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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중앙도서관장

'쩝쩝거리다'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1.어떤 대상이나 일이 못마땅할 때 몹시 씁쓰레하게 입맛을 다시는 소리를 자꾸 내다.

2.어떤 음식의 맛을 보거나 감칠맛이 있어서 크게 입맛을 다시는 소리를 자꾸 내다.

3.음식을 아무렇게나 마구 먹는 소리를 자꾸 내다.

2번의 경우에는 별 상관이 없지만 문제는 1번과 3번이다.

먼저 3번의 경우이다. 쩝쩝은 만국공통의 금기다. 일반적인 예절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자제해야 하는 것으로, 옛날 어르신들은 '거지가 밥먹는 소리'라며 천박한 행동으로 여겼다. 쩝쩝거리는 습관은 여성이 비호감으로 꼽는 식사습관 중 1위에 올라있는데, 국어사전 예문에는 '쩝쩝거리며 음식을 먹어서는 안된다.'로, 영어사전 예문에는 'Eating noises drive me up the wall(쩝쩝거리며 먹는 소리는 날 미치게 만들어)'로 나와있다.

쩝쩝, 후루룩은 서양 테이블 매너의 금기 중 하나이다.

일본에서는 국수를 먹을 때 만큼은 주방장에 대한 예의로 맛있다는 의미의 후루룩 소리를 내기도 한다.

얼마 전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분가를 간절히 바라는 러시아 며느리 사연이 방영된 적이 있었다. 분가를 원하는 첫번째 이유가 시부모의 후루룩, 쩝쩝이었다. 식사 때마다 쩝쩝, 후루룩, 카 소리를 들어야 하는 젊은 외국 며느리의 고통이 이해가 갔다.

어느 지인은 예비사돈과 상견례 자리에서 쩝쩝거림에 불편해하다가 "참 맛있게 드십니다." 하니 "아, 예. 감사합니다. 하하! 쩝쩝" 하더란다.

딸은 엄마를 많이 닮는다는데 만약 나중에 손주들이 외탁을 해서 친구들한테 쩝쩝이라고 놀림당하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많이 고심했다고 한다.

이처럼 쩝쩝거리거나 후루룩먹는 것은 겸상한 사람들을 눈살찌푸리게 한다. 입을 벌린채로 쩝쩝거리며 저작(음식을 입에 넣고 씹음)을 할 때는 좋지않은 소리와 함께 수많은 미세 침방울과 병균들이 테이블 위의 음식물을 향해 분사된다고 하니 각별히 조심해야 할 일이다.

쩝쩝거림은 입을 벌리고 음식을 먹기 때문인데 입만 닫고 음식을 씹어도 소리가 크게 줄어든다. 물론 아주 드물게 구강 구조상 어쩔 수 없이 쩝쩝거리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될 정도로 소리를 많이 내는 사람을 '쩝쩝충'이란 심한 표현을 쓰기도 한다.

쩝쩝소리를 들을 적마다 생각나는게 있다.

오래 전 런던에 갔을 때 일이다. 같은 식탁의 영국인 기사가 식사 중에 소리내어 코푸는 것을 보고 밥맛이 떨어져 미간을 찌푸렸더니, 현지 가이드가 서양에서는 그런 행동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문화차이에서 생긴 오해였지만 떠나간 입맛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았다.

3번의 경우 못지않게 우리를 언짢게 하는 것이 1번의 쩝쩝이다.

자신이 못마땅할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핑계대고 책임을 회피하거나, 자기합리화하거나, 변명조차 궁색하여 쩝쩝거리는 것을 보면 분노심보다는 측은지심이 앞선다.

쩝쩝거리는 것은 자신만 모른다. 설령 알았다 해도 인정하지 않거나 자신에게 아주 관대하여 고치려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아는 바 그대로 실천할 수 있고 실수했어도, 나중에라도, 바로잡으면 된다. 그것이 인간이다." 명나라 철학자 왕양명의 말이다.

"복 나가니 입다물고 먹어라" 옛 어른들 말씀 그른 것 하나도 없다.

매사에 입다물고 겸허할 일이다.

입이 얼굴의 맨 아래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눈으로는 잘 보고, 귀로는 잘 듣고, 코로는 잘 느끼고, 그리고 머리로 잘 생각한 다음에 말하라는 것 아닐까·

당나라 처세의 달인 풍도는 《설시(舌詩)》에서 이렇게 읊었다.

'입은 곧 화에 이르는 문이요 혀는 곧 몸을 베는 칼이니 입을 닫고 혀를 깊숙이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할 것이다.'

'과언무환(寡言無患: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평생을 함께 해도 좋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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