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조직을 구성하고 나름대로 맡은 역할을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을 때 강림이 나를 부른다고 그의 졸개처럼 따라다니는 사자가 나에게 전달했다. "김 사자님. 강림차사님께서 잠깐 뵙고 싶다고 오시라고 합니다." "무슨 일로?"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강림을 볼 일이 없는데. 나에게 볼 일이 있으면 볼 일 있는 자가 찾아와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하던 일을 하면서 그 자에게 쓸모없는 물건을 던지 듯 툭, 내뱉었다. "저는 심부름만 하는 것뿐입니다. 일단 전달했으니 알아서 하십시오." 그 자는 부루퉁한 얼굴을 하고 돌아서 가면서 궁시랑 거렸다. "뭘 믿고 저리 당당한 거야. 퇴출대상에서 간신히 면했다는 소문이 자자하구만.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저리 몰라서야 원." 그 자가 볼멘소리로 툴툴대느라 미처 앞에서 걸어오는 동방을 보지 못해 둘이 부딪치고 말았다. 그 자가 내게 받은 불쾌감을 어린 동방에게 쏟아 부었다. "이 자식이. 눈은 어디다 두고 다녀? 에이, 재수 없어." 동방은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고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아, 요즘 꼴볼견들이 많아 눈을 내놓고 다닐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촛불시위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 첫 전국단위 선거인 6.13선거 결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참패, 정의당의 약진, 바른미래당 무존재감으로 일달락 되었다. 17개 광역단체장 중 한국당은 대구와 경북에서 간신히 단체장을 당선시키며 초라한 승리를 하였고 226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151곳, 한국당 53곳, 민주평화당 5곳, 무소속 17곳으로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전체 737개 광역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605개를 석권한 반면 한국당은 전체의 113석에 그쳤다. 한마디로 이번 선거는 여당의 싹슬이, 야당의 폭망(폭삭 망하다는 인터넷 용어)이었다. 역대 한국의 정당들은 지역별, 연령별로 각자의 텃밭을 가지고 있었다. 보수진영의 정당은 TK, PK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지역기반과 5,60대 이상의 연령층이 보내준 콘크리트 지지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해 왔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이러한 지역별, 연령별 쏠림은 절대불변의 원칙처럼 지켜져 왔다. 정당 공천과 당선은 늘 같이 하였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러한 절대불변의 투표행위가 보수 정당의 텃밭인 영남권에서 무너져 버렸다. 부산, 울산과 경남 세 지역의 광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도 감옥에 구속수감 되었다. 1995년에도 전직대통령이 동시에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30개 기업으로부터 2,300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과 비자금조성 혐의로 각각 구속되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당시 해군잠수함기지공사를 대우가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40억 원을 받는 등 동아그룹 등 30개 기업으로부터 2,359억 원을 받았다. 전두환 대통령은 12.12 및 5.18 내란 및 군 형법상 반란 수괴로 최규하 대통령을 억류하고 정승화 참모총장을 체포하는 등 군권을 탈취하였고 8천억 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다. 노태우 대통령은 17년 형을, 전두환 대통령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나 2년 후 김영삼 대통령은 국민 대화합을 이유로 특별 사면하여 석방하였다. 그러나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의 구속과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의 구속은 그 죄질이나 내용면에서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두 대통령은 현직에 근무하면서 제3자의 국정농단을 공조하거나 국가예산을 개인용도로 사용하고 대통령기록물법 등 헌법과 법률을 심히 위반한 사건
[충북일보]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무상급식 등 학교복지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이번 선거에서 고교 중식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 덕인지 몰라도 각각 3선과 재선 고지에 올랐다. 한범덕 청주시장 당선자도 고교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고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가 끝나자 고교 무상급식 실시 여론은 더 확대·확산되고 있다. 보은군 관내 4개 고교는 이미 지난 3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보은군이 6억5천만 원을 지원했다. 옥천군은 지난 1일부터 실시하고 있다. 올해 1회 추경에 12억7천여만 원을 세웠다.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의 무상급식 공약은 곧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고교 무상급식이 실시 모드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의 공약이 도내 전역으로 확산 추세를 만든 셈이다. 전면 무상급식 시대가 예상되는 까닭은 여기 있다. 고교 무상급식 정책은 정말 바람직하다.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좋다. 모두가 바라는 복지 정책이다. 하지만 예산 확보 없이는 불가능하다. 보은군과 옥천군 고교의 경우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가능했다. 무상급식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예산 분담으로
'솝실(속마을)'을 한자로 '이리(裡里)'로 표기하거나 아니면 '속'은 음차로 하고 '마을'은 의차하여 '속리(俗里)'로 표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속리산의 어원을 찾는데도 연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전해오는 속리산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신라 선덕여왕 시절(784년)에 진표율사(眞表律師)라는 분이 이곳에 이르렀을 때, 밭 갈던 소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를 본 농부들이 짐승도 저러한데 하물며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느냐며 속세를 버리고 진표율사를 따라 입산수도하였는데, 여기에서 '속리'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또한 고운 최치원이 법주사 일대의 암자를 돌아보고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으나 사람이 도를 멀리하고, 산은 세속을 멀리하지 않으나 세속이 산을 멀리한다' 하고 노래한 시의 구절에서 '속리'가 유래되었다고도 하는데 이는 유래라기보다는 최치원이 속리산이란 산이름과 속리사라는 절이름에 있는 '속리(俗離)'의 의미에 대하여 자신의 소회를 쓴 것으로 보인다. 속리산은 신라 때는 속리악이라 불렀고 중사(中祀, 남북국시대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나라에서 지낸 '대사' 다음 가는 제사)를 올린 곳이기도 하다. 속리산이라는 이름 외에도 에…
우리나라의 프로야구사도 이미 37년이나 되는 역사가 됐다. 사람 나이로 치면 분명 성인의 반열이 됐다. 매년 3월이 되면 시범경기로 시작되는 프로야구는 필자에게도 큰 관심사다. 가을 야구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관람하고 있다. 필자는 약 35년 쯤 프로야구를 관전해 오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규정에 대해 의문점이 적잖이 많다. 아마도 프로야구 보다 규정이 복잡해서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종목도 별반 없을 것 같다. 주변 지인들의 반응을 보면 사실상 프로야구 규정을 잘 몰라서 관심이 없는 편인 점을 쉽사리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 게임을 시종 모두 관전하려면 약 4시간 정도는 집중해야 한다. 이래저래 고령자들 중에는 프로야구에 관심이 비교적 적은 편이지 싶다. 프로야구의 묘미라면 선수를 알고 그 선수에 대한 애착심을 보이며 잘 되면 대리만족감에 들떠 더 기쁜 나머지 관심은 자연 고조되기 마련이다. 심지어 게임의 흐름을 파악할 정도에 이르면 예측도 가능해 지는 편인데 나 홀로 감독도 돼보고 해설자가 되어 비판을 사뭇 해나가게 된다. 야구선수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우선 약 2만이 넘는 관중 속에서 시합을 해야 한다. 감독의 눈치도 살펴야 하고 코
아내와 함께 속초를 갔습니다. 세 시간이 넘도록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서울양양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를 차례로 달려 동해바다 쪽으로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는 반도 지형의 꼭대기에 자리한 리조트 내의 호텔에 짐을 풀었습니다. 먼저 발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가슴을 드러내놓고 깊은 심호흡을 했습니다. 미세먼지로 더럽혀진 몸이 리모델링되는 기분이더군요. 그렇게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호텔 인근의 조그만 포구인 외옹치항을 찾아갔습니다. 싱싱한 생선회를 먹기 위해서였지요. 수족관에서 펄떡거리는 생선을 네 마리 골랐습니다. 사람 좋게 생긴 50대의 여주인은 자신의 남편이 앞바다에서 직접 잡아 온 자연산이라고 강조했는데 그걸 믿을 바보가 어디 있겠습니까. 어쨌거나 아내와 함께 소주 한 병을 놓고 '앞바다에서 직접 잡았다'는 여주인의 믿기 힘든 말을 억지로 믿으며 만찬을 즐겼습니다. 억지로나마 가다듬은 생각 탓인지 잘근잘근 씹히는 생선회의 맛이 그럴 수 없이 고소하더군요. 특히나 입맛을 돋우었던 것은 매운탕이었지요. 달착지근한 국물이 입에 착 달라붙었습니다. 식사 후에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바다향기로'를 걸
[충북일보] '민주(民主)'의 반대말인 '독재(獨裁)'는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건전한 견제나 비판을 거치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수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6·13 지방선거 전날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지금도 (문재인 정권이) 마음대로 하고 있는데 지방선거까지 통째로 (여당에) 넘어가면 (대한민국은) 일당독재 국가가 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TK(대구경북)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유권자는 대부분 한국당을 외면했다. 선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태풍급 '문풍(文風)'과 '북풍(北風)' 앞에 '여배우 스캔들'이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은 '미풍(微風)'에 불과했다. 시·도지사 선거만 보면 여당은 17석 가운데 14석을 장악했다. 한국당은 대구와 경북 2석만 차지한 지역정당으로 쪼그라들었다. 바른미래당은 226개 기초를 포함한 전국 243개 단체장 자리 가운데 1석도 건지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뽑힌 전국 주민대표 4천16명 중 93.4%인 3천751명은 지방의원이다. 그런데 20여 년간 지역을 주로 취재해 온 기자 입장에서…
도로점용허가는 공작물, 물건, 그 밖의 시설 설치를 위해 도로를 점용하려는 자에게 도로관리청(국가, 지방자치단체)이 허가해주는 제도이다. 보통 가스관, 전기통신관, 송유관, 전기관과 같은 지하 매설물이나 간판, 전주, 전선, 공중선 등의 지상 공작물, 차량 진입을 위한 진입로 확보를 위해 도로점용허가를 받게 된다.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자는 매년 점용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점용료는 점용면적을 기준으로 인근지 공시지가를 적용해 점용물건별 요율을 적용해 산정한다. 이때 점용료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는 허가가 취소될 수 있고, 재산이 압류될 수도 있다. 청원구의 경우 2018년 5월 현재 700건/5억 원 부과 대비 200건/3억 원 징수로, 88%의 징수율을 보이고 있다. 재산세나 자동차세처럼 보유에 대한 세금이 아니고 실제 사용하는 공공토지에 대해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부과하는 것인데도 이상하게도 징수율이 높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건축 허가 시 주차장 진입을 위해 인도 부분에 대한 점용허가를 받아 건물을 신축해 놓고 이후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권리의무 승계신고를 하지 않아 도로점용료가 전 소유자 앞으로 고지돼 체납됐기 때문이다.…
[충북일보] 충북도민들의 눈과 귀가 김병우 도교육감 출범 준비위원회로 쏠리고 있다. 뒷말도 무성하다. 구성과 운영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김 교육감 준비위는 지난 18일 도교육청 화합관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집기를 설치하고 첫 회의를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이번 준비위 명칭은 '함께 행복한 교육 2기 출범준비위원회'다. 김 교육감은 4년 전 초선 때는 인수위를 운영했다. 당시 인수위는 각종 TF팀을 신설 했다. 현직 교사 대거 인수위 파견과 관련해 도교육청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교사파견을 놓고 도교육청과 인수위의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충북교육계의 눈이 김 교육감 준비위로 쏠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4년 전과 같은 일이 또 생길까 하는 우려가 가장 크다. 준비위 운영 결과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는 계산도 있다. 두 번째 구성이라 걱정이 더 큰 것도 이유다. 이번 준비위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상의 교육감직 인수위원회에 준하고 있다. 일반 지자체는 현역 단체장이 재선 삼선 하면 인수위를 구성하지 않는다. 도민들이 김 교육감의 출범 준비위 구성에 의문을 표하는 까닭도 여기 있다. 김 교육감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방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 결과를 믿지 못하겠는 사람이 많다. 특히 노년층은 자식 농사를 잘못 지은 탓이라고 자책하는 사람도 적잖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유신시대 온갖 감시를 받으면서 실시한 선거도 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문 대통령이 남북, 영호남, 보혁 등 대결구도를 완화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문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남북관계는 최악이었다. 남북관계만 얼어붙은 게 아니라 미국은 연일 북핵을 정밀타격하겠다는 말을 했다. 실제로 핵폭탄을 쏟아 부을 것처럼 전략폭격기가 비무장지대를 근접 비행하기도 했다. 동계올림픽이 무산되는 게 아닌가 걱정할 정도였다. 그로부터 겨우 일 년이 지났을 뿐인데 한반도엔 봄이 무르익고 있다. 남북정상이 DMZ를 넘나들며 회담할 뿐만 아니라 70년간 적대관계를 유지하던 미‧북 정상도 비핵화를 다짐하며 산책할 정도다. 특히 6,13 지방선거는 국민이 합세한 혁명이라고 할 만큼 여당이 압승했다. 박정희의 고향인 구미에서 민주당 시장이 당선되었다는 것은 평양에서 한국당 시장이 당선된 것만큼 놀라운 일이다. 대체 그 원인이 무엇일까·…
비행기의 작은 덧창을 올렸다. 푸른 산과 들에 가르마 같은 길은 언제 봐도 정답다. 크고 작은 마을과 그 옆으로 흐르는 강은 또 얼마나 아기자기하던지. 조금 더 오르니 몽실몽실 구름 밭이 펼쳐진다. 구름과 바람, 그리고 태양이 만들어내는 하늘의 신비에 정신이 몽롱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가 밑그림이 되어주는 자연 그대로의 제주에 흠뻑 취해보고 싶다. 에코랜드 테마파크 기관차로 30만 평의 한라산 원시림 탐방에 들어갔다. 제주의 허파와 같다는 곶자왈은, 화산이 폭발하면서 자갈과 바위들이 널려 있는 지대에 형성된 숲으로 산소함량이 많고 보온·보습 효과가 뛰어나 북방계와 남방계의 다양한 식물이 공존한다는 설명이다. 검은 현무암 사이사이에서 자라는 각종 나무와 낯선 풀들, 무엇보다 현무암을 꽉 끌어안고 있는 나무뿌리와 덩굴들의 기이한 모양은 자연 그대로의 제주 모습이라 여겨진다. 나무 그림자 드리운 호수는 얼마나 예쁘던지 풍덩 뛰어들고 싶다. 나는 아예 열차에서 내렸다. 크게 심호흡을 하니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빨려드는 듯한 이 강렬한 느낌은 무엇일까. 숲이 나를 빨아들이는 것일까. 내가 숲을 빠는 것일까. 원시
센토사의 북미정상회담 이후 줄곧 고르바초프가 생각났다.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에 올랐을 때 난 대학 4학년이었다. 당시 내가 힘들여 읽던 책은 '소련공산당사'였고, 주된 관심사는 볼셰비키 사회주의 혁명으로 세계의 맹주로 커온 소련의 행보였다.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세계 강자 소련이 우리 민족의 운명에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정치학도로서 당연한 것이었다. 집권하자마자 고르바초프가 가했던 조치들, 개혁(페레스트로이카)과 개방(글라스노스트)을 기치로 내건 변혁의 시작이 나의 흥미를 강하게 끌었다. 아직 상황파악은 안되지만 무언가 거대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었다. 국제관계학 수업 중이었다. 새 집권자에 따른 소련의 향방에 대해 토론이 있었다. 내가 주장했던 의견은 누구의 호응도 얻지 못했다. 나는 조만간 공산주의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했던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생활전선으로 뛰어 들고난 후 소련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지만 고르바초프에 대한 뉴스는 꼭 챙겨보았다. 소련의 개혁과 개방의 영향으로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졌다. 동유럽 나라들에서 민주화 혁명이 일어나면서 공산당 정권은 하나둘씩 무너졌다. 급기야 소련 각각의…
[충북일보] 폐족(廢族)이라는 말이 있다. 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것을 말한다. 폐족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가장 상징적 사례는 '방랑시인 김삿갓'이다. 지난 2009년 '친노 폐족'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지난해 세인들의 입줄에 올랐던 '친박 폐족' 논란도 어찌 보면 역사적 장면 중 하나다. 방랑시인 '김삿갓' 할아버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 때 투항한 죄로 멸족을 당한 김병연, 그가 김삿갓이다. 김삿갓 집안은 후일 멸족에서 폐족으로 사면됐다. 하지만, 아버지는 홧병으로 죽었다. 폐족인 사실을 몰랐던 김삿갓은 과거에 응시했다. 그는 '논정가산충절사탄김익순죄통우천(論鄭嘉山忠節死嘆金益淳罪通于天)'이라는 시제로 장원에 급제했다. 그런데 그 시제는 할아버지 김익순을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어머니에게 자신의 집안 내력을 들은 김삿갓은 조상을 욕되게 한 죄인이라며 전국을 떠돌았다. 이때부터 그는 푸른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며 삿갓을 쓰고 죽장을 짚은 채 방랑생활을 했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조상의 잘못으로 멸족과 폐족이 성행했던 조선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일화다. 그토록 참담했던 폐족이라는 단어가 현대 정치사에서 언급
[충북일보] 6·13지방선거가 끝났다. 하지만 당선자들의 도덕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정치인과 도덕성의 상관관계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충북 광역·기초 의원은 모두 164명이다. 이 가운데 31.3%인 51명이 전과 기록을 갖고 있다. 10명 중 3명이다. 도의원과 시·군의원 당선자의 전과 비율은 각각 34.3%(11명), 30.3%(40명)다. 전과 3건 이상 당선자도 9명이나 된다. 선관위 제출 범죄 경력 증명서류에는 벌금 100만원 미만의 범죄가 표시되지 않는다. 모두 포함할 경우 전과 후보는 공개된 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의원 당선자 12.8%(21명)는 최근 5년간 세금을 체납한 전력이 있다. 각 정당은 후보 공천 과정에서 도덕성을 엄격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체납자나 전과자의 지방의회 진출을 허용했다. 권력에 대한 엄중한 책임만큼 엄격한 검증작업의 보완이 필요하다. 전과나 세금체납이 모든 걸 결정하는 잣대일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인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평가 덕목임엔 틀림없다. 정치의 기본적인 근간은 신뢰다. 그리고 신뢰를 만들어내는 기본 요
[충북일보] 나태한 보수가 쫓겨났다. 시대에 뒤떨어진 가치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이제 지방정치 차례다. 지역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지역이익이 새로운 가치가 돼야 한다. 유권자들의 판단은 냉철하다. *** 지역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충북 사정도 완전히 바뀌었다. 도지사선거는 이시종 지사의 3선 잔치였다. 충북도의회도 외형적으론 완전하게 탈바꿈했다. 시장·군수 역시 7대 4로 기울어졌다. 민주당 일색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역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 명제로만 끝나선 안 된다. 하루라도 빨리 현실화 돼야 한다. 당선자들은 우선 지역 정체성부터 강조하고 강화해야 한다. 다른 누구의 일이 아니다. 바로 당선자들이 해야 한다. 당선자들은 앞으로 4년간 민선 7기를 이끌어야 한다. 유권자와 약속을 지켜 지역 살림을 불려놔야 한다. 정파를 뛰어 넘어 지역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나가 돼야 지역 이익을 지킬 수 있다. 충북의 당선자들도 각종 정책을 공약했다.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도 그랬다. 다른 시장·군수 당선자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다. 그림 속의 떡에 불과할
먼저 충주시장 재선을 축하드려요. 이젠 49.3%를 안아야 할 땝니다. 충주시의회 19석 중 12석, 충북도의원은 3석 모두, 충북도지사와 대통령도 민주당, 첩첩산중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人的) 연정(聯政) 을 구축해 반대자를 안을 수 있느냐가 성공적 시정(市政)에 필수적이죠.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 뜻도 공유'하겠다는 일성(一聲)에 기댈 겁니다. 110개 자문·심의기구 중 시민이 방망이 잡은 곳이 어디죠? '권력을 시민에게'를 실현하는 것은 이런 기구 의장을 민간에게 주는 것이죠. 광명산·대림산·사직산 훼손, 쇠지울못·응골못·호암지 매립, 제2달천·유송대교 추진, 권태응 생가 파괴, 신연수동 주차난, 도심 고층 아파트, 고리타분한 관공서 신축 등 환경·관광·역사를 파괴한 도시계획과 건축을 바꾸는 길은 '도시디자인센터'를 만드는 것이죠. '라이트월드'는 총체적 난맥상을 보여 주죠. 혈세로 만든 시민공원을 여론수렴과정 0, 의회에 비정상적 보고, 불법공사, 과태료 수백만원. 중앙탑 사적 공원에, 수질이 가장 나쁜 곳에, 쌀 창고처럼 지은 수영장. 행자부 돈 받아 환경단체와 국토부가 지킨 멸종위기종 군락 불법 절단한…
자전거는 인간이 발명한 10대 발명품 중 하나라고 한다. 요즘 날씨가 조금씩 따스해지며 거리나 공원으로 나와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국내에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출퇴근용이나 취미, 여가생활, 운동 등으로 유용하고 편리하게 이용한다. 필자 또한 자동차와는 다르게 자전거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는 자동차를 배제하고 자전거를 이용하곤 한다. 자동차를 타고 갈 때는 모르는 풍경들을 천천히 감상할 수도 있고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날씨 또한 만끽할 수 있으며 운동까지 겸할 수 있어 1석3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전거를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숙지하고 지켜야 할 부분들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로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규정이 시행된다. 그동안은 자전거 음주운전을 금지하는 규정만 있어 자전거를 타고 음주운전을 해도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었으나 올해 9월 28일부터는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규정이 신설돼 술을 먹은 상태로 자전거를 운전하다 적발될 경우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지게 된다. 두 번째 자전거 안전모 착용의무규정이 시행된다. 그동안 도로교통법에서 어린
이번 연재에서는 실내 그늘에서 비교적 편하게 키우실 수 있는 개운죽에 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개운죽(開運竹) 영어 유통명은 'Lucky Bamboo'입니다. 해외에서는 이 식물을 3개를 같이 놓아두는 것이 행운을 불러준다고 믿기도 합니다. 뿐만아니라 시중에 나오는 개운죽이 금색의 끈으로 묶여져 있는 것은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개운죽은 밝은 곳을 좋아하는 식물이지만 그늘에서도 굉장히 잘 자라납니다. 다만 직사광선에서 키우게 될 경우에는 여린 새순이 상할 수 있습니다. 개운죽은 해를 따라서 잎이 휘어지는 특성이 강한 식물이므로 해가 드는 창가방향으로 잎이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 1회정도는 방향을 돌려서 식물이 한쪽으로 기울어 자라나는 것을 예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개운죽은 수경재배가 가능한 식물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물을 갈아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개운죽의 물갈이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다만 다년간 화원을 운영하고 집에서도 개운죽을 키우는 입장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개운죽의 물은 냄새가 날 경우에는 반드시 갈아주시되 시간적 여유가 되신다면 물갈이 주기는 월 1회 정도가 적정합니다. 놓아두시는
내가 어린 시절 자란 고향은 산골짜기에 십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산간벽촌 마을이었다. 지금은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IC가 생겨서 교통이 많이 편리해 졌다. 당시만 해도 단오는 4대명절로 창포물에 머리감기, 그네뛰기, 씨름, 수리취(戌衣翠)떡먹기 등 즐거운 명절로 보냈던 것 같다. 단오의 '단(端)' 자는 첫 번째를 뜻하고, '오(午)' 자는 다섯이란 뜻과 통하므로 음력으로 오월 초닷새를 뜻한다. 단옷날을 또 수릿날이라고도 하는데 수리란 '신(神)'이라는 뜻과 '높다'는 뜻으로 이것을 합치면 '높은 신이 오시는 날'이란 뜻이 된다. 그밖에 단오를 가리키는 다른 이름으로는 중오절(重午節, 重五節), 천중절(天中節), 단양(端陽), 오월절, 여아절(女兒節)이라 했다고 한다. 단오 날은 이웃에게 부채를 선물하며 여름을 시원하게 나도록 빌어주었다고 전한다. 내가 어린 시절 집근처에 산골도랑이 있었는데 삼촌께서 나와 동생을 데리고 밤에 가재를 잡으러 가자고 하셨다. 기름 솜방망이를 만들어 주셔서 내가 들고서 어둠을 밝혔고 동생은 가재를 담을 싸리가지로 만든 작은 바구니를 들고 따라나섰다. 어둠을 헤치고 도랑에 다다르자 가슴이 설레었다. 삼촌에게 가재를 낮에 잡
소확행(小確幸)이 올해 삶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랑겔한스 섬의 오후'라는 수필집에 나오는데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가 아니어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깨알 같은 행복을 느끼며 살지 않을까. 주부가 직업인 내가 느끼는 소확행은 아주 단순하다. 옥상에 널어놓은 빨래가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을 바라볼 때나 어제 보지 못한 화초가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볼 때다. 아침 설거지를 끝내고 한 잔의 커피와 마주할 때도 또한 행복은 슬며시 마음을 흔든다. 이처럼 혼자만의 작은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가운데 이웃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내게 소소한 행복을 선물한다. 15년 전 빌라 단지로 이사를 왔다. 모든 것이 낯설고 적응이 안 되어 허전함을 느끼고 있을 때 새로 이사 온 옆집 아저씨가 골목 모임을 주선해 만들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식사하는 것으로 모임을 이어갔다. 그 이후로 남편들끼리 아내들끼리 한층 더 가까워졌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진화하듯이 우리의 모임 형태도 점점 발전하여 애경사도 서로 챙겨주고 여행도 다니며 친목을 다지고 있
[충북일보] 6·13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변은 없었다. 민심도 분명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혼탁했다. 정책이 실종되고 네거티브가 판을 쳤다. 어쩌면 역대 최악의 선거로 기록될 지도 모른다. 각종 후유증도 예상된다. 하지만 더 걱정되는 건 여당의 싹쓸이로 인한 지방정치의 일방 독주다. 선거결과는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었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차지했다. 국회의원 재보궐는 더했다. 12곳 중 11곳을 휩쓸었다. 유례를 찾아보기 드문 여권의 승리다. 민주당은 전국 정당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이론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더 기울어질 것이란 우려다. 정부와 여당의 국정 책임이 더 커졌다. 지방정부나 지방의회도 다르지 않다. 민주당 일색의 독주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이다. 11대 충북도의회도 민주당 일색으로 새롭게 꾸며진다. 민주당은 도의원 지역구 의석 29석 가운데 26석을 차지했다. 자유한국당은 영동과 단양 등에서 3명의 도의원을 배출한 게 전부다. 여당의 지방정치에 탄력이 붙게 됐다. 충북의 유권자들은 반성 없는 보수 야당을 응징했다. 민주당의 독무대를 만들어줬다. 한국당은 존재감을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집안 베란다에 봄이면 작은 화분들을 들여 예쁜 꽃들을 보게 하였고, 오이와 고구마도 심어 넝쿨이 무성해져 푸름으로 가득 넘치게 하였다. 그렇게 시작한 식물과 화초 가꾸기는 10여 년 전에, 식물원에 드나들면서 수생식물부터 아기자기한 작은 화분들을 들여놓고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게 하였다. 차츰 화분의 숫자는 늘어났고, 넝쿨이 있어 유리창 전면을 채우며, 일 년 언제나 꽃이 대롱대롱 매달려 겨울날 하얀 눈이 폴폴 날릴 때도, 빨갛고 노랗고 검은색이 어우러진 초롱꽃을 볼 수 있었다. 그 당시, 큰 애는 군대에 있었고 작은 애는 대학에 입학하여, 부부만이 살게 되어 내 시간이 많아 식물원에 자주 갔고, 거기서 만나는 식물과 화초가 내 생활의 작은 기쁨이었다. 그런 생활도 1년, 큰 애가 제대를 하고 하숙하던 작은 애와 합쳐 자취를 하면서 아이들 먹거리와 뒷바라지를 위해 서울을 오고갔고, 나 역시 일주일에 4시간의 수업을 맡다 보니 자연 화초들을 돌보고 바라보는 시간과 관심이 줄어 하나 둘 씩 화분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잘 돌봐 줘야 하는 꽃을 피우는 화분들은 줄고 그 자리를 식물로 채우게 되어, 이미 늘어났던 화분의 숫자는 줄지
오랜 만에 눈병이 났다. 80년대 부설중 재직 때에 눈병에 걸렸었으니 무려 30년 만이다. 그때 핏줄 어린 눈으로 학생을 대하기 미안하여 선글라스 대용으로 설산용 고글을 쓰고 교실에 들어갔더니 아이들이 평소처럼 질문에 대답도 안하고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한다. 너희들 왜 그런가 물었더니 눈을 마주치지 못해 그런지 너무 어색하단다. 중간고사 감독에서는 학생들이 놀랍게도 커닝 시도조차 안하고 미동도 없이 시험을 보더니 고사 종료 후 답안지를 내려고 나온 학생이 '선생님! 너무 잔인해요'라 하여 실소를 머금었던 기억도 있다. 대화건 시험 감독이던 눈을 맞추는데서 관계가 성립되나보다. 이번에는 눈병이 제대로 걸렸다. 토요일 저녁 무렵에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듯 불쾌하던 것이 잠결에 눈이 고통스럽더니 다음 날 아침에 거울 속에서 눈이 퉁퉁 부어오르고 눈알이 새빨갛게 변한 위에 눈물까지 고였다 흐르는 흉측한 몰골의 인사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화들짝 놀라 월요일 첫 손님으로 진찰을 받는데 의사 선생님은 내 눈을 위 아래로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별다른 치료도 없이 유행성 결막염이라고 진단한다. 향후 주의사항으로 절대 물로 씻지 말 것. 안약 이외에 다른 일체를 눈에 넣지
중국의 대표작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피를 파는 한 남자의 신산한 삶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이웃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유려한 번역으로 국내에서 인기몰이를 한 '허삼관 매혈기'는 지난 2015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가 감독과 주연을 맡아 열연했으나 흥행엔 성공하지 못했다. 생사공장 노동자인 허삼관이 사는 마을에서는 피를 팔아보지 않은 남자는 여자를 얻을 수 없다. 결혼의 으뜸 조건인 건강을 확인하는 증거로 청년들은 성안의 병원에 피를 팔았다. 피를 팔러 가는 날엔 아침을 먹지 않고 '배가 아프고 이뿌리가 시큰시큰할 때까지' 물을 마셔댔다. 몸속의 피를 늘리기 위해서다. 피를 빼기 전엔 오줌도 참았다. 허심관은 장가를 가기 위해, 식솔을 부양하기위해, 시도 때도 없이 피를 판다. 심지어는 흑심을 품었던 여자 임분방과 관계를 가진 뒤 여자에게 선물을 사주려고 피를 팔기도 한다. 당치않은 선물로 꼬리를 잡은 임분방의 남편이 집에 와서 행패를 부리는 통에 부인에게 약점이 잡힌 허삼관이 부인의 눈치를 보며 집안일을 도맡는 장면은 폭소를 참기 힘들다. 한국에서도 돈을 받고 피를 파는 매혈이 19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