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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북도 중앙도서관장

여름휴가지를 추천해달라는 당신의 청에 답합니다.

청주에서 승용차로 3시간 정도 달리면 경주 양남면의 파도소리길에 다다릅니다. 부채꼴 주상절리, 누워있는 주상절리 등 희한한 형태의 주상절리를 구경하며 걷는 1.7㎞의 해안길입니다. 하늘과 구름과 바람의 시원한 앙상블 속에, 우현 고유섭의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처럼 당신만의 바다를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10여 ㎞ 떨어진 곳에 '경주 감은사지'가 있습니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찬물을 한두 모금 마시길 권합니다. 너른 폐사지에 우뚝 서있는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을 보는 순간 가슴이 뛸 테니까요. 우리나라 삼층석탑 중 가장 규모가 큰 총높이 13m에 달하는 탑이지만, 조금도 위압적이지 않고 장엄하고도 정연합니다. 푸른 들판에 두 개의 무지개가 뜬 것 같습니다. 이 탑은 통일신라 삼층석탑의 기본형으로, 경주박물관 뒤뜰에 있는 '경주 고선사지 삼층석탑'을 거쳐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으로 통일신라 석탑의 완성을 이루게 됩니다.

30분 정도 차를 몰면 보문관광단지에 도착합니다. 숙박소도 다양하고 야경도 멋집니다. 찰보리빵을 사서 냉동실에 얼렸다가 여행 중에 간식으로 드시면 좋을듯합니다.

다음날 새벽에는 양동마을 인근에 있는 흥덕왕릉에 가 보십시오. 늦어도 해뜨기 30분 전에는 도착하여, 여명 속에 나타난 안강형소나무들의 환상적인 춤사위를 놓치지 말고 찍어보십시오. '소나무 사진가' 배병우는 "해 뜨기 전이나 해 질 즈음 백여 년 된 소나무가 가장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시내로 들어가 신라시대 화랑들의 훈련장이었던 황성공원에 가보세요. 소나무가 우거진 숲을 가득 메운 자줏빛 맥문동길에 아침 안개라도 끼는 날이면 꿈속을 걷는 듯할 겁니다. 황성공원에서 17㎞ 거리에 불국사가 있습니다. 주중에는 오전 9시부터,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8시부터 입장할 수 있고, 국보가 6점 있어서인지 문화재 관람료가 6천 원(성인 기준)입니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제일 먼저 들어가면 두배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일주문 지나 바로 왼편에 100년 넘은 관음송을 보신 후, 숨을 고르고 반야교를 건너면 피안의 세계인 불국 정토가 펼쳐집니다. 경배하듯 대웅전을 향하고 있는 노송들 아래에 서면, 안양문·칠보교·연화교·범영루·자하문·청운교·백운교와 함께, 지형에 따라 가구식(架構式)으로 짜맞추어 조화롭게 쌓은 장대하고 아름다운 석축이 한눈에 들어와 절로 감탄하게 됩니다.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바느질 한 것 같은 신라 석공들의 미장센을 찬찬히 감상하며, 페이디아스가 조각한 파르테논 신전의 장식도 떠올려 보십시오. 범종각인 범영루 아래 수미산 모양의 축대 안에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넣고 사진을 찍으면 멋있게 나옵니다. 궁궐 같은 회랑을 통해 안마당에 들어서면 다보탑과 석가탑이 반깁니다. 다보탑 기단 위에는 세 친구를 잃은 돌사자가 외로이 앉아 석가탑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전 10시에 올리는 사시예불 때 대웅전에 들어가 보세요. 반짝이는 마루바닥에는 마루판을 깎고 다듬고 맞추었던 자귀와 망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김영일(악당이반 대표)에 따르면, 한옥의 창호지는 고음은 아주 빨리 빠져 나가게 하고 저음은 휘돌게 하고, 마루 밑으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음들은 굉장히 선명해진다고 합니다. 대웅전 안을 휘도는 독경 소리와 멀리 퍼져 나가는 목탁 소리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대웅전서 극락전으로 내려가는 협문의 문턱은 중생들 발길에 닳고 닳아 경주 남산의 능선처럼 되었습니다. 앉아서 쓰다듬고 싶을 만치 유려합니다. 비로전 옆에 있는 사리탑은 일제 때 일본으로 불법 반출되었다가 돌아온 유물인데 탐낼 만큼 아름답습니다.

끝으로 국립경주박물관에 들러 에밀레종소리를 눈을 감고 들어보고, '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의 웃음을 따라 빙그레 웃어보면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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