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아들에게 전화했는데 벨이 거실 소파에서 울리는 겁니다. 핸드폰을 깜빡 집에 놓고 간 거지요. 그런데 울려대는 아들 핸드폰에 제 번호가 뜨고 있는데 뭐라고 적혀 있는 줄 아세요? 참 기가 막혀서. '우리 꼰대'라고 표시되어 있더군요." 운동을 마친 뒤, 탁구 동호회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푸념을 늘어놓은 분은 내년이면 환갑을 맞이한다. 아마도 그분은 '아버지' 가 아닌 '꼰대'로 자신을 호칭했다는 아들의 인식이 무척 괘씸했나보다. 보통 '꼰대'라는 호칭은 '깐깐하고 융통성 없는' 중장년의 남자 어른들을 일컫는 은어였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든 어른을 보면 '꼰대'라고 말한다. '꼰대'라는 어원은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와 프랑스어 '콩테(Comte)'에서 유래됐다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영국의 국영방송 BBC가 '꼰대'라는 우리말을 '세계적 관심을 모으는 키워드' 중의 하나로 인정하면서 '자기만 옳다고 믿는 나이 먹은 인간들'이라고 꼰대의 정의를 내렸다고 한다. "이른바 '꼰대 육하원칙'이라는 것도 있대요.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너 만했을 때는 말이야! 어디서 감히!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어떻
겨울 초입인 11월 어느 볕 고운 날이다. 하릴없이 시내 한적한 골목길을 지나치다가 상가 앞에 발길이 멈췄다. 상가 유리문에 '점포 임대'라고 쓴 큰 글씨가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몇 개월 전 만하여도 이곳엔 번듯한 식당이 자리했었다. 식당 개업 당시 정경이 새삼 떠오른다. 점심시간이면 이 점포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몇 시간 씩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서 날아왔는지 빈 점포 앞에 바짝 마른 낙엽과 검은색 비닐봉지만 동장군을 재촉하는 삭풍에 이리저리 흩날리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보자 수개월 전 일이 문득 생각난다. 저녁나절이었다. 외출을 했다가 우연히 이 식당 앞을 지나쳤다. 마침 시장기를 느껴 식당 안을 들어섰다. 식당 안 자리마다 불판이 놓여있고 이곳저곳서 삼겹살을 굽는 구수한 냄새와 많은 손님들로 왁자지껄하였다. 막상 들어와 보니 식당 주 메뉴가 삼겹살이라서 나가려고 하자, 종업원인 듯한 젊은 청년이 다가와 자리에 앉으라고 권한다. 엉겁결에 자리에 앉자, 종업원은 메뉴판을 불쑥 내 앞에 내민다. 그 메뉴판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내가 원하는 음식은 없었다. 곁에서 주문을 기다리던 종업원이 생
링링 등 가을 태풍이 연이어 상륙하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배추 주산지인 해남 등 남부 지역 농작물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농민들의 상심이 크다. 작황 부진으로 배추, 무 등 채소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하면서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까지 전파되고 있다. 벌써부터 겨울철 김장 준비를 걱정하면서 소비자 물가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매년 김장철이 되면 배추, 무 등 주요 채소류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가격이 폭등하면 소비자들의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반대로 폭락하면 한 해 농사를 망쳐버린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이처럼 농산물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농산물 생산량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농산물은 계절적으로 생산이 이루어져 특정 시기에 공급이 집중된다. 자연조건과 기후의 변화, 각종 병충해·질병에 직접 영향을 받아 생산량의 변동 폭이 크다. 직전년도에 어떤 품목의 가격이 높으면 이듬해 높은 가격을 기대해 재배면적이 늘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수요는 연중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생산량에 따라 시기별로 가격변동이 심하다. 둘째, 농산물은
옛말에 '돈이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돈만 있으면 할 수 없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요즘 사회에서는 그 '돈'의 의미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돼 권력까지도 포함한다고 말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재물과 권력은 서로 같은 길을 걷는다고 할 수 있다. 둘 중 하나만 충족하면 어느 하나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이다. 지나온 역사 속에서는 재물과 권력을 쥐고 나라를 쥐락펴락 하며 결국엔 망국의 길로 접어들게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전에 읽었던 한 책에서는 옛날 돈 '엽전'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해놓았다. 엽전은 '공방'이라고도 불렀는데 그 모양이 겉은 둥글고 안은 네모로 뚫려있기 때문이다. 이 때 둥근 것은 우주를 상징하고, 네모진 것은 인간들이 사는 천하를 뜻한다고 했다. 엽전은 우주의 원리와 천하의 질서를 담고 있으니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돈'을 재물과 권력의 총칭으로 본다면, 이것들을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나 같이 공직 생활을 하는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 부끄럼 없이 깨끗하게 모은 것은 그 결과 또한 깨끗함이 당연하고, 부정이…
[충북일보 함우석기자] 청주 구룡공원이 우여곡절 끝에 민간개발 된다. 민간개발 논의 대상에 오른 지 1년 만이다. '청주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난개발 대책 거버넌스'는 11일 사실상 마지막 전체회의(9차)를 열었다. 거버넌스측 제안을 수용한 사업시행사 의견을 듣고 구룡공원 1구역 개발방식에 합의했다. 긴 진통의 시간을 끝냈다. 그동안 청주시와 거버넌스, 시행사 간 입장차는 아주 컸다. 민간개발 무산 문턱까지 갔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행정절차에 들어간다. 녹지축을 절대 보전하는 범위 내에서 1지구만 아파트 단지로 개발된다. 지주협약(임차공원)이 가능한 토지는 사업면적에서 제외된다. 사업자의 공공시설 공사비는 토지 매입비로 전환된다. 지주협약은 최초 3년 계약 후 재연장할 수 있다. 감정평가로 임차료를 책정하고 순차적으로 매입하게 된다. 나머지 토지는 사업자가 최대한 매입하도록 한다. 일부는 청주시가 지주협약 방식으로 추진하게 된다. 사업자는 1구역 토지 매입비용으로 500억 원을 내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는 1구역 전체 토지 매입비용으로 55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측했다. 협상안대로 민간개발이 추진되면 비공원시설 비율이 1구
공동 경비구역 JSA 김현순 충북시인협회 이렇게 똑바로 서서 서로 바라보다가 정(情)이라도 들면 어쩌지 그대 이름이 그대 고향이 문득 궁금해지면 어쩌지 마음으로 다가서는 한 민족의 우정 차가운 무표정 속에 몰래 숨긴 채 오늘도 쓴 바람 맞으며 민족(民族)의 슬픈 로봇들이 우두커니 서 있다
2019년도 옥천군 농업인의 날 행사 안내 현수막이 가끔 눈에 들어온다. 즐거워야 할 농업인의 날을 맞이 해 농민들의 마음은 오히려 무겁기만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말 대선후보 당시 농정공약을 발표하면서 "농업을 직접 챙기는 대통령이 되겠다"라는 말을 한 바 있다. 대통령의 농업·농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 농정공백이 유독 심했다. 이 정부 첫 농정수장이었던 김영록 전 장관은 새 정부 출범 34일 만인 2017년 6월 13일에서야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그리고 취임한 지 채 1년도 안 된 2018년 6.13지방선거 전남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장관직을 내려놓았다. 이후에는 5개월간이나 농정수장 공백 상태가 이어졌다. 후임으로 지난해 8월 13일 취임한 이개호 전 장관도 내년도 총선 출마를 위해 1년 만에 장관직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얼마 전 제65대 김현수 장관이 취임하게 된다. 잦은 농정수장이 교체됨으로써 농정공백이 심히 우려된다. 어느 부서건 수장인 장관이 바뀔 때 업무 공백의 염려가 높아진다. 농식품부는 너무 심하다. 평균 임기가 1년 1개월에 불과하다. 현 정부의 농업에 대한 생각
얼마 전 청와대에 대한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야당의원으로부터 두 가지 질문을 받았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장 잘못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가장 잘한 일로 전쟁 직전의 남북관계를 평화 분위기로 반전시킨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가장 잘못한 일은 언뜻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이 말을 들으면서 얼핏 생각나는 게 있었다.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사자성어였다. 노영민 실장은 중국대사로 있다가 2019년 1월 8일 대통령 비서실장에 취임하였다. 취임하자마자 집무실 등에 춘풍추상이란 글귀를 내걸었다. 다른 사람은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지만 자신은 서릿발처럼 혹독하게 대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한 것이다. 만약 이 날 노영민 실장이 춘풍추상이란 말처럼 답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노 실장의 답변이 내로남불에 가까웠다는 뜻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권이 가장 잘한 일로 꼽은 남북관계가 평화 분위기로 반전되었다고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더욱 위험해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왕의 반대편에 설지라도 절대로 진리를 배반해서는 안 된다.」는 베토벤(1770-1827)의 이 결기 있는 말은 우리를 감동 시킨다. 왕조시대 왕의 반대 편에 선다는 것은 곧 바로 죽음을 뜻한다. 진실 내지 진리를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고 끝까지 주장하고 싸운다는 결의는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대단한 배포였다. 그리하여 베토벤은 그런 예술가로 특이한 존재감을 나타냈고 본격적인 예술적 업적에 관해서는 그를 악성樂聖이라는 존칭을 받칠 정도였다. 「베토벤의 생애」를 쓴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로망로랑은 그를 「영웅」이라 명명했던 것은 그의 올곧고 꿋꿋하고 씩씩한 삶의 내용 때문이었다. 그의 말과 행동 즉 언행일치한 삶과 인격을 칭송한 말이었다. 그 예를 들겠다. 첫째 괴테와 어느 날 함께 길을 걸으며 예술에 관한 대화를 엮고 있는데 반대쪽에서 한 귀족이 거들먹거리며 나타나서 서로 마주쳤다. 순간 베토벤은 비켜주지 않은 채 꼿꼿한 자세로 당당하게 계속 앞만 보고 지나쳤으나 괴테는 길 아래로 내려가 허리를 굽히고 귀족에 대한 깍듯한 예를 표했다. 베토벤은 괴테에게 그 무슨 비굴한 짓이냐고 나무랬다고 했다. 그 후 그들은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둘째 나폴레옹이 프랑
가을이 깊어 간다. 노란 은행잎이 소복하게 쌓여 있는 길을 걷고 싶다. 산길을 걸으며 울긋불긋 물든 단풍에 흠뻑 취해보고도 싶다. 무심히 걷던 길에서 정갈하게 가꾼 한옥에 감을 깎아 걸어 놓은 풍경이 정겹게 다가온다. 가을이면 더없이 그리워지는 것들이 있다. 오늘도 황금물결이 사라진 논에서 친구들과 벼이삭을 줍고 뛰놀던 어린 나를 그리며 심한 가을 몸살을 앓는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가을을 타며 술렁이는 마음을 부여안고 공연장을 향한다. 우리의 멋들어진 가락은 언제나 들어도 흥겹다. 온몸으로 신명 나게 장고 치는 모습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머리를 흔들며 두 팔을 휘젓는 소리에 절로 몸이 움직인다. 가을 몸살에 열이 끓던 몸은 어느새 흥에 취해 들썩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연은 피리와 기타의 만남이다. 국악과 양악의 만남. 한복을 곱게 입고 피리를 든 연주자와 기타를 메고 앉은 연주자의 모습은 눈에 익지 않다. 어떤 소리를 만들어 낼까 조바심을 갖고 귀를 기울인다. 피리를 부는 소리에 살며시 뜯어주는 기타 줄 소리가 제법 잘 어울린다. 너무 튀지 않게 뜯어내는 소리는 거문고를 뜯는 소리와는 색다른
[충북일보] 시작이 반이다. 청주시가 생활쓰레기 감량 시민실천운동 목표를 '쓰레기 제로 도시'로 정했다. 선언적 의미에 만족하는 운동이 되지 않길 바란다. 청주시는 시민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을 2027년까지 하루 0.85㎏으로 줄이기로 했다. 2016년에 비해 무려 40.5%를 줄이자는 쓰레기 감량 운동이다. 청주지역 배출 생활폐기물은 2015년 989t에서 2018년 1천134t으로 14.7% 증가했다. 시민 1인당 하루 생활폐기물 배출량도 1.33㎏(2017년 기준)으로 전국 평균(1.03㎏)을 넘는다. 시세가 비슷한 창원, 전주, 수원, 고양, 성남, 용인, 부천, 세종보다 많다. 청주시는 먼저 직능단체 등이 참여하는 시민실천운동 협의회를 구성·운영키로 했다. 오는 13일 '쓰레기 제로 도시 선포식'을 한다. 25일 주요 사거리에서 캠페인도 벌인다. 12월부턴 구별로 매월 25일 릴레이 캠페인도 한다. 하지만 쓰레기 감축은 결코 쉽지 않다. 지속 가능한 실천 방안 마련 없인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청주시는 전임 시장 시절에도 쓰레기 감량운동을 벌였다. '아이도(AIDO, Autonomous Illegal Dump refuse Obser
2019년 3월 말 기준 총인구 5천183만3천 명 중 노인 인구는 774만8천 명(14.9%)으로, 노인 10명 중 3명은 노후준비 부족으로 생계를 위해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보건사회연구원)를 보면 경제활동 참가 이유로 생계비 마련을 위해서가 73.0%(충북 68.7%)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일자리는 양적으로 증가했지만, 질은 오히려 악화됐으며, 노인일자리의 70% 정도가 월 27만 원을 지급하는 공익형에 집중돼 있다. 노인인력개발원에서 정한 표준화된 공급자 위주의 획일적이고도 양적인 단순 일자리 전달은 참여자의 만족도도 낮을 뿐 아니라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사업들은 시니어클럽, 복지관, 노인회, 그 외 문화원 YWCA, 군청 등에서 파편화돼 실시되고 있다. 공익형 사업들이라 1년 단기 재계약직 전담인력 1명당 200명의 참여자 관리로 인력충원이 없는 한 수행기관의 입장에서는 사업에 메리트를 가질 수 없는 부담일 뿐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사업 아이템을 개발해 아래로 뿌려주는 방식이기에 사업이 지역의 수요와는 거리가 있으며 지자체에 할당된 인원수는 채워야 하므로 지자체가 수행기관에 물량을 떠넘기는 격이다. 민
[충북일보] 정치를 소재로 칼럼을 쓴다. 싫지만 또 쓴다. 평소 꺼리는 주제지만 요즘 들어 자주 쓴다. '조국사태' 등 혼란스러운 정국의 영향이 가장 크다. 신물 나는 정치권의 아이러니가 한몫했다. *** 성찰과 쇄신이 필수조건 기자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 중 하나가 정치다. 그런데 싫어할 때가 더 많다. 정책 대결은 없고 정쟁만 가득한 그 판을 정말 싫어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현실과 밀접한 관계가 없다면 무시하고 싶다. 칼럼 소재에서도 후순위로 미루고 싶다. 하지만 지난주에 이어 정치 관련 칼럼을 또 쓴다. 물론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되레 쓸 이유가 더 분명하다. '조국사태'를 지나면서 정치에서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오늘은 진영 얘기를 접고 자유한국당 얘기 좀 하려고 한다. 일찌감치 한국당의 소멸을 예측했던 사람들이 많다. 최순실로 상징되는 세력의 국정농단 사태를 겪은 직후엔 심각했다. 한국 정치에서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 정도로 희망을 걸 수 없던 정당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더불어민주당과 지지율을 겨룰 정도가 됐다. 물론 조국사태가 한몫했다. 그래도 이성적으로는 도무지 설명하기 힘든
이제 김장철이다. 통배추를 절임하고 무와 갓 등 갖은 채소를 다듬어 준비하고, 고춧가루와 젓갈, 소금 등을 마련해 김장김치를 담근다. 이처럼 김장에는 뭐니해도 주인공이 배추라고 할 수 있다. 숭, 백숭, 백채(白菜) 등으로 기록된 배추는 고려시대부터 먹던 채소이다.《중종실록》과《선조실록》에서도 중국 명나라와의 무역품으로 배추 종자(씨)를 수입해 재배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조선 후기까지는 대부분이 비결구성 즉, 이파리가 둥글게 말리지 않고 길게 뻗어난 형태의 '얼갈이' 배추를 먹는 데 만족했었다. 현재와 같은 길쭉한 잎이 안으로 둥글게 말려 있는 결구성 배추는 1906년에 권업모범장이 설립되면서 배추의 육종 연구가 시행되고, 우장춘 박사의 노력으로 1954년부터 배추씨의 자급 생산으로 시작됐다. 그 당시 중국에만 의지하던 배추 종자를 일본에서도 수입하면서 본격적인 통배추의 시대는 무(蕪)를 넘어 겨울 김장김치의 주재료로 부상했다. 더위를 싫어하고 추워야만 잘 자라는 속성뿐만 아니라, 생육 기간이 긴 통배추는 배추김치로, 김장김치의 주종을 이루면서 한식 100년의 역사를 채우고 있다. 또한 식물의 낱개를 세는 단위인 포기는 통배추에만 쓰이는데, 김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밤, 온 가족이 따뜻한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는데 방 한가운데에서 파다닥하고 날아가는 비행체가 보입니다. 모습이 시커먼 '강구'입니다. 어린 손자가 놀라 이불 속으로 숨자 할머니가 웃으시며 "괜찮다. 돈벌레네. 집에 돈이 들어오려나 보다" 하십니다. '돈벌레'라 불리던 '강구', 그것은 바로 바퀴벌레였습니다. 바퀴벌레는 바퀴라고도 합니다. 바퀴와 바퀴벌레, 두 단어 모두 표준어입니다. 반면 '강구' '돈 강구'는 사투리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코가 길어서 코끼리, 귀뚤뀌뚤 울어서 귀뚜라미라고 하는데, 바퀴벌레는 도대체 어디에 바퀴가 달려있기에, 아니면 어떤 모습이 굴러가는 바퀴를 닮았기에 바퀴벌레라고 명명했을까요? 궁금해졌습니다. 검색창을 열심히 두드리니, 조선 후기 헌종 때 이규경이 라는 사람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바퀴벌레를 '우리나라에서는 박회라고 부르기도 하고 강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간혹 볶아서 먹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결국 '박회'가 바퀴나 바퀴벌레로 바뀐 것입니다.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굴러가는 바퀴의 옛말이 '박회'라고 합니다. '강괴'는 '강구'를 이르는 말
의학정보가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다. 커피와 관련해 가끔 통념을 뒤집는 연구결과들이 나와 주목을 끈다. 대표적인 사례가 커피와 심장 건강과의 연관성이다. 커피처럼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심장의 빠른 떨림이나 불규칙적인 박동과 같은 증상을 유발하므로 환자들은 마시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듯한 연구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학협회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 최근호에서 브라질 리오그란두술 연방대학팀은 "적당량의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것은 심장병 환자들의 심부전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심부전 환자 5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카페인 섭취를 달리한 결과, 카페인은 심장박동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인을 섭취한다고 하더라도 부정맥 발병 위험이 커지지 않았고 심장기능도 위약군과 유사했다. 일각에서는 이 연구가 커피생산 대국인 브라질에서 나왔다는 점을 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런 모습은 1970~1980년 프랑스와 이탈리아, 미국, 호주 등 와인생산국에서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들이 쏟아진 때를 떠올리게 하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미국…
들국화 편지 임준빈 충북시인협회 하늘 향해 드높이는 저 노오란 함성 짙은 향기만큼 그리움일 거야 봄은 싱겁고 여름은 뜨거워 가장 알싸한 날을 정해 하늘 향해 쏘아 올리기 좋은 날 그래서 가을 하늘은 높고 맑은 것일까!? 바닷가 산책길 다복 피어난 꽃송이들은 보고 싶다 쟁글거리는 깨알 글씨들, 향기는 바람으로 전하는 문장들, 가을이 오면 연례행사처럼 무더기로 보내보지만 한 번도 답장 없는 일방적 편지 회답이 오는 그날은 아마도 내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 들국화 미소 닮은 하늘의 어머니를 처음 뵙는 날........!
언어의 별 손문숙 충북시인협회 사방 환히 트인 열린 길 걷다 꽁꽁 언 발 그 어느 시점에서 하얀 눈발 타고 내려오는 지상의 천사 무색무취로 모든 것 품어 제 빛깔 키워내는 강물처럼 우거진 숲 사이 열린 하늘로 푸르고 푸르게 흘러가는
[충북일보] 내년 4·15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민심은 현역 국회의원의 재신임보다는 물갈이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충북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현 정치권을 바라보는 눈길이 싸늘하다. 향후 각 정당별로 새로운 인재영입에 따라 얼마나 변할지 모른다. 변화와 혁신을 바탕으로 한 공천 여부도 변수다. 국민적 요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이 개혁공천을 통한 인적쇄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매번 총선 때마다 물갈이론이 거세게 일었다. 그럼에도 인적쇄신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나 힘을 쓰지 못했다. 이번엔 좀 달라야 한다. 정치권의 인적쇄신이 정국의 화두가 됐다. 여야 모두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을 겨냥해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략과 공천을 주도할 총선기획단도 가동에 들어갔다. 인적쇄신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조국사태'을 통해 여당의 정치력 부재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정 난맥과 민심 갈등의 일차적 책임은 여당에 있다. 민심을 얻지 못하면 지속적인 개혁의 동력을 얻을 수 없다. 여당은 조국 사태로 정국이 블랙홀이 될 때 좀 더 긴밀히 대처
최근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몇 년 전 베스트 소설로 알려지면서 많은 이슈를 낳은 것에 이어 여성 감독이 영화화하여 소설보다 더욱 부드럽고 편하게 메시지를 전달하여 감동을 주고 있다고 한다. 긴 소설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짧은 분량이지만 시각화하여 영화로 만들어지면 전달하는 방법이 달라지면서 대부분은 소설보다 편리하게 접하는 장점이 있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하였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보는 관객 각자의 생각이나 삶의 형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영화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결국 개인 김지영의 노력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여성에게 주어진 출구가 막막한 환경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대수롭지 않은 일이고 특별하지 않다는 이유로, 누구나 다 겪고 있는 일상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묵인되어 오고 있던 것들이 이런 계기로 겨우 말해지기 시작한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를 영화는 전하고 있다. 특히 지금 이 시대는 여성도 대부분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어 '워킹맘'에 대해 심도 있게 공감하고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주위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설거지 등 집안일을…
처음 행정복지센터에 발령 받던 날, 그 생경했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난다. 소란스러운 실내, 분주한 직원들, 낯선 내 자리.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는 내가 아닌 민원대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내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낯선 기분도 잠시, 나의 발령과 동시에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난 전임자의 인수인계가 정신없이 이뤄졌고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음 날부터 바로 민원을 받아야 한다는 팀장님의 말씀에 그동안의 노력이고 뭐고 그냥 멀리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에서 오는 강박 때문인지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 때문인지 이왕 이렇게 된 거 첫 단추를 잘 끼워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면접장에서 분명, 다양한 사회 경험과 봉사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청주 시민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던 나였다.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배워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나였다. 일신의 안위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던 나였다. 하지만 그런 내 자신감을 비웃기라도 하듯 민원을 받은 첫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나에게 삿대질하는 민원인을 맞닥뜨렸고, 거기에는 일신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내가…
수업 중에 슬며시 뒤늦게 나타나는 녀석들이 있다. 웃음이 가득한 얼굴, 장난기가 그득한 웃음 뒤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의 힘은 대단한 긍정에너지가 된다. 등이 흠뻑 젖도록 한국어교실에 걸어서 오는 녀석들에게 즐거움이 되고, 행복한 기다림이 되기도 한다. 오늘은 러시아에서 온 2학년 친구가 수업이 시작 된 후 살짝 문을 열고 얼굴 먼저 내밀며 싱글벙글 보는 사람도 덩달아 기분 좋아지는 웃음을 보여주었다. 한 손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들려져 있었다. 내미는 은행잎을 받으려는 순간, 녀석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반대쪽 손에 숨겨진 막대기를 잽싸게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놀라는 나의 표정을 보며 아주 통쾌하게 웃는다. 교실 가득 웃음꽃이 피고 다음 날에는 다른 아이들도 즐거운 비밀을 만들어 행복한 표정으로 달려온다. 얼마 전 지나간 핼러윈 파티도 아이들 스스로 만든 설렘 가득한 비밀 파티였다. 핼러윈 데이는 10월 31일이며 새해와 겨울의 시작을 의미하는 날이다. 아일랜드 켈트 민족의 풍습에서 전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아이들은 얼굴에 무섭게 분장을 하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호박등이 켜진 집에 들어가 사탕 등…
인간과 동물의 다른 점은 의사소통 능력이다. 오직 인간만이 지닌 말을 통해서 자기 의사를 전달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가장 가까이 하고 있는 가족부터 이웃, 스승과 제자, 학교 친구, 사회 친구, 학교 선후배, 직장동료, 각종 동아리나 단체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그 관계속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것이 말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가장 귀한 언어를 통해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정의를 위한 소통에 앞장서기도 한다. 오늘날은 문명 발달의 산물인 디지털로 인한 장벽에 가로막혀 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각자 자기 방에 들어가면 문이 닫히고 개인용 컴퓨터에 스마트 폰에 텔레비전에 눈앞의 기기에 열중이다 보면 가족 간의 소통이 아닌 불통이 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 할 줄도 모르고 산다. 눈만 뜨면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 서로 생각이 다르거나 자기의 주장만 내세울 때는 서로 상처를 입거나 관계가 멀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앞집에 누가 사는지 또 위층과 아래층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 조차 알지
"삐악삐악 병아리, 음매음매 송아지. 따당따당 사냥꾼. 뒤뚱뒤뚱 물오리~ " 흥겹게 노래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손을 번쩍 든다. 평소에도 질문이 많은 아이다. 질문들이 다채롭고 독특해서 아이에게 귀를 열어놓는 일은 내게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를 오빠와 형으로 부른다. 발달 지체가 있는 아이는 일 년을 유예했다. 한 살이 많지만, 보통의 아이들하고 다른 사고를 하므로 가끔은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는 oo가 참 좋은 생각을 했다며 일부러 칭찬해 주곤 한다. 그런데 그 아이가 갑자기 손을 치켜든 것이다. 아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내게 던지면 입을 연다. "선생님, 사냥꾼도 동물인가요·" 작은 동물원이라는 노래를 배우고 있었으니, 노래 안에 등장한 사냥꾼이 동물인지 아닌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응 사냥꾼도 동물이에요. 사냥꾼은 사람이니까요. 사람은 동물의 분류에 속해요. 그런데 사람은 다른 동물들과는 조금 달라요. 왜냐하면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거든요."라고 말해놓고 나는 잠시 멈칫했다. '사람이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것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라고· 그럼 다른 동물은 생각을 못 한다는 말인가· 그건 너무나 인간적인 발상이 아닐
[충북일보] 내년 부동산 경기도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매매와 전세, 분양, 인허가 등 모든 지표들이 전반적인 하락세로 예측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인구 분산을 통한 지방 분권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6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을 발표했다. 서울 강남4구 45개동 중 22개동, 마포구 1개동, 용산구 2개동, 성동구 1개동, 영등포구 1개동 등 서울 27개 동을 적용지역으로 선정했다. 부산 3개구, 경기도 고양시·남양주시 일부 지역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으로 '과연 서울·수도권 아파트 값이 잡힐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물량 공급이 줄고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충북 등 지방의 상황은 정반대다. 가격 상승의 기대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자연스럽게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전환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분양 관리지역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 국토부는 그동안 수많은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언제나 충북 등 지방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당연히 수혜도 없었다. 지방의 부동산 시장 초토화엔
[충북일보] 충북도내 시·군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보은·영동·증평·진천·괴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곳은 괴산·단양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군구 및 전문과목별 활동의사인력 현황'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 1천명당 의사는 3.2명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의사 2.1명, 치과의사 0.6명, 한의사 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천명당 활동의사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강원 고성'으로 인구 천명당 1.0명으로 전국 평균의 3분의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강원 양양(1.0명)·강원 인제(1.1명)·강원 정선(1.3명)·강원 횡성(1.3명) 순이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229개 시군구 중 66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보은, 영동, 증평, 진천, 괴산 등 5개 군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229개 시·군·구 중 14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괴산, 단양군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11개 지역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산부인과 전문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