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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수년의 재앙이 끝나고 나면 가 보고 싶은 곳이 있다. 베를린 베벨 광장 한복판에 있는 유대문학 분서(焚書)기념관이다. 1933년, 히틀러의 선전장관 괴벨스의 지시를 따른 소년 나치(히틀러 유겐트)들이 토마스 만 등 유대인 학자들이 쓴 책 2만여 권을 불태운 현장.

당시의 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물로 광장 바닥, 1m 사방의 사각을 덮은 유리 속에 백색의 빈서가를 설치해 나치의 만행을 조용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놓았고, 기념비 앞 동판에는 시인 하이네의 글도 새겨져있다고 한다.

'책을 불태우는 자는, 결국 인간도 불태우게 된다.'

어둠이 내리고 빈서가로부터 하얀 불빛이 솟아오르면, 광장 뒤 성 헤드비히 교회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고, 서쪽에 있는 왕실 도서관에 가 악마의 불구덩이에서 살아남은 책을 찾아 만나고 싶다. 1940년 히틀러의 런던 대공습으로 폐허가 된 홀랜드 하우스 도서관 서가에서 책을 찾아 읽던 시민들처럼….

"유대인도 틀림없는 인간이지만 그렇게 따지면 벼룩도 동물이다!", "유대인의 재산을 몰수하면 국민에게 배당을 줄 수 있다"며 국민들을 선동한 나치는 결국 수많은 유대인을 불태웠다.

1966년 중국의 마오쩌둥(모택동)도 "책은 읽을수록 해롭다"고 젊은 홍위병들을 선동해, 붉은 표지가 붙은 자신의 책을 제외한 모든 책을 부르주아 책이라며 학교 운동장에서 태워버리게 했다.

속절없는 대선이 50일 앞이다. 표 되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내뱉는 후보를 보면, '돈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한다'는 무허가 심부름센터가 생각나 고개를 돌리게 한다. 그동안 충분히 절치부심(切齒腐心)한 순박한 국민들에게, 신은 남은 50일 동안 또 얼마나 많은 유혹과 혼돈의 시련을 주시려나!

"하늘이 큰 일을 맡기려고 할 때는 먼저 그 마음을 괴롭게 하고 고달프게 하며 또 굶주리게 하고 목마르게 한다. 그 하는 바를 흐트러지게 하는 것은 마음을 움직여 참을성 있게 만들고 또 능하지 못한 바를 증익시켜 결점을 고쳐 장점이 되게 하기 위해서다."

「맹자」 의 잠언(箴言)보다, 「사기」의 완성을 위해 치욕의 궁형(宮刑)을 택했던 사마천의 말이 더 와닿는다.

"누군가 말했지. '천도(天道: 하늘의 도)는 공평무사하여 언제나 착한 사람의 편에 선다'고. 그렇다면 백이와 숙제 같은 이들은 착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어질고 고결한 덕행을 쌓기를 이같이 하였건만 그들은 굶어죽었지. …나는 감히 이것을 의심하노라. 과연 '천도'라는 것은 있는가, 없는가?"

중국에는 "이밀의 진정표(陳情表)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효자가 아니며, 제갈량의 출사표(出師表)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다"란 말이 전해진다.

이밀은 태어나서 6개월 만에 아버지를 잃고 네 살 때 어머니마저 개가하여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진나라 무제 때 관직에 임명됐으나 조모의 봉양을 이유로 황제에게 진정표를 올리고 벼슬길을 사양했다.

"신은 마흔넷이요 조모는 아흔여섯으로 신이 폐하께 충절을 다할 날은 길지만 할머니 은혜에 보답할 날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까마귀(烏鳥)에게도 어미에게 보답하려는 사사로운 마음(私情)이 있듯 신은 조모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봉양하기를 바라옵니다."

여기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오조사정(烏鳥私情)이다. 까마귀는 태어나서 60일 동안은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고 자란다. 그리고 그 다음 60일 동안은 거꾸로 새끼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 이런 까닭에 까마귀를 반포조(反哺鳥)라 한다.

제갈공명이 황제 유선에게 올린 마지막 표문(表文)의 마지막 구절은 이러했다.

"성도 신의 집에는 뽕나무 800그루와 보잘것없는 밭 15경이 있어 자손들이 먹고 입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신이 외방의 임무를 맡아 나와 있는 동안에는 소용된 바를 모두 관에서 받아 쓰며 따로 재산을 늘리지 않았사옵니다. 신이 죽는 날에 안으로 비단 한 조각 없고 밖으로 몇푼의 재물도 남기지 않은 것은 이로써 폐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도록 함이옵니다."

사마천의 말에서 '천도'를 '정의'로 바꾸고, 제갈량의 표문에서 '폐하'를 '국민'으로 바꾸어 생각한다면, 혼란 속에서도 선택의 평정심을 잃지 않을듯싶다.

로마제국 현제(賢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금언(金言)이다.

"그대는 노예이다. 언론의 자유가 그대에게 허락되어 있지 않으므로. 꾸며낸 정직은 구부러진 지팡이와 같고, 늑대의 우정보다 더 치욕적인 것은 없다. 선과 정직과 사랑은 모두 눈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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