 차의 윈도 브러시는 야경꾼들의 딱따기처럼 시간 맞춰 쉭쉭거린다.

바람에 흩날리던 상수리 낙엽은 흠뻑 젖은 채로 길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있다.

그리도 사납던 외딴집 백구도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인가 보다.

호숫가 낡은 낚싯배는 바짓가랑이 걷은 아이처럼 반쯤 잠기었고, 신바람 난 청둥오리들은 물위를 스치며 날며 샤워를 즐기고 있다.

외로운 강태공은 바람물결에 흔들리는 찌를 바라보며 잠영중인 물고기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다 담배 연기로 뽁뽁 동그라미를 그린다.

둔치의 고목 등걸은 서있기도 힘에 겨운지 물로 들어갈듯 굽어있고,

산속 수리부엉이는 절벽 바위틈에 앉아 두 눈을 끔벅이며 비오는 풍경을 감상중이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니 산안개도 꼭대기로 날아오른다.

'아, 비말이다!'

온 국민을 공포 속에 몰아넣고 염인증(사람을 회피하는 증세)에 시달리게 하는 '코로나19'의 기생 수단인 그 비말이다.

코로나는 보균자가 기침이나 재채기, 또는 말을 할 때 튀어나오는 작은 침방울을 통해 침투하는 어글리 바이러스다.

비말(飛沫)은 '날아 흩어지거나 뛰어오르는, 안개 같은 물방울'이란 예쁜 말로 박완서, 이병주, 현기영 등의 소설에도 등장하는 단어다.

"상층과 중간층은 중심에서 퉁겨나간 한낱 비말(飛沫)에 불과한 거 아닐까. 대다수 민중이야말로 거대한 여울이다"

(박완서의 소설 《토지》중에서)

다소곳이 비가 그치니 개울물은 소리도 빛깔도 탁한데 물가의 돌미나리는 더욱 푸르고 생생해졌다.

봉긋한 밭이랑에는 빼꼼히 비집고 나온 새싹들이 앙증맞고,

나뭇가지 새 움들은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려는듯 영롱한 물방울을 움켜잡고 있는데, 마을 어귀 나무장승은 비에 젖어 청승맞다.

"어제 제 남편이 죽었어요.

같은 병에 걸린 후로 서로 다른 병원에 입원했는데 어제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사체를 화장해 버리면 다시 남편의 얼굴을 볼 수도 없고 병이 낫지 않아 장례식에 참석할 수도 없는 기막힌 상황이에요."

'코로나19'로 치료중인 대구 할머니 말씀에 가슴이 미어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잠언처럼 우한 발 코로나도 머지않아 종식되겠지만, 어리석은 욕심때문에 호미로 막을것을 가래로 막느라 출혈이 너무나 심하다.

"힘 없는 할매가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딱 한가지 뿐이에요.

어떻게든 살아 남아서 투표장에 가는거."

할머니의 절규가 들리는 듯 하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생전에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비"라고 하셨다.

온갖 곡식을 윤택하게 하는 봄비를 맞으며, 우리 모두 '내 탓이오'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봄비 그치면 국민들의 근심 걱정도 말끔히 걷히기를 소망한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던 편린들이,

하루하루의 세상살이가,

소소했던 이 모든 것들이 다 고맙고 소중함이었다.

얼굴이, 목소리가, 햇살이, 풍경이, 미움조차도 그립다.

불편한 요즘의 삶이 잊었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고난이 많았기에 즐거운 이야기를 쓴다."

소설 《작은 아씨들》의 첫 문장을 떠올리며,

오늘도 별 볼 일 없는 하루가 아니라 별 일 없는 하루였음에 감사한다.

내일은 '마스크 5부제' 해당일이다.

줄서서 오래 기다리려면 아침 든든히 먹고 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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