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떠나지 말라'고 어느 초로의 가객은 노래하지만, 가을만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계절은 없다. 근래 '사과나무길'이라 불리는 지현동 길의 초입인 용운사 위편 언덕길에서 첫발을 내딛는다. 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다가 절 아래 지근거리에 발걸음을 멈춘다. 비밀을 간직한 이곳은 충주에서 처음으로 사과나무를 심은 곳이다. 1912년 바로 이곳에 사과나무 50여주를 심어 1918년 수확을 본 것이 '충주사과'의 기원이다. 명품 충주사과의 조상은 여기서 터를 잡고 번성했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없는 숙연함이 깃든다. 주민이 합심해 세운 '충주사과유래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과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그 옛날 이곳에 사과나무를 심은 뜻을 새겨봄직하다. 우리 고장 출신 함민복 시인의 시 '사과를 먹으며'를 음미하며 길을 내려간다. 『사과 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나무에서 울던 새소리를 먹는다』 그 때 울던 새의 증손자뻘 쯤 되는 새 소리를 들으며 거닐다보면 길 오른 편으로 윗마을과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커다란 사과나무 벽화엔 사과가 빨갛게 익었다. 그윽한 향기가 마음으로 전해온다
하늘이 낮은 중저음으로 바닥에 깔리고 오늘도 바삐 바람에 휩쓸려 길을 나선다. 매번 희망과 기대로 길을 나서지만 귀가하는 내 그림자 따라 뚝뚝 한숨만 길 위에 던져지곤 한다. 살며 이렇게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젖어드는 슬픔을 애써 외면하지 않았다. 아마도 오늘 같은 날, 그래서 더 깊숙이 가슴을 후벼 파는 통증을 느끼는가 보다. 바람에 떠는 단풍을 보았다.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놓은 산수유며 플라타너스 저 편에서 낡은 단풍이 힘겹게 매달려 있다. 초겨울 늦은 저녁 불협화음으로 달리는 거리에서 마음만 산란하다. 나는 이제껏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 내가 꿈꾸며 살아온 것은 무엇인가. 문화예술로 제대로 된 세상을 그리며 젊음을 불태웠건만 결코 변하지 않는 거대한 것들과의 싸움에 서서히 지쳐간다. 시간이 갈수록 행정에 포위되고 관료의 하수로서의 역할만이 요구된다. 결과만을 갈구하는 현 체계 안에서는 모든 정책이 졸속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각으로 진지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을 공유하며 구습들을 고치려하지만 자본주의적 경쟁구도를 벗어날 수 없는 지금의 체계 안에서 문화예술에서의 분권과 자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허망할지 모른다. 이제는 누구나 다
[충북일보] 언제부턴가 사찰 문화재 관람료 징수 논란은 해법 없이 계속되고 있다. 불교계는 문화재 보존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사찰에서 불법적으로 걷고 있는 관람료 징수는 이해하기 어렵다. 속리산 법주사도 그동안 법주사지구에서 속리산으로 오르는 매표소를 통과할 때 1인당 4천원(일반인 어른 기준)의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했다. 그런데 내년부터 보은군민에 한해 문화재 관람료를 면제키로 했다. 현재 국립공원 내 사찰들은 사찰을 방문하지 않는 일반 등산객에게도 예외 없이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다. 게다가 법주사가 위탁 관리하는 지정문화재 39점은 속리산 등산로와 접해 있는 게 없다. 등산객들의 불만은 여기 있다. 국립공원입장료는 이미 10년 전에 모두 없어졌다. 그런데도 국립공원 내 사찰 입장료는 문화재 관람료란 명분으로 현재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사유지를 지난다'는 이유로 사찰에서 아직도 입장료를 요구하고 있다. 충북도는 2년 전부터 법주사와 문화재 관람료 폐지 협의를 해왔다. 속리산 관광 활성화 전략으로 법주사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추진했다. 충북도와 보은군이 법주사에 문화재 관람료 일부를 보전해 주는 조건까지 검토됐다. 회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어릴 적 지도상으로만 기억했던 중남미의 작은 나라 과테말라 INTECAP(국제협력단) 이사회의 일행을 수행하였다. 대통령 경제수석실의 차석(차관)을 단장으로 하여 청장 및 산업계, 노동계 대표 9명의 단원들을 모시고 대한민국 유수의 기관들과 MOU를 체결하고 마지막엔 산업현장을 직접 견학하는 자리였다. 12일 밤 10시 30분에 도착예정인 일행들은 11시가 지나서야 조우할 수 있었다. 숙소인 리베라 호텔까지 오는 동안 웰컴 투 코리아 란 간단한 인사만 건네고 어색한 시간이 흐른다. 아침 일찍 호텔 조식을 시작으로 일정을 같이했다. 굿모닝이란 간단한 단어 하나에 어린이처럼 해맑은 미소와 스페인어를 쉴새없이 들려준다. 상큼한 아침을 이 나라 공기가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이국의 낯선 웃음이 내게 안긴다.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울거라는 걱정은 정말 기우에 불과했다. 가는 곳마다 호기심어린 시선과 하나의 말이라도 흘리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은 대충일거라는 나의 선입견을 너무 부끄럽게 만든다. 너무나 놀라운 일은 첫 날 저녁에 일어났다. 어느 단체와 MOU를 체결하러 가는 버스 안
임진왜란 개전 초 동래성을 수호하다가 전사한 송상현(宋象賢, 1551-1592)부사의 호가 천곡(泉谷)이며 전기집인 '천곡집(泉谷集)'을 남겼다. 그리고 조선 초의 문신 안성(安省)의 호도 역시 천곡(泉谷)인데 '천곡(泉谷)' 이란 '샘이 있는 골짜기, 샘이 있는 마을'이란 의미의 '새미실'이란 지명임이 분명하므로 처음부터 좋은 의미의 한자를 가지고 만들어낸 이름이 아니라 호를 지을 때 출신 지역을 나타내기 위하여 마을 이름을 이용한 것이다. 옛 선비들의 호를 보면 자신의 출신지나 성장한 지역 등 연고지의 지명을 호로 쓰는 예가 많이 있으므로 두 사람의 연고지가 '천곡(泉谷)' 즉 '새미실'임을 알 수가 있다. 송상현은 자는 덕구(德九). 호는 천곡(泉谷). 시호는 충렬(忠烈). 본관은 여산(礪山)이다, 현감 복흥(復興)의 아들로 10세 때 에 이미 경사(經史)에 능통하였고 1576년(선조 9) 문과에 급제하여 호조, 예조, 공조의 정랑(正郞)에 이어 사재감(司宰監), 군자감(軍資監)의 정(正)을 역임하였다. 당시 일본과 명(明)나라는 사이가 악화되어 전쟁 직전이었으므로 동래(東萊)는 군사적 요지로서 사람들은 죽음의 땅이라고 하여 부임하기를 꺼리었다.…
청주(淸州)는 백제시대 상당현(上黨縣)이었다. 이후 통일 신라시대에 서원경(西原京)이 됐다. 고려 태조 23년(940년)에 처음 청주라고 부르게 됐다. 지금의 청주시가 된 것은 1949년 부터다.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청주의 옛 이름 중에 주성(舟城)이 있었다. 청주의 모양이 배가 가는 모습 같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용두사에 설치된 철당간이 주성의 돛대를 상징하였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청주시청 본관 청사를 배 모양을 본떠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청사는 1965년 건축가 강명구씨의 설계로 지어졌다. 건물의 옆면이 배의 난간을 표현했고 3층의 전체가 배처럼 부유하는 모습이었는데 3층을 4층으로 증축하는 바람에 돛 형태의 옥상 모양은 많이 달라졌다. 최근 시청 본관 건물이 시민사회단체가 선정한 근대 문화유산 원형 보전 대상에 꼽혔다. 자연·문화유산 보전 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제15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 공모전 수상 대상으로 청주시청 본관 건물을 선정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공모전에 응모하여 심사가 이뤄졌으며 내셔널트러스트는 근대 건축물로 원형 보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심사에서
경험은 곧 인지도를 높이는 길이다. 일반상식일지라도 지니게 된다. 누구나 삶을 영위해 가자면 병의원을 이용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의료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격년제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어서 웬만한 진료에 관해 일반상식도 지니고 있는 편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과잉진료에 의한 의료보험공단 손실 액수도 비교적 크다고 한다. 심지어 자동차 보험료를 타내기 위한 교묘하리만치 사고를 위장한 브로커 들의 극성도 만만찮다는 보도도 잦은 편이다. 필자도 지난 초여름에 의원급에서 상위 급 병원 진료를 받아보라는 권유에 흔쾌히 종합병원에 입원해 3일 간에 걸친 정밀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정밀조직 검사에 의한 후속 조치로 여러 가지 제제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검사 직후 링거를 꽂았는데 그 링거액이 다 소진될 무렵 또 새 링거액을 들고 왔기에 식사를 못 할 정도도 아닌데 불편하게 또 주사를 해야 할 이유가 뭐냐고 따지며 맞기를 거부했다. 이점 역시 과잉 진료로 의료비 부풀리기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됐다. 달포 전 실내에서 긴 소매 옷을 입은 상태로 엎어지는 바람에 팔에 상처를 다소 크게 당해 급하게 응급실로 갔었다
소방은 화재·재난·재해 그 밖의 위급한 상황에서의 구조·구급 활동 등을 통하여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함으로써 공공의 안녕 및 질서 유지와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소방 목적 달성을 위해서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이 골든타임(5분) 내 현장도착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방차 길 터주기에 대한 양보 의식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화재 및 구급현장은 단 몇 분 몇 초 차이로 사람이 살수도 죽을 수도 있어 그만큼 골든타임 내 현장 도착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최근 도로상의 많은 차들로 인해 출동시간이 증가하고, 현장 도착 후 아파트 단지 및 주택단지 불법 주·정차, 양면 주차로 인해 소방차 현장도착이 지연되면서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 했다는 언론보도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이와 반대로 서구 유럽 등의 경우 막힌 도로상에서도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하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좌우로 갈라져 소방차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고,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로 인해 소방활동에 지장이 발생할 경우 빠른 차량 이동조치로 신속한 소방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광경은 강력한 법적 규제
[충북일보] 현대사회는 문화의 다양성이 강조되는 사회다. 이념과 사고의 다양성을 넘어 생물학적 다양성까지 정말로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다양성을 주제로 한 논의도 활발하다. 충북도 이미 문화다양성 사회를 받아들이고 있다. 전국에서 네 번째로 '충북도 문화다양성 조례'도 제정했다. 충북도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문화도시 실현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도지사를 중심으로 한 문화다양성위원회도 구성했다. 지난 27일에는 충북도의회 회의실에서 '문화다양성 조례가치 확산을 위한 열린포럼'도 열렸다. 음악, 미술, 무용 등 각계각층의 지역문화예술인이 참여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실질적인 문화다양성의 확대 방안과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문화는 우선 나와 내 이웃들 삶의 중심적 영역이다. 일상생활의 의미를 발견하며 가치를 창조해내는 삶의 의미를 담고 있다. 거기엔 즐거움과 행복, 저항과 투쟁이 동시에 공존한다. 개인과 집단의 삶을 위한 다양성이 존재한다. 그런점에서 문화는 개인이나 집단의 창조적 사고, 사회 발전의 원천이 된다. 그리고 문화다양성은 자연에서 생물다양성과 환경의 관계와 아주 유사하다. 인간사회에서 공기나 물과 같은 역할을
모든 공직은 사명감을 바탕으로 한다. 사명감이 없는 공직자는 단순한 셀러리맨에 불과하다. 조선시대 공직자는 청렴을 기본으로 했다. 청렴하지 않은 공직자를 탐관오리라 불렀다. 탐관오리는 탐욕(貪慾)이 많고 부정(不正)을 일삼는 벼슬아치를 의미한다. 탐관오리가 득세하면 백성들의 삶은 곤궁해진다. 물론 선량한 공무원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공무원 숫자를 줄여 나가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공무원 숫자 왜 늘리나 정부가 공무원 숫자 늘리기에 나섰다. 국민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정부가 내년에 공무원 1만2천221명을 신규 채용한다면서 인건비 등 관련 예산 5천349억 원을 책정한 것을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5천349억 원의 예산도 단 1년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토대로 17만 명의 공무원을 늘린다면 327조 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30여 년 간의 월급과 퇴직 후 연금지급분까지 계산하면 수백 조의 국민세금이 들어간다고도 지적했다. 부담은 국민이 지고 생색은 정부가 내는 일차원적 국정운영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전국 200개 시범 읍·면·동에 연봉 수천만원짜리 '지
며칠 전 이시종 충북지사가 확대 간부 회의에서 영화 남한산성의 주역 최명길에 대한 역사를 재조명해 보라는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이시종 지사는 무슨 이유로 그런 지시를 했을까? 그 이유를 알려면 최명길이 병자호란 때 나라를 구한 충신이지만 주화파라는 누명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한 인물이라는 역사부터 더듬어 올라가야 할 것이다. 영화 남한산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최명길의 현실적인 외교로 더 많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공적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요즘 현실이 청과 명나라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전쟁을 자초했던 상황과 비슷하지 않으냐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린 어떻게든 북핵을 막아야만 살 수 있는데, 미국은 사드를 배치해야만 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이에 반대하며 무차별적인 보복을 가하고 있다. 마치 명은 자신을 도와 청을 치라고 하는데, 청은 명나라 말을 들으면 죽인다고 협박하다가 조선을 침략한 것이나 흡사하다. 그때는 나라가 하나로 통일되어 동족이 상잔하지는 않았다. 돌이켜 보면 인조가 무릎을 꿇고 항복한 병자호란은 굴욕이었지만 동족이 상잔하지는 않았으니 지금보다는 형편이 나았다. 이런 현실을 어떻
개츠비처럼 웃고 싶었다. 영원한 보증을 약속하는 미소, 당신에게만 집중하고, 모든 것을 당신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미소, 당신이 원하는 대로 믿고,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받아들이겠다고 보증하는 미소, 난 그런 미소를 닮고 싶었다. 마치 수만 마일 밖의 흔들림을 기록하는 지진계처럼, 삶의 약속에 대한 고도의 민감성과 미래의 희망을 감지하는 섬세한 감각으로, 낭만적으로 웃을 줄 아는 개츠비를 난 닮고 싶었다. 젊은 한 때의 어느 겨울, 왁자한 술집을 몰래 빠져나와 붉은 신호등 앞에 나 홀로 멈춰 섰을 때, 난 누군가의 손길이 그리웠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그 손을 잡고, 똑같은 호흡과 보폭으로 걸음을 맞춰서 건널목을 건너간다면, 이 세상이 더는 두렵고 외롭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날 난 개츠비를 찾았다. 개츠비가 칠흑의 밤에 부르르 몸을 떨며 가닿으려 했던, 부두의 끝에서 조그맣게 반짝이는 초록 불빛을 나 또한 밤새 바라보았으면 했다. 중년의 어느 늦은 저녁, 허름한 카페에서 식어버린 커피를 남긴 채 찬바람이 부는 어두운 거리로 발을 내딛었을 때,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지리멸렬하고 옹색했다. 복잡한 생의 한 가운데에서 무수한 헛발질의 열정이 부질없
문득, 구속적 부심을 통해 석방된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구속 전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출석하던 때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위축될만한 입장이었지만 그는 당당하더군요. '레이저 김'이라 불렸던 사람답게 여전히 눈에는 힘이 넘쳤고 걸음걸이 또한 힘찼습니다. 필자가 기억하는 김관진은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안보라인에 앉힐 적당한 인물이 없어 비록 전 정권에서 국방부장관을 지낸 인물이지만 다시 안보실장에 앉혀야 될 정도로 강골(强骨)입니다. 그가 국방부장관이 된 것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난 직후였지요. 장관이 된 그는 "북한이 도발하면 도발 원점(原點)은 물론 지원세력과 지휘 세력까지 철저히 타격하라"는 속 시원한 지시를 내렸습니다. 때문에 그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고 김정은이 가장 싫어하는 인물이 되었겠지요. 문재인 정부의 '적폐에 대한 싹쓸이 수사'로 인해 연일 전직 고위 공직자가 구속되고 있지만 김 전 장관처럼 "죄가 있다면 모두 내 책임이다. 부하들은 죄가 없다"고 천명한 사람은 그가 유일합니다. 어느 언론의 표현대로 '진짜 군인으로서 국가에 헌신한 무골(武骨)을 하루 평균 10건도 안 되는 인터넷
[충북일보] 처음 먹은 마음이 초심(初心)이다. 그리고 진심(眞心)이고 중심(中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걸 지키기 위해 정진한다. 그런 사람들이 아름다운 사회를 가꾼다. *** 초심은 아름답고 향기롭다 충북이 시끄럽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특정 정당에선 석고대죄 소리까지 나왔다. 제주해양수련원 호화 객실 때문이다. 도마 소리는 충북도의회 교육운영위원회 행정감사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도교육청 직원들도 그동안 이런 객실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그 정도로 베일에 싸여있던 밀실이었다. 김 교육감은 이런 객실을 이용료도 없이 자주 이용했다. 김 교육감은 충북에서도 비밀 객실을 이용했다. 괴산 쌍곡휴양소 3층에 있는 객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 교육감은 이곳 역시 별도 사용 절차나 이용료 없이 찾았다. 올해만 10여 차례 다녀갔다. 하지만 관리대장엔 기록이 없다. 도교육감이 도내 교육시설을 이용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그게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가능하다. 시비 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해선 안 될 일을 했다면 사정이 다르다. 잘못이 있다면 분명하게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반대로 불필요한 오해 역시 받아선 안 된다.
[충북일보] 보은군이 도내 처음으로 고교 무상급식 시행 계획을 밝혔다. 보은군의회도 긍정적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보은군의 고교 무상급식 꿈은 야무지다. 보은군은 내년부터 관내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고교 무상급식 예산 6억5천만 원을 편성했다. 다음 달 초 보은군의회에 제출 예정이다. 공이 보은군의회로 넘어간 셈이다. 다른 지자체에선 광역으로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는 2018년도부터 고교 전 학년 무상급식을 실시키로 했다. 강원도의 소통과 협치를 통한 정책 결정 과정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강원도의 사례는 많은 걸 시사하고 있다. 고교 무상급식은 이제 시대적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충북에선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에서 분담해야 하는 재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충북도와 각 시·군 자치단체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한 이유는 여기 있다. 고교 무상급식은 국민적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복지정책이다. 점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인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지자체가 먼저 나선 건 국가에 전면적인 조기 실현을 요구한 거나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보은군의 이번 시도는
신화를 품은 견문산(犬門山) 어린 시절 이곳으로 소풍갈 때마다 견문산 생성신화를 늘 들으며 경외심이 싹텄다. 한 처음에 달내강에 홍수가 났는데 큰 개 모양의 산이 떠내려 왔다거나, 물난리 때 강원도에서 잘려 나와 이곳에 멈췄다거나, 김생이 한강 물길을 돌리기 위해 도술을 부려 반송산 일부가 옮겨가 생겨났다는 것이 그렇다. 열두대 지명전설로, 우륵선생이 이곳에서 열두 줄 가야금을 탄주한 것, 임진와란때 신립장군이 이 바위를 열두 번 오르내린 설, 그 벼랑 아래 깊은 물속에 용왕님이 사시는데 이곳을 흐르는 물은 열두 번 절하고 간다는 말이 전해진다. 배수진과 관련해서도 '신립과 원녀(怨女)' 등 몇 가지 전설이 있다. '천지개벽, 홍수, 강물, 개, 옷을 입은 도인, 도술, 100일기도, 열둘, 용왕, 용녀, 용궁....' 이런 신화 속 언어들을 문학과 예술로 되살리는 일이 정비사업 바탕이 돼야 한다. 견문산 창조신화를 재밌게 구성할 순 없을까. 김생과 신립전설에 '푸른 옷을 입은 도인, 권율이 준 푸른 병'이 등장한다. 푸른색은 동방과 봄, 방위를 지키는 오방신(五方神) 중 청제장군 태호복희씨를 상징한다. 김생이 용녀(龍女) 도움으로 한
'인디언'이란 말은 1492년에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당시 자신이 상륙한'바하마의 산살바도르'를 인도 아(亞)대륙으로 착각한 콜럼버스가 미국 원주민들을 "인디언"이라고 처음 불렀다고 한다. 약 2만 년 전에 시작된 미국 최초의 이민자들은 오늘날의 베링 해협이 위치한 육교를 건너 아시아(몽골·요하문명권으로 추정)에서 미국으로 동물의 무리들을 따라 대륙을 떠돌아다니던 사냥꾼들과 그 가족들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미국 대륙이 된 이곳에는 추정 수치는 다양하지만 대략 150만 명의 미국 원주민이 살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인들이 몰리면서 미국 원주민인 인디언들은 큰 고통을 겪었다. 수많은 조약과 전쟁, 탄압을 거치며 나라는 인디언들의 손에서 유럽인들에게, 이후 미국인들에게 넘어갔고 보호 구역이라고 불리는 작은 지역에 인디언 부족들을 황무지에 강제로 거주하게 하였다. 일부 부족들은 자신들이 전통적으로 살아온 땅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기도 했다. 미국 원주민의 생활은 고통 속에서 빈곤과 실업은 지금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힘든 삶을 살아온 이들의 명언은 자연 속에서 살아오면서 체험이 묻어나는 가슴을 울리는 교훈이 담겨져 있
실내 식물을 건강하고 윤기나는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습도조절이 필요합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식물은 실내습도범위에서 잘 적응하지만 약간의 관리를 더한다면 식물이 아주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선인장과 다육이처럼 다육과의 식물은 건조한환경(물을 주고 빠르게 마를 수 있는 환경)에서 잘 적응하는 반면 대부분의 열대-아열대 산 식물은 높은 습도를 선호합니다. 실내습도와 관련해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냉난방기구에 의한 습도변화일 것입니다. 냉난방기를 통해 온도를 조절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습도가 내려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물에게 좋지 않습니다. 약 80-90%의 습도는 열대기후에서 볼 수 있는 습도로 온난한 기후에서는 보기 어려움. 우리나라에서는 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습도로 잎이 풍성하고 꽃이 큰 열대식물들이 잘 자라는 습도입니다. 현실적으로 맞추기 쉽지 않은 습도입니다. 60-80%의 습도 역시 실내에서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의 습도이지만 특정식물(틸란드시아)와 같은 높은 습도를 요구로 하는 식물에게는 필수적인 수준입니다. 40-60%의 습도는 장마철이나 여름철의 일반적인 실내의 습도이며 이 수준의…
가을인가 싶었는데 어느덧 깊은 흔적만 남기고 우리 곁에서 사라지려고 한다. 우암산에 곱게 물들었던 단풍도 낙엽이 되어 나뭇가지와 이별을 한다. 나무가 벗은 옷은 땅 위에서 자양분이 되어 다시 나무로 돌아간다. 나무가 요즘에 옷을 다 벗지 못하고 때를 놓치면 겨울눈을 견디지 못한다. 잎이 그대로 붙어있다면 그 넓은 잎에 앉은 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가지가 부러지고 심한 상처를 입게 된다. 눈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때가 되면 비울 줄 아는 나무의 지혜, 작지만 큰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겨울 문턱에 서면 하루가 참으로 빠르게 간다. 나이 먹은 나의 일과처럼 속도를 낸다. 동분서주하다 보면 일과가 끝나고 금방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고 어느덧 한 해가 간다. 10대는 10㎞, 30대는 30㎞, 60대는 60㎞로 세월이 간다고 하는 말이 꼭 맞는 말인 것 같다. 그 기준을 볼 때 난 60㎞로 달린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세 가지 보물에 관해 얘기했다. 세상에 많은 보물이 있지만,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하는 보물은 우리가 언제든 마주할 수 있고 손에 쥘 수도 있는 아주 일상적이고 가까운 것이기에 다른 보물보다 큰 가치를 갖는
[충북일보] 저비용항공(LCC)의 성장세가 무섭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다. 출범 10여년 만에 국내 여객 수송에서 대형 국적 항공사를 앞지르고 있다. 사드 악재에도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의 2배 이상이다. 가격(저가)과 노선(단거리 및 중거리), 거점(지방 공항) 등의 틈새시장 공략이 먹혔다. 고객 접점을 확대하며 파고 들어가 항공시장에서 전형적인 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LCC사는 이제 중장거리 항공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청주국제공항도 LCC사 설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청주공항 주기장 확장 및 계류장 신설 관련 예산이 통과했다. 더불어 청주공항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태가 일단락 된 것도 호재다. 신규 LCC사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로케이(주)가 현재 청주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신규 LCC 면허 발급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청주공항은 올해 개항 20주년을 맞았다. LCC사 설립은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한 선행조건이다. 지난 23일 열린 '개항 20주년 청주공항의 새로운 도전과 과제' 세미나에서도 이런 주장과 근거
스러지지 못한 가을 풍경 위로 눈이 쌓였다. 입동이 벌써 지났으니 놀랄 일은 아니건만, 아직 남아 있는 나무의 붉은 잎에 내려앉는 흰 눈이 섣불리 세월을 재촉하는 것 같아 왠지 아쉽다. 시간은 이제 자꾸 안으로 생명의 기운을 모으는 침잠의 계절로 가고 있다. 저 나무는 겨울 지나 봄이 오면 다시 새잎을 품어 올려 청춘으로 회귀하겠지만, 사람의 일이야 그저 속절없이 늙어갈 뿐이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심란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즈음에 자꾸 옛일을 생각하고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을 떠올려 보는 것은 나이 탓도 있겠다. 고인이 되신 분들이 문득문득 자꾸 생각나기도 한다. 가장 가까웠거나, 사랑했거나, 한두 번의 만남이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거나, 어이없이 일찍 가버린 사람들…. 그 중에서도 오래 전 이맘때쯤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임종 직전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나도 꽃상여를 탈 수 있을까?" 그 말씀에 가슴이 저릿하면서도 죽음을 죽음으로 생각지 않으시는 듯하여 어쩐지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로 삶이 확장되는 것이라는 믿음으로도 읽혔다. 그리하여 돌아가신 이후에도 나의 삶을 지켜보실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당
곤충은 식량, 기능성 소재, 정서 치료 등에 활용되는 매우 유망한 미래 농업자원이다. 최근 규제 개선과 곤충산업 육성을 위한 중앙정부의 정책지원이 강화되면서 2020년에 5천억 원대의 시장을 전망하고 있다. 또한 2016년 곤충생산농가 1천261호가 등록돼 2020년까지 목표였던 1천200호를 일찌감치 갈아치웠다. 기존 메뚜기·누에번데기·백강잠과 더불어 최근 식약처에서 고소애·장수애·쌍별이·꽃벵이 4종을 추가해 총 7종을 식품으로 인정하면서 식용곤충 시장은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먼저, 곤충은 영양학적 가치가 크다. 곤충의 단백질 함량은 약 50% 정도로 불포화지방산·탄수화물·비타민과 무기질과 같은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다. 둘째로 환경적 가치가 높다. 기존 육류 생산에 비해 물 소비량이 5배 이하로 줄고, 사료 공급량도 약 3∼20배 이상 절감되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배나 감소된다. 셋째로 식량안보와 맞물린 사회경제적 가치이다. 세계 인구는 2030년까지 83억 명, 2050년까지 97억 명(FAO, 200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쌀 필요량이 2035년에는 현재보다 18%가 증가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제연합
민섭이네 사과는 맛있다. 초가을 출하되는 사과도 야물고 딴딴하다. 며칠 전에 가져 온 사과 역시 얼마나 싱싱한지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아니, 오빠네 사과도 맛은 있었다. 처음 따서 먹을 때는 사각사각한 게 맛있다가도 오래 두고 먹을 때는 금방 물러지곤 했는데 생각하니 오빠네 과수원은 들판에 있었다. 주변은 죄다 논이고 비탈이 없기 때문에 소독을 해도 금방 끝난다. 사과를 따는 날도 교통이 좋아 작업이 수월하건만 먹어보면 맛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민섭이네 과수원은 깊은 산골짜기에 있다. 도로변에서 한참 들어가면 강이 나오고 거기서도 30분쯤 가야 나온다. 산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하늘만 빼꼼한 외딴 산속에서 짓는 소위 말하는 고랭지 농사다. 경사가 급한데다가 비탈이 져서 소독이나 적과를 할 때도 훨씬 힘든가 보았다. 꼬불꼬불한 산길은 수확을 해서 운반할 때도 보통 불편한 게 아니었으나 바로 그 악조건이 최고의 맛을 내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름에도 얼음골에 들어간 것처럼 썰렁한 게, 피서철이면 우정 가서 땀을 식히곤 했던 이유다. 개울에 발만 담그고 와도 온몸이 시원해지곤 했으니까. 한여름 동기간이 모일 때도 어디 바닷가나 개울에 갈…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에게 사과했다. 당사자를 만나지 않고 언론을 통해 통보한 사과 같지 않은 사과다. 그는 이국종 교수 개인에 대해 비판한 것이 아니라 귀순병사의 몸 상태를 적나라하게 공개한 언론의 선정적인 '인격테러'를 지적한 것이었다는 변명을 이번에도 덧붙였다. 주어가 없지 않느냐며 자신의 말이 이국종교수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 했던 변명은 비웃음거리다. "우선 이 문제 참 여러 가지 억측과 오해가 많은데요. 인격테러라는 표현을 썼을 때는 주어가 있어야 되는데 저는 이국종 교수라고 지칭하지 아니하고 의료인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러나 그는 1차 페북 글의 본문에 '한 의사'라는 표현을 썼다. 의료계가 아닌 이국종 교수를 똑 떨어지게 지목한 것이다. 2차 페북 글에서도 "부지불식간에 논란이 확대된 1차적 책임은 바로 교수님께 있다고 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여론의 뭇매를 견딜 수 없게 되자 김종대 의원은 2차 페북 글의 일부 문장을 삭제하는 꼼수를 부렸다. '1차적 책임은 교수님께 있다고 할 것', '존경하는 의사의 본분에서 벗어나는 일' 등의 내용이다. 이국종 교수를 직접 지칭하며 이 교수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가을이 깊어가는 무렵 집사람이 부여 문학 기행에 같이 가자는 뜻을 비친다. 기실 몇 달 전에 집사람이 시 공부를 하겠다기에 과거 클래식 기타·크로마 하프·그림 그리기 등에 입문해 악기를 사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거개가 2개월을 견디지 못한 과거 경력으로 보건대 또 다른 2개월짜리겠다 여겼었다. 그런데 농익은 나이를 풀어낼 시심이 발동한 때문인지 이번은 예전과 다르다. 한 학기가 지나도 그만둔다는 말이 없거니와 여느 때 같으면 저녁 후 느긋하게 TV 볼 시간인데 책상에서 골똘히 시상을 정리 하질 않나, 매주 수요일 저녁의 시학 강좌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 하니 별일이다. 이리 열심인데 자리가 남으니 채워 달라는 시답잖은 부탁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사실 부여는 대학 때 사이클 빌려 타고도 가 봤고, 학부 때 부여박물관장이 한국문화사 강의를 한 때문에 휴관 일에 일단의 관광객들이 부러워하는 눈총을 뒤에 받으며 들어가는 등 이참 저참 해서 자주 갔던 곳이라 별반 흥미를 끄는 일도 없다만 까짓것 일요일 하루 봉사해 주는 셈 쳤다. 이윽고 부소산에 오르니 단풍이 시나브로 지는 모습이다. 이제는 단풍색도 선명하지 않고, 낙엽으로 길가에 뒹구는 것이 더 많지만 만산홍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