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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6.24 16:00:18
  • 최종수정2019.06.24 16:00:18

박영순

<이유있는 바리스타> 저자, 서원대 교양학부 겸임교수

별 구경하기 좋은 계절이다. 우리의 여름은 은하수가 머리 위로 높이 떠올라 더욱 선명해지고, 길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요 며칠 사이에 별이 참 맑았다. 가만히 별을 보고 있자니, 시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설렜다. 근사한 은유 한구절 없을까 애를 쓰다가 '아무나 잎새에 이는 바람에 괴로워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하고 이내 마음을 접었다.

윤동주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다짐했고, 정호승은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고 외쳤다. 같은 별을 보면서 시인들은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일까·

한동안 시인과 나는 무엇이 다른지를 고민했지만, 답에서 멀어지는 듯한 느낌만 들뿐이었다. 우리가 서로 같았던 출발점을 찾아 어디부터 차이가 났는지 따져보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곧 인간에 대한 물음이자, 언어에 관한 사유였다.

시인처럼 주옥과 같은 언어가 아닐지라도, 생각을 말로 표현해내는 언어능력(linguistic competence)은 모든 생명체 중에서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특징이다. 인간이 이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생명의 기원이 아니라 인류의 출현을 따져봐도 최근의 일이다. 노엄 촘스키를 비롯한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인류는 6~7만년전 갑작스런 돌연변이로 인해 두뇌회로에 변화가 생겼는데, 이 때 우연히 언어능력을 갖게 됐다. 이것은 인류에게 축복이었다. 언어는 단지 소통의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소통을 위해서라면 수화(sign language)만으로도 가능하다.

다윈은 일찍이 언어가 인류를 사유하는 존재로 이끌어 주었다는 점을 간파했다.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언어능력을 생물학적으로 규명하는 생물언어학(Biolinguistics)이 촘스키에 의해 정립됐다. 요지 중 하나가 "인간의 정신(mind)과 물질(body)이 이질적이라는 데카르트의 물심이원론은 틀렸다"는 주장이다. 언어능력을 모호하게 정신영역으로 볼 게 아니라 위장이나 간장처럼 뇌의 특정기관이 담당하는 생물학적 기능으로 설명하자는 관점이다.

좀 과장해 비유하자면, 언어능력이란 아기가 무엇을 먹으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위장과 간장 등 장기가 작동해 신진대사가 이루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아기가 아무도 가르쳐 준 말을 구사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류라면 누구나 언어능력을 타고 나며, 그것은 유전자에 담겨 대를 이어 전해져왔다. 인류가 이처럼 생득적으로 지니게 되는 능력을 촘스키는 '보편문법(universal grammar)으로 설명했다. 그는 인간은 보편문법을 토대로 단어와 구, 절을 병합(merge)해 나가는 사고의 과정 속에서 표현력을 무한대로 펼쳐나가면서 지혜를 계발해가고 있다고 직관했다..

생각을 표출해내고 서로 소통하게 만드는 언어능력이란, 그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시작이자, 그 자체가 이미 최고 경지에 오른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언어를 문자로 표현하는 능력은 언어능력에 비하면 한참 아래에 있다. 그것은 타고 나는 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노력에 의해 이룰 수 있는 성과물이다.

시란 정제된 언어의 향연이다. 언어의 정화란 깨끗한 관능의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그것은 커피의 향미를 감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제 아무리 좋은 커피라도 마시는 사람의 관능이 오염돼 있다면 그 매력을 알아볼 재간이 없다.

시인이 시를 쓰듯 커피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밤 우암산에 올라 별을 올려다 볼 것이다. 하와이 코나 커피를 한 잔 담아 이 커피를 사랑한 마크 트웨인을 생각하며 별을 향해 건배를 할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정말 별이 됐을까· 그는 핼리혜성이 지구에 근접했을 때 태어났고. 75년이 지나 다시 그 핼리혜성이 지구에 근접했다가 멀어지기 시작한 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사랑한 코나 커피는 별에 건배하는 커피가 됐다. 오늘밤에도 분명 별이 바람에 스치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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