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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1.11 16:08:16
  • 최종수정2019.11.11 16:08:16

박영순

<이유있는 바리스타> 저자, 서원대 교양학부 겸임교수

의학정보가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다. 커피와 관련해 가끔 통념을 뒤집는 연구결과들이 나와 주목을 끈다. 대표적인 사례가 커피와 심장 건강과의 연관성이다. 커피처럼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심장의 빠른 떨림이나 불규칙적인 박동과 같은 증상을 유발하므로 환자들은 마시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듯한 연구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학협회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 최근호에서 브라질 리오그란두술 연방대학팀은 "적당량의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것은 심장병 환자들의 심부전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심부전 환자 5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카페인 섭취를 달리한 결과, 카페인은 심장박동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인을 섭취한다고 하더라도 부정맥 발병 위험이 커지지 않았고 심장기능도 위약군과 유사했다. 일각에서는 이 연구가 커피생산 대국인 브라질에서 나왔다는 점을 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런 모습은 1970~1980년 프랑스와 이탈리아, 미국, 호주 등 와인생산국에서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들이 쏟아진 때를 떠올리게 하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미국 듀크대학교 의과대학 크리스토퍼 그란저 교수는 "커피가 심혈관 관점에서 안전하다는 한 가지 증거가 추가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카페인은 혈압을 증가시키는 흥분제이기 때문에 커피를 적당량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앞서 하버드보건대는 건강한 전문직 남성 4만5000명을 추적 조사해 "커피가 심장마비나 뇌졸중 발병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연구팀은 성인 8만1000명을 상대로 커피음용과 심장건강의 연관성을 메타분석한 결과, "하루 1~2잔의 커피를 마시면 심혈관 질환을 23%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로는 강북삼성병원 장유수 교수팀이 영국심장관련학술지 '심장(Heart)'에 게재한 논문이 있다. 장 교수는 심장질환이 없는 성인 2만5000여명을 하루 커피 섭취량에 따라 3그룹으로 나눠 관상동맥 건강상태를 살폈다. 그 결과 커피가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인 당뇨병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커피와 건강을 떠올릴 때 관심이 쏠리는 것은 카페인이다. 이 물질은 간에서 효소(cytochrome p450 oxidase)에 의해 분해된다. 카페인의 화학구조를 이루는 메틸기 3개가 하나 둘 없어지면서 변환된 화학물질들은 지방분해를 돕고 혈관을 확장시키며 심장 박동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카페인이 메틸기가 모두 사라져 크산틴(xanthine)이 되면 소변을 통해서 체외로 배출된다. 카페인은 일정 시간 자연스레 몸에서 빠져 나가기 때문에 섭취량을 잘 조절만 한다면 인체에 유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섭취량이다. 성인들의 하루 카페인 섭취 제한량은 400mg이다. 흔히 하루에 커피 2~3잔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커피만 따져서는 안 된다. 카페인은 커피뿐 아니라 콜라와 초콜릿, 차, 에너지 음료 등에도 들어 있기 때문이다.

커피와 심장 건강과 관련해 인터넷에서는 "커피가 심장에 무리를 주어 부정맥을 유발하고 혈압조절을 힘들게 한다"는 부정적인 내용이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을 보면, 1일 카페인 섭취량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적어도 심장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되레 심혈관 질환 예방에 유익한 것으로 견해가 모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커피에 함유된 폴리페놀의 일종인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이 혈액의 질을 높여 심장질환을 감소시키는데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소장을 통해 혈액으로 스며드는 클로로겐산은 당뇨 환자의 혈당을 낮추는데도 도움이 되는 화학물질로 알려졌다. 커피는 심장 건강에 유익한 것인가, 해로운 것인가· 이제까지 연구결과들을 종합할 때, 커피는 심장건강을 위협한다는 누명을 벗고 심장에 유익한 음료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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