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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청춘의 5월, 신록의 오월이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민태원 <청춘예찬>)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 하나 씻어 낸다.' (이양하 <신록예찬>)

오월에는 청춘들만 가슴 뛰는 것이 아니다.

푸르름과 새로움을 이고 진 오월은 노소와 빈부를 가리지 않고 우리네 가슴으로 사정없이 파고 든다.

산에는 연두와 청록과 담녹이 들어찼고, 문을 열면 장미와 라일락과 아카시아의 꽃내음이 코를 찌른다.

그리운 사람으로부터 연락이라도 오지 않을까 괜히 기다려진다.

노천명이 그녀의 시 <푸른 5월>에서 '계절의 여왕'이라 노래했듯이 오월은 사랑과 감사의 달이다.

지구촌에 있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별 가정(家庭)을 품은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과 함께 스승의 날까지 안고있다.

1923년, '새싹이 돋아난다'는 의미에서 5월 1일로 정했던 어린이날은 일제시대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어린이 운동가들의 구호는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부리지 말자"였고, 아이들의 간절한 희망사항 10가지 중에는, '이발이나 목욕을 때맞춰 해주세요',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해주세요', '산보와 소풍을 가끔 시켜주세요' 등이 있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고 한다'는 말이 있듯이, 예로부터 우리 부모님들은 '내 새끼 것은 똥도 달고, 내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고 했다.

어디 그뿐이랴! 아이가 죽으면 가슴에 묻었다가 다시 잉태하여 태어나게 한다고 했다.

우주 만물 중에 이같은 사랑이 어디에 또 있을까? 그래서 자식은 부모를 닮는가보다. 하다못해 발가락이라도 닮는다. '빼다박았다', '판박이다', '피는 못 속인다'는 괜한 말이 아니다. 슬하(무릎 아래)의 자식이 머리가 커지면 가슴으로 품는다.

자식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부모의 눈과 마음에는 늘 어린애다. 부모는 자식의 모든게 좋고, 미움은 없고 용서만 있다. 조건없는 사랑이다.

미국으로부터 들여와 1956년부터 시행한 어머니날은 1973년에 어버이날로 개칭되었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고, 아버지의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라는 말이 있다.

고사리손으로 삐뚤빼뚤 오리고 접어서 만든 종이 카네이션을 달고 하루종일 기뻐하시던 부모님들이 지금은 안계시다.

선물 싫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요즘 어버이날 최고의 선물은 '현금 입금'이다.

젊었을 적 삶의 롤 모델이자 멘토였던 선배님이 계셨다.

사모님이 돌아가시자 미국에서 의사로 있는 자식들에게 부담주기 싫다며 남은 재산을 정리하여 요양원으로 들어가셨다.

나이 육십을 넘고 보니, 마음 한 구석도 불편하지 않을 때가 즐거운 때고, 몸 어느 한 곳도 불편한 데가 없는 날이 행복한 날이다.

큰병없이 살다가 죽는 것이 자식들에게 부담 안주는 것이리라.

애들의 어린이날은 초등학생 때까지 10여 년 밖에 챙겨주지 못하고 어버이날은 평생을 받아먹는 것이 마음에 걸려 올해부터는 용돈을 아껴 작은 선물이라도 하기로 했다.

부부의 날은 5월 21일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 담겼다.

남편이 노래하면 아내가 따라한다는 부창부수(夫唱婦隨)를 지나 지금은 부부합창의 하모니 시대다.

배우자란 인생을 살면서 서로에게 배우는 사람이라고 한다.

부부는 잘못된 만남이 아니고서는 평생을 함께한다.

1,000억 개가 넘는 별들 중 하나인 지구에서, 77억이 넘는 사람들 중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낳고, 기르고, 가르치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스승의 날은 1963년 충남의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은사의 날'을 정하고 사은행사를 개최한 것이 시초인데, 온 백성의 스승이신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을 택했다.

"(작가는) 감정적, 육체적으로 좋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무엇보다도 생산적으로 살아야 한다."

소설 <백년의 고독>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말처럼 5월의 삶을 살아보자.

산책 길에 깨달았던 것이 생각났다.

'설명을 할 때는 상대방 입장에서 해야지, 내 입장에서 하는것은 설명이 아니라 아는 체, 잘난 체 하는 것이다.'

오월의 꽃이 하루가 다르게 피듯이 오월의 아이들도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오월에 관한 글은 해마다 몇십 년을 써도 좋을듯 싶다.

조선시대 아동교육서 추구(推句)에 5월에 어울리는 말이 나온다.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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