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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2018년 7월 북유럽에서 새하얀 자작나무들을 만났다. 숲속 자작나무는 웨딩촬영 나온 신부 같았고, 길가 자작나무는 출항식하는 수병들 같았다.

지금도 아내가 최고의 해외여행지로 꼽는 곳은 에스토니아 어느 산골의 호숫가 자작나무 숲이다.

숲에 가면 내가 자연이 되고 세상의 주인이 된다. 숲속은 도서관같이 빈부도 지식의 격차도 없고 사람을 가리지도 않는다. 어머니 마음처럼 무엇이고 주지 못해 안달이다.

숲속 좁은 길은 떨어진 잎들로 언제나 푹신하고 포근하다. 발바닥 시원함이 온 몸을 타고 머리끝까지 올라온다. 숲에서는 좋은 냄새가 난다. 맛있고 소화 잘되는 브런치향이 난다.

소설가 김훈은 그의 산문집 <자전거 여행 2>에서 "참나무 숲에서는 콧구멍이 편안해진다"라고 했다. 아마도 숲이 뿜어내는 식물성 소독제 피톤치드 때문이리라.

숲은 식물과 동물이 어울려 사는 마을이다. 고주박이 다된 그루터기에 앉으면 녹색식물들이 광합성하는 소리와 나무들이 숨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그들이 빨아들이는 이산화탄소(CO2)와 내뿜는 산소(O2)가 보이는 듯 하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흙 한 줌, 돌멩이 하나, 잎새 하나, 이슬 한 방울, 벌레 하나, 곤충 한 마리,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움트는 소리, 후드득 잔가지 떨어지는 소리에 눈을 들면 아침 햇살에 영롱한 거미줄이 가냘프고도 아름답다.

저만큼서 휙 지나간 그놈은 노루일까 고라니일까? 나무를 달려오르는 저놈은 다람쥐인가 청설모인가? 줄기를 자르면 애기 똥같은 노란색 유액이 나오는 애기똥풀은 알고 있으려나?

숲속의 아침 새소리는 사랑과 먹이를 구하는 소리다. 새도 꿀벌도 먹잇감을 발견하면 혼자 차지하지 않고 동료들에게 알려 함께 나눠먹는다. 숲속의 모든 식물은 햇빛이 있는 쪽을 향해 자라고 있고(주광성), 햇빛은 "왜 자꾸 나만 바라봐?" 하면서도 싫지않은 눈치다. 햇빛은 숲의 절대적 존재다. 숲속에서는 눈이 부시지않게 햇빛을 볼 수 있다.

왕관처럼 빛나는 해를, 세상 만물에 공평하게 쏟아지는 햇빛을 또렷이 볼 수 있다.

숲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물도 산다. 세코이아나무는 키가 112m에 달하고 지름이 10m나 된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숲이 그리워 정원을 만들었을 것이다. 창덕궁 후원인 비원을, 베르사유 궁전 정원을, 알함브라 궁전 정원을, 봉정사 영산암의 작은 정원까지.

창덕궁 비원을 세 번 걸어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비오는 날, 눈 오는 날, 그리고 달밝은 밤에.

우리나라는 국토의 67%가 산림으로 이루어진 숲의 나라이다.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은 조선 7대 임금 세조와 왕비 윤씨의 능이 있는 곳으로, 세조가 죽은(1468년)후 능을 중심으로 사방 15리에 대하여 벌목, 채석, 매장을 금지하고 관리한 덕에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도 지정된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산림생태계의 보고이다. 전 지구환경정책연구소장 레스터 브라운은 저서 <플랜B2.0>에서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 성공작이며, 한국이 성공한 것처럼 우리도 지구를 다시 푸르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자랑스런 대한민국이, 태양광시설 한답시고 단 18개월 동안에 여의도의 12배나 되는 숲을 막무가내로 없애는 나라가 되었다. 6~70년대 허기진 몸으로 나무 심고 송충이 잡으며 가꿔논 푸른숲을. 1976년에 창궐했던 에볼라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벌목 사업으로 숲에서 쫓겨난 박쥐가 배설물을 통해 인간에게 옮긴 것이었다.

'나무는 사람 마음 알아주는데 사람은 나무 마음 왜 몰라 주오' 노산 이은상이 지은 <나무의 마음> 중 한 구절이다.

숲을 좋아하는 민족은 선한 민족이고, 숲을 아끼는 국민은 선진 국민이며, 숲을 가꾸는 나라는 일류 국가이다.

아이를 데리고 숲에 가서, 인류학자ㆍ동물학자인 제인 구달의 생명 사랑 십계명을 실천하고 싶다.

2.모든 생명을 존중하자.

4.아이들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도록 가르치자.

6.자연의 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자.

7 자연을 해치지 말고 자연으로부터 배우자.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 중에 아름다운 숲과 깨끗한 물 그리고 맑은 공기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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