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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다섯 개 도에 둘러싸인 내륙의 충북과 전체가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는 유권자 수가 전국 유권자의 각각 3%와 1.2%에 불과하지만, 1987년 이후 일곱 차례 대선에서 모두 당선자를 맞힘으로써 당당히 전국의 바로미터가 되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제주 '나비의 날갯짓'이 봄바람을 타고 올라와 충북 '태풍의 눈'과 함께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제 나름의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후보를 판단하고 선택합니다. 먼저 당사자가 어떤 사람인가를 판단하고 다음으로 그의 부친을 알아보고 그리고 자식들을 살펴봅니다. 부모님이 훌륭하시다면 잘 보고 배웠을 것이고, 자식을 제대로 가르쳤다면 올바르게 자랐을 것이니까요. 마지막으로 투표장에 가서 기표 도장의 '사람 인(人)'자를 닮은 표시를 뚫어지게 보고는 가장 사람다운 후보를 최종 선택합니다. 이와 같은 사람이라면 능히 믿고 맡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시치미를 떼는 데 천재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는 침팬지처럼, 말 바꾸기가 몸에 배어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해대는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당연히 배제 1순위입니다.

추사 김정희는 일흔 평생에 붓 1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는데, 몇 년에 한 번 잡는 붓두껍조차도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인두겁을 뒤집어쓴 짐승같은 자들 때문이겠지요? 선거는 축제이고 투표가 즐거우면 좋으련만….

옛날 고향 동네에 벼슬이나 딴 것처럼 헤고제치는 이장 부인이 있었는데, 빨래터나 우물가에서는 '돼먹지 못한 거지발싸개 여편네'로 불렸습니다.

1909년 7월 25일자 '대한민보'에 관재 이도영의 재미난 만평이 실렸습니다. 도끼를 치켜든 사내의 그림을 그리고는 "임 이완용 자부 상피(任 爾頑傭 自斧 傷皮)"라고 썼습니다. '너같이 미련한 놈에게 맡겼더니 제 도끼에 찍혀 상처를 입는구나'라는 뜻이지만, 자부(自斧)와 상피(傷皮)를 같은 음의 다른 한자로 바꾸면, '이완용이 자신의 며느리(자부,子婦) 임(任)씨와 근친상간(상피,相避)했다' 는 의미가 됩니다. 이는 황현의 '매천야록'에도 전하는, 이완용과 큰며느리 임씨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소문을 우회적으로 풍자한, 당시 권력자들의 성적 문란과 도덕적 해이를 꼬집은 것이었습니다.

"네가 받은 봉록은 백성의 기름이다. 아래 백성을 쉽게 해칠 수는 있겠지만 위 하늘은 속이기 어렵다."

후촉의 군주 맹창이 신하들에게 반포했던 경계(警戒)의 글입니다.

호세 무히카(우루과이 46대 대통령)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었습니다. 봉급의 90%를 사회기금으로 기부하며 대통령궁을 노숙자 쉼터로 개방했던 그는, 퇴임 후에도 30년이 넘은 낡은 차를 몰며 농가에서 살고 있습니다. 재임 중 잘못한 일도 없고 적을 만들지도 않은 그에게 있어 방호벽이나 경호동은 다 필요 없는 것이었겠지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산타 마르타의 집'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교황이 전용 관저 대신 바티칸 방문자들의 숙소를 택한 것은 "친구들이 필요해서"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친구이고 자치단체장은 주민이 친구인데, 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처진 차단된 집이 무엇에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장들이 이미 수년 전에 관사를 시민들에게 돌려주었듯이, 이제 청와대도 청남대처럼 개방되어 그곳에 가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모든 국민들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다른 국민들보다 더욱 평등하다."

이처럼 재수없는(財數없다: 하는 짓이나 겉모습이 아주 거슬리거나 못마땅하다) 사람들 때문에 그동안 치밀었던 울화가 얼마인지 모릅니다.

동계올림픽 판정 시비를 접하며 생각했습니다. '나라 밖 불공정엔 너나없이 분노하면서, 나라 안 불공정에는 관대한 이유가 무엇일까? 자비에 한계가 없다는 신성(神性)을 닮아가는 것인가?'

정권이 우선이고 나라와 국민은 후순위에 놓이게 되면, 게다가 자유와 정의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의지마저 부족하게 되면, 헤어나기도 돌이킬 수도 어려운 나락으로 빠져들 텐데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정직하지 않은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을 우리 이 손으로 만들어서야 되겠습니까? 냉철한 이성과 거리낌 없는 양심으로 투표하고, 만의 하나 허튼수작을 부리는 바는 없는지 천리견추호(千里見秋毫: 천리 밖의 작은 터럭까지 끝까지 지켜보다)해야 할 것입니다. 어른들의 한결같은 걱정은 자식 걱정과 나라 걱정 아닐까요? 대선을 앞두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大選萬思), 인사는 만사요 대선은 만만사(大選萬萬事)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봐서라도, 누가 차라리 더 나은지 고민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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