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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우리집에는 아침마다 도깨비가 나타난다. 일어나 몸을 씻고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두드리고 귀를 당기고 눈을 가지껏 뜨고 턱을 당기며 입을 아래로 크게 벌리다 보면 콧구멍은 따라서 벌어진다. 영락없는 상당산성 공남문의 도깨비다. 팔순의 여배우 강부자씨가 알려준 주름 방지 팁이다.

"백수 손톱은 염치도 모르나 왜 이렇게 빨리 자라는 거지?"

"그건 당신이 아직 젊다는 증거예요."

하긴 백세시대에 육십 대면 한창이다.

어삼이(어쩌다 삼식이)도 아니고 늘삼이(늘상 삼식이) 처지가 되었다 하여, 어공들이 설치는 마당에 가마솥에 데친 봄나물처럼 풀이 죽어있을 필요는 없다.

뒷방 창밖에 여남은 그루의 벚꽃이 폭죽 터지듯 피었다. 최불암의 "파~"하는 웃음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돋는다.

나는 이 집이 좋다. 엎어지면 코 닿을 데 공공도서관이 있고 지척에 우암산, 상당산, 것대산, 고령산, 낙가산, 산성, 산림공원, 국립박물관, 동물원, 명암지가 있어 나서기만 하면 더없는 산책길이다.

아내가 새집에서 한번 살고 싶다고 청할 때마다 사택망처(徙宅忘妻:이사 가면서 아내를 데리고 가는 것을 잊다)를 핑계대며 미안한 웃음을 짓곤 했다.

5층 사이드 아파트인 우리집은 로열층은 아니지만 스페셜하다. 어느덧 4~5층 높이로 자란 나무들 덕에 숲속처럼 자연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봄에는 참새 소리, 여름에는 매미 소리, 가을에는 귀뚜라미 소리, 겨울에는 까치 소리가 나를 깨워주는 알람이다.

봄에 피는 진달래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먹을 수도 있는 것이기에 '참꽃'으로도 불린다. '참'이란 거짓이 아님, 올바름, 훌륭함, 모범적임을 뜻한다. 참새도 우리와 가장 가깝게 살고 있는 텃새로서, 새들의 크기를 비교하는 '자'와 같은 기준 역할을 한다고 하여 '자새'로도 부른다.

이놈에게도 일장일단이 있다. 여름에는 해충을 잡아 먹어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만 가을에는 떼로 몰려 다니면서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마오쩌둥이 "저 새는 해로운 새다"라 하며 참새의 씨를 말리려 했으나 논밭에 해충이 극성을 부려 흉작이 드는 바람에 거두었다고 하는데, '참새가 죽어도 짹 한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새겨야 할 경구임에 틀림없다.

어쨌거나 지나간 겨울에 매서운 추위가 없었으니 땅속 벌레들이 많이 살아 남았을 것이고, 올 여름엔 모기며 해충들이 극성을 부릴 터이니 우리의 참새들에게 기대를 해봐야겠다.

부리부터 꽁지까지 가지껏해야 15cm도 안되는 놈이, 머리를 모래나 눈 속에 박고 물구나무를 서서 목욕하는 것을 보면 이쁘기 그지없다.

참새처럼 기준 역할을 하던 것이 있다. 암행어사들이 마패와 함께 가지고 다니던 놋쇠로 만든 표준자 유척(鍮尺)이다. 형구(刑具) 크기를 통일하여 남수와 남형을 방지하고, 도량형을 통일해서 세금징수를 고르게 하는 척도의 표준인 참척이었다.

혈기왕성하고 의기(義氣)충만했던 시절 감사원에서 받은 오마패가 있다. 꿈에서라도 "암행어사출두"를 하고 싶어진다.

도산 안창호의 장례에 참례 못한 것이 "예수를 모른다고 한 베드로보다 부끄럽다"고 했던 피천득이 생각난다.

일본의 '정년 70세' 시대 시작 뉴스를 접하고 연암 박지원이 떠올랐다. 그는 《열하일기》에서, 깨진 기와 조각으로 담을 쌓거나 뜰 앞에 깔아 진창을 막고, 말똥을 거름으로 쓰는 청나라를 보고 "중국의 제일 장관은 저 기와 조각에 있고, 저 똥 덩어리에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후세 호사가들은 "촌사람이 서울 구경하고 떠드는 격"이니 "중국 문물에 지나치게 빠져 내 것을 살피는 데 등한하기도 했다"느니 비판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고 젊은층에서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년 연장을 위한 최우선의 준비는 각자의 건강관리가 아닐까 한다.

어릴 적 고향 동네에 포대화상을 닮은 어린애가 있었다. 먹고 자는게 일이었던 이 놈은 여름에는 시원한 담벼락에 기대어 자곤 했다. 파리들이 눈곱 맛도 보고 두손을 비비며 흘러내리는 콧물을 빨아먹느라 앵앵거렸지만, 지나는 어른들은 크게 될 놈이라 웃으며 깨우지는 않고 파리만 쫓아주었고, 그 애를 잠묘(蠶苗:어린누에)라 부르며 귀여워했다.

누에는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네 번 한 다음 자기 몸에서 실을 뽑아 고치(집)를 짓고 사람들은 그 고치로 비단을 짠다. 코로나19에다 중국발 황사까지 난리를 치니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먹고 자고다. 창문을 여니 목련과 벚꽃이 만발하고 까치도 꺅꺅거리고 참새도 짹짹거린다.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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