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길을 지나다가 군고구마를 굽는 가게를 보았다. 그 가게에 설치 되어 있는 군고구마 굽는 기계는 예전과 같이 연탄불이나 장작을 이용해서 굽는 것이 아니라 전기를 이용해서 굽게끔 되어 있었다. 첨단화된 시설이라 깔끔하니 보기 좋았지만 군고구마와 깊은 인연이 있는 필자에게는 왠지 모를 섭섭함이 있었다. 군고구마는 나에게는 고마운 존재다. 필자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 바로 군고구마다. 80년 7월 말, 한 여름 때에 군대를 제대하고 얼마 지나서 나는 부모님에게 군대도 다녀왔으니 이제 집으로부터 나가서 생활을 하겠다고 독립선언을 하였다. 남자로서 가장 부담이 큰 국방의 의무를 마쳤으니 이제는 세상에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당시에는 남자가 군대를 다녀오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제약이 많았다. 취직도 쉽지 않았거니와 여권 발행도 까다롭고 유학 나가는 것도 어려웠다. 남자가 제대로 대우를 받으려면 군필이 최우선이었다. 집으로부터 독립선언을 한 나는 우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잠자리야 학교 앞 독서실 총무 자리를 미리 부탁 해놓아 해결할 수 있었지만 먹고 쓰는 생활비를 확보하는 것이 문제였
[충북일보]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혼란스럽다. 엉망이 된 나라를 보며 분노에 사로잡힌 국민들이 많다. 실망과 분을 참지 못하고 여전히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국민들도 있다. 가슴이 미어진다. 경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김영란법 등으로 서민들의 한숨소리는 절로 나오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 등은 국가와 국민의 품격까지 훼손했다. 민생은 누가 챙길 것인지 참으로 걱정된다. 그 속에서도 고질적인 권력형 비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조류독감(AI)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난리다. 그야말로 쑥대밭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저 이 때다 하고 주도권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대권을 향한 잠룡들 역시 하나같이 관심 끌기에만 여념이 없다. 그럴수록 신뢰를 주지 못하고 진정성도 떨어진다는 걸 알지 못한다. 마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행동 하는 모습은 실망감마저 안겨주고 있다. 이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도 시큰둥하다. 국민들은 이제 여론조사 자체를 잘 믿지 않는다. 큰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부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연말 소외이웃을 찾던 소식
[충북일보] 중부내륙선 철도 2단계 공사인 충북 충주~경북 문경 노선이 곧 실시설계에 들어간다. 6~9공구 39.216㎞ 구간에 7천82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토공 23곳, 터널 12곳, 교량 19곳 등의 토공·구조물과 정거장 4곳이 들어선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시속 200㎞ 이상의 간선 고속형 전동차(EMU-200) 운행으로 소요 운행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현재 2시간대의 이천~문경 간 버스 소요 시간이 33분대로 단축된다. 한 마디로 충주와 문경 지역 주민들의 수도권 나들이가 편리해지게 된다. 그런데 공사를 앞두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견됐다. 충주~문경 구간 자연생태환경·대기환경·수환경·토지환경·생활환경 예측 결과 공사·운영 시 일시적인 하천수질 악화, 소음·진동과 비산먼지 발생, 수목 훼손 등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충주~문경 철도건설 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따르면 우선 상수원 수질보호를 위한 저감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검토됐다. 충주시민들의 식수원인 달천강이 인접해 어떤 형태로든 수질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철도시설공단은 공사를 진행하면서 수목 훼손과 야생동물의 서식환경 교란 우려도 예측했다
[충북일보] 한 치의 시간도 가벼이 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점점 스러져가고 있다.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온통 탄핵정국에 함몰돼 있다. '민생'은 그저 말일뿐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 국가가 정치로 존재하는 이유 '반면교사'를 다시 떠올린다. 반면교사는 '반면'과 '교사'의 합성어다. 반면은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것'이란 뜻이다. 교사는 말 그대로 선생이다. 직역하면 '다른 사람의 나쁜 행동이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므로 그 나쁜 행동이 선생이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 정치권에선 나쁜 행태가 너무 잦다.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 너무 많다. 나쁜 일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려면 너무 피곤할 정도다. 대통령의 통치 행위마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시절이 됐다. 중국의 마오쩌뚱이 이 말을 처음 썼던 때와 많이 달라졌다. 이제 '반면교사'보다 '정면교사'가 필요한 시대다. 반면교사가 아날로그라면 정면교사는 디지털이다. 이미 그런 세상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훌륭한 누군가를 정면교사로 삼았어야 했다. 반면교사는 '그릇된 모습으로의 선생'을 말한다. 정면교사는 '올바른 모습으로서의 선생'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잘 고른 귀고리 하나가 미모를 30프로 이상 돋보이게 한다는데 왜 악세서리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여자치고 아름다워지고 싶지 않은 이가 있을까. 가끔 반지를 끼고 외출해볼까 해서 한 두 개 있는 것 중 하나 택하여 끼어 보기도 하나 바로 벗어놓게 된다. 귀고리도 마찬가지다. 나는 반지나 목걸이들이 신체에 부착하여 편안해지는 시간까지 기다리지를 못한다. 그것들의 존재가 느껴져 금시 벗고야 만다. 통념상 시간이 가면 착용감을 못 느끼고 편안해 지겠거늘, 그렇게 되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인내하지 못하니 30프로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 마땅하다. 팔다리가 몸통에 붙어는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히 잘 살아 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팔다리존재가 느껴지더니 무릎이 슬슬 느껴지기 시작했다. 좀 심하게 써주면 물리치료를 받거나 파스를 붙이라 신호를 보낸다. 그러고 보니 마른오징어를 먹은 지가 언제이던가. 젊은 날 책 한권 뽑아,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도는 오징어를 볶은 땅콩에 돌돌 말아 씹으며 미각과 뇌를 채우던 행복을 어디다 견줄까. 그런데 요즘은 오징어를 먹고 나면 치아의 존재가 며칠간 느껴진다. 의식하지 않으면 숨 쉬는 일이 느껴지지 않
[충북일보] '촛불민심'이라고 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시민들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며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분노에는 나이도 성별도 없었다. 시민들은 한자리에 모여 부당한 현실에 분노하고 흙수저라 불리는 우리의 삶을 서로 위로하고 있다. 어느덧 촛불은 저항의 상징이 됐다. 그런데 지난 주말 '충북 4차 범도민 시국대회'를 두고 진한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시국대회를 마친 1천여명의 시민들은 거리 행진에 나섰다. 행진의 종착지인 충북도청이 가까워졌을 때였다. 주최 측은 정우택 의원 사무실이 있는 육거리까지 행진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시민들의 뜻이라고 했다.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경찰은 교통경찰 배치 등 준비가 필요하다며 행진 선두 차량을 막아섰다. 주최 측은 시민의 명령이니 즉각 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말뿐이 아니었다. 선두 차량은 경찰들이 막아선 곳을 향해 경적을 울렸다. 차를 전진하며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 갓난아이부터 중·고생 학생들까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행진이 강행되면서 한 방향 도로가 완전히 통
[충북일보] 산업재해 뉴스 보도가 너무 잦다. 대부분 인재(人災)형 사고다. 대한민국 산업재해 발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1위다. 연 평균 2천175명이 사고를 당하고 있다. 사망자 수는 근로자 10만 명 당 11.4명꼴이다. 그런데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 많아 정확한 통계가 어렵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청주지청 관내(청주·진천·보은·증평·영동·괴산·옥천)에서 발생한 산업현장 재해자 수는 지난 2013년 2천299명, 2014년 2천224명, 지난해 2천233명,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1천858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2년간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만 88명이다. 산업재해로 인한 인명피해는 당사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사고 후 가족들이 겪는 고통 역시 크다. 가장을 잃은 유족들 마음 한구석에는 늘 슬픔과 허전함이 자리하고 있다. 2차 피해인 셈이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자상했던 남편, 자애롭고 다정했던 아버지를 잃은 자녀들의 슬픔은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커져만 간다. 근로자가 숨지거나 다칠 경우 가족들은 정신적 상처와 함께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산업재해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근로자와
[충북일보] 문화누리카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화누리카드는 경제적·사회적·지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에게 지원하는 현금충전식 카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의 하나다. 이 카드는 개인별로 발급된다. 다양한 문화 예술, 여행, 스포츠 관람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간 한도는 5만 원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혜택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지역적 인프라를 고려치 않은 일괄적 시행은 더 한심하다. 충북지역 이용률도 당연히 저조하다. 충북문화재단에 따르면 올해 도내 문화누리카드 수혜 대상자는 4만9천480명이다. 카드 발급률은 90.6%(4만4천847명)이다. 그런데 카드 이용률은 지난 4일 기준 73.5%다. 문화누리카드의 사용기한은 매년 연말까지다. 잔액은 이월되거나 현금으로 교환되지 않고 자동 소멸된다. 그러다 보니 이 맘 때만 되면 몸이 다는 곳이 있다. 지역별 카드관리 주체들이다. 문체부가 연말이면 17개 시·도별 집행실적을 조사하기 때문이다. 충북문화재단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그런데 최후의 카
많은 논란과 기대 속에 중부내륙선 철도가 2021년도를 목표로 한창 진행 중이다. 충주는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지정학적 측면에서 발전의 중심에 서 있었지만 기대한 수준만큼 발전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국가기간망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었다는 점과 선천적 후천적 조건불리요인 때문 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불리요인 등이 새롭게 재편되는 국가기간망에 의해 지역자원으로서가 아닌 국가자원으로서 충주를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국가기간망중 도로망에 비해 철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지만 충북선의 고속화와 중부내륙선 철도의 건설을 계기로 충주를 수도권 및 대도시권의 직접영향권에 포함시킴으로서 기업수요 및 여가수요의 중심지역으로 부상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건설 중인 중부내륙선 철도의 면면을 보면 당시의 상황에서 최적의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중부내륙선은 당초 3개 노선이 제안되었으나, 기업도시를 경유하여 교통대를 거쳐 수안보로 연결하는 (안)과 앙성온천지구를 거쳐 기존 충주역을 경유하여 건국대를 지나 수안보로 연결되는 (안)에 대해 의견수렴 과정과 장단점 분석을 통해 현
우리 동네로 들어오는 길엔 여러 개의 길이 있다. 그 여러 길 중에서 내가 즐겨 다니는 골목, 작은 빌라 앞엔 한 그루의 은행나무가 있다. 여느 나무처럼 표 나지 않게 서 있는 이 나무는 그리 우람하지도, 수령이 아주 오래 되지도 않아 보인다. 9년 전 이곳으로 오고부터다. 언제부터였는지 나의 눈길이 이 나무에 가기 시작했다. 나무 옆을 지날 때면 잠시라도 멈춰 서서 바람에 찰랑이는 잎 새를 바라보거나 말을 건네듯 가만히 나뭇가지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한 눈길이 이젠 나무에게 말을 건다. 아침이면 잘 잤냐고 바람 부는 날은 아픈데 없냐고 찰랑이는 네 모습이 아름답다고. 어찌 보면 그저 그런 말일지도 모를 말들을 건네지만 나무는 말이 없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어렴풋이 나무의 침묵이 신성한 말이란 걸 느꼈다. 나무는 햇빛과 입 맞추며 그 힘을 바꾸고 비와 뺨을 비비며 그의 피를 꿈꾸고 바람의 푸른 힘으로 자기 생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고 있는 듯 보였다. 햇빛과 비와 바람을 맞으며 삶의 에너지 자기생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거라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나무의 꿈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이 나무를 좋아하는 것은 나무의 기하학적
학창시절에 가장 많이 듣던 말이 공부였고, 부모가 되어 자녀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도 공부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많이 사용하는 공부의 뜻을 정확히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다. 한자사전에는'학문이나 기술을 닦는 일'이라 했고, 국어사전에는'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라 뜻풀이를 하였다. '공부(工夫)'라는 단어는 한자어(漢字語)이다. 왜, 장인 공(工)자와 지아비 부(夫)자를 써서 공부라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자는 뜻글자이기 때문에 한 글자가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이고 있다. 공(工)자가 만들어진 어원을 찾아보면 길이를 재는 자의 모양을 본 뜬 것인데 갑골, 금문, 전서, 예서, 해서에 이르면서 지금의 글자가 된 것이다. 집을 짓거나 생활용품을 만들 때는 반드시 자(尺)가 있어야 했고 오늘날도 모든 것을 만드는 것의 시작은 자이며 설계도를 그리는데 자가 필요한 것이다. 공(工)자는 모든 제품을 만드는 것을 대표하는 글자이다. 여기서 工(공)자는'만들다''만들어가다'의 뜻을 담고 있다. 큰 대(大)가 부수자인 부(夫)자의 어원을 살펴보면 '지아비'라는 뜻 외에 선생, 사부(師父)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공자에게 '공부자(孔夫子)'라는 존칭(
논산 신병 교육 후에 나는 뜻밖으로 통신학교로 명령받았다. 집에서는 전기도 못 다루었는데 통신병이라니. 나의 병과는 무선통신병으로 CW병이라고도 하며 교육기간도 신병 훈련 기간보다 3-4배나 더 길다. CW병은 모르스로 송·수신하여 통하는 임무인데 이 모르스 신호가 초보자의 귀에는 여간 헷갈리는 것이 아니다. 14주 동안이나 교육받는 이유가 있었다. 동기 교육병들이 "내가 왜 이럴까. 군대 와서 또라이 되었나봐!"라고 한탄도 하고, 모르스 신호를 받다보면 머리가 실타래처럼 엉킨 듯 멍청해진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통신학교 화장실에서도 병사들의 주특기가 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소변보려 바지춤 잡고 남은 한손으로 기수병은 손을 위 아래로 크게 흔들고, CW병은 손목을 열심히 털고, 텔레타이프병은 손가락을 움직인다. 마음같이 안 되니 소변보는 그 짧은 시간도 연습이 아쉽다. 이 결과 처음에는 미치고 환장할 지경으로 헷갈리던 신호가 교육 후반기가 되면 거의 가면 상태에서도 잘 들린다. 연습이 이리 무섭다. 제대 말년에 연대 본부에서 소백산 연화봉으로 파견을 가란다. 교련으로 단축 6개월을 받게 되어 다른 본부병사들이 심적 타격을 받지 않도록 차라리 산에 가
[충북일보] 연말을 맞아 각종 수상 소식이 들려온다. 일단 축하할 일이다. 특히 '최순실 사건'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국민이 대다수인 요즘엔 더욱 그렇다. 감동적 사연을 본보기로 삼아, 피폐해진 심신을 추스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수상자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선정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이 남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상 기관이나 수상자가 웃음거리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른바 '시골 수재'란 얘기를 들으며 자란 기자는 학교 다닐 때까지는 각종 상을 많이 받았으나, 사회인이 된 후에는 인연이 멀어졌다. 직업 때문인 것 같다. 비판을 생명으로 하는 '기자직'에만 30여년간 종사했다. "만약 내가 공무원이 됐더라면 상과 인연이 가깝지 않았을까"란 자위도 해 본다. 그 동안 사회부 기자를 주로 하다 보니 출입처가 대부분 공공기관이었다. 이에 따라 기자가 줄곧 지켜 온 생활 신조 중 하나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었다. 출입처 직원들과의 인간 관계를 '너무 가까이 하지도, 멀리 하지도 말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깝기보다는 먼 공무원이 더 많았던 것 같다.…
12월이다. 이미 일주일이 두 번 지났지만, 여전히 12월은 설렌 가슴 한아름이고 마음은 여전히 12월을 기다리고 있다. 매년 1월, 새 달력을 들춰볼 때 휴일이 몇 번 있나 세어보면서 마지막 장에서 '다음 12월엔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그 기대감을 간직하고자 이미 한 복판에 들어와있으면서 여전히 멋진 12월을 꿈꾸게 된다. 12월은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 때요, 한 해의 마무리와 다가올 해를 준비하는, 그래서 굉장히 바쁜 기간이지만 12월을 기쁘게 기다리는 것은, 역시 크리스마스 때문인 것 같다. 크리스마스. 생각만 해도 즐거운 상상으로 머릿속에 그려지며, 그 상상이 신경을 타고 온 몸에 전해서 가벼운 떨림을 만든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어떤 선물을 받을까 하는 기대감에,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교회에서 벌어지는 선물교환식, 동기들간의 올나이트 놀이와 갖가지 이벤트 때문에 즐거움의 엔도르핀이 12월 초입부터 들어왔다. 그리고 하루하루 그날을 기다리며 기말고사도 즐겁게 치르고 추운 겨울도 미소 지으며 나름 따뜻한 마음으로 보내곤 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10대 그 때만이 크리스마스와 연결되어 '많은' 일들이 있었을 뿐 지난 20여
[충북일보] 장애인 보행시설이 잘못 설치됐거나 고장 난 채 방치되고 있다. 위험에 노출된 곳도 많다. 활용성이 "글쎄"인 시설도 많다. 전반적으로 장애인 보행환경이 열악하다. (사)국제키비탄한국본부 충주클럽은 지난달 충주시내 주요도로 인도를 따라 '장애인 시설' 실태조사를 벌였다. 무려 58개소에서 불편사항이 발견됐다. 중앙로 24개소, 예성로 10개소, 시내지역 24개소 등 58개소에 달했다. 이런 사정은 비단 충주만의 일이 아니다. 조사 범위를 도내 전체로 하면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내 시·군 모두가 전수 조사에 나서 불량시설을 개선했으면 한다. 그렇게라도 해야 장애인들의 원활한 보행권을 확보해 줄 수 있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처럼 쾌적한 보행환경 속에서 차별 없이 살아갈 권리가 있다. 지난해 청주시 청원구가 진행한 인도 턱 낮춤 정비 사업이 좋은 예다. 불편 사항이 발견됐을 때 곧바로 시정해 불편을 없애는 행정이 바른 주민을 위한 행정이다. 게다가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건 도시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특히 장애인과 관련된 보행환경 개선은 선진적 행정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동안 보행공간은 이런저런 시설들로 인해 우선순위에서…
[충북일보] '골든타임' 확보는 신속 정확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이 중요한 순간을 놓치기도 한다. 대개는 이송병원에 대한 '적절성'과 진료의 '우월성' 때문에 생긴다. 응급환자들에게 골든타임은 생사(生死)를 가르는 중요한 시간이다. 이 시간을 놓치게 되면 후천적 장애, 치료 불가능,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구급차의 빠른 응급실 도착이 곧 환자 생명과도 직결되는 셈이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촌각을 다투는 외상환자를 이송할 경우 응급조치가 가능한 인근병원으로 이송해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도 해당분야 진료에 탁월한 특정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지 딜레마가 발생한다. 어떤 경우 가까운 병원을 선택했어도 애를 먹기도 한다. 좁은 진입로 등이 신속 조치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충북대병원 진입로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응급환자 이송차량이 그 때 그 때 상황을 확인해 조치해야 한다. 골든타임 확보는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에게 필수적이다. 한시라도 빨리 적정병원에 옮겨 치료를 받게 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대부분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 이송시간을 줄이는 데 몰두하고 있다.
TV공익광고 영상을 보면 청탁하는 사람이 이번 건만 잘 부탁해 그러면서 양복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서 앞 사람에게 내민다. 받기를 주저하는 사람에게 괜찮아 이 사람아라고 말하며 이 장면을 보던 시청자들은 어머, 왜 저래, 방금 머야? 이러면 안되지 등등의 말을 하는데, 봉투를 앞에 둔 주인공은 히죽 웃으면서 '받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찜질방에 있던 시청자들은 실망의 한숨을 쉬는데...주인공이 결정적인 마무리 발언을 한다. '마음만, 마음만 받겠습니다. 시청자들은 환호를 하면서 이 광고는 끝난다. 그런데 청탁을 하는 사람의 입장은, 어떤 마음이며 상태이기에 그 마음만은 받아도 되는 것일까. 청탁자는 예컨대 여러 명의 지원자 중에서 자신 혹은 자신의 자식을 뽑아 달라고 할 수도 있고 납품의 경우에는 상품에 하자가 있어도 한번 봐달라고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받겠다는 것은 단지 물건을, 이른바 김영란법에 저촉될 만한 돈이나 상품은 받지 않겠지만 그러한 돈과 상품을 자신에게 제공하려는 순수한(?) 혹은 배려를 한 마음은 인정하겠다는 것이 마음만은 받겠다는 것으로 상상된다. 물론 우리네의 일상생활에서도 마음만은 받겠다는 것은 상대
교과서는 교사의 교수학습 활동의 기본이 되는 동시에 보조해주는 역할을 하며, 학생들은 교과서를 통해서 역사적 사고력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이번 국정교과서는 교사와 학생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없는 것 같다. 국가에서 신경써서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으니 먹기나 해. 그러면 건강해져 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교사들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교과서를 선정하여 가르쳐왔다. 그리고 나머지 선정하지 못한 교과서에서도 좋은 자료가 있으면 보완해서 가르치기도 한다. 각 출판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교과서가 선정되도록 홈페이지에 교사들을 위한 다양한 자료들을 만들어 올려 놓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지금까지의 교과서는 불량품이라고 했다. 심지어 소위 보수 정권에서 만든 편찬기준에 맞게 만들었음에도 말이다. 교과서 좌편향 문제를 시작으로 교학사교과서의 시장 진입 실패 등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자 국가 권력을 등에 업고 분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교과서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만이 전부이고 진리임을 학생들은 배우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불량품이라고 했던 교과서보다 더 불량품인 국정교과서는 개발단계에서 이미 실패
[충북일보] 최근 탄핵 위기에 처한 박근혜 대통령의 예우에 관한 기사가 잇달아 보도되고 있다. 이 가운데 네티즌과 기자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내용은 '연금'에 관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확정을 받아 임기가 끝나기 전에 사퇴하거나, 금고((禁錮)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경호·경비와 국가장(國家葬)을 제외한 각종 혜택을 잃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정상 퇴임하면 재직 당시 연봉의 70%에 해당되는 연금을 죽을 때까지 받는다는 것이다. 올해 대통령 연봉이 2억1천200만원이니, 매년 1억4천800만원(월 1천230여만원)을 세금 한 푼 떼이지 않고 탄다고 한다. 이 나라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 일반 국민 정서와는 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은퇴 시기가 다가오다 보니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연금이 주요 화제로 오른다. 기자처럼 민간인 신분인 50대 후반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집단은 단연 공무원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말단으로 출발,5급(사무관) 정도 직급으로 은퇴해도 300만원은 거뜬히 넘는다고 한다. 부부 공무원의 경우 합쳐서 월 600여만원이나 되는 거금으로, 하는 일도 없이 수시로 해외여행을 다닌 경우도 여러 번
동방은 입을 삐죽 내밀고는 나를 쏘아보며 투덜거렸다. "에이, 치사해요. 안 놀린다고 약속하시고 자꾸 놀리시는 건 반칙이잖아요·" "흠흠.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이. 자네를 놀리려는 게 아니고 그저 재미있어서 그랬네." 나는 동방의 어깨를 잡고 내 쪽으로 끌며 토닥여주었다. 동방은 샐쭉한 얼굴을 풀고 금방 헤헤 웃었다. 나도 동방을 따라 웃었다. "그래, 그래서 그 다음은 어찌 되었나·" "아이고, 말도 마세요. 그 양반, 진짜 알 수 없는 분이더라고요." 동방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야기를 계속 했다. "제가 도망 나오느라고 죽을 뻔했다니까요. 아휴, 생각만 해도……." 동방은 몸을 부들부들 떠는 시늉을 냈다. "어허, 이 사람. 무슨 호들갑을 그리 떠는 겐가·" "아, 글쎄. 제가 창피를 무릅쓰고 옷을 벗은 건 그 아기 영혼을 얼른 데려다주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시죠·" "그럼, 알고말고. 자네처럼 심성이 고운 사자가 어디 그리 흔한가· 자네니까 그랬을 게야." 동방이 코를 벌름거리며 되물었다. "사자님. 지금 그 말씀은 칭찬이죠·" "그럼." "뭐, 칭찬이든 아니든 그건 상관없지만요. 암튼 사공…
[충북일보] 대한민국 산업재해 발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1위다.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근로자 10만 명 당 11.4명꼴이다. 사고가 잦은 이유는 비교적 뚜렷하다. 안전 불감증 때문이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대표적이다. 지난 12일 청주에서 발생한 '크레인 추락사고' 역시 후진국형 '인재(人災)'다. 말로는 선진국을 지향하면서도 선진국 진입을 위한 실천이 없다. 그저 모든 구호나 제창이 '공염불'로 끝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가 전혀 노력하지 않는 건 아니다. 사고 발생 때마다 책임 소재를 따지고 재발방지 관련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항상 미봉책 수준이다. 언제나 미온적이다. 비슷한 사고가 이어지는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솜방망이식 처벌은 안전에 대한 관심과 감각을 무디게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런 무관심이 큰 화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연이어 터지는 후진국형 안전사고는 하청에서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용역구조와 관련성이 크다. 물론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작업 태도가 가장 큰 문제다. 굵직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만들어진 제도와 규정은 소용없다.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
[충북일보] 낭비성 지방재정 개혁에 대한 이야기는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니다. 특히 선심성 지방보조금에 대한 지적이 가장 많다. 일각에서는 보조금 악용과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선거가 낀 해엔 선심성 보조금 지원 시기 등을 일부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물론 편성 예산 집행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많아 지자체의 고민이 크다. 청주시가 민간단체에 지원되는 지방보조금에 대한 방만한 운영을 방지하고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사전·사후 관리 강화에 나선다. 이런 시도는 도내 기초단체 중 처음이다. 청주시는 이미 외부기관에 지방보조금 용역을 의뢰해 유사·중복사업을 중단·축소했다. 물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 환영할 만하다. 이번 기회에 선심성·낭비성 보조금에 대한 대증요법이 아닌 대수술이 이뤄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재정이 튼튼해야 지자체의 살림살이가 원만하게 운영된다. 그런데 도내 대다수 기초자치단체가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나 충북도에서 보조금을 지원해도 충당재정이 없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 자치단체의 선심성 예산이나 사치성 예산, 일회성의 전시효
퇴계 이황이 고기와 필묵을 선물로 받았다. 하지만 필묵은 받고, 고기만 돌려보내자 제자가 의아스런 표정으로 그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이황이 말하길 모두 거절하면 그 사람과 절교를 뜻하는 것이기에 큰 선물은 돌려보내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게 하고, 필묵은 받아 절교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고 답했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마친 젊은이가 음료수를 들고 왔다. 아마도 부모님께서 감사하다며 꼭 인사를 하고 오라고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직원들이 정중히 거절했다. 그 젊은이는 다시 음료수를 들고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며 난처해 한다. 마음이 짠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뜻을 전했고, 젊은이의 어머니로부터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음료수는 돌려보냈으되, 마음은 받았으니, 절교하지 않겠다는 뜻 또한 전한 듯 했다. 사람들은 청렴하면 대인관계가 좋지 못하다는 비아냥으로'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속담을 가져다 쓰곤 한다. 그리고 그들은 1급 청정수에 은어와 산천어와 같은 물고기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1급수 깨끗한 물에서 기품 있게 헤엄치는 은어(銀魚)는'수중군자(水中君子)'또는'청류(淸流) 귀공자'라 불린
중앙정부에서 근무할 때는 대통령의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지방에 와서는 도지사 입장에서 일하라는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내가 그 직위에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분들의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느냐며 불평 아닌 불평을 하기도 한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런 주문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가지고 있던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점이 새롭게 바뀌지 않는 한 절대로 대통령이나 도지사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11월 충북경제포럼 조찬 세미나에는 피와이에이치㈜ 박용후 대표의 특별한 강의가 마련됐었다. '관점을 디자인하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그 날 강의를 통해 대통령과 도지사의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됐다. 박 대표의 강의내용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은 관점을 바꾸는 4가지 방법이었다. 첫째는 '관심'으로, 생각하는 범위를 의미한다. 팀을 생각하면 팀만큼 보이고 과를 생각하면 과만큼 보인다는 것이다. 생각의 범위를 확장하고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면 대통령이나 도지사의 입장도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질문'이며, 생각의 방향을 말한다
청주시 상당구 방서동(方西洞)은 본래 청주군 남일하면(南一下面)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대촌리(擡村里), 평촌리(坪村里) 일부, 신목리(新木里) 일부를 병합하여 방정(方井)의 서쪽이 되므로 방서리(方西里)라 하여 남일면에 편입되었다가 1983년 2월 15일 청주시에 편입하여 방서동이 되었다고 한다. 방서(方西)라는 이름은 일제가 식민 통치를 위하여 우리 조상들의 얼이 서려있는 이름을 무시하고임의로 만들어 명명한 이름이며 주민들과 청주 지역사람들에게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대머리라는 친숙한 이름으로 불리어 왔다. 그런데 현재는 이곳에 이주한 외지인이나 젊은 사람들에게는 대머리라는 이름보다 일제에 의하여 만들어진 방서(方西)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어가고 있어 오랜 세월 우리 조상들의 혼과 얼이 서린 지명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일제가 식민지 지배의 편의를 위하여 임의로 만들어낸 지명에는 우리 겨레의 혼을 말살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아직도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를 하루빨리 청산하기 위한 노력을 하자는 의미에서도 이 지역의 역사와 자연 지명의 어원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리는 옥샘정에서 해준다. 장 담그기가 사라진 아파트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장을 원하는 이들은 많다는 뜻이다. 집에서도 발효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장 담그기 키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옥샘정에서는 모든 장류를 만들어 판매한다. 국내산 재료를 100% 활용한 장이다. 인근 밭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