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이달 말이면 충주에서 큰 잔치가 열린다. 올해로 2회를 맞는 세계무예마스터십이 그것이다. 전통 속에 머물러 있던 무예를 세계인과 함께하는 스포츠로 만들고, 더 나아가 세계가 하나되는 평화와 화합의 장으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 행사가 전통문화를 지켜나가고 있는 무형문화재 보유자로서 필자에게는 또 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무예는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무형문화유산의 일부이다. 무형문화유산이란 공동체와 집단이 자신들의 환경, 자연, 역사의 상호작용에 따라 끊임없이 재창조해온 각종 지식과 기술, 공연예술, 문화적 표현을 말한다. 그 속에는 우리 삶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전통기술도 있고, 우리 삶의 희노애락을 담아내는 전통 음악이나 미술도 있으며, 우리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무예도 있다. 우리의 전통무예 중 으뜸은 택견이다. 택견은 고구려시대부터 전승되고 있는 우리 고유의 무예로, 다른 무술과는 달리 유연함을 근간으로 한다. 우아하게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움직이지만, 그 속에는 엄청난 유연성과 힘을 담고있는 무술이다. 그래서 택견은 1986년 국가무형문화재 76호로 지정됐고, 2011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
[충북일보] 충주 등록문화재 1호인 '옛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복원과 관련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하지 말자는 주장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따른 불똥이 등록문화재로 옮겨 붙은 셈이다. 옛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은 지난 2017년 복원과 철거 논란을 거쳐 등록문화재가 됐다. 철거논란은 이때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 제재 조치와 함께 상황이 돌변했다. 최근 다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근대문화전시관으로 활용계획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철거론자들은 식산은행 신축으로 소실된 충주관아 복원을 주장하고 있다. 복원론자들은 복원을 통해 역사교육에 활용하자는 논리를 펴고 있다. 건물 소유주인 충주시는 문화재청의 판단을 뒤집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행법 상 개인소유 등록문화재는 소유주가 문화재청에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소유주나 지자체에 해제 신청 권한이 없다. 문화재청에서 먼저 해지하지 않는 한 다른 방법은 없다. 한 번 지정이 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옛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의 경우 현재 복원 설계 심의 중에 있다. 문화재청 예산이 서면 원형을 보존할 수밖에 없다. 올해는 광복 74
말言에 분칠하기 이재숙 충북시인협회 내말인 즉슨, 초일류기업이 경영권 승계를 둘러싸고 쭉정이 회사의 가치를 천문학적인 수치로 뻥튀기한 희대의 '회계사기' 사건을 덮고자 꼭두각시 칠푼이 앞세운 요부의 치마 밑으로 살금살금 기어들어가 발바닥을 핥고, 말 사주고 말똥 싼 뒷수발까지 했건만 어쩌다 다 들통 나 경을 치게 생겼으니 한통속인 언론의 부역자들이 '분식회계'라며 고급지게 말의 의미를 덧칠해준다, 이말이지. 삼바~삼바~삼바~~~삼바!!! 춤을 추고 있는 그대~
[충북일보] 여러 명의 자유한국당 지지자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들의 시각에선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준 적이 없다. 그런데도 한국당에는 믿을 만한 지도자가 없다고 푸념한다. 정치가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못해서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라면 당연히 한국당 내 몇몇 지도자는 이미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트럼프를 믿지 마라 제1 야당인 한국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택연금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 비견될 새 지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사람 뿐 아니라 정책적 논리에서도 여당에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 많던 잠룡들이 사라지고, 차기를 준비하는 몇몇은 누가 뭐래도 깜냥이 되지 않아 보인다. 한국당은 그동안 트럼프를 잘못 판단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올바른 판단을 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대일, 대중, 대미 관계에서 죽을 쑤고 있어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오로지 미국과 일본은 동맹이요, 북한은 악(惡)으로 규정했던 지난날의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다. 트럼프는 오바마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김정은과의 밀월 관계가
얼마 전 부산 강서구의 한 상가 건물 앞 56m 도로 중앙선에 설치된 시선 유도봉 30여 개를 줄톱으로 자른 4명이 공용 물건 손상 혐의로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봉 때문에 잠시도 가게 앞에 차를 댈 수 없어 상가 영업에 지장이 생겼고, 차량 흐름에 방해가 돼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을 하거나 길을 걷다 보면 도로 위에 곳곳에 주황색 시설물이 놓여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 주황색 시설물이 바로 시선 유도봉 혹은 차선 규제봉이라고 부르는 시설물이다.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이 높아 운전자의 주의가 현저히 요구되는 장소에 동일 및 반대 방향 교통류를 공간적으로 분리하고 위험구간을 예고하는 목적으로 시선을 유도하는 시설물이 바로 이 시설물이다. '도로 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의하면 설계 속도가 70㎞/h 이상인 도로의 경우 시선 유도봉의 높이는 70㎝, 60㎞/h 이하의 도로인 경우 40㎝ 정도로 설치하며, 시선 유도봉의 몸체는 타이어에 눌려 부러지지 않는 재료 및 구조로 상온에서 변형이 없어야 하고 내구성이 뛰어나야 하며, 유지 관리가 용이하고 충돌 시 차량에 충격을 가하지 않도록 충분한 연성을 가져야 한다. 또…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볍씨가 나온 청주시 청원구 옥산면 소로리. 이 일대는 수 만년전 부터 인류가 살아온 유적이다. 소로리는 미호천변 오창산업단지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지만 지금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필자는 이미 40년 전부터 미호천 일대를 주목한바 있다. 퇴근 시간이 되면 천변에 차를 세우고 밭둑을 돌곤 했는데 뜻 밖에도 여러 곳에서 구석기 유물을 수습하기도 했다. 이 소식을 우리나라 구석기 연구의 최고 원로이셨던 연세대 손보기 박사(지금은 고인이 되심), 충북대 이융조 박사 등에게 제보하기도 했다. 구석기 유물 발견 얘기만 나오면 반가워하시며 급히 청주에 내려오시곤 했던 고 손박사님이 그리워진다. 손 박사의 수제자이기도 했던 이융조박사는 현재 대학에서 정년퇴직했지만 구석기 연구의 태두로서 왕성한 발굴사업을 지도하고 있다. 이박사는 청원두루봉 동굴, 단양 수양개 유적, 제천 점말동굴등 충북구석기 유적을 세계에 알린 공로자다. 필자는 1993년 쯤 중부고속도로 증평 톨게이트 인근에서 구석기 유적을 확인하여 언론에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청원군의 무관심으로 흐지부지 되었다가 지금은 공장이 들어서 유적이 모두 없어지기도…
'화창한 날씨를 만들고 싶은 '해님'과 눈을 뿌리고 싶은 '구름'이 만났다. 둘은 자기의 생각을 내 세우다가 "그럼 우리 가위바위보로 정하자!"라고 해님이 말했다. 해님과 구름은 가위, 바위, 보를 하였고, 구름이 이겼다. 해님은 다른 구름 뒤에 숨어 잠들어 버리자 구름은 기뻐하며 눈을 뿌렸고, 함박눈이 내리자 신이 난 아이들은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눈사람을 만들고 나자 아이들은 눈사람 코는 뭐로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돌멩이로 하자는 아이들의 말에 눈사람은 싫다며 코를 당근으로 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이들은 눈사람에게 "그럼, 우리 가위바위보로 정하자!"라고 하며 눈사람이 이기면 당근으로 코를 해 주겠다고 말했다. "가위, 바위, 보!" 누가 이겼을까·' 이 동화는 '우리 가위바위보로 정하자!'라는 반복적인 리듬감으로 아이들을 재미있는 놀이의 세계로 이끌어 들인다. '가위바위보' 생각만 해도 괜스레 웃음이 나오고 추억이 송골송골 돋는 유쾌한 놀이다. 무엇 보다 지더라도 울거나 떼를 쓰면 안 된다는 걸 아이들은 안다. 지든 이기든 그 결과에 깨끗하게 따르는 것이기에 약속에 대한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이긴 사람에게 먼저…
며칠 전 한 중앙 일간지 1면은 자극적이었다. '미․중․일 3각파도 몰아치는데… 돛단배 한국'이란 제목이었다. 이 제목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일본 문제도 해결하기가 벅찬데 중국과 미국의 파도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이무렵 북한은 연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국을 겨냥한다고 공언하고 있었다. 정확이 표현한다면 미․중․일․북 4각 파도가 몰아치는데 돛단배 한국이라고 했어야 맞는다. 편집자 입장에서는 워낙 난제가 많으니까 북한 문제는 빼놓았을 수도 있다, 이 신문의 부제는 더 자극적이었다. '금융시장 비명'이란 부제는 '미중․한일 경제전쟁 겹악제에 블랙먼데이'란 내용이었다. 부제 바로 위에 3장의 사진을 실었다. 코스피가 51.15포인트, 코스닥은 무려 45.91포인트나 폭락하였으며, 환율도 17원30전이나 급등했다는 설명까지 해놓았다. 미․중․일 3각 파도가 몰아침으로써 금융시장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증거를 생생히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편집자 의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면 사이드에는 문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남북경협 평화경
[충북일보] 전국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일본여행 보이콧 여파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양국을 오가는 여행객도 줄었다. 여행업계는 제2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재현을 우려하고 있다. 충북지역의 타격도 커지고 있다. 휴가철이면 북적거리던 청주국제공항 일본 노선이 썰렁해졌다. 일본관광객 방한계획(인바운드 관광)도 크게 줄었다. 충북도에 따르면 청주공항에는 일본 오사카와 삿포로를 오가는 2개의 정기노선이 있다. 지난달 두 노선 항공기를 이용한 입·출국자는 1만4천335명이었다. 1만6천751명이었던 6월보다 14.4%(2천416명) 감소했다. 다행히 청주공항의 일본 노선 운항 횟수는 많지 않다. 주 13회에 불과하다. 전체적으로도 청주공항 이용객 수는 늘었다. 올 1~7월 이용객은 173만 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9만 명에 비해 24.5%(34만 명) 증가했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충북도는 노선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먼저 '황금 노선'으로 꼽히는 중국 장자제(張家界) 취항이 다음 달 이뤄진다. 이스타항공이 주 2회, 중국 사천항공이 주 4회 운항한다. 티웨이항공은 옌지
거꾸로 흐르는 해 황미숙 단양문인협회 하늘에 번진 강열함 지는 해에 익숙지 않고 나무에 걸린 산보다 큰 그림자 저, 손끝에 걸린 노을이 그렇게 닮았습니다 아이가 엎어놓은 물감처럼 그렇게 조용히 한지를 머금 듯 하늘위에 흠뻑 번져갑니다
요즘 TV는 물론 온 나라가 일본과의 갈등으로 어수선하다. 칡과 등나무가 서로 복잡하게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의지나 처지, 이해관계 따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을 일으킴을 이르는 말이 갈등인데, 일본과의 갈등이 심상찮다. 일본과의 갈등은 불행한 과거사로부터 오랫동안 누적돼 온 지긋지긋한 상태다. 최근에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불만을 일본이 무역제제로 갈등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백제시대에는 우리의 문화가 전달되는 과정도 있었으나 오래 전부터 일본은 대륙으로의 진출에 우리 한반도를 징검다리로 삼으려 호시탐탐 노려왔다. 임진왜란, 정유재란으로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더니 섬나라 특유의 호전성을 바탕으로 한반도를 36년간 강점해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과 상처를 남겼다. 친일성향의 군사정부는 한일수교를 맺어 국교를 정상화했다. 일부 몰지각한 친일파 인사들이나 일본에서는 한일수교 때 손해배상도 했고 사과도 했으니 모든 것이 끝났다고 딴 소리 하지 말란다. 언제까지 과거사에 매달려 있을 거냐고 강변한다. 심지어 일본의 강점으로 산업화가 됐으며 우리나라가 근대화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고까지 우긴다. 그
[충북일보]장폴 사르트르는 말했다. "삶은 B(Birth·탄생)와 D(Death·죽음) 사이의 C(Choice·선택)다." 맞는 말이다. 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놓인다. 그리고 선택 앞에서 여전히 흔들리는 존재다. *** 이 지사, 한 시장, 김 교육감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사람은 선택의 과정에서 판단의 오류를 줄이려 끊임없이 노력한다. 사람의 이런 노력이 철학과 과학, 문명의 발전을 낳았다. 어떻게 하면 더 슬기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고민한 결과물이다. 사람은 여전히 선택 앞에서 흔들리는 존재다. 변치 않고 실수를 되풀이한다. 그리고 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는지 후회한다. 다시는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으려 애쓴다. 대다수 오류는 정보 부족보다는 분석의 실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의 판단 오류가 예상보다 훨씬 클 때도 있다. 더 아픈 결과로 감당하기 힘들 때도 있다. 정치 지도자들의 오류는 치명적이다. 하지만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바로 새기면 달라질 수 있다. 반면교사로 삼으면 되레 기회가 될 수 있다. 사람의 판단은 때때로 비합리적일 때가 많다. 정치가 아니더라도 사회심리학에서 얻어진 많은 연구의 결과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했다. 처음 합격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날아갈 것만 같았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장, 취업난 시대에 자식취업을 걱정하는 수많은 부모들을 보면서 난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기분은 몇 년을 가지 못했다. 힘들어 하는 아들 때문이다. 누구나 한때는 자기가 크리스마스트리인 줄 안다. 하지만 자신은 그 트리를 밝히는 수많은 전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다. 좋은 직장은 누구에게나 로망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고 급여도 넉넉하게 받고 진급도 잘 되고 정년까지 보장되는 직장 그러나 그런 직장은 그리많아 보이지 않는다. 바쁜 일과에 쫓기다 보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는 줄어들고 수직 관계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직장에 얽매이다 보면 몸은 지쳐 쓰러질 지경이다. 그날그날 쫓기듯 숨 막히는 전쟁 아닌 전쟁을 치루며 실적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게다가 웃사람까지 못되게 만나면 인내의 한계에 다다른다. 난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 출근해서 긴장한 채 회의에 들어가면 우선 화부터 낸
통일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덧 우리 생활에 일상화가 되었다. 남북관계의 전개 과정을 보면 갈등과 협력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통일에 대한 관심도나 북한에 대한 이해력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은 쉽지 않다. 통일 그 자체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통일의 방향이나 구체적인 방법에 들어가면 늘상 국민들 간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 남북 적대적 관계에 비교한다면 우리는 지금 통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이제 북한을 통일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고 비록 교류협력도 단절과 진행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통일은 조금씩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야말로 통일의 시대다. 사실 통일은 통일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통일된 환경에서 살아가야할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결코 경원시할 수 없다. 체제나 제도를 통일했다고 할지라도, 통일의 완성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통일 이후 사회적 갈등이 적지 않게 노정되었다. 다시 말하면 체제가 통일되었다고 할지도 통일된 체제 내에서 삶을 영위하는 구성원들이 사회·문화·제도 등의 이질감을 극복하고 상호 공동체의식을 지닐 수 있었을 때, 통일은 완성될 수 있다. 그래서
체온에 가까운 찜통더위가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른다. 엊그제가 월복(越伏)한 말복(末伏)이 지났는데도 폭염이 물러가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태풍이 큰 피해가 없는 가운데 올 여름 휴가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휴가를 가장 즐기는 계절이 여름철이다. 한자로'휴가'를 쓰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쉬는 것으로 생각하여 휴가(休家)로 쓴다. 휴가(休暇)의 가(暇)자는 틈새, 겨를 가 자(字)이다. 즉 틈이 있는 날, 한가히 놀다. 의뜻을 가진 한자어(漢字語)이다. 더위를 피하여 계곡과 바다로 피서를 다녀오는 인파가 도로에 넘쳐난다. 두 내외만 적막하게 살아오던 우리 집에 방학을 맞은 손자손녀들이 물놀이 용품을 안고 몰려온다. 집안이 떠들썩하니 사람 사는 집 같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인 개구쟁이들은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뛰면서 장난을 치니 아래층에 미리 양해를 구해야만 한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손꼽아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되면 동생과 함께 시외버스를 타고 외가(外家)를 찾아갔다. 외할머니께서 가장 반겨주셨다. 외가는 대 가족이었기 때문에 식사시간은 잔칫집 분위기 같았다.…
[충북일보] 제천 화재 참사 가족 위로금 지급이 난항을 겪고 있다. 충북도가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며 정부에 사태 수습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지난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유족들의 마음은 언제나 치유될 수 있을까. 유족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즉각 입장문을 내고 "소방지휘관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처분으로 지휘 감독자인 충북도의 모든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부합동조사 및 경찰수사 결과, 도의 과실과 책임이 드러났으니 고인과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을 다해 사과하라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조치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충북도에 따르면 도와 제천화재 유족 측은 지난해 11월 도가 지급할 보상 금액을 75억 원으로 잠정 합의했다. 당시 도는 정부로부터 특별교부세 60억 원을 지원 받아 위로금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가 내세운 '소방공무원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항고 및 재정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지급조건에 유족 측이 반발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소방관들에 대한 형사상 처벌을 하지 않기로 결론이 나면서 차질이…
노을 송재분 충북시인협회 배꼽 안에 탯줄을 놓아 가늘 촛불 길을 내어 물비늘 놓아 건너 가로숫길을 두고 만질 수 없어 쾌쾌한 향이 올라와 길을 뒤턱으로 놓고 잔디밭 바라보며 걷고 있다 임 손끝이 벌그레 젖어 스르르 잠이 듭니다
그동안 글쓰기가 마음 수양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글쓰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생겼다. 먼저 집안 청소를 깔끔히 하고 나서 찻물을 끓여 우려낸 차를 한식경 마시며 글감 정리를 하고는 음악을 잔잔히 틀어놓고 글을 쓰고 있다.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공부를 하라 하면 나는 뭉툭한 연필을 꺼내서 끝을 예리하게 깎아서 책상 옆에 가지런히 둔 뒤에야 공부를 시작했더랬다. 모두 마음을 차분히 내려놓으려는 비슷한 행동이겠다. 이런 것은 버릇일까 아니면 루틴일까. 루틴은 컴퓨터 용어로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으로 프로그램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이르는 경우에 쓰인다. 그런데 운동선수 중에서 루틴이 쉽게 나타나는데 특히 민감한 운동으로 치부되는 골프 경기 중에 확연히 드러난다. 골프는 조그만 볼에 집중을 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서는 못 가지만 골프를 하면서는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골프 선수들은 자기만의 일정한 버릇을 가지고 있으며 우승한 선수의 인터뷰에서도 긴장하지 않으려 자기의 루틴을 지키고자 의도적으로 노력 했다는 말도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샷을 하려다가 갤러리 중
무당벌레 한 마리가 이름 모를 꽃 위에 앉아 있다. 빨간 바탕에 까만 점이 박혀 있는 자태가 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무척이나 고왔다. 풍경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고 더위도 잠깐 잊었다. 공을 반으로 자른 것 같은 모습에 진딧물을 먹는 곤충인 건 이미 아는 사실이다. 별다를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꽃나무가 있는 근처에는 날아오지만 대궁까지는 기어간다는 말을 들었다. 어쩌면 작은 벌레가 그런 모험을 할 수 있나 싶고 그래야 될 필연이 뭔지도 궁금하다. 야트막하기는 해도 무당벌레로서는 절벽처럼 높은 나무일 텐데 날개를 두고 그렇게까지 이유도 당혹스럽다. 한 뼘 남짓 꽃 대궁은 걷고 자시고 할 거리도 아니지만 몸길이가 8㎜ 정도인 그로서는 아득했을 것이다. 짐작에 한 나절은 걸리지 않았을까. 날 수도 있기 때문에 곧장 오르면 편했을 텐데 이유를 모르겠다. 날개라 해도 함부로 다루면 천박해진다고 한 땀 한 땀 기어가면서 펼쳤을 것이다. 쉴 때는 몰라도 오르려면 준비가 필요했기에 함부로 쓰지 않는 것 같다. 날개보다 아름다운 것은 굽히는 자세이다. 하늘과 땅의 중간 지점에서 지나온 길과 허공을 보며 높이를 겨냥해 왔다. 땅에서 보는 하늘과 대궁에서 바
사거리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서서히 버스가 움직이자 사람들도 천천히 발에 시동을 건다. 눈으로는 차를 쫓으며 발로는 설 자리를 어림한다. 어디쯤 서면 빨리 차에 오를까. 앉을 자리는 있을까. 발과 눈치라는 원초적 무기를 가진 무리들이 승차 작전을 펼친다. 나도 슬그머니 대열에 끼어든다. 차가 없는 나는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 계절이 흐르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시답잖은 감상에 빠질 수도 있고, 오르내리는 사람을 쳐다보며 영양가 없는 상상을 할 수도 있는 버스가 좋다. 물론 자리에 앉았을 때 이야기다. 앉으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대다수 기사가 승객의 손에 눈길이 머문다는 것도 앉고서야 알았다. 교통카드는 잘 태그 하는지, 반입금지 음료는 들고 있지 않은지 살피려는 게 아닐까 싶다. 버스가 들어온다. 아, 인사 아저씨다. 누구라도 차에 오르면 "어서 오세요" 인사하는 아저씨를 나는 그렇게 부른다. 처음부터 별칭으로 부른 건 아니다. 1‧4후퇴 때 헤어진 먼 친척이라도 만난 듯 반기는 아저씨의 태도가 사실 영 거북했다. 간지러운 말은 또 얼마나 어색했던가. 들을 적마다 스멀스멀 얼굴이 가려웠다. 좋은 기운은 옮는다나,…
요즘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존 허셀은 "자존이야말로 모든 미덕의 초석이다"고 했다. 자존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는 자존감으로 나타난다.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존엄성으로 타인들이 "너는~이다"라는 외적인 인정이나 칭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 내부에 축적시킨 성숙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개인의식으로 스스로 "나는 여기에 있다"라고 선언할 때 만들어진다. 이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해야한다. 하지만 자존감이 지나치게 높게 나타나면 소영웅주의에 빠지게 되고, 이는 자신이 특별히 선택받은 사람이라 생각해 자만심과 우월감에 스스로 고립 될 수도 있다. 때문에 균형 잡힌 건강한 자존감은 중요하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자신 스스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 힘을 낼 수 있다. 즉, 自尊이 있다는 것은 스스로 설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말한다. 스스로 설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면 自尊 또한 상실되고 만다. 팽이가 도는 것은/누군가의 채찍질이 있기 때문이다/조무래기들의 채찍질까지도 피하지 않고/온몸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따악 따악,
건축물대장은 무엇이고, 무엇을 확인할 때 쓰는 것일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건축물대장은 건축물의 신분증과 같은 서류이다. 이 서류 하나면 해당 건축물이 언제, 어디에, 어떤 방법으로, 어떤 목적으로, 또 어떤 형태로 지어졌는지 등에 대해 알 수 있는 '공적장부'이다. 하지만 건축물관리팀에서 근무한 때를 생각해 보면 의외로 내가 살고 있는 집의 건축물대장을 열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편적인 예를 들자면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고도 약 30년 동안 건축물대장이 없는 주택으로 살고 있었던 민원인이 있는가 하면 단기로 계약하는 원룸이나 큰돈이 오가는 빌라 계약 시에도 건축물대장 확인은 필수로 해야 하지만, 대부분은 별 관심을 두지 않고 그냥 계약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건축물대장 확인을 소홀히 해 건축물이 불법 증축이 됐거나 용도 변경한 것을 모른 채 거래를 하거나 사용하게 된다면 건축물에 대한 재산권은 물론 합법적인 보호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럼 건축물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건축물대장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행정기관을 방문해 발급받는 방법과 인터넷(세움터·정부 24)을 통하는 방법이 있다.…
[충북일보] 넘지 못할 선(線)은 없다. 그게 교육과 관련된 선(善)이라면 더 그렇다. 충북엔 과거 지역별로 명문고가 있었다. 인재배출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평준화 이후 달라졌다. 학력의 하향평준화 우려 목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실제로 201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충북 학생들은 국어와 영어, 수학, 영어 등에서 전국 평균 이하였다. 서울대학교에 진학한 학생은 52명이었다. 1999년 이후 2017년(50명)을 제외하고 최저 합격자수다. 과학기술 관련 대학인 카이스트와 포스텍 진학 현황도 비슷했다. 같은 해 충북에서는 카이스트 16명, 포스텍 9명 등 25명이 합격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게 행복인 건 당연하다. 이 같은 상황은 충북도내 일부 우수 중학생의 타 지역 유출마저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다른 지역 명문고로 진학하는 사례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충북지역 상위 3% 성적의 우수 중학생 500명 정도가 인근 충남과 세종, 전북 등의 고교를 선택했다. 해외 유학이 아니라 타 시도로의 유학이 조기에 진행된 셈이다. 2018년 기준 충북도내 중학교 졸업자 수…
여름이 눕다 김민정 충북시인협회 화양계곡 맑은 정기 쌍쌍이 솟구치는 노송연가 뿔난 절벽 징징 감고 도는 다섯 손가락 담쟁이넝쿨 삼십년 전 찔레향 아직도 짜~안한데 알싸한 가시 박힌 생채기 가슴에 묻고 돌아와 서니 마디마디 젖어오는 아우성 한 꺼풀만 벗기면 면면이 드러나는 삶 잔잔한 계곡물처럼 살아가길 원했건만 지나온 역사는 돌처럼 무거운 밤이슬 떨어질듯 말듯 풀잎 끝에 대롱대롱 가슴깊이 파고드는 후끈한 열기 산 향기 짙은 낙엽송 잎새 속으로 그리움도 욕심인양 산바람을 안고 여름은 눕는다.
나의 어릴 적 고향은 30여 가구의 작은 마을이었다. 농업을 주로 하며 바쁠 때 서로 돕고 사이좋게 잘 지냈다. 형제들이 고향을 떠나 살았지만 최근까지 사촌 큰형님, 작은 형님이 아래위로 사셔서 홀로되신 어머니께서 의지가 돼 마음이 놓였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렇듯 개인의 삶에도 이웃이 중요한데 하물며 국가는 더 말해 무엇 하랴. 그런데 요즈음 이웃을 잘못 만나 우리나라가 곤란한 처지에 있다. 바로 일본 때문이다. 아베수상은 자국 내 본인의 입지가 흔들리자 급기야 한국 때리기에 나섰다. 일본은 경제보복, 아니 경제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이에 국내여론은 들끓었다. 일본에 대항하자는 사람과 1965년 대일청구권이 끝났는데 지난해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잘못돼 일본의 심기를 건드려 보복을 당했다는 사람으로 의견이 갈렸다. 이것이 어디 옳고 그름의 문제인가. 상대가 전쟁을 선포했으면 우리는 한편이 돼 대항하면 된다. 이 참에 대일 청구권의 내용을 들여다보자. 3억 달러 무상, 5억 달러 유상차관이다, 즉 5억 달러는 빌려준 돈이고 그 돈의 주인은 일본이라서 우리나라는 이자를 냈다. 그나마 이것은 국가 간의 배상이고 개인에 대한…
[충북일보] 충북도내 시·군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보은·영동·증평·진천·괴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곳은 괴산·단양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군구 및 전문과목별 활동의사인력 현황'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 1천명당 의사는 3.2명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의사 2.1명, 치과의사 0.6명, 한의사 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천명당 활동의사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강원 고성'으로 인구 천명당 1.0명으로 전국 평균의 3분의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강원 양양(1.0명)·강원 인제(1.1명)·강원 정선(1.3명)·강원 횡성(1.3명) 순이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229개 시군구 중 66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보은, 영동, 증평, 진천, 괴산 등 5개 군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229개 시·군·구 중 14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괴산, 단양군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11개 지역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산부인과 전문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