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명절날 오후, 중학교 다니는 조카가 질문을 한다. "큰 아빠, 청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뭐예요·" 며칠 전 동생(조카의 아빠)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는데 교육의 도시, 양반의 도시라고 답을 했단다. 그런데 그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청주가 교육의 도시라면 전국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러 이곳으로 몰려와야 하는데, 오히려 청주의 학생들이 서울로,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으니 교육의 도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양반하면 떠오르는 도시는 안동이란다. 옛날 양반들이 살던 고가종택(古家宗宅)과 유교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조선시대 권문세가들이 많이 배출되어서 그런 것일까. 무슨 말을 해줘야 하나, 20여 년 전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청주박물관을 자주 갔었다. 그 곳에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지역에서 발굴된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있다. 유물이 발굴되었다는 것은 이 땅에 문명을 일구며 살다간 사람들이 있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청주에는 미호천을 따라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 같다. 넓은 들판을 낀 물가, 낮은 구릉과 울창한 삼림, 미호천 주변은 선조들이 터를 잡고 살기에 부족
금방 배달된 한라봉 너덧 개를 식탁위에 올려놓았다. 식탁은 조금 전의 식탁이 아니다. 노랗게 익은 향기로운 과일이 올려 지니 알 수 없는 마법에 식탁이 깨어나는 것 같다. 밀폐된 상자 속에서 나와 실내로 들어오니 과일에서 향이 발산되고 있다. 흐-음 향긋하다. 신선한 향이 심장까지 들어찬다. 내 안에 향기로운 시간이 들어온 것이다. 먹지 않고 과일을 올려두고 바라보는 일은 꽃을 꽂아둔 식탁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것은 먹을 수 없는 꽃과 먹을 수 있는 과일의 차이일 것이다. 과일을 식탁위에 둔다는 것은 씨앗부터 과육에 이르기 까지 나무의 삶 전체역사와 만나는 일이다. 한 계절 순간의 절정을 누리는 꽃과 달리 과일은 봄·여름·가을을 온몸으로 통과한 결실이므로 과일에는 꽃의 향기부터 낙엽냄새까지 과일의 모든 시간이 들어있다. 한 그루의 나무가 떠오른다. 시골집 마당에는 오래된 감나무가 있다. 이 감나무는 아주 오래 전 시부모님께서 이 집으로 살림을 나면서 심으셨단다. 그러니까 수령이 적어도 60년은 넘지 않았을까 싶다. 생긴 것도 잘 생겼지만 동네에서 제일 맛좋은 '감'하면 시댁'감'을 꼽았었다. 내가 결혼하던 해, 그의 모습은 푸르렀고 풍성했으며 그의
2차 퇴출자 명단이 게시된 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본관 앞 광장에서 서성이던 사자들은 좌불안석을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불안과 초조, 공포 대신 저승세계에서 소멸되는 자가 내가 아니라는 안도감으로 들뜬 술렁임이 감지되었다. 나는 마음이 찹찹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지만 내 마음과 다르게 평소보다 더 잘 보이고 더 잘 들렸다. 젊은 사자들 몇몇이 모여 하는 말들이 내 귀를 통해 가슴으로 들어와서 박혔다. "2차 퇴출자가 겨우 다섯에 불과하니 최종 퇴출자는 한 둘뿐이겠지·" "아마 그럴 거야. 도대체 마지막에 걸리는 사자가 누굴까·" "어휴, 그동안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지금도 여기가 따끔거린다니까." 젊은 사자 하나가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가슴이면 그나마 낫지. 나는 그동안 오줌을 지리는 바람에 여기가 다 찌들어버렸어." 다른 사자가 자기 사타구니를 가리키며 다리를 흔들었다. "어디 좀 보세나. 이런! 찌들다 못해 말라비틀어져서 앞으로 써먹기는 영 글렀네그려." 익살스럽게 생긴 사자가 농을 치자 모여
쌀로 빚은 술 미주(米酒)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고대 중국에서는 이미 3천년전 주나라시대 술 용기가 발견되는 것을 보면 그 역사가 오래 됐음을 알 수 있다. 대륙을 통일했던 한나라 유물가운데는 증류기가 있어 2천년전에 이미 도수가 높은 백주(白酒)를 즐겼다는 것을 말해 준다. 당나라 주선 이백은 달이 뜨면 취흥에 젖었다. 월하(月下)에 음주하던 시인들이 많았지만 후세 사람들은 굳이 '이태백이 놀던 달'이라고 찬탄한다. 혼자 술을 마시는 밤에도 주선은 외롭지 않았다. 달과 자신과 그림자, 셋이서 함께 있다는 여유를 연출 해 냈다. 푸른 하늘의 달이여, 언제부터 있었느냐 / 나 지금 술잔을 멈추고 한 번 물어 보노라 / 사람은 저 밝은 달을 잡을 수 없는데 / 달이 도리어 사람을 따라 오는구나...(하략) -술잔을 잡고 달에게 묻다(把酒問月)- 이백은 동네 주막집 마다 외상값이 많아 부인이 골치가 아팠다는 일화가 전한다. 그러면 이백이 가장 즐겨 마신 술은 무엇이었을까. 당대 사람들이 즐겨 마신 술도 (米酒)였을까. 시인 두보가 '이백은 술 한 말이면 시를 백 편 짓고, 장안의 술집에서 잠을 잔다. 천자가 불러도 가지 않고 자칭 주중선(酒中仙)이
가만 귀 기울인다. 겨우내 모진 바람에 떨던 가냘픈 손들이 머리에 인 무게를 밀며 소리치고 있다. 지금 세상은 조용히 일어선다. 모든 덮여지고 찢겨진 것들을 다시 잇고 피톨기가 돌게 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궤짝 속에 숨겨온 진실들이 하나 둘 새싹처럼 고개를 든다. 아직 매서운 바람이 가시지 않았지만 움돋는 힘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봄이 기지개를 켜며 두런두런 일어선다. 봄은 그래서 모두에게 희망이다. 봄은 모든 억압된 것을 풀어주고 욕심에 의해 뒤틀린 것들을 바로 세운다. 그 것은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이고 굴곡진 역사를 바로 세우는 힘이다. 우리는 지난 세월 켜켜이 쌓인 부정과 부패의 어이없던 한국사회의 민낯을 보았고 국민들은 촛불로 봄을 기다려 왔다. 그리고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무엇이 이 나라를 병들게 하고 침몰시켰는가를. 언제까지 우리가 지나간 것들에 매달릴 수 없지만 그 역사에 대한 기억은 계속해서 간직해야 한다. 분명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것은 역사의 기억을 망각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에게 봄은 비정상화가 된 것을 정상화시키려는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먼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희망과 좌절이 있고 숨이…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난 2월19일부터 21일에 조사된 리얼미터 2월3주차 주중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 50.5%, 자유한국당 19.0%, 바른미래당 7.4%, 정의당 4.9%, 민주평화당 2.9%, 무당층 12.8%로 조사되었다. 이번 조사에서 보면 올림픽 이전 관심을 모았던 국민당과 바른당의 합당은 찻잔속의 폭풍으로 이전 국민의 당내 집안싸움으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정당의 수에서도 두 개의 정당이 합당해 하나의 정당으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상황은 아닌 듯 하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개의 정당이 생긴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문재인대통령 집권후 리얼미터에서 조사된 정당지지도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음의 몇가지 현상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는 양당구도의 붕괴로 집권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제1야당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군소정당들만 할거하고 있을 뿐이다. 문재인정부들어 자유한국당은 15~20%의 지지율을 굳건히(·) 유지하며 제1야당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외 나머지 군소정당들이 한자리수의 지지율로 흔히 말하는 도토리 키재기 자리다툼을 유지해 왔다. 역대 정부집
[충북일보] 6·13지방선거가 바짝바짝 다가오고 있다. 선거활동 등에 소요되는 정치자금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치후원금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지역 여야 국회의원 중에선 자유한국당 정우택(청주 상당구) 의원이 가장 많은 정치후원금(2억7천757만560원)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청주 서원구) 의원이 2억7천114만6천406원으로 두 번째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청주 청원구) 의원은 2억4천155만4천371원으로 3위다. 이어 한국당 권석창(제천·단양) 의원 2억897만3천689원,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 1억1천615만원, 이종배 의원 7천139만원, 민주당 도종환 의원 6천631만5천368원, 한국당 경대수 의원 4천465만260원 순으로 집계됐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지난 2004년 개정됐다. 기업과 단체의 후원이 전면 금지되고 소액다수의 정치후원금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해 처벌받는 일은 아직도 여전하다. 때론 '관행'이라는 이름의 품앗이 후원도 한다. 때론 변형된 형태의 편법을 사용해 여론의 질책을 받기
[충북일보] '미투(#MeToo) 운동'이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대학가에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인사'들의 성(性)범죄 행태가 각 분야에서 드러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사례만 보더라도 충격적이다. 앞에선 정의를 외치고 뒤에선 추악한 짓을 저지른 행태가 참담하다. 특히 인권운동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 진보적 시사만화가, 대학교수 등 사회적 인사도 많아 더 충격적이다. 미투 운동은 지금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대개 사회적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을 이용해 저지른 성범죄를 겨냥하고 있다. 그동안 피해사실을 공개하고 가해자의 처벌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성범죄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수치심을 느껴야만 했다. 피해사실을 공개할 경우 가해자가 권력을 이용해 보복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주변사람들도 피해자를 돕기 보다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가해자의 편에 섰다. 결국 피해자 스스로 자신의 성범죄 피해를 밝히는 건 불가능했다. 가해자의 처벌을 넘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은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한 권력형 성
유난히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겨울이 어느새 지나고 3월 1일이 다가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봄은 3.1절로 시작된다. 삼일절이 오면 유관순 열사를 떠올리면서도 왜 3.1절을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는가를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3.1절은 1919년에 있었던 3.1운동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한국의 독립의사를 세계에 선포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날이다. 선조들이 신분과 상관없이 남녀노소 한마음이 되어 전 국민이 거리에 나서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평화적 시위를 전개했다. 누군가 독립시켜주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빼앗긴 조국을 찾기 위해 스스로 거리로 나갔다. 영화 '1987' 속 여학생 연희의 대사가 떠오른다. 연희는 무소불위의 국가 권력에 맞서 투쟁하는 이들을 향해 반문한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나 또한 마찬가지지만 대부분 권력이나 힘 앞에서 저항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 하나 나선다고 과연 달라질까'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모두가 방관하지 않고 주인공으로 나설 때 세상은 달라진다. 열일곱 나이의 유관순 열사도 무자비한 일제의 폭압에 맞서 세상은 바뀌어야 한다고 외친 것이다. 선생님의…
[충북일보]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여론조사 업체들이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탄핵 후 현직 첫 영어(囹圄)의 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는 비율이 35% 정도에 달했다. 각종 국정난맥상에도 30% 안팎을 유지했던 박 전 대통령은 온 국민적 탄핵 및 하야 요구에 부딪히면서 역대 최저인 4%의 지지율로 국정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 민심은 여론조사 뒤에 숨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임기 말 10% 미만의 한 자릿수 지지율로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국민들이 믿지 않는 사태가 빚어졌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았고, 문고리 권력의 전횡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박 전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30% 이상의 견고한 흐름을 보일 때 당시 야당은 여론조사의 신빙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럴 리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밑바닥 민심은 이미 박 전 대통령을 떠났는데 국정지지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며 조사결과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를 놓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대형 포털 댓글이나 밑바닥 민심을 볼 때 문 대통령이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홍준표 대표는 자신들
다시 까무룩 잠에 빠졌다. 출근도 못하고 혼미한 의식으로 잠 속을 왔다 갔다 하였다. 날선 겨울도 잘 참고 견뎠는데 봄이 오는 길목에서 심한 몸살에 걸려버린 것이다. 요즘엔 감기에 한번 걸려도 온몸으로 앓는다. 지난해부터 생긴 현상이다. 손자 녀석은 한 번씩 앓고나면 부쩍 성장했다. 병이 드는 것은 인간이 자연의 비밀지(秘密知)를 몸에 익혀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육체도 자연의 산물이기에 혹독한 몸의 수련과 정화의 과정을 거친 후에 삶을 제대로 영위하기 위한 몸으로 단련되는 것이었다. 손자는 살아갈 날이 많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병으로 단련해야 할 과정, 내 몸과 소통해야할 것이 무에 그리 남았다고 이 아픈 시간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 번씩 앓을 때마다 내 삶을 지탱해온 견고한 질서들이 허약하게만 느껴졌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구조차 23.5도로 기운 불완전한 모습이듯이, 내 몸도 모든 병에 허술하게 방치되어 있고, 내 삶의 완강한 일상의 조화조차 한 순간의 병과 상처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난 요즘에 몇 번씩 깨닫곤 했다. 집에 올 때마다 화분을 깨부수던 만 두 살의 손자 녀석이 큼지막한 질그릇을 또 부셔버렸다. 그것을 버리다
법관의 판결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징역을 살릴 수도 있으며,·금고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피고는 항소나 상고 등으로 불복할 수밖에 없다. 재판이 절대적으로 공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재판이 공정하지 않다면 누가 판결에 순응하겠는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항할 것이다. 재판이 절대적인 권위를 갖게 하려고 모든 방법을 다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로우스쿨을 졸업하거나 사시에 합격하기도 어려운데, 다시 사법연수원을 거치게 하여 우수한 자들만 골라 판사로 임용하고 있다. 판사가 법을 잘 몰라서 불합리한 재판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위한 제도다. 판사도 사람인지라 동창이나 친구를 만나면 팔이 안으로 굽을 수도 있을 것이다. 판사도 돈 앞에서는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건 자본주의 사회여서 그렇다. 법관도 공무원이니 승진하고 싶고 여건이 좋은 곳에서 근무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온갖 유혹으로부터 탈피해서 재판에 전념할 수 있도록 법적인 보장도 하고 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중삼중의 장치를 했
"우린 미생이야. 하지만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은 없어. 오늘도 수고했어. 내일도 버티고, 모레도 견디고, 계속 살아남길." 2014년 어느 텔레비전에서 방영되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드라마 '미생'은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을 위와 같이 위로합니다. 바둑판 위에서 미생(未生)은 아직 살아나지는 못했지만 완생(完生)을 도모하거나 대마(大馬)로 클 꿈을 갖고 있는 가능성을 지닌 미완의 돌입니다. 샐러리맨들은 분명 아직 미생입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로서의 성장을 꿈이자 이상으로 갖고 비상을 꿈꿉니다.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온갖 악조건을 이겨내고 내일을 향해 끊임없이 전진하는 것이겠지요. 어느 낙하산을 만드는 회사에서 완성된 낙하산의 품질검사를 위해 직원들이 낙하산을 매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잘 펴지는지 검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매번 펴지지 않는 낙하산으로 인해 한두 명의 직원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인명사고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고심하던 사장은 공장장을 새로 임명했습니다. 공장장이 새로 부임한 후로는 신기하게도 사고가 나질 않았습니다. 당연히 사장은 신임 공장장에게 그 이유를 물었겠지요. 대답은 너무도 간단했습니다. "
[충북일보] 충북의 지역전략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은 지난 8년간 충북의 발전 방향을 제시해 왔다. 충북을 지탱해온 산업의 상징적 구호였다. 하지만 최근 위기에 직면했다. 위기는 인천에서 촉발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얼마 전 송도를 최대 바이오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청라에 의료관광복합단지를 조성하는 등 미래형 의료복합타운을 만든다는 구상도 밝혔다. 문제는 인천의 구상 상당 부문이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과 겹친다는 데 있다. 충북은 지금 오송 제3생명단지의 국가산단 지정을 서두르고 있다. 그 정도로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 일대를 세계적인 '바이오 밸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의 바이오도시 육성계획은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충북의 지역전략산업을 위협할 정도다. 게다가 지금은 충북의 또 다른 주력산업인 태양광 산업마저 위협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를 기대하며 낙관할 수도 없다. 관련 업체들이 메스를 들이대는 등 심상치 않다. GM의 국내 철수 소식은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산업의 흐름은 시대에 따라 바뀌게 마련이다.
[충북일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역대 어느 올림픽보다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남겨진 숙제 역시 적지 않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 유권자 권리·의무 다해야 정치권은 '포스트 평창'을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우선 눈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부터 잘 치러야 한다. 여야 모두 당리당략에 함몰되지 않아야 한다. 그게 성공선거 제1의 조건이다. 충북 정치권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분주해지고 있다. 정당별로 선거관련 기구를 중심으로 공천 논의를 하고 있다. 전략 수립에도 부심하고 있다. 저마다 유리한 선거프레임 전략을 짜내고 있다. 미뤄뒀던 이벤트도 쏟아낼 태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준비기획단을 중심으로 선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경선 룰과 로드맵 등을 종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당헌당규에 따라 후보검증위도 설치했다. 과거보다 한층 강화된 검증 기준안을 만들었다. 자유한국당도 지난주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를 구성했다. 지방선거 총괄기획단도 발족시켰다. 바른미래당도 선거기획단을 설치했다. 민주평화당은 이번 주부터 선거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다른 군소 정당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
최근 고질 및 갑질 민원으로부터 고충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목소리를 높이고 삿대질을 해가며 막무가내 식으로 달려드는 갑질 민원인이 생기면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도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폭력 등의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온 행정력이 거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른 민원 처리 속도도 함께 늦어질 수밖에 없고 거기서 웃음 띤 얼굴로 다른 민원을 처리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구청에서 청소와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어 많은 민원에 시달리곤 한다. 자기 집 주변이 지저분하니 청소해달라는 단순 민원부터 쓰레기 불법투기자를 반드시 잡아내고 CCTV를 자기 집 앞에 꼭 설치해달라는 민원과 내 집 앞을 주변사람들이 쓰레기 배출장소로 이용한다며 묵시적으로 합의된 기존의 배출 장소를 다른 먼 곳으로 옮겨달라는 민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원룸 주인이나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조차도 아파트 진입도로 청소는 물론 단지 내 불법 투기된 쓰레기를 처리해 달라는 민원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 '내 집 앞 내가 쓸기' 취지가 퇴색되는 것만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요즘 우리 사무실에도 술에 취해 툭하면 찾아와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
NASA 에서는 공기중의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 같은 화학성분을 자연적으로 정화해줄 수 있는 식물의 순위를 연구해서 발표하였습니다. 1. 스파트필름·화이트릴리 2. 산세베리아 3. 거베라 4. 드라세나 마지난타 5. 벤자민 6. 아레카야자 7. 피닉스야자 8. 보스턴고사리 9. 무늬접란 10. 행운목 위의 식물들은 제각기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벤젠, 포름알데히드, 암모니아, 톨루엔, 자일렌 또는 테트라클로에틸렌 등의 새집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 성분들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NASA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지난 연재에 이어 위의 10가지의 식물들 중 흔히 볼 수 있고 키우기 쉬운 식물들 차례로 소개하겠습니다.(시중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식물은 제외하였습니다) #6 아레카야자 [NASA 연구 공기정화 효과 1위, 유해물질 제거 및 가습능력] 마다카스카르 태생의 이국적인 형태를 자랑하는 이 식물은 NASA(미항공우주국)의 공기정화 효과 실험 대상 50개의 식물 중 1위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실내에서 대략 2.5미터 가량까지 성장하는 아레카야자는 테이블야자 또는 겐차야자와 혼동하기 쉽습니다. 비
지난 20일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국립충주박물관 건립 추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다녀왔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충주)과 충주문화원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이종배 의원은 환영사에서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중원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박물관이 건립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알찬 결실이 맺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손창일 충주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충주문화원장)은 인사말에서 선사시대부터 삼국문화의 국보급유물과 유적이 5만 7천여 점이 발굴 되었는데도 국립박물관이 없어 타 지역 박물관에 보존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반드시 국립충주박물관이 건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1차로 5만여 명의 서명 부를 문화관광체육부 제1차관에게 전달하였다. 중원문화권의 중심인 충주는 역사적 지리적으로 복합적인 고유한 문화가 융합되어 있는 보고(寶庫)이고 남한강의 내륙수운이 발달했던 중심지였으며, 보물이 산재한 지역으로 후세의 역사체험 교육장으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 해 추진위원회가 발족한 뒤로 범시민 서명
결혼시즌이 다가왔다. 요즈음 주말마다 몇 차례씩 결혼식에 참석하게 된다. 참석하는 결혼식장마다 예외 없이 주례의 혼인서약과 성혼선언을 듣는다. 주례가 읽고 신랑신부가 대답한다. 첫째 어떠한 경우라도 항상 사랑하고 존중할 것, 둘째 어른을 공경할 것, 셋째 진실한 남편과 아내로써의 도리를 다할 것, 참으로 지키기 쉽지 않은 내용이다. 그러나 신랑 신부는 예외 없이 '예'하고 대답한다. 사려 깊게 대답하는 게 아니고 빨리 신혼여행을 가고 싶어서인지 주례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반사적으로 대답한다. 이 약속을 온전히 지킨다면 가정의 평화가 깨지는 일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풍경은 배반의 장미 향기로 가득하다. 이쯤해서 서약문을 현실에 맞도록 바꿔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문제가 되는 어떠한 경우라도 항상, 공경할, 진실한 등이다. 약속을 이행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면 질문을 이렇게 바꾸는 건 어떨까· 신랑 신부는 대체로 사랑하고 존중할 것인가, 어른을 심하게 무시하지는 않을 것인가, 법에 저촉될 행동을 삼가고 남편과 아내로써의 도리를 다할 것인가. 얼마 전 난 이상한 청첩장을 받았다. 그 친구가 남매를 두었고 딸을 시집보냈는데 또 다시…
[충북일보] 차기 청주상공회의소 회장 선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22대 노영수 회장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청주상의는 지난 22일 상공의원 선거를 무투표로 실시했다. 일반의원 71명, 특별의원 11명 등 모두 82명을 선출했다. 일반의원과 특별의원은 차기 청주상의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권한을 갖는다. 청주상의는 일반의원과 특별의원을 공고하고 오는 27일 제23차 1차 임시의원 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총회에서 차기 임원단을 선출할 예정이다. 회장 1명과 부회장 7명 이내, 감사 2명, 상임의원 20명 등이 선출된다. 노영수 현 회장의 임기는 이달 말이다. 노 회장은 이미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차기 청주상의 회장 후보로 분명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없다. 대부분 꺼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단독후보로 추대될 경우 회장직을 수락할 것으로 보이는 인물은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지역상의 회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 현 정부가 재계와 소통창구로 전국경제인연합회 대신 대한상의를 택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의 위상이 높아진 셈이다. 자연스럽게 지역상의도 해당 지역 경제인단체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청주상의가 충북에서 차지하는…
민족의 대명절인 설이 지났다. 부모님의 걱정거리인 나는 이번 명절에도 어김없이 부모님에게 잔소리를 들었고 모두 나를 위한 것임을 아는데도 그 순간 자리를 피하거나 짜증을 냈다. 철이 들려면 아직 멀었나 보다. 이런 철부지이지만 어느새 사회생활을 한 지 10년이 넘었다. 나는 2006년 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불과 몇 개월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규 발령을 받았다. 해도 해도 줄지 않는 일과 잦은 실수로 인해 눈물 콧물을 쏙 빼가며 선거를 마쳤다.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선배들의 잔소리는 마냥 쓰기만 했다. 그러나 그 고비를 넘기고 내 일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 오니 이 모든 게 그 당시 쓰게만 느껴졌던 선배들의 잔소리 덕분이라는 걸 깨달았다. 관심과 애정이 듬뿍 담긴 '아름다운 잔소리' 말이다. 이제 나는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누군가의 선배가 되어 있다. 그러나 나의 햇병아리 시절 따뜻한 온기와 조언을 아낌없이 나눠주셨던 선배들처럼 나도 그렇게 하고 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아직까진 많이 부족하고 쉬워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얼마 전 나는 그 쉽지 않은 일을 하게 됐다. 이번 6·13 지방선거의 예비후보자등록을 앞두고 개최한 입후보안내 설명회에
이따금 초한지를 읽는다. 특별히 진시황을 도와서 바른 정치를 편'이사'의 업적이 눈길을 끈다. 젊은 시절 보았다는'곳간 쥐와 뒷간 쥐'에서 나온'쥐의 철학'도 특이했다. 이사가 어느 날 뒷간에서 떨고 있는 쥐와 넓은 곳간을 제 집처럼 활보하는 두 마리 쥐를 보았던 것. 며칠 후 이사는 곳간 쥐는 뒷간에, 그리고 뒷간 쥐는 곳간으로 옮겼다. 곳간을 활보하던 쥐가 이번에는 초라한 행색으로 눈치를 살피고 뒷간 쥐는 언제 그랬느냐 싶게 곳간을 들락거리며 곡식을 파먹었다. 그의 삶 또한 곳간 쥐처럼 순조로웠다. 관운이 틔었는지 높은 자리에 올라 승승장구했지만 정치적 파동에 휩쓸리고 쫓기면서 비로소 곳간 쥐 같은 운명을 헤아렸을 것이다. 먹을 건 흔해도 쌀을 축내고 가마니를 뚫어놓기 때문에 덫을 놓고 약을 뿌려 잡는 걸 창고지기였던 그 자신 익히 알고 있었다. 오물을 먹고 사는 뒷간 쥐는 덫을 놓아 잡을 리 없고 마음은 편했을 것이다.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별안간 닥친 역경에서 어릴 때 본 두 마리 쥐의 운명을 돌아보며 환경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빈부격차를 생각했겠지. 동생은 제법 부유하게 산다. 40代 중반에 벌써 강남에 아파트를 장만했다. 중학생인 남매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민낯을 공개한 미투의 불길이 종교계로 옮겨 붙었다.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한만삼 신부가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 중 여성신도를 성폭행 하려 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종교계 미투의 시위를 당긴 김 소피아씨는 지난 24일 KBS 9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폭로했다. 맑고 참한 가톨릭 신자 소피아씨는 폭행을 당하면서도 큰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신부가 여신도를 성폭행을 하려는 것이 현지인들에게 알려지면 몇 년 동안의 전교 노력이 허사가 될까 두려워서였다. 신부님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되는 줄 알고 복종하며 따랐던 순수한 신도를 욕정에 눈이 먼 신부는 가책 없이 유린했다. 식당 문을 잠그고 새벽까지 강간을 시도한 신부에게 손목을 잡힌 채 저항하다가 제 팔에 눈이 맞아 눈에 멍이 든 김씨는 다음날 한신부의 후배 신부에게 피해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선배 사제의 막강한 파워 앞에서 여신도의 호소를 외면한 후배 신부의 행동이 이윤택, 오태석 등 문화계 대부들의 눈 밖에 날까 두려워 눈앞의 성범죄를 외면하거나 동조했던 예술인들의 행동과 판에 박은 듯 닮았다. 그래서 더 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 중에, 나의 유년시절과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었던 경험과 현재 초등생들의 생활을 보면, 애완동물과 생명력이 있어서 움직이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고, 그런 것들을 한 번씩은 키워 보고 싶어 한다. 유년시절, 읍에서 떨어져 살았던 난 가끔씩 보은 읍내를 나오게 되면 평소에 보지 못했던 것을 많이 접하게 되어 경이로움에 가슴이 뛰곤 했다. 그 중 하나로, 보은 중학교 입구와 동다리 사이에 있는 양어장은 나의 눈길을 끌었고 오래도록 시간을 머물게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 냇가가 있어 물고기를 직접 잡거나 물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그것은 작은 송사리부터 커봐야 손바닥보다도 작은 것들이다. 그런데 양식을 하고 있는 물고기들은 이름은 모르지만 무척 컸고, 많은 양의 검은 빛 물고기들이 첨벙거리는 모습은 내게 신비감과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읍내에 갈 때마다 그곳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고기들을 지켜보았고, 이튿날 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물고기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면서 자랑을 늘어놓곤 했다. 지금도 양어장을 볼 때면 철망을 잡고 내려다보았던 내 작은 모습과 그 물고기들이 겹쳐지곤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단양 잔도에 있다면서 보낸 지인의 사진에 습정투한이라는 단구와 '고요함을 익히고 한가로움을 찾는다'는 풀이가 있다. 직역으로는 '고요함을 익히고 한가로움을 훔친다'이나 훔친다는 말보다 찾는다는 말이 더 살갑겠다. 직장 다닐 때보다도 요즘 더 바쁘게 산다는 집사람의 핀잔을 듣던 차에 너무 바쁘게 살지 말라는 충고인 듯 하여 배려가 고맙다. 퇴임을 한 달 앞 둔 친구가 불안하다며 조언을 구하는 밥자리를 마련하겠단다. 호수가 바라보이는 식당에서 보글보글 끓는 매운탕을 사이에 두고 6개월여 퇴임 경험의 변을 풀었다. '해야만 하는 일을 하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고, 만나야 하는 사람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보게 되며, 메인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더라'는 요지였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일을 선택과 집중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그동안 못한 아쉬움을 해소하려다 자칫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을 입증할 수도 있으리란 공갈도 덧붙였다. 아무리 친구지만 퇴임 선배인 나를 어찌 따라올 것인가. 그러니 내 말을 귀담아 들을 밖에. 40년만의 기록적인 한파가 맹위를 떨쳤던 겨우내 집안 온도가 한층 더 내려가는 1층 거실에서는 조반 후 차만 마시고 햇볕 담뿍 들어오는 2층에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