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태세(太歲)는 땅 속에서 사는 환상 속 괴물이다. 붉은 고깃덩어리 같은 모습으로 온몸에 수천 개의 눈이 붙어 있다고 한다. 태세는 원래 목성을 일컫는 말로 12년 만에 하늘을 일주한다. 땅속에 사는 태세는 목성의 움직임에 맞춰 목성 방향으로 땅속을 이동한다. 중국에서는 종종 토목공사를 하다가 태세가 발견된다고 한다. 그런데 파낸 채로 내버려두면 일족이 죽음을 면치 못하는 재앙에 직면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재앙을 막기 위해 태세가 발견되면 공사를 중지하고 원래 장소에 묻어뒀다고 한다. 너무도 쉬운 태세 바꾸기 중국 고전에 나오는 태세와는 글자 자체가 다른 태세(態勢)가 요즈음 화제다. 태세는 어떤 일이나 상황을 앞두고 태도나 자세를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특히 일부 젊은 층 사이에서는 한 때 '우디르급 태세전환'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우디르는 리그오브 레전드 게임의 한 캐릭터다. 우디르는 스킬이 태세전환으로, 스킬을 클릭하면 평타가 태세전환에 맞춰 변하게 된다. 그것도 매우 빠르기 때문에 '우디르급' 태세전환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A와 B가 싸우는데 C가 A의 편을 들다가 아니다 싶으면 1분도 되지 않아 B
[충북일보] 순한 초식짐승처럼 봄을 맞이했다. 무심하고 단조로웠다. 가벼운 점심을 마치고 잠시 산에 오를 때, 중턱부터 뽀얀 바람꽃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새어 나왔다. 지난 계절의 질척이는 진눈깨비도 사라지고, 신생의 실바람만 가득한 오솔길에서 새들과 마주쳤다. 새들이 푸드덕 날아갔고 난 몸 둘 바를 몰랐다. 이젠 어긋날 것도 막힘도 없이, 더 이상 기다림이나 조바심 따위는 필요치 않은 시간이었다. 세상 곳곳에 나무와 풀과 꽃들의 간절한 떨림만이 있었다. 난 들썩이는 봄의 리듬에 맞춰 그저 삼키면 되는 공기, 몸을 관통하는 햇볕만 받아들이면 되었다. '광합성이 절대로 필요해'라며 내 몸이 말했다. 난 햇빛과 바람과 함께 온전히 현재만 살자고 되뇌었다. 지난 계절은 내게 인색하기만 했고, 긴 겨울동안 난 알베르 카뮈를 너무 진지하게 읽었다. 청년기에 거쳐야할 '부조리'의 감수성을 지금 나이에 되새김하는 것이 민망하기도 하였다. 남들은 습관과 타성으로 잘도 살아가는데, 관성처럼 깔깔대며 호호거리며 잘만 사는데, 나만 이방인처럼, 시지프처럼, 전락의 주인공처럼 나와 화해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만 같았다. 그것은 카뮈의 말대로 '무대장치들이 문득…
논에서 미꾸라지를 기를 때 메기를 한 마리 넣어야 통통하고 기름진 미꾸라지를 얻을 수 있다는군요. 미꾸라지들만 있게 되면 미꾸라지들이 일상에서 전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해 활동을 하지 않다 보니 나약해져 병이 든다는 것이지요. 반면, 메기에게 쫓기는 미꾸라지들은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열심히 움직이다 보니 건강하고 통통한 살집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탐험가이자 생물학자인 월리스는 어느 날 자신의 연구실에서 고치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는 나방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나방은 바늘구멍만한 구멍을 하나 뚫고 그 틈으로 빠져나오기 위해 꼬박 한나절을 애쓰고 있었지요. 빈틈없이 짜인 고치집은 연약한 어린 나방이 뚫고 나오기엔 너무도 단단했습니다. 아주 힘든 고통의 시간을 오랫동안 보낸 후에야 나방은 날갯짓을 하며 훨훨 날아갈 수 있었지요. 그와 같은 나방의 고통을 한동안 지켜보던 윌리스는 이를 안쓰럽게 여겨 다른 한 고치의 옆 부분을 칼로 살짝 그어주었답니다. 덕분에 나방은 쉽게 고치에서 나올 수 있었지요. 하지만 몇 차례 힘없는 날갯짓을 하더니 그만 죽고 말았다는군요. '사흘간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다. 밥을 먹지 않겠다는 것을 남자 선수가 억지로 끌
[충북일보]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이하 청주산단)이 첫 감사를 받는다. 1979년 설립 이후 39년 만이다. 전 관리국장의 금품수수 의혹 때문이다. 충북도가 청주산단에 대한 감독 관행을 깼다. 지난 21일 감사팀을 구성해 감사를 시작했다. 오는 4월10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연 1회 현장조사 때 미흡했던 근무형태, 수익사업, 회계 등에 대해 집중 점검하고 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청주산단은 위탁받은 청주산단 내 입주계약 업무 외에 임대사업을 주 수익원으로 하고 있다. 충북도로부터 직접 지원금을 받는 게 아니다. 자체적으로 직원 급여와 기관 운영비를 조달해야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청주산단이 건물 임대사업과 관련한 전권을 갖고 있다.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이런 명분과 구조가 화를 키웠다. 청주산단은 자연스럽게 이권이 오가는 임대사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부정한 일이 생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청주산단을 감시할 외부기관이 없었다. 충북도의 정례적인 현장조사는 연 1회에 그쳤다. 그나마도 현장조사 수준은 형식적이었다. 공단의 업무처리 과정 중 서류로 드러나는 업무미숙 등에 관한 사항이 대부분이었다.…
"톱니바퀴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 말은 필자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썼던 문구로, 어디에 발령받아서 어떤 역할을 맡든지 간에 근면·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려 한 것이다. 나중에야 곰곰이 생각해보니 톱니바퀴는 크기가 조금만 달라도 제 역할을 못 하므로 필자가 의도한 바와 정반대의 의미가 돼 버렸지만, 어쨌든 그 의지만큼은 확고하다. 필자가 이런 마음가짐을 중시한 이유는, 앞으로 무슨 역할을 맡든 이 사회에 꼭 필요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전근대에 비해 대단히 복잡해졌고, 이런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정부의 역할, 나아가 정부의 실질적 실체라고 할 수 있는 공무원의 역할은 매우 다양해지고 세분화됐다. 어떤 역할들은 사람들에게 익숙하기도 하고, 또 어떤 역할들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유 없이 생겨난 역할은 없다는 점이다. 필자가 처음 발령받은 차량등록사업소는 지금껏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이름이었고, 그 위치 역시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처음 여기에 도착했을 때는,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자동차에 대해 아는 것이 조금도 없는 내가 여기에서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충북일보] 대한민국 보수가 수렁에 빠졌다. 멸문(滅門)의 위기에 직면했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산업 역군'의 이미지도 점점 퇴색하고 있다. 무능과 부패, 꼰대 이미지만 부각되고 있다. *** 수구로 전락하지 말아야 전임 대통령은 국정농단으로 구속돼 있다. 전전임 대통령도 며칠 전 영어의 몸이 됐다. 혐의 내용은 말하기조차 부끄럽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창피하고 자존심 상한다. 보수정당들은 어쩔 줄을 모른다. 기존 보수 유권자조차 외면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가 70여 일 앞인데도 변할 기미가 없다. 현 정권에 대한 일부 보수단체들의 단발적인 반발만 있다. 보수의 부활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보수정당이 힘을 규합해야 한다. 과거의 지지력을 복원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정치가 건강해진다. 괜한 발목잡기 식 보다 알찬 내용의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바뀌어 가는 세상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70%를 넘나드는 상황이다. 보수가 분열하면 선거 결과는 보나마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너지면 보수의 궤멸이 우려될 수도 있다. 한 번 무너지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보수 정치인은
추운 겨울이 끝나고 어느새 꽃이 만발하는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봄을 맞이하여 겨울을 나느라 지친 식물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생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분갈이를 해주기에 알맞은 시기입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2부에 걸쳐 식물들의 이사철을 맞이하여 '분갈이를 성공적으로 하는 방법' 에 관하여 다루어 보겠습니다. 내용에 앞서 모든 식물들이 봄에 분갈이하는 것은 아니므로 꼭 해당 식물에게 적당한 분갈이 시기를 찾아보기를 당부 드립니다. 봄에는 낮의 길이가 길고 일조량이 많아지며 온도가 높아집니다. 따라서 식물을 분갈이 하셨을 때 좀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새로운 화분에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식물에게 분갈이가 필요한 지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살펴보실 점은 첫째, 뿌리가 화분 밖으로 나와 있거나 화분의 테두리나 위쪽으로 새로운 뿌리가 나올 때 둘째, 분갈이를 한지 1-2년 이상 되었거나 배수가 잘 안되고 물을 주어도 시들할 때 셋째, 식물의 크기에 비해 화분이 너무 작아서 물주는 시기가 너무 짧아질 때 뿌리가 화분의 위쪽으로 나오거나 화분 아래 배수구멍으로 보인다면 화분 속에 뿌리가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화분 속에 뿌리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춘분이 지났습니다. 봄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젠 따스한 햇볕에 새싹이 푸릇푸릇 돋아나고 온갖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겠지요.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이 풍성한 봄의 향연에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며 살다보니 너무 이기적인 심성으로 변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의미론 불행한 일이지요.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했으면서도 자주 위기감에 휩싸이는 것은 바로 이런 정신적 빈곤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여러 고관들이 망신을 당하는 것도 돈(富)이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왜곡된 가치관을 가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는 능력 있는 사람은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됐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돈의 노예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생에는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고 보람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말입니다. 요즘같이 봄볕이 완연하고 만물이 약동하는 계절에 생각하는 자연의 섭리, 인간 삶의 본질, 생존조건의 의식, 관습·관례, 생명의 원리, 역사의 무수한 아이러니와 반전, 예술에 담긴 인간의 감정과 사상, 어느 것 하나 신비롭고 흥미롭지 않은 게 없으며 탐구의 깊이가 깊을수록 자신의…
농산어촌으로 갈수록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으로 변하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들이 없어서 지역문화의 중심역할을 하던 학교가 문을 닫아왔다. 정부에서는 귀농 귀촌정책을 펴고 있지만 젊은이들은 소외지역으로 돌아오지 않고 대도시로 몰려들어 각종 도시문제를 증가시키고 있다. 농산어촌에는 연로한 노인들이 고향을 지키며 이장과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실정이 낯설지 않은 일이 되었다. 도시의 고층아파트는 하늘을 찌르듯 솟아올라도 이웃에 누가 사는지 낯선 나라에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 같아 사람의 정을 느끼지 못하는 삭막한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단군 이래 가장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고 자랑하지만 인간답게 살아야 할 윤리 도덕은 골동품 취급을 받고 있다.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기 보다는 돈이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끔직하고 황폐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결혼연령은 늦어졌고 자녀는 키우기 힘들다고 하나만 낳거나 아예 자녀를 낳지 않고 부부끼리만 인생을 즐기며 사는 풍조도 있다고 하니 세상이 망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아닌가· 이러하니 인구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고령사회는 도래하여 인구구조의 불균형은 위험수준으로 치닫고…
[충북일보] 6·13지방선거 관련 소식이 각 지역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의 주요 관심사다. 충북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은 각양각색이다. 야권의 충북도지사 후보 단일화 문제부터 각 선거별 출마 후보 동향까지 다양하다. 최근엔 후보별 공약 발표 내용이 게재되고 있다. 충북도교육감 선거 후보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도지사나 시장·군수,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모두 지역을 위해 필요하다. 교육감 역시 다르지 않다. 지역교육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리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유권자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는 특히 더 중요하다. 지역교육의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진다. 우선 해당 지역 교육과정이 달라진다. 다시 말해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 선거 때마다 이슈가 되는 교육 공약은 대개 교육 정책과 관련된다. 때론 사교육비 절감을 내용으로 한다.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 등도 단골 메뉴다. 당연히 해결해야 할 중등교육 전체의 문제를 공약화하기 일쑤다. 하지만 충북도교육감 후보는 충북교육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뜬 구름 잡는 식의 캠페인성 구
3년 전 평생학습도시 선정과 관련한 프리젠테이션 발표시 부시장의 마지막 멘트가 기억에 남는다. "충주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각광받고 있고, 지역경제 발전을 이루며 외지인구도 많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사회통합이라는 현실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평생학습도시 조성을 추진하려 합니다." 이후 충주시는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되며 많은 변화를 맞았다. 시민인식, 예산, 조직 등 몇 년 앞서 조성된 인근 평생학습도시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시민 학습참여율과 학습동아리 수 또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시민 7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평생학습도시 선정이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응답이 62%로 나왔다. 평생학습도시 성과에 대해 시민들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지금까지 평생학습의 기반을 갖춘 시기라면 이제는 사회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등 우리시가 안고 있는 난제를 평생학습으로 풀어갈 때이다. 올해 평생학습과를 신설한 충주시는 '시민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평생학습도시 충주'를 비전으로 수립했다. 또한 평생학습 컨트롤타워로서의 체제 구축과 충주형 평생학습 활성화, 생애 재
3월은 입학과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 되며, 생애 최초로 아이들이 부모와 분리가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부모 입장에서는 집에서 마냥 자유롭게 지내던 아이가 유아원이나 유치원에 들어가는 날, 아이가 어느 틈엔가 훌쩍 자라 있음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 눈물이 쏟아지는 감동도 있지만 아이는 작은 또래 집단에서의 호기심과 재미보다는 가족과 분리가 잘 되지 않아 힘겨운 나날일 수도 있다. 유치원을 다니지 않은 나의 세대에는, 초등학교 입학 때가 부모님과의 분리로 며칠을 어머니와 손을 잡고 학교를 동행하며 다녔던 기억이 난다. 3월이 오면, 학창시절 중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어렵게 시험을 치루고 들어간 중학생이 되던 때가 떠오른다. 초등학교 때는, 전교생이 700여 명이 넘었지만 형제자매 남매가 많아 같은 학년이 아니더라도 누구는 누구의 언니, 오빠이고 동생 등 가족관계를 알 수 있었고, 친구들도 어느 마을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가정형편까지 알고 있었으나, 중학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관내 각 초등학교에서 모인 180여 명의 친구들 중에, 시골 초등학교 출신으로 동문인 친구는 불과 8명인데 비해 읍내 삼산과 동광을 졸업한 친구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다보니 학
산기슭 바위틈에 다북쑥 일가족이 산다. 이 빠진 창칼로 도려내면 얼비치던 푸른 잎사귀. 우리 집 뒤뜰만이나 할까, 올망졸망 언덕은 꿈꾸는 짐승처럼 엎드렸고 산자락 숨은 그림같이 예쁜 집. 까치발 들면 하늘이 닿을 듯 가까운, 거기 비탈에는 옥수숫대와 낙엽이 수북하고 들출 때마다 모듬모듬 연하게 삐져나오던 다북쑥. 보통 4월 초가 되어야 뜯지만 양지쪽에서는 3월에 벌써 촉을 틔우는 녀석도 있다. 덤불은 까칠한데 비집고 나온 쑥은 뜻밖에 탐스럽다. 에둘러 생각하니 이 빠진 옥수수가 대궁에 붙은 채 굴러다녔었다. 작년에 심은 옥수수를 뽑지 않고 둔 것이 낙엽과 함께 이불자락마냥 착 덮이면서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었겠지. 얼기설기 옥수숫대는 바람을 가려주기에 넉넉했고 곰삭은 대궁은 푸릇푸릇 자라게 하는 거름이 되면서 보기 드문 풍경을 드러냈다. 바람은 차가워도 햇살은 따끈따끈 도탑기만 했다. 가령 땔감으로도 좋을 텐데 두둑에서는 훌륭한 덮개가 되었다. 마음 푼푼한 주인 덕에 봄나물 모두가 호사를 누리고 있었던 것. 더러는 알뜰히 거두지 않아 남기도 했을 텐데 그래서 다북쑥이 번성하게 되었다. 수많은 땅콩 껍질 역시 겨울을 나고도 뽀얗다. 일부러 남겨 두기라도 한…
지인에게서 임보 시인의 시 한 편을 받았다. 제목이 미투(美鬪)다. 언어를 유희하며 세태를 풍자한 시인의 익살이 예사롭지 않다. "진달래가 벌에게/당했다고 하니/민들레도 나비에게 당했다고 말했다//그러자//매화 산수유 복숭아 살구 자두 들이/떼를 지어 '나두! 나두! 나두!'/아우성을 쳤다//드디어/벌과 나비들 이/얼굴을 싸쥐고/은둔에 들어갔다//그래서 그 해/과일나무들은 열매를 못 달고/세상은 깊 은 흉년에 빠졌다." 몇 년 전 문정희 시인의 시 '치마'가 발표되자, '치마를 읽다가'란 부제가 붙은 '팬티'라는 답시가 연이어 나와 무릎을 치게 했었다. 치마의 응답시 '팬티'를 쓴 이가 미투(美鬪)를 쓴 임보 시인이다. "가만 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문정희 시인의 시 '치마'의 일부분이다. 이에 대해 임보 시인은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 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라 답했다. 품위를 따지는 이들에겐…
지난 해 큰 애가 생일선물로 보내 준 하와이에서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사람들이 두 부류로 확연히 구분되어 신기했다. 하나는 탄탄한 근육에 선탠까지 하여 모델 같은 몸매를 자랑하며 해변을 누비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걷기도 위태로울 정도로 뚱뚱하여 몸 추단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었다. 금년 9월에 둘째 내외랑 다시 하와이를 가게 되어 나도 기왕이면 관리한 몸으로 해변을 나서리라 마음먹었다. 헬스는 예전 도교육청 장학사 시절에 체육과의 헬스 마니아 장학관을 만나 방법을 배웠더랬다. 덕분에 일에 치이고 상사에게 시달린 선배 장학사들이 출근길에 차라리 교통사고라도 나서 입원하는 것이 더 낳겠다 푸념하던 중등교육과였지만 헬스하려고 남보다 30분 일찍 출근하는 마음은 늘 가볍고 산뜻했다. 그리곤 부임하는 학교마다 헬스장을 만들어 직원들과 같이 운동을 했던 터라 금년에는 근력도 키울 겸 아예 몸짱을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집 인근에 있어 이용에 편리할 듯 여겨지는 헬스장을 얼마간 둘러보니 하루 종일 득시글득시글하다. 오전에는 연세 지긋한 분들이 오는데 이미 개장 이삼십 분 전에 문밖에서 옹기종기 모여 기다릴 정도로 운동에 몰두해 있다. 이 분들은…
[충북일보] 지난 2012년 9월 경북 구미산업단지에서 맹독성 화학물질인 불산이 유출됐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졌다. 대략 1천200여 명 정도가 피해를 입었다. 이후에도 전국에선 크고 작은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청주산업단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2013년 3월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염소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물론 다른 업체나 다른 지역 산단에서도 크고 작은 사례가 있었다. 다행히 청주산단에선 이때부터 유해화학물질 유출사고 대응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지난 3일에도 청주흥덕경찰서와 합동 훈련이 진행됐다. 하지만 여전히 유해물질 누출사고 가능성은 도사리고 있다. 청주산단 내 황산 처리와 관련한 뒷말은 최근에도 나오고 있다. 황산 처리시설 이전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황산은 아주 위험한 유해화학물질이다. 황산 원액이 사람 몸에 닿으면 금방 까맣게 타들어간다. 빗물 등에 섞여 가스로 배출되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안전관리가 필요한 유해물질이다. 청주산단 관리공단은 지난 2009년 4월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폐황산을 정제하는 종합 재활용업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2010
조철현 감독이 최근 세종대왕과 신미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 '나랏말싸미'의 캐스팅을 배우 송강호·박해일·전미선 등으로 확정하고 곧 촬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신미(信眉, 1403~1480)는 조선 전기의 스님으로 본명 김수성, 본관은 영산이다. 우리고장 영동이 속세의 고향으로 속리산 복천암에서 주석하였고 오대산 상원사, 월정사 등을 중창했으며 범어(산스크리스트어)에도 능통했던 학승으로 알려져 있다. 한글은 훈민정음 해례본이 공개되기 이전까지 가림토·범자·몽골문자·일본신대문자·문창살 모방설 등 다양한 기원설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1940년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견됐고,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에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었다(是月 上親制諺文二十八字)'라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또 해례본에는 인체 발음기관(자음)과 천지인 원리(모음)에 따라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라는 제자(制字)원리도 설명돼 있다. 따라서 지금은 세종의 한글 친제설이 정설로 굳어 있다.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상주본 훈민정음 해례본도 내용은 같다. 그럼에도 신미가 세종 한글창제 작업에 큰 도움을 줬다는 추정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고도의 창의적인 작업을…
얼마 전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무사히 막을 내렸다. 2월9일 열린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아리랑'을 배경으로 남북공동기수가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였고 남북공동 성화 주자를 내세웠으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는 등 남북관계는 화해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세계인의 겨울 축제가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테러나 갑작스러운 도발 등에 대비하여 경계 임무를 수행한 군 장병들의 노고가 숨어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02년 6월을 떠올려보자. 가장 먼저 한·일월드컵대회가 떠오를 것이다. 전 국민이 너도나도 빨간 옷을 입고 온 거리로 나와 태극기를 흔들고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그런데 폐막을 앞두고 전날인 6월 29일, 북한은 제2연평해전을 일으켰다. 마치 6.25전쟁이 휴일인 일요일에 시작되었듯, 대한민국에서 개최된 지구촌 축제의 흥겨운 분위기를 틈탄 도발이었다.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 경비정은 서해의 북방한계선(NLL) 남쪽 3마일, 연평도 서쪽 14마일 해상에서 남측 한계선을 침범하였고 대응에 나선 우리 해군을 기습적으로 공격했다.…
돈키호테는 자신을 미쳤다고 비웃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 "꿈꾸는 자가 미친 겁니까· 아님 꿈꾸지 않는 자가 미친 겁니까·" 돈키호테는 늘 막무가내였지만 그의 태도를 보면서 가만히 있으면서 손가락질이나 하던 사람들이 정상인가를 생각 해 본적이 있다. 가만히 있는 것을 넘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려고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제도를 통해 변화시키고 있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일들은 계속 생기고 사람들은 과거보다도 더 살기 어렵다고 난리다. 꿈도 꾸고 변화도 시키려 노력하는 것 같은데 왜 더 나빠지는 세상으로 변화된다고 생각할까·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나빠진다 생각지는 않을 것이다. 몇몇이 이끄는 것이 아닌 보다 많은 사람이 이끄는 사회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 교육을 통해 우리는 현재보다 나은 삶을 보편적으로 만들려 한다. 이 교육은 선점이 가능한 달콤함을 내세우고 경쟁을 시킨다. 이 경쟁은 공평해야 하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나온 결과를 수용하는 방법을 교육을 통해 배운다. 국가가 가진 통치공간에서 상황을 수긍하고 살아가게 하는 것은 한 문화가 지닌 보편적 가치관을 갖도록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르침은 사회 구성원간 이해할 수 있는 폭을 제
무술년 새날이 밝으면서 십년 전의 내 모습을 돌아보았다. 십년 전 어느 날, 이순을 넘긴 한 여인이 숲속에서 첼로 연주하는 걸 보았다. 그녀는 전원생활을 하면서 장을 담그는 일을 한다는데, 틈틈이 취미로 연주를 한다고 했다. 따뜻한 음색과 풍부한 울림, 포용적인 중저음. 더없이 매력적인 그 소리에 그날 나는 빠져버렸다. 이동하여 연주할 수 있다는 장점과, 사람음성과 가장 흡사하다는 말에 꽂혀 악기를 구입했는데, 당시로선 거금을 들여 샀다. 악보는 초견이 되고 피아노로 예배반주정도는 하는지라 좀 쉽게 가리라 생각하고 수소문하여 레슨선생님을 정했다. 그런데 어려서 접한 피아노와달리 늦게 접해서인지 적응하지 못하고 활을 놓고 말았다. 그 무렵, 찬란한 무지갯빛 옷을 입고 수필이 다가왔다. 변심한 연인의 마음이 이럴까· 온 마음이 수필에게 옮겨져 풍덩 빠져버린 것이다. 수필은 내게 거대한 물결과도 같았다. 큰 물결이 작은 물결을 덮어버리듯, 큰 감정이 작은 감정을 덮어버리듯, 수필은 내 모든 삶을 덮어버렸다. 좋은 글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저 쓰는 게 좋아 글을 쓰느라 밤새우기를 종종 하면서 십년을 보냈다. 그러니, 기본자세 익히느라고 한 달 내내 활만 긋게 하
미투운동이 거세다. 속속 드러나는 유명인의 성추문에 곪아 터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남자들 서넛만 모이면 예외 없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 이야기로 바쁘다. 십여 년 지난 이야기까지 다 들추면 대한민국 성인 남자 중에 떳떳한 사람 한 명도 없다는 성토도 있고, 아픔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한걸음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다. 가만히 날 들여다본다. 하루에 한두 대 밖에 버스가 오가지 않는 시골에서 팔 남매의 일곱째로 태어났다. 내리 딸만 넷을 낳다가 형님이 태어났다. 아들 하나론 부족하다는 생각에 하나를 더 낳지만, 또 딸이었다. 그가 내 바로 위 누이다. 그다음에 내가 태어났다. 그래도 욕심에 하나 더 낳는 데 그가 내 막내 여동생이다. 쉽게 말해 아들 둘에 딸 여섯이다. 옛날 자식 농사 반타작이라고 했으니 호적에 오르지 못한 형과 누나가 서너쯤 더 있었다는 것을 안다. 남의 집 잔치에 다녀오시거나 오일장이라도 다녀오시면 형과 나를 불러 몰래 사탕이나 떡을 입에 넣어주시던 할아버지는 내가 세 살 되던 해 돌아가셨다. 그래도 고모들은 지금 만나면 기억도 없는 할아버지를 이야기한다. 참 나를 예뻐했다고
[충북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예상보다 일찍 등판했다. 충북 선거분위기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3선 도전을 선언했다. 장고 끝에 최종 선택지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희망의 땅, 기회의 땅을 도민과 함께 완성하고 미래 충북, 젊은 충북의 새로운 기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충북도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이 지사의 3선 도전과 관련해 "도민은 안중에도 없는 노병의 노욕"이라고 일축했다.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노욕을 부리는 정치 노병의 행보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그동안 3선 도전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 왔다. 측근들에게조차 선거와 관련된 발언을 삼가게 했다. 도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도민들을 선거논란에 빠지게 해선 안 된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이랬던 이 지사가 생각보다 빠르게 3선 의지를 천명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표면적으로는 이상할 게 없다. 정상적인 정치인의 정상적인 출마 의지 표명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3선 성공을 위한 철저한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이 지사는 지난해 민주당에서 하는 선출직 공
[충북일보] 인간이 만든 도시는 큰 유기체(有機體)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처럼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친다. 세계사에서 볼 때에도 한 나라의 최고 통치기관이 모여있는 수도(首都)는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뀌어 왔다. 서울(한양)이 조선의 수도가 된 것은 1394년이다. 따라서 이 도시는 2018년 기준으로 무려 624년째 최고 도시 지위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현재 대한민국 수도에 관한 규정은 '서울특별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률 2조'에만 있을 뿐 상위법인 헌법에는 없다. 따라서 30여년만에 추진되는 개헌에서 '세종 행정수도'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국민의 여망이다. 박정희 전대통령의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러나 과도한 서울 집중에 따른 문제점을 올바로 인식,새 수도를 건설하려고 한 것은 탁월한 선견지명이었다. 이에 따라 극비리에 이른바 '백지계획'을 추진, 현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 신도시) 바로 옆으로 행정수도를 옮기려고 했다. 하지만 1979년 10월 26일 발생한 암살사건으로 그 계획은 '백지화'됐다. 흔히 '역사에 가정(假定)은 없다'라고 한다. 그러나 만약 박 전대통령이 백지계획을 실행했더라면
어릴 적 고무줄놀이, 숨바꼭질, 오징어삽치기, 말뚝박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친구들과 뛰어놀며 야외놀이를 했던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밖에 나가기조차 겁이 난다. 미세먼지와 황사와 같은 나쁜 환경오염 때문이다. 외출 전 미세먼지 농도 확인은 필수이며, 확인 후 포기할 때도 많다. 물, 공기, 토양 등 자연환경은 더러워지더라도 어느 정도는 스스로 깨끗해지는 능력이 있는데 자연 상태로 되돌아가는 힘을 '자정작용'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연은 스스로 깨끗해지는 힘을 잃어가고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그 피해가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가장 주된 원인이 사람들의 이윤추구, 즉 더 많이 가지고 더 멋지게 살고 싶어 하는 마음과 삶의 방식이라고 한다. 좀 적게 가지고 적게 먹고 느리게 살아갈 때 지구도 건강을 되찾을 수 있고 환경 위기 시계도 느려질 것이다. 미세먼지는 비산, 석면, 벤젠과 같은 1급 발암물질이며 당장엔 표시가 나지 않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도 호흡기 질환을,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만성 폐 질환이나 천식을 일으킨다. 미세먼지는 흡착돼 추가 질환이나 통증을 야기할 수 있기에 더욱…
30년만의 개헌이 논의되고 있다. 기본권의 강화와 확대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이번 10차 개헌의 의미를 압축적으로 말한다면'인권옹호'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들 모두가 말했던 '공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시기적인 논쟁과 다툼은 뒤로하고 가장 큰 의미를 가지게 되는 '공약'이 실제 논의 중인 것이다. 우리의 법령을 보면 아직도 법률전문가도 알기 힘든 어려운 한자식 용어와 외국어, 권위적이거나 비민주적인 용어가 상당히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헌법의 136개 조항 중 111개 조항에서 표현이나 표기의 오류 하물며 맞춤법이 틀리거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이 있다고 한다. 헌법은 곧 대한민국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가만해보면 헌법의 체면치고는 낯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뿐만 아니라 너무나 어려운 용어로 법을 만들어 놓았다. 헌법이 의미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이건 마치 공부해야하는 언어인 것이다. 헌법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런데 국민의 언어가 아니라 전문인과 정치인의 언어로 썼다는 오해(·)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이 나와는 별 관계없는 것으로 여겨진 까닭은 헌법의 주인인 '내'가 주인 행세를 할…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