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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7.19 15:52:19
  • 최종수정2022.07.19 15:52:19

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다섯 시에 일어나 누룽지를 끓여먹고 서울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어느 수집가의 초대에 응하고 부처님을 뵙기 위해서지요. 승용차를 끌고 가려다가 서울 나들목이 출근 시간대에 워낙 많이 막히는 데다가 대통령실이 국립중앙박물관 인근에 있어 교통 상황이 어떨지 몰라서였습니다.

박물관 나들길을 걷고 거울못을 지나 도착하니 평일 아침인데도 어느새 줄이 길게 서졌습니다.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이건희 컬렉션 관람이 다섯 번째이다 보니 작품도 작가들도 눈에 들어와 반갑습니다.

김홍도의 <추성부도>, 이중섭의 <섶섬이 보이는 풍경>, 최종태의 <생각하는 여인>, 모네의 <수련이 있는 풍경> 등 명작들의 감동을 그대로 안고, 세기의 대걸작 반가사유상 두 점이 함께 전시돼 있는 '사유의 방'으로 향합니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고요의 바다에 들어서니 숨이 멎는 것 같습니다. 엄마의 자궁안이 이러하였을 테지요.

1천400여 년 신비의 미소를 머금고 모자(母子)처럼 다정한 연인처럼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배관(拜觀: 삼가 절하고 뵘)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숙입니다.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은, 오른쪽 다리를 왼쪽 무릎에 올리고(반가: 절반의 책상다리- 양식), 오른 무릎 위에 올려놓은 오른팔의 손가락을 살짝 뺨에 댄 채 생로병사의 깊은 생각에 잠긴(사유 방식)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입니다.

6세기 말 작품으로 추정되는 왼쪽의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은, 머리에 쓴 보관이 연꽃잎 위에 해와 초승달을 결합한 장식이 있어 일월식사유상으로 불립니다. 허리를 약간 굽히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볼이 조금 나오고 양 입가가 들어간 고졸(古拙)의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옆에서 보면 이마에서 미간, 콧등, 인중, 입술, 턱, 목, 가슴으로 흘러내리는 선이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뒤에서 보면 백 허그 하고 싶을 만큼 좁은 어깨와 가는 허리, 가냘픈 팔은 유려한 엉덩이와 함께 '명품 뒤태'를 연출합니다.

매끄러운 살결의 질감 또한 아주 감각적입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비현실적 곡선은 아름다운 여성의 몸매를 연상시키지만, 몸에 비해 큰 얼굴과 손과 발을 보면 남성임을 알 수 있습니다.

7세기 초 작품으로 추정하는 오른쪽의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은, 머리의 보관이 세 개의 연꽃잎으로 연결된 모양이어서 연화관사유상이라고도 합니다. 상반신에 옷을 전혀 걸치지 않고 목걸이만 착용하고 있으며, 얼굴의 각 선이 시원스러워 미소년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특히 오른 손·발가락의 생동적 표현은 미묘하기만 하네요. 두 불상의 높이는 등신대(等身大: 사람의 크기와 같은 크기)에 가까운 81.5㎝, 93.5㎝로 세계적으로도 특별하고 특출난 반가사유상입니다.

석가모니불에서 명경지수를 선사받고 애별의 발길을 돌립니다. 우리 문화재를 비롯하여 좋은 작품들을 수집하고 기증한 분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변함없이 기증실에 들렀다가, 경천사 십층석탑을 돌며 5층부터 10층까지 새겨진 80명의 부처를 우러러봅니다.

세계에서 가장 지세가 높고 가장 험준한 길로 알려진 차마고도(茶馬古道)의 2천여 ㎞를 오체투지로 순례하는 티베트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오체투지(五體投地)는 교만과 어리석음을 참회하고 자기 자신을 무한히 낮추기 위해 양 무릎·양 팔꿈치·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도록 절을 하는 것입니다.

화가 윤두서와 김환기도 생각납니다. 조선 후기 문인화가 공재 윤두서는 고향 사람들의 가난한 삶을 보고 자기 집안에 빚진 채권 기록을 불태웠고, 20세기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화가 수화 김환기는 돌아가신 아버지 금고에 있던 소작인들의 빚문서를 모조리 돌려줬다고 하지요.

'나는 누구를 위해 간절히 기도한 적이 있었는가? 누구를 진정으로 용서한 적이 있었던가?' 이성적이지도 못했고 이기적이었던 지난날을 돌아봅니다.

"오늘은 누룽지로 시작해서 누룽지로 끝나네요." 돌솥밥의 누룽지를 긁으며 아내가 웃습니다. "그럽시다. 누룽지처럼 노릇노릇하고 구수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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