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한반도 중심에 위치한 충북은 국토 X자축 중심지이자 전국 도(道) 단위 지자체 중 유일한 내륙 지자체다. 정치·경제·행정의 관점에서 보면 전략적 '요충지(要衝地)'다. 그러나 충북은 5천년의 역사 중 단 한 번도 한반도의 중심축에 서지 못했다. 땅과 사람을 빼앗겼고, 낮에는 태극기를 흔들고 밤에는 인공기를 흔들었던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의 한 골짜기 마을처럼 숨죽이며 살아 온 역사였다. 충주 중앙탑과 단양 온달산성 충주에 있는 높이 14.5m의 중앙탑은 통일신라시대 석탑 중 가장 큰 규모다. 통일신라 원성왕(재위 785∼798년)과 관련된 설화를 보면 국토의 중앙 지점을 알아보기 위해 남북 끝 지점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보폭을 가진 잘 걷는 사람을 정해 출발시켰다. 그랬더니 항상 이곳에서 만났기에 이 곳에 탑을 세우고 중앙임을 표시했다고 한다. 국토의 중앙인 충북은 삼국시대와 후삼국시대를 거치면서 치열한 영토전쟁에 참혹한 희생을 당했던 지역이다. 삼국시대 한강 북쪽에서 만주벌판까지 호령했던 고구려와 현재의 경기·충남·호남을 지배했던 백제, 그리고 조령과 죽령을 경계로 고구려와 현재의 보은·옥천 지역을 경계로 백제와 대립했던 신라
[충북일보]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서민만 잡고 있다. 원래 목적과 달리 심각한 내수 위축을 야기하고 있다. 신한트렌드연구소가 김영란법 시행 전후인 지난해 9~12월 가맹점 법인카드 사용액을 집계한 결과 그렇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식당·꽃집 등 주로 서민형 자영업종이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국내 농수축산업 피해가 예사롭지 않다. 우선 경조사용 소비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화훼업종의 피해가 크다. 폐업을 고려하는 화원들이 늘어가고 있다. 한우 농가와 관련 유통업체·업소 등의 위기감도 커져만 간다. 법 시행 이후 가격급락 등 극심한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이 저렴한 수입 쇠고기 대체로 한우 자급률이 38%까지 하락했다. 인삼업계도 살얼음판을 걷긴 마찬가지다. 대신 각종 수입산이 인기를 얻고 있다. 때를 만난 듯 이번 설 선물에 수입산 공세가 거세다. 5만 원 이하 가공식품은 물론 농수축산 등 수입산 신선제품 세트가 대거 등장했다. 김영란법이 '수입농수축산물 소비촉진법'이 된 셈이다. 급기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5일 김영란법 시행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중국은 인구 14억 명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개혁·개방정책으로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미래 잠재적 성장성은 매우 높은 국가이다. 중국 국내 총생산(GDP)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국내 총생산(GDP)은 지난 1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의 경우 14.7%로 성장했는데 이 수치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월등하게 상회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자국 내 소비진작을 위해 내수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대중국 수출에서 부품 및 소재 중심의 수출품목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얼마 전 우리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일명 사드 배치 계획을 발표하자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들에게 기업활동에 한류활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함은 물론 올해 들어 중국발 부정기 항공편에 대해 중국 정부가 불허 방침을 내려 당분간 유커들로 인한 국내 경기는 활성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과 현실 속에서 필자는 오래전부터 도내 중소기업이 광활한 중국시장 개척과 효율적인 제품판매를 위해 어떠한 전략이 필요하고, 주요 상
[충북일보] 제멋대로 떠들고 있다.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있다. 방법론 없는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무지의 흰소리인지 희망사항인지 모르겠다. 참으로 고역이 아닐 수 없다. ***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 보여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했다.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섰다. 국립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광폭행보를 하고 있다. 귀국 이후 닷새 동안 쉼 없이 움직였다.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닷새 동안 행보는 '청년과 서민', '소외계층과 민생', 그리고 '안보'로 집약된다. 그 중 안보 관련 움직임이 눈에 띈다. 상황 인식의 차별화다. 물론 보수 진영의 '안보 감수성' 자극 의도로도 읽힌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의 제2함대를 방문했다. 천안함에 헌화·참배하고 천안함 기념관을 둘러봤다. '천안함 피격 사건'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천안함은 2010년 북한 잠수함의 공격을 받았다. 장병 46명이 사망·실종됐다. 반 전 총장은 전날 고향 음성에서도 우리의 안보현실을 강조했다. "한반도는 여전히 준전시 상태"라며 "북한의 공격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에도 찬성 입장이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서 보인 행보다. 반…
정유년 새해가 밝은지 보름이나 지났다. 새해가 되면 가장 많이 주고받는 인사말이"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이다. 민속명절인 설날이 되어도 똑 같은 인사말을 주고받는데 정작 복(福)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를 듣고 생각해 보자. "할아버지 복 많이 받으세요!""福'이 뭔데?""좋은 거요.""무엇이 좋은 것인데?""얼굴을 보고 하하 웃으며 사는 거예요" 어린 손자는 우리가 그렇게 바라는'복(福)'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복을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가질 수 있는 것인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 모든 사람의 바람은 일 년 내내 마음 편하고, 재미있게 하하 웃고 살았으면 하는 것이 아닐까요· 어린 손자는 자기 혼자만 하하 웃고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옆의 사람과 함께 하하 웃으며 살아야 하는 인간관계에 복이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복(福)자를 해자(解字)하여 자원(字源)을 풀어보자. 福자는"눈이 닿는(示) 곳마다 첫째(一)로 먹을 것(口)이 쌓여 있고, 눈길이 미쳐 머무는 곳 까지 밭(田)이 펼쳐진 것을 나타낸 것"이라 합니다. 또 다른 의미는 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대(臺,
장애아동의 폭력 문제는 가정, 학교, 지역사회에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앞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장애'라는 대상의 취약성과 '아동'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폭력 피해의 위험요인으로서의 장애의 심각성으로, 장애아동이 일반아동에 비하여 더 많은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장애아동이 폭력의 경험을 한 경우 그 부정적 영향이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은 학업성취 뿐만 아니라 사회성 발달, 자아개념 등 정서적 발달 측면을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장애아동의 발달적 과업의 성취가 비장애아동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하나, 폭력을 경험하면 그 격차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장애아동 폭력은 더 심각한 장애의 요인이 된다.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일시적 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정서적 후유증, 뇌손상이나 더 나아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폭력의 영향력은 매우 심각하다. 특히 무력감, 주의집중결핍, 대인관계 장애, 수면장애, 우울증 등 다양한 정서 및 행동장애가 폭력의 경험이 있는 것과 관련성이 있다고 지적돼 왔다. 즉, 폭력을 경험한 아동은 자기 자신에 대한 가
'우리 집은 식물이 자꾸 죽어요.' 또는 '자꾸 죽으니까 식물 키우기가 겁이 나네요.'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위해 나에게 알맞은 식물을 고르는 요령과 실내에서의 관리법에 대한 글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금주의 주제는 '일조량'입니다. 여기에서 말씀드리는 일조량이란 하루 동안 우리 집에 비추는 햇빛의 양으로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식물에게 있어 햇빛은 '사람이 먹는 밥'과 같습니다. 이 '밥'을 소화시켜 영양분을 얻는 것을 광합성이라고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햇빛을 필요로 하는 양은 식물에 따라 제각기 다릅니다. 사람에게 과식이나 소식이 좋지 않듯이 식물에게도 알맞은 양의 햇빛을 제공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적으로 식물을 놓는(또는 놓일) 위치의 일조량(하루 중 햇빛이 드는 정도)을 파악하시고 그에 알맞은 식물을 고르시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식물의 원산지와 환경을 알기는 어려우므로 크게 3가지로 분류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첫째, 일조량의 영향을 적게 받는 식물 둘째, 직사광선을 좋아하는 식물 셋째, 그늘을 좋아하는 식물입니다. 예를 들자면, '산세베리아 스투키'는 일조량의 영향을 적게 받는 식물입니다. 입문용 식물로 제격인 이…
[충북일보] 충북의 현안사업이 충북도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무산 위기를 겪고 있다. 충북 현안사업은 도내에 산재해 있다. 그중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도 있다. 선정만 되면 지역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경제성 위주의 까다로운 조사로 통과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충주 서부지구에도 위기가 닥쳤다. 총 사업비 1천100억 원 규모의 대단위 농업토목 프로젝트가 올해 기획재정부 예타 대상에서 배제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역 정·관가는 이런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이 1천억 원 넘는 신규 투자 사업이나 자본 출자를 추진할 땐 예타 조사를 받아야 한다. 기재부는 지난해 9월 23일부터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예타 조사 대상은 △총사업비 1천억 원 이상 △국가재정·공공기관 부담 합계액 500억 원을 초과하는 신규 투자사업 및 자본 출자 등이다. 기존 기준인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국가재정·공공기관 부담 합계액 300억 원보다 완화됐다. 충주 서부지구 프로젝트는 예전 기준으로 해도 예타 대상이다. 사업비 500억 원이…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서 유배생활 할 때의 일이다. 하루는 사의재 앞에서 동네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는데 그중 더벅머리가 다산의 눈에 들었다. 세 번이나 불러도 가까이 못 오고 수줍어 하는 녀석에게 이름과 나이 등을 물은 뒤에 "네가 이곳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겠느냐·"라 재차 물었다. 소년은 "부모님이 계시니 부모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라 대답했다. 그 소년의 이름은 황상이요 자는 산석으로 아전 황인담의 아들이었다. 아비 황인담은 "이는 바늘과 실이 서로를 필요로 함이다. 너는 가서 따르도록 해라. 다만 스승과 제자는 의리가 중하니 조심하고 삼가서 거역하거나 게을리 해서는 아니 된다"라 지침을 준다. 대화 내용을 보니 스승 못지않게 제자와 그 아비도 훌륭하다. 스승은 배움은 넘치는데 적소에서 가르칠 제자가 아쉬웠고, 제자는 우선 부모님의 뜻을 존중하고 있다. 아비는 아들에게 사제의 도리를 강조하여 공부를 함에 삼가고 조심할 부분을 정확히 일러 준다. 이른바 교사와 학생 학부모-학교 구성원-의 조합이 이상적이다. 제자의 예를 드리고 공부를 배운 지 이레 되던 날이다. 다산이 文史(문학과 역사)를 배우라 하자 산석은 머뭇머뭇하며 부끄러운
희망찬 '붉은 닭'의해, 정유년(丁酉年)이 밝았다. 올해는 청원구의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시민 여러분의 문화 온도를 높여 보는 것은 어떨까? 봄에는 세종대왕과 세계 3대 광천수 중 하나인 초정약수를 소재로 내수읍 초정문화공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를 통해 힐링을 체험하고 가을에는 오창읍 미래지농촌테마공원에서 열리는 청원생명축제를 통한 우리 고장 농축산물의 우수성과 친환경 먹거리를 시식할 수 있다. 내덕동 옛 청주연초제조창에서 메이드 인(Made in) 청주를 키워드로 열리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행사가,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일원에서는 젓가락페스티벌 행사가 펼쳐진다. 지난해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일원에서 열린 젓가락페스티벌 행사를 통해 한국전통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려 존재감을 과시했다. 청주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확장 세계적인 행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세종대왕이 123일간 머물면서 눈병을 치료하고 한글창제 작업도 한 내수읍 초정리 세종대왕 초정행궁 조성사업도 진행돼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계승하는 장이 펼쳐지게 된다. 이렇듯 청원구는 으뜸 문화예술 행사의 선봉지임이 입증됐다. 청원구에서는 2017년…
[충북일보]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지난해 연간 청년 실업률은 9.8%다. 청년 10명 중 1명이 실업자라는 얘기다. 2015년 9.2%에서 1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충북 사정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다소 나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충북지역 청년고용은 전체고용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청년층 중에서도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7.0%였다. 전체 실업률 3.6%의 두 배 가량이다. 충북 역시 청년실업 문제에서 비켜나기 힘든 셈이다. 공식통계 밖 현실은 더 심각하다. 실제 청년실업률이나 실제 취업 환경이 공식통계에 비해 훨씬 더 좋지 않다. 실제 청년실업률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취업 준비생이나 구직 단념자까지 포함할 경우 이미 30%선을 넘어섰다고 한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휴학을 하고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실제로 내 가정 내 형제의 일이 됐다. 비정규직 취업 후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통계상 일자리를 갖고 있지만 상당수는 미취업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원인은 분명하다. 정부도 알고 청년들도 안다. 꺼져 가는 성장 엔진 때문이다. 우선 엔진부터 꺼지지 않고 돌
저녁에는 배뚱구리라고 하는 배추로 쌈을 싸먹었다. 엉성한 겉대를 떼어내자 노랗게 예쁜 고갱이가 나왔다. 잘 씻은 뒤 쌈장을 만들어 찍어먹는 것인데 맛도 맛이려니와 칙칙한 겨울에 보는 빛깔 또한 드물게 산뜻하다. 지난 해 김장을 하기 위해 갓이며 대파까지 들이고 난 뒤 시원찮다고 남겨 둔 배추가 멋대로 바라진 채 어설프나마 고갱이가 안았다. 초겨울 어느 때 그것을 다듬어 국거리로 넣고 오늘처럼 쌈을 싸먹기도 하는데, 어떤 경우든 구수한 맛이 난다. 겉보기에는 딱딱해도 웬만치 끓으면 먹기 좋게 부드러워지면서 특별한 맛을 내는 것일까. 배뚱구리는 경상도 방언으로'배추꼬랑이'즉'배추의 뿌리'라고 하는 뜻을 갖고 있다. 봄동이라고도 부르는데 향긋하고 산뜻한 맛이 가장 큰 특징이다. 춥다고 잔뜩 여밀 동안 숙성된 냉기가 뜻밖의 단맛으로 바뀐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껏 국거리로 혹은 쌈장으로 먹은 배추 역시 김장을 끝내고도 한동안 밭에 두었다가 비로소 뽑아 들인 거였다. 짚으로 싸매지 않아 그 짝일 수 있고 혹여 싸맨다면 고갱이도 얌전히 안겠지만 추운 데서 자란 게 더 커다란 원인이다. 양지쪽에서 다듬다 보면 무척이나 질겨서 과연 엄청난 포기를 버텨왔구나…
잔돈을 찾다가 뜻밖에 네잎클로버가 나왔다. 평소대로라면 책갈피나 수첩 속에 있었을 텐데 엉뚱하게도 헌 지갑 속에 들어 있었다. 아마 깊게 둔다고 넣었는데 잊고 있었나 보다. 아무튼 겨울에 클로버를 보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다. 강산이 한 번 지났으니 그럴 만도하다. 클로버는 너무 바싹 말라 손끝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젠 마른 잎에 불과하건만 여전히 메시지는 행운의 의미로 다가온다. 13년 전 군대에 가 있던 아들은 이 네잎클로버를 보내왔다. 미련한 게 사람이라고 생의 단애(斷崖)에 서면 사실이나 논리보다는 말이나 의미에 약해지고 의지하게 되나보다. 꽃말이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거란 걸 왜 모르겠는가. 그런데도 한없는 절망, 절박함에 간절히 행운을 아니 행운 비슷한 빛이라도 비춰 달라며 빌고 또 빌었던 즈음이니 오죽했겠는가. 그때 네잎클로버는 한낱 식물이 아니라 어떤 계시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편지와 네잎 클로버를 받던 날 나는 생의 반전이 이뤄지리라 믿었다. 믿음은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그러나 간절히 기다리고 간절히 원한다고 행운이 오는 게 아니었다. 행운이란 단어를 동경했
정유라가 덴마크에서 체포될 당시 입고 있던 패딩 야상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지나치게 친절한 언론의 취재 탓이다.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가십성 기사 덕에 국민들은 고가 패딩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기자는 정유라의 패딩이 캐나다산 고급 브랜드 '노비스' 제품으로 1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이라 주장했다. 의복에 대한 관심은 패딩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패딩 안에 입고 있던 티셔츠가 스타워즈 UT모델 한정판으로 스타워즈 팬들 사이에선 부르는 게 값인 명품이라고 덧붙였다. 정씨가 입고 있는 패딩과 티셔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강조하면서 성급히 블레임 룩 현상을 점친 기사내용은 식상하기 짝이 없다. 블레임 룩이란 근본 없는 조어가 사회현상처럼 자리 잡은 지 한참이다. 20여 년 전인 1997년, 탈옥수 신창원이 검거 됐을 당시 입었던 몹시 튀던 무지개색 티셔츠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미소니사의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의 시장좌판에 미소니 모조품이 깔렸었다. 욕하면서 따라한다는 블레임 룩의 탄생배경이다. 신창원의 티셔츠는 조악한 모조품이었다. 괜히 어깨에 힘을 주고 거리에 침을 뱉으며 다니던 철부지 청소년들이 삼
[충북일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귀국했다. 국민 대통합을 강조하며 사실상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유력한 대권 후보 중 한 명이다. 그의 귀국은 대권 가도의 본게임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금의환향이 될지, 복마전에 뛰어든 꼴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영광의 면류관을 쓸지, 매서운 가시밭길을 걸을지 모른다. 반 전 총장의 귀국이 대권정국의 태풍이 될지, 찻잔 속 미풍이 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의 귀국이 곧 그의 국내 정치입문이란 의미다. 싫든 좋든, 원하던 원하지 않던 대권 도전의 기정사실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대통합 메시지를 전했다. 이념과 세대를 아우르는 대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한 셈이다. 과거 정치세력과 자신을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중도·보수 진영과 두루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포석이다. 정치권의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3지대 등 정치권 새판 짜기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낙관적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반 전 총장에 대한 도덕적 검증과 정치능력 검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은 이미 검증대에 올랐다. 동생의 뇌물 혐의 의혹, 23만 달러
일반인, 특히 유권자를 대상으로 후보자나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의견, 지지여부 등을 직접 물어봄으로서 현재 여론을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여론조사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대선후보 지지도, 탄핵 찬반, 주요 국가적 현안에 관한 찬반 등 매일 여론의 선택들에 대한 결과들을 접하게 된다. 누가 현재 다음 대통령으로, 한일위안부 문제, 북핵 관련, 사드 배치 등 몇%로 앞선다는 식의 보도들은 보는 이에 따라서는 매순간 선택을 강요하는 듯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는 누구를 지지하는구나, 사드 배치를 해야겠구나, 김영란법을 시행해야 하는구나, 헌법을 바꾸어야 하는구나. 어느 면에서 여론조사만큼 현재 여론을 진단하고 설명하는 마땅한 방법도 없다. 하지만 지금의 여론조사는 선택에 대한 추정치를 마치 결과인 듯 일종의 성적표처럼 잘못 이해되고 어느 정도 여론몰이로 오용된 측면이 많은 것 같다. 더 나아가 일부 언론이나 여론전문가들은 일반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지나친 해석과 의미를 부여해 전달하는 경향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주 보다, 지난번 조사 보다 특히 대선주자 지지도의 경우 흥미와 일종의 여론 몰이를 위해 상호인과관
미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대만 총통과 대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얼마전 트럼프는 타이완의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함으로써 49년 동안 지켜져 왔던 관행을 깨 버렸다. 중국이 정당한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실시하지 않고 미국을 계속 속이고 있기 때문에 손해를 보아 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비난에 대해 트럼프는 "중국이 화폐가치를 평가절하하고, 미국 상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며, 남지나해에 군사시설을 건설하는 것을 미국과 상의하는가"라며 되받아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우리에게 녹록치 않은 상황을 안겨줄 것이다. 트럼프의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플린 예비역 육군 중장은 2016년 10월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의 현 김정은 체제를 오래 존속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주한 미국 대사를 역임했던 크리스토퍼 힐은 트럼프 당선자에 대해 말하면서 그는 더 쉽게 북한 핵을 공격할 결심을 할 수 있고, 더 빠르게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이처럼 현재는 불안정한 시대이며 동시에 어려운 시대이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 질서의 변화는 위기임과
당신의 표정이미지는 몇 점입니까? 사람을 제일 처음 보면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면 그 사람의 이름과 함께 마음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얼굴 생김새, 표정, 음성, 말씨, 평소의 옷차림, 걸음걸이와 같은 모습들, 또 함께 있을 때의 느낌, 그의 태도, 성격, 실력 등등… 이렇게 수많은 생각들이 두서없이 머리 속에서 얽히고 풀어지면서 점차 하나의 형체를 만들어 나간다. 이렇게 우리 나름의 사고, 취향에 따라 편집되어 만들어진 그 사람에 대한 생각들, 특유한 감정, 고유한 느낌, 이것이 바로'이미지'이다. 매너가 좋은 사람은 사람들을 대할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들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기 때문이다. 흔히 매너를 교양 있는 사람의 척도라고 한다. 남보다 지혜롭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면 반드시 매너를 익혀야 한다. 매너는 타인에게 호감을 주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하여 매너를 익히고 자기관리와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해야 한다. 자기 관리는 매너의 기본이며 대인 관계는 사회생활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종자 산업은 미래 식량 수급의 신성장 동력이자 농업계의 블루칩으로 나라마다 농업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의 종자 시장은 약 9.9%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며 2022년 1천132억 8천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종자 시장의 전체 규모는 5천 800억 원 수준으로 세계 종자 시장의 1.1% 정도를 차지하며 현재 첨단기술을 접목한 신품종 육성, 의학·소재산업과 연계한 융복합기술 개발 등 다각도의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종자 산업의 핵심 분야 중 하나는 획기적인 특성을 갖는 우수한 신품종 육성이다. 많은 농가에 보급되기 위해서는 품질이 좋고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는 건전한 종묘의 공급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국내 과수 묘목 시장 규모는 400억 원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국내에 유통되는 과수 묘목은 대부분 바이러스 등 병해충의 감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채 공급되고 있다. 2013년 사과, 복숭아 등 국내 주요 과종에 대한 바이러스 검정 결과, 전체 과원의 30~60%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주요 선진국들의 과수 묘목 생산관리 체계는 어떨까? 미국, 일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이 감사함에 대한 은혜를 잃어버리고 배은망덕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들은 결초보은의 자세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 필자가 어린시절부터 부모님께서는 세상을 살며 사람들에게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결초보은(結草報恩)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다. 결초보은이란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는 뜻으로서 죽어서도 잊지 않고 은혜를 갚는다는 뜻이다. 이 말은 너무도 유명하고 고사성어의 예로써도 많이 인용되고 있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의 유래를 보면 옛날 춘추시대의 진(晋)나라에 위무자(魏武子)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첩이 있었는데 그녀에게서는 자식이 없었다. 그런데 위무자는 자신이 병이 들자 아들인 위과(魏顆)를 불러서 자신이 죽거든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시집보내라고 말하였다. 그러다가 병이 악화가 되자 다시 아들을 부른 위무자는 이번에는 자신이 죽거든 그녀를 죽여서 자신과 함께 묻어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위과는 아버지가 죽자 그 첩을 죽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보냈다. 병이 악화되서는 머리가 혼란해 질 수 있으니 정상적이던 때의 아버지 말씀을 따르기로 한 것이었다. 그후 선공(宣公) 15년 7월에 진(秦)
주일오전 8시에 드리는 1부 예배를 마치면 9시가 넘는다. 11시에 또 예배를 드려야하니 집에 다녀오기 어중간한 시간이다. 커피를 타서 4층 창가로 가서 앉는다. 내려다보이는 영운천은 사계가 다르다. 이제 한 시간 남짓 기다리면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인형처럼 생긴 천사가 댓똥댓똥 걸어 나와 안길 거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세종에서 청주까지 달려오는 우리아기, 오늘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머리는 묶었을까 풀어 내렸을까, 매주 다르게 연출하고 나타나는 아기모습을 상상하며 미소 짓는다. 무엇과도 바꿀 수는 없는 기쁨이다. 지난 삼년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언제였냐 묻는다면 주일이었노라고 대답할 거다. 아들 내외가 신혼여행 다녀왔을 때였다. 아들이 자란 교회이니 매주일 청주로 와서 예배 함 좋겠다, 새아가와 정도 들이며 한 가족임을 확인하고 함께 점심식사를 하자, 제안했었고, 아들내외는 받아들였었다. 나는 주일이면 여섯시부터 준비하여 일곱 시 반이면 집을 나온다. 겨울에는 그 시간이 새벽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이르다 보니 1부엔 반주봉사자가 없어 내가하고 있다. 몸이 아픈 날도 있고 죽을 만큼 일어나기 힘은 날도 있다. 그런데 삼년간은 천사를 보는 기쁨에 힘
[충북일보]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1일 청주를 방문했다. 묘한 시기의 묘한 방문이었다. 충북 출신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귀국 하루 전이기에 더 그랬다. '문재인 대세론'을 굳히기 위한 전략이란 설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은 충북 출신으로 유력한 대권 후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와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지지율은 조사 때마다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문 전 대표의 충북방문에 대해 지역에서는 '반풍'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민감한 시기의 방문이다 보니 오해를 살만도 하다. 충북의 최대 이슈는 KTX 세종역 신설 반대다. 다른 모든 이슈를 뛰어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으로 도민 전체가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예상대로 세종역 신설 여부에 대한 문 전 대표의 시원한 답변은 없었다. 그저 원론적 견해만 표명하는 수준이었다. 문 전 대표는 철도시설공단의 용역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전까지는 결론을 유보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이충재 행복도시청장의 '세종역 신설은 장기검토 과제'라는 정도의 발언조차 하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어왔던 청풍에 밀어닥친 가장 큰 변화의 물결은 바로 충주댐 건설이다. 1978년부터 시작된 충주다목적댐의 건설로 제천시의 청풍면을 중심으로 한 5개면 61개 부락과 충주시 일부가 수몰지로 지정되었으며, 1984년 충주댐 공사가 완성되어 담수가 시작되면서 1985년에는 완전히 물속에 잠기게 되어 청풍면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청풍이 사라지고 주민들은 전국 각지로 이주하였으며 일부는 물태리 산위에 자리잡고 오늘의 새로운 청풍을 건설하여 관광도시로 새 출발을 하게 되었으니 옛 청풍현의 명성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이러한 역사를 생각하면서 사열이산성, 또는 성열산성으로 불리는 청풍문화재단지 위쪽의 정자에서 옛 청풍군의 산하를 내려다보는 감회는 정말 옛 정취를 절로 생각나게 한다. 옛 청풍 읍내로 들어가는 길은 청풍의 동쪽에서 북쪽과 서쪽으로 휘감아 흐르는 남한강 줄기인 청풍강을 건너오는 물길이 있고, 육로로는 남쪽의 수산에서 험한 고개를 넘어 오는 길과 서쪽의 충주에서 남한강변을 따라 오는 길이다. 충주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한수를 거쳐 청풍으로 오게 되는데 강변의 아슬아슬한 벼랑길을 가슴을 졸이며 달리게 된다. 터덜거리며…
중국 요순(堯舜)시대,요나라 임금은 어느 날 평민복으로 갈아입은 뒤 백성들의 생활 모습을 살피러 나갔다. 그런데 어느 마을에서 한 노인이 손으로 배를 두드리고 발로 땅을 구르며 흥겹게 노래하고 있었다. "해가 뜨면 일하고(日出而作), 해가 지면 쉬고(日入而息), 우물 파서 마시고(鑿井而飮), 밭을 갈아 먹으니(耕田而食), 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帝力于我何有哉)." 이른바 '태평성대(太平聖代)'를 비유하는 대표적 옛시로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격양가(擊壤歌)'다. 마지막 구절은 현대판으로 "국민들은 대통령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나라" 정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태평성대와는 거리가 먼 '우울한 시대'다. 초등학생들까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촛불시위대에 합류하고 있다. 술 자리의 대표적 안주는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그들 주변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한 사람들이다. '대통령'이란 존칭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됐다. 1979년 서울 관악산 아래 대학에 입학한 기자는 '정치학개론' 수강 신청을 했다. 당시 교재는 제법 두꺼웠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입생에겐 난해한 내용이 많았다. 첫 시간,안청시 교
어스름한 새벽 작은 뒤척임에 눈 뜬 나는 조용히 어머니의 뒤를 쫓았다. 버릇처럼 그 시간 즈음 눈떠지는 몇 날을 보내면서 문득 식어버린 이부자리에서 어머니의 빈자리를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어디론가 향했고 그곳은 다름 아닌 하얗게 서리 내려앉은 장독대였다. 어머니는 두 개의 양초에 불을 붙인 후 그 가운데 몇 번의 펌프질로 얻은 물 한 그릇을 정갈하게 내려놓은 후 큰 절을 올리셨고 또 한참동안을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계셨다. 어린나이의 나는 처음으로 영문도 모른 체 왠지 모를 숙연함을 느꼈었다. 어머니의 간절함은 무엇이었을까· 그때도 지금도 영문을 모르긴 마찬가지다. 그 이유를 묻기도 전에 어머니는 이십여 년 전 갑자기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업에 실패하신 후 낙향해 쉬는 날 없이 일하시는 아버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자식들을 키우기에 벅찬 살림살이의 곤궁함 속에서도 내일의 희망을 위해 촛불을 밝혔으리라... 며칠 전 나는 창덕궁 근처를 지나다 차창을 통해 하늘을 분주히 날아다니는 까치들을 발견했다. 이는 까치가 알을 낳기 위해 미리 집을 짓는 거라고... 이제 큰 추위는 다 지나갔노라고 팔순의 아버지께서 말씀해주셨다. 주변을 둘러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리는 옥샘정에서 해준다. 장 담그기가 사라진 아파트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장을 원하는 이들은 많다는 뜻이다. 집에서도 발효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장 담그기 키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옥샘정에서는 모든 장류를 만들어 판매한다. 국내산 재료를 100% 활용한 장이다. 인근 밭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