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것을 도와주고, 또 어떤 한 사람의 이익이 아닌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만든 기관을 우리는 '공공기관' 이라 한다. 국민에게 꼭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민간과의 상생과 협력을 이뤄 내는 것.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경제를 활성화하는 것. 공공기관의 존재이유이자 공공기관의 중추적인 역할이다. 공공기관은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공공성을 높이고 있다. 공공기관은 국민생활에 밀접하고,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만큼 국가경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역할은 민간과의 상생과 협력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민간영역을 침해한다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면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정부 산하기관으로서 민간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민간과 과도한 경쟁을 한다면 자율경쟁시장에서 민간시장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공공기관이 국민생활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끊임없이 시대의 흐름에 맞게 공공기관 개혁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었고, 이에 공공기관의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이다. 그 즈음 온 누리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우뚝 서기를 바라던 때가 어제인데 벌써 기해년의 절반이 지나고 있다. 며칠 전 경북 안동시 도산면에 위치한 이육사문학관을 다녀온 일이 있다. 학창시절부터 시인을 안다하면서 광야에 서서 청포도 한 송이라도 맛보았으면 하는 철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가 40년 짧은 생애동안 독립운동으로 17번이나 감옥을 드나든 일제 강점기 최고의 저항시인임을 알게 됐을 때, 육사가 태어난 안동 원촌마을에라도 가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마침 문학회에서 문학기행이 있어 '반드시 일제의 식민지가 된 조선의 불행한 역사를 뒤엎겠다'는 시인의 애절하면서도 투철한 애국정신을 사무치게 공감하는 순간을 맛봤다. 수인번호 264로 필명을 삼고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시 한 줄까지 바친 사람. 그가 만일 이 시대 후손들에게 편지를 보내온다면 어떤 당부일까? 어떻게 되찾은 조국인데 저마다 이기주의로 치달아 나라가 만신창이가 될 때 은근 속이 상하고 나 자신부터 반성할 때가 많다. 극한 상황에서도 나라를 구해내기 위한 시인의 절체절명의 발걸음이 모란꽃잎 핏빛처럼 강하게 스며오고…
아직 코끝에 닿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던 날 이른 새벽 큰시누이의 부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먼저 떠오른 생각은 시누이님이 사시던 아파트 베란다였다. 넓지 않은 공간에는 박물관처럼 소쿠리, 광주리, 체, 키와 목기 등이 겹쳐 있거나 쌓여 있었다. 슬하에 두 아들을 뒀지만 키를 쓰거나 체로 걸러 낼 일이 없는 시대, 쓸모 있었던 멀쩡한 세간들이 주인과 함께 버려질 것을 생각하니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졌다. 아침이면 논밭으로 나가 한낮이 기울어야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던 시절, 가을날 알알이 거둬들인 곡식들이 있는 곳간 선반에 얹어 있거나 흙벽의 못에 걸려 있어야 어울려 보이는 생활도구들이다. 요즘에는 전혀 쓰일 일이 없는 것을 바라보며 시어머니께서 맏딸을 시집보내면서 바리바리 챙겨주셨을 모습이 그려졌다. 과연 시누이님은 어머니의 이런 정성을 간직하고, 환경이 많이 다르고 밤낮없이 불빛이 훤한 서울생활에서 제대로 한번이라도 쓸모 있게 사용해 보셨을까. 몇 해 전 컴퓨터에 이상이 생겨 AS기사를 불렀다. 그런데 그가 신고 온 운동화를 보고 놀랐다. 벗어놓은 신발은 뒤축이 해져 세워지지 않았고 옆은 많이 닳아서 비오는 날은 물
[충북일보] 농촌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와 고령화로 만성적인 농업 인력난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충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농촌에 산재한 공통적 문제다. 정부와 농협 등이 일손지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엔 역부족이다. 충북 괴산지역 기업인과 농업경영인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충북경제포럼이 25일 괴산군 발효식품농공단지 내에서 연 경제좌담회에서 이 같은 토로가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농업현장과 기업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주로 인력난과 주 52시간제 운영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 감소와 농촌인력 문제 등도 거론했다. 충북도와 괴산군은 이날 나온 의견 중 즉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정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장기과제의 경우 충북연구원이 심층 연구하기로 했다. 법령 제·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충북경제포럼과 경실련에서 정치권에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 농업계는 그동안 최저임금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도 여전히 자영업자·소상공인 못지않게 고통을 겪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시설원예농가(403가구) 및 축산농가(401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시 어머니 황혜경 충북시인협회 여든여덟 단단한 틀니 빼고 병실 침상에 머리카락만 팔팔하게 바싹 마른 고추처럼 덩그러니 누운 시어머니 엄마와는 달랐던 어머니 뭘 모르고 그냥 싫었던 시어머니 삶의 질곡이 온몸에 흔적을 남겼다 푹 꺼진 두 볼 팔뚝만 하게 말라붙은 허벅지 그리고 푹 꺼진 가슴 처진 어깨 손끝 야물고 바지런했던 어머니 이제야 허리 펴고 쉬시는구나.
오늘 한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웃돌 것이라는 예보다. 통상 구내식당에서 한 끼 점심을 해결해 왔지만 한 달에 한 번 갖는 직장동료들과의 모임을 위해서는 더위를 무릅쓰고라도 건물 밖으로 향할 만하다. 하기야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가 며칠 전이었으니 햇볕이 뜨거운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그 뜨거운 햇볕 덕분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작년 겨울부터 지난 봄까지 우리 모두를 괴롭혔던 미세먼지가 말끔히 사라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그 뜨거움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픈 심정이다. 요즘 여의도에는 고층 빌딩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저 멀리 여의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될 것이라는 69층짜리 건물의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완공되면 318M로,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타워와 부산 엘시티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 높은 건물이 될 것이란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뼈대만 올라가 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새삼 우리나라의 건축기술에 감탄하게 되지만, 크레인과 같은 기계들만이 바삐 움직이고 노동자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을 보면 이제 기술이 없는 단순 노무자들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로
작년부터 준비한 '키젝스'가 어느덧 지나고 열흘이 지났는데도 할 일이 아직 많다. 사실 작년부터라기보다는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 디자인 일을 하면서부터 문화행사에 대한 계획은 늘 있었다. 실패사례로 스포츠레저박람회도 있었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준비가 되었다. 오랜 시간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준비과정에서는 업체모집이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이 전에 청주에서 기획한 같은 분야의 사례가 충분하지 못해 관람객 모집이나 퀄리티를 거론하며 참여를 하지 않는다는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업체모집부터 기획과 사실 약간의 오차는 있었지만 많은 업체 분들이 참여를 해주셔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멀리 다른 지역에서 주말이라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부가 짐을 내리고 옮겨가며 준비해주신 업체, 박람회에 좋은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몇 번이고 소통하며 준비해주신 업체, 박람회를 위해 업던 서비스 및 상품을 새로 도입하셔서 참가하신 업체 등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주셨다. '키젝스'는 '플러그미디어웍스' 자체적으로 처음 개최한 행사이며, 첫 회인 만큼 업체참가비 무료, 관람료 무료로 어떻게 보면 2회를 더욱더 알차게 준비하기 위한 과정일 수밖에…
광어가 토막 난 제 살점을 베고 하얀 접시 위에 누웠다. 갑작스런 죽임에 비루悲淚하듯 옆에 놓인 잘린 대가리도 선명한 핏빛을 머금은 아가미를 연신 뻐끔 거린다. 생에 대한 미련이련가. 살점 또한 항거抗拒로 미미한 떨림을 일으킨다. 이에 질세라 생선 눈알도 잠시 떴다 감았다하더니 이내 눈꺼풀을 힘없이 닫는다. 마치 바닷가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 같은 착각마저 든다. 절로 도는 군침에 젓가락을 생선회로 가져 갈 때다. '까르르르' 한바탕 여인네들의 웃음소리가 식당 안 가득 울려 퍼진다. 소리 나는 쪽을 바라다보니 육십 대 중, 후반의 여인 네 명이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있다. 여인들 곁에 서, 너 명의 남정네들 모습도 보인다. 눈여겨 보아하니 부부인양 남녀가 제대로 짝을 이뤘다. 이 때 갑자기, "자기야! 생선회가 싱싱하다. 많이 먹어." 특유의 콧소리에 애교를 섞은 어느 여인의 음성이 또 나의 시선을 그 쪽으로 유인 한다. 요란한 옷차림의 여인이 생선회를 초장에 찍어 곁의 남정네에게 다정스레 권하는 모습이 보인다. 비록 얼굴은 잔주름으로 뒤덮였으나 날씬해 보이는 몸매에 짧은 치마, 웨이브 강한 긴 머리는 마치 이십대 청춘을 방불케 한다. 멀리서 봐도 온몸
기다림도 감동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부터 서두르지 않았다. 드디어 때를 맞춰 피웠다. 천변을 온통 핏빛으로 물들였다는 기별에 단숨에 달려갔다. 선홍빛 피바다. 꽃 양귀비를 보는 순간 '쑤욱' 마음을 베였다. 꽃에게 베이다니, 꽃이 사람 마음을 베이기도 할 줄 몰랐다. 좀 더 빨리 그녀를 만나 회포를 풀고 싶었지만 꽃 피는 봄날을 위해 아껴두길 잘한 것 같다. 천변을 들어서는데 꽃을 보는 순간 피가 온몸을 한 바퀴 빠르게 돌더니 온 몸이 장작불처럼 활활 타올랐다. 양귀비에게 가슴을 베인 남자들의 피가 저렇게 붉었을까. 세상 모든 남자의 눈을 멀게 한 절세미녀, 당 현종과 핏빛사랑을 나눈 그녀, 다가가니 더욱 요염한 자태의 양귀비가 수억 이다. '수화(羞花)'는 양귀비가 꽃을 건드리자 부끄러움에 꽃잎을 접을 정도로 빼어난 미모였다. 이처럼 뛰어난 미모는 왕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로 인해 한 나라를 살리기도 하고 망치기도 했다 고 해서 이것을 일컬어 경국지색이라고 한다. 양귀비는 당나라 현종의 비(妃)로, 절세미인에 총명하여 현종의 마음을 사로잡아 황후 이상의 권세를 누렸다. 당나라 태평성세를 구가했던 왕으로 칭송을 받았던 현종은 양귀비의 미모와…
[충북일보] 국회 정상화가 또 미뤄졌다.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여지없이 '역시나'로 끝났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정상화 합의 추인하지 않았다. 당분간 반쪽 국회가 예상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만났다. 그리고 내달 19일까지 회기로 369회 임시회 개최를 합의했다.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은 각 당의 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여야의 이번 만남은 80일 만이다. 정상화 합의도 진전을 보여 기대감이 컸다. 무엇보다 추경안 6월 처리에 대한 기대로 들떴다. 여야 3당은 이날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재해 추경을 우선 심사하기로 했다. 국회의장 주관으로 국회 차원의 경제원탁토론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대는 또 기대로 끝났다. 한국당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이런 3당 합의안을 추인하지 않았다. 추경안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예산 분배의 적절성 때문에 그렇다
굴뚝같은 사랑 송재윤 충북아동문학회장 그 옛날 울집 마당에 펌프가 있었지 한 여름 곡괭이로 동네장정 둘이 한나절을 땅을 파다가 꾀가 나 파이프를 얕게 묻었지 항시 물의 양은 세 통을 퍼 올리면 고갈이 되고 물이 고이는 시간을 기다렸다 또 그만큼의 양을 퍼 올리고 짧은 생각을 할라치면 갈증만 내던 그 펌프가 떠올라 단박에 이루어지는 사랑 따윈 금세 식을 것 같아 길게 이어진 굴뚝같은 사랑을 기대하게 되었지
초정 약수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소가 누워 있는 것처럼 완만한 능선이 보인다. 그게 바로 구녀산이다. 순한 소의 등허리처럼 완만해 보이지만 그 높이는 무려 484m나 된다. 청주권에 500m가 넘는 산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꽤 높은 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구녀산은 전국 어느 산에서도 볼 수 없는 특징이 6가지나 된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낙엽길이 20리나 펼쳐진다는 것이다. 순한 소의 등허리처럼 등산로가 완만한데, 그 완만한 오솔길에 낙엽이 푹신하게 쌓여있다. 언제 떨어져 쌓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처럼 포근하다. 그 길이 무려 20리나 되는데 그 길마다에는 산딸기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이게 바로 두 번째 특징이다. 가파른 오르막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노라면 빨간 산딸기가 유혹을 한다.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숲으로 들어가면 산딸기가 아예 밭을 이루고 있다. 산딸기를 따먹으며 갈증을 풀고 있노라면 숲이 범상치 않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이게 세 번째 특징이다. 줄잡아 백 년도 넘어 보이는 고목들은 장엄하다 못해 신비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지적공부(토지대장, 임야대장, 공유지연명부, 지적도, 임야도 등)는 지난 1910년 일제강점기 토지(임야) 조사 사업의 결과로 만들어졌다. 일제는 식민지 수탈의 목적으로 토지(임야) 조사 사업의 추진을 위해 일본 동경원점을 기준으로 삼각측량을 실시해 대마도를 거쳐 우리나라 거제도, 절영도에 대삼각본점을 설치했고 이를 기반으로 지적기준점 설치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토지조사와 지적측량을 통해 지적공부를 만들어 세금 수탈의 기초자료로 사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적공부는 전쟁, 급격한 도시화 및 산업화 등을 거치며 오랜 세월 사용돼가 1970년대 지적법 전면 개정에 따라 토지(임야) 대장을 부책 형식에서 카드 형식으로 전환해 대장 전산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전산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전산화됐다. 지적도(임야) 또한 도면 전산화 과정을 거쳐 현재는 부동산 종합 공부 시스템을 통해 대장과 도면을 통합해 관리하고 있다. 과거 종이 장부에서 현재는 전산으로 관리되고 있는 지적공부는 필지 단위로 토지를 지적공부에 등록하거나 등록된 경계를 지상에 복원해주는 지적측량을 이용하게 되는데, 측량에 이용되는 지적공부는 100여 년 전 탄생해 한국전쟁, 도
그해, 6월 26일은 월요일이었다. 지금은 초등학교라 칭하는 국민학교의 멀고 먼 학교 길을 나는 힘겹게 걷고 있었다. 그날 길가 밭둑에는 하얀 찔레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었고 처연한 뻐꾸기 소리는 꽃잎처럼 하늘에 흩날렸다. 월요일은 운동장 조회에서 교장선생님이 침통한 목소리로 「어제 새벽 무도한 북한괴뢰군이 불법 남침했다」고 말했다. 그 시간에도 뻐꾸기 소리는 학교 운동장에 수북이 흩뿌려졌다. 그때 그 시간에 무도한 침략군은 벌써 의정부 근처 백천교 까지 내려와 있었다. 더구나 28일 새벽에는 서울 미아리 고개를 넘어 창경원에 도착했다. 그처럼 다급한 지경에도 한국의 군부와 대통령은 전쟁 준비는커녕 오히려 두 손을 다 내려놓아 마치 전쟁을 포기한 형국이었다. 왜냐하면 진작부터 적군 13만5천명(전군 93%)의 전투 병력이 38선에 집결하고 있는데도, 한국 장병들을 대거 모내기 휴가를 내보냈고 대부분 병장기는 수리공장으로 옮겼으며 많은 일선 부대장들을 이동 시키고도 24일에 육본본부의 행사에 중요한 수뇌부의 50여명이 밤늦도록 술에 만취하고 참모총장 채병덕은 2차까지 가서 25일 새벽 2시까지 술을 퍼마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에 떨어져 38선
짙푸른 초록의 향긋함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어릴 적 이맘때면 친구들과 토끼풀 꽃을 갖고 놀았었다. 변치 말자, 꼭꼭 서로의 우정을 약속하며 끼워주던 꽃반지. 예쁜 꽃시계도 만들어 서로의 손목에 채워주고 거기에 맞는 우아한 목걸이도 걸어주던 추억이, 향기가 되어 가슴속 깊이 파고든다. 그리움만큼 진한 향기가 또 있을까. 그리운 소꿉친구 향기에 취하니 스르르 눈이 감긴다. 얼마나 지났을까. 발소리에 눈을 떠보니 멋스럽게 치장한 하얀 푸들이 옆에 서서 도도한 코를 킁킁거리고 있다. 함께한 주인의 외모와 어쩜 그리 닮았는지 웃음이 절로 나온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 우리 집 막내 가을이도 늠름함을 뽐내며 신나게 밖에서 뛰어놀면 좋을 텐데. 집안에만 갇혀, 며칠 동안 축 늘어져 시무룩하니 밥도 안 먹고 투정 부리는 생각에 마음이 심란해진다. 부쩍 살도 빠져 보이니 그냥 두었다간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서둘러 가을이가 좋아하는 사과를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평소엔 들어가자마자 졸졸 따라다니더니 힘이 없는지 쳐다보는 둥 마는 둥 시큰둥하다. 얼른 사과 하나를 꺼내 들었다. 어찌 알았을까. 녀석은 코를 벌름거리며 빨리 달라고 웅 웅 거리며 재촉한다. 한 번 먹어보
[충북일보] 한 종편 드라마 보좌관이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에서 보좌관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국회의원의 뒤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정치 플레이어로 표현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곰곰이 따져보자. 개인의 삶 없는 하루 국회 출입기자들이 가장 많이 상대하는 취재원은 보좌관이다. 국회의원을 직접 만나 취재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은 보좌관을 통해 취재 대상 국회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게 된다. 인터뷰는 다르다. 인터뷰의 경우 당사자인 국회의원을 만나지 않으면 '허구의 기사'가 나올 수 있다. 다만, 어떤 사안에 대한 국회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보좌관을 통하는 경우는 수두룩하다. 보좌관들에게 개인의 삶은 거의 없다. 공식적으로 오전 9시쯤 출근해 6시에 퇴근할 수 있지만, 매번 정시 출퇴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략 오전 7시쯤 출근해 오전 9시 회의에 앞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언론보도문도 챙겨야 한다. 오후 6시 퇴근 후에도 의원의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떤 때에는 밤 12시까지 근무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토요일과 일요일, 쉴 수 있는 날임에도 대부분 지역구 행사장을…
[충북일보] 바야흐로 바이오산업의 황금기다. 글로벌 패권 다툼이 뜨겁다. 연구개발(R&D)을 향한 우수인력 쟁탈전도 치열하다. 전문 인력이 없으면 경쟁에서 뒤처져 자칫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지금 한창 덩치를 키우고 있다. 그 덕에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도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걸맞은 인력 충원은 쉽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제4차 경제자유구역 혁신 추진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인천 경자청은 '송도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대형 선도·제조기업 중심에서 선도·중소중견·벤처기업, 제조·R&D, 연구소 및 지원기관 등이 집적화 된 산업생태계로 전환이 핵심 내용이다. 현재 50개에 불과한 입주기업 숫자를 250개로 늘리고 4천500명의 고용인원도 1만5천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7곳 경자청도 비슷한 내용의 향후 로드맵을 공개했다. 충북 경자청은 바이오 의약 관련 기업 280여개, 6대 국책기관과 6개 국가바이오메디컬 시설의 산학연관 클러스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 경자청의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년 째 비슷한 목표로 기존 사업을 구체화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인천…
小滿 무렵 박찬승 충북시인협회 아버지께서는 소만 무렵 중고개 소작하는 산전 밭에 계셨습니다 돌자갈 달각거리는 밭에서 흙먼지 이는 이랑에 수수 씨를 붙이시다 당신 등골타고 내리던 땀줄기가 홑적삼을 흠뻑 적실 때에야 님께선 백조담배 곰방대에 끼워 입에 물고 밭가 솔 그늘을 찾아 긴 가뭄 이글대는 햇살을 보는 모습에서 흙 절은 얼굴에 그늘이 지워집니다 아버지가 심는 수수는 특별합니다 수수떡 수수부꾸니를 반기실 할머님의 웃음이 머리에 그려지기에 초롱초롱 삼형제 생일상에 달게 먹는 입들이 보이기에 아버지 힘겨운 더위도 이기셨을 겁니다 숲속에서 뻐꾸기가 청량하게 울어 제칩니다 아버지는 혼자말로 "뻐꾸기 목 트이면 참깨 씨 넣기 늦다는데" 아버지의 내일 일정은 참깨 씨를 양개울 둑 밭에 푸실테지요 아버지 천상에선 힘든 일 놓고 편히 쉬세요
[충북일보] 까마득했던 날을 되돌아본다. 30년도 더 지났다. 그때 잠깐 나는 대학 시간강사였다. 이 대학 저 대학 떠돌며 속칭 '보따리 장사'를 했다. 자부심과 비애를 함께 느낀 시절이었다. *** 이름만 좋은 법 돼서야 대학 강사들의 비애는 계속되고 있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시간당 강사료가 조금 오른 거 빼곤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개정 강사법이 오는 8월1일부터 시행된다. 그런데 대학과 시간강사들의 입장이 아주 다르다. 대학들은 강사 수를 줄이려 하고 있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시간강사 채용 방식이 대학 측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돈의 셈법'으로만 따지면 강사법은 일단 대학에 손해를 끼친다. 4년제 사립대학에서 이런 셈법이 더 심하다. 전국의 사립대들은 진작부터 시간강사를 줄여 왔다. 그 바람에 지난 7년 동안 시간강사 수는 전국적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구체적으로 따지면 6만226명에서 3만7천829명으로 줄었다.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전국의 사립대학 152교(일반 150교, 산업 2교)에 대해 대학알리미 '2011~2018년 전체 교원 대비 전임교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경제발전과 급격한 도시화의 진행에 따른 각종 개발과 기후변화 등으로 요즘 발생하는 재난은 과거보다 규모가 커지고 피해 양상도 복잡,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복합재난이 발생했을 때 특히 부각되는 것은 현장에서의 신속하고 적절한 '초동대응'이라 하겠다. 정부는 국민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종 재난 및 안전사고에 대한 지식이나 기능을 습득할 수 있도록 2017년 5월 '국민 안전교육 진흥 기본법'을 제정해 국민을 대상으로 홍보 및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보은군에서도 군민 생활안전수칙을 비롯해 안전사고 및 재난발생시 행동요령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하고 있다. 군은 2018년부터 보다 체계적인 안전교육 운영과 향후 개선을 위해 '보은군민 안전교육계획'을 수립해 본격적으로 안전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작년 한 해 2만1천68명의 군민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구체적으로는 2017년부터 매년 2일간 '찾아가는 어린이 안전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만3세 이상 유아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이 체험교실은 안전체험시설이 없는 보은군의 어린이들에게 안전체험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교통, 통학차량, 승강기, 화재안전 등…
별 구경하기 좋은 계절이다. 우리의 여름은 은하수가 머리 위로 높이 떠올라 더욱 선명해지고, 길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요 며칠 사이에 별이 참 맑았다. 가만히 별을 보고 있자니, 시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설렜다. 근사한 은유 한구절 없을까 애를 쓰다가 '아무나 잎새에 이는 바람에 괴로워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하고 이내 마음을 접었다. 윤동주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다짐했고, 정호승은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고 외쳤다. 같은 별을 보면서 시인들은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일까· 한동안 시인과 나는 무엇이 다른지를 고민했지만, 답에서 멀어지는 듯한 느낌만 들뿐이었다. 우리가 서로 같았던 출발점을 찾아 어디부터 차이가 났는지 따져보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곧 인간에 대한 물음이자, 언어에 관한 사유였다. 시인처럼 주옥과 같은 언어가 아닐지라도, 생각을 말로 표현해내는 언어능력(linguistic competence)은 모든 생명체 중에서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특징이다. 인간이 이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생명의 기원
한국문인협회에서 매월 발행하는 '월간문학'의 제일 뒤페이지를 보면 참으로 서글픈 내용이 나옵니다. '본지의 발행비는 매월 약 2,800만 원이 소요됩니다. 이 중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원고료 지원금으로 약 266만 원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회원수가 1만 명이 넘는 문학단체가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고작 발행비의 10.5%에 불과합니다. 안 받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쥐꼬리 액수지요. 하지만 협회의 사정이 열악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나마의 액수라도 감지덕지 여기며 받는 모양입니다. 그러한 사정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위와 같은 문안을 책의 말미에 넣는 것이겠지요. 필자는 월간문학 6월호에 단편소설 1편을 발표하고 그 원고료로 30만 원을 받았습니다. 세금이 공제되다 보니 실제 수령액은 그에 조금 못 미쳤습니다. 소설전문지인 '한국소설'에 작품을 발표해도 같은 액수입니다. 그것도 필자가 등단한 지 제법 오래되다 보니 조금 우대받는 경우랍니다. 남에게 밝히기 창피할 정도의 액수지요. 생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가진 자'의 한 자리 술값에도 미치질 못합니다. 문인들의 사정이 그러한데 대전의 대덕구가 개그맨 김제동 씨에게…
자신의 이름과 품격에 대해 예우받지 못하는 것은 아주 많다. 그중의 하나가 음나무이다. 흔히 엄나무순, 개두릅, 엉개나무순 등으로 불린다. 모양이 왕관 닮았다고 하여 제왕으로 부르는 두릅과 늘 혼동되는 이름이다. 오죽하면 두릅과 비교해 참두릅이라 불릴 정도다. "음나무의 가시 생김새가 위엄 있어 보이고, 아주 엄하게 생겼다"고 해서 엄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가시 돋친 나무의 모습은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도록 철갑껍질에 가시까지 붙였다. 오리발 물갈퀴처럼 생긴 새순이 봄에 돋아나면 뜯어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어린 새순은 상추만큼이나 연하다. 연두색에서 짙은 녹색으로 변한 이파리나 나뭇가지는 여름철 보양식에 필수 재료로 들어가고, 가시 붙은 나뭇가지는 개업식이나 동짓날 대문 위에 매다는 벽사의 상징으로 쓰였다. 예로부터 마을의 정자나무나 신목(神木)으로 받들었는데, 동네 입구나 가운데에 음나무를 심으면 오던 전염병도 비켜 간다고 믿었다. 승려의 바리떼를 만드는 음나무, 그 새순은 두릅 이름보다 늦게 붙여졌거나 '이파리가 여러 개'가 붙어서 개두릅이다. 사실 맛과 향은 두릅보다도 더 상큼하다. 고수(코리앤더)와 제피(산초)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향채(香
[충북일보] 충북 건설업이 침체를 넘어 몰락하는 분위기다. 관련 지표가 모두 바닥을 치고 있다. 공공사업이 일부 완충역할을 하고 있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액이 지난해 말 기준 154조4천억 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3.7%나 감소한 수준이다. 최근 4년간 최저치 기록이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통계청에 집계를 보면 올해 1분기 국내 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감소한 30조원으로 집계됐다. 공공은 증가했지만 민간은 부동산 경기 위축을 견디지 못 하고 감소했다. 일감만 줄어든 게 아니다. 시공실적과 투자까지 없어져 버렸다. 자연스럽게 건설업 관련 일자리마저 줄어들고 있다. 충북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자리 감소와 함께 건설수주액이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 2018년 4분기 건설수주액은 총 9천37억 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1조4천796억 원에 비해 무려 38.9% 감소했다. 공공과 민간 부문 모두 줄었다. 공공은 5천995억 원에서 3천521억 원으로 41.2%가 감소했다. 민간은 8천790억 원에서 5천478억 원으로 37.6%가 줄었다. 인근 충남의 총 수주액이…
걸인 서부련 충북시인협회 나는 걸인입니다. 그러나 원래부터 걸인은 아니었습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영롱하던 내 눈빛은 맥이 풀리고 온갖 보화로 가득 차 있던 내 가슴은 손 털고 일어서는 투전판의 노름꾼인 냥 한 순간에 텅 비었습니다. 그 날부터 나는 걸인이 되었습니다. 오만과 자존의 대명사였던 내가 이제는, 그대에게 측은하게 보일 궁리만하여 동전 한 닢 같은 그러나 천금보다 귀한 그대의 마음 부스러기라도 주워 담으려는 걸인이 되었습니다. 다른 걸인은 따뜻하고 번화한 거리에 서 있지만 나는 춥고 그늘진 곳만 골라 추수가 끝난 빈 들녘에 허수아비처럼 텅 빈 거리에 서있습니다. 그 것은 내가 바보라서가 아니라 그대의 시선을 끌기에 더 좋은 까닭입니다. 그대의 미풍 같은 한 마디가 내게는 태풍이 됩니다.
[충북일보] 충북도내 시·군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보은·영동·증평·진천·괴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곳은 괴산·단양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군구 및 전문과목별 활동의사인력 현황'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 1천명당 의사는 3.2명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의사 2.1명, 치과의사 0.6명, 한의사 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천명당 활동의사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강원 고성'으로 인구 천명당 1.0명으로 전국 평균의 3분의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강원 양양(1.0명)·강원 인제(1.1명)·강원 정선(1.3명)·강원 횡성(1.3명) 순이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229개 시군구 중 66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보은, 영동, 증평, 진천, 괴산 등 5개 군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229개 시·군·구 중 14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괴산, 단양군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11개 지역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산부인과 전문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