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초입, 모처럼 만의 외유가 고되었는지 감기 몸살로 며칠 앓았다. 입맛을 잃어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은데, 딱 한 가지 생각나는 음식이 있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시던 '정구지 죽'의 알싸한 향기가 새삼 입안을 계속 감도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 시름시름 아프거나 입맛 없어하면 할머니는 텃밭의 부추를 뜯어다 흰쌀로 죽을 쑤어 주셨다. 그 단순한 식재료로 어찌 그리도 향긋하고 구수한 맛을 낼 수 있었을까. 서기(瑞氣)라도 서린 듯 그 푸릇한 죽을 한 술 한 술 떠먹을 때마다 혀끝에서부터 기운이 일던 기억이 새로워 아내에게 부추로 죽을 쑤어 달라고 청했다. 아내의 '정구지 죽'은 외양은 비슷했으나 예상했던 바,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그 맛은 아니었다. 부추와 쌀의 종류도 달랐을 것이고 첨가된 들기름의 맛도 달랐을 터였다. 그런데도 먹고 나자 몸이 개운해진 느낌이 들었다. 앓고 나서 회복되는 몸에는 새로운 에너지가 들어오는 듯 심신이 더욱 맑고 고요해지는 것도 같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온 나라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침투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마 몸이 낫지 않았다면 여행지에서 스쳤던 중국인들을 의심하며 혹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증하고 중동과 유럽에서도 사망자가 늘어남에 따라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지역주민의 건강과 생활, 지역사회의 전반적 경기침체 등 다양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만의 역량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우며, 재난피해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의 재난관리는 재난관리체계의 구축, 법제도 정비, 조직과 예산 등 정부의 역할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참여와 주민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기후변화, 도시화·산업화, 세계화, 이동의 편이 등 현재사회의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재난의 복잡화, 대형화 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역사회의 재난관리 역량강화를 위해 재난회복력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위험요인과 취약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재난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는 매우 어렵다. 이에 지역사회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재난회복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먼저 회복력(resilience)은 라틴어인 "resi-lire"가 어원으로서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능력(to jump back)"을 의미하며, 회
요즘 흙바람을 맞받아가며 허허로운 들판을 거닐 듯 가슴 한구석이 텁텁하다. 아니 답답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새로운 마음으로 희망이라는 끈을 부여잡으려고 안간힘 써도 그 끈은 날마다 시피 곁에서 멀어지곤 한다. 인생살이에서 자신의 생명을 위협받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게 있을까. 난데없이 ‘신종 코로나 19’라는 역병이 지난 1월 20일 첫 확진 자를 발생시켜 온 국민들이 마스크 한 장에 의지 한 채 전염력 강한 바이러스와 맞서고 있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고 흔히 태어나고 죽는 게 하늘의 뜻이라고 말하지만 고귀한 생명을 한낱 미세한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운명에 맡길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 난국을 어찌 헤쳐 나가야 할지 별다른 묘책이 없는 실정이다. 물론 철저한 예방 수칙과 마스크 착용으로 적으나마 ‘신종 코로나 19’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 급선무인 것만은 이젠 상식화 된 일이다. 항간엔 홍삼 및 꽃 버섯 추출물 등의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 보조 기능 식품들이 날개돋힌 듯 팔린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런 건강 기능 식품을 섭취하여 면역력이 향상 된다면 무시무시한 신종 코로나 19 바이러스도 사멸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역병의 근원지가 중
어머니 미소 정일택 충북시인협회 백발성성 주름진 얼굴 농자천하지대본 꿈꾸는 웃음 가득 여든 넷 울 어머니 겨울지나 움트기 전 웃자란 가지 전지하고 봉지 씌우고 가꾸어 유월 하순 수확 기쁨누리네 어머니 손엔 눈이 있어 선별의 달인 균일하게 담아내는 정겨운 *어두니 과수원 하늘 밑 산기슭 작은 집하장 송알송알 땀방울 맺히지만 부처님 닮은 어머니 미소 *어두니: 영동군 양강면 소재 지명
[충북일보]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피해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확진자가 이미 5천 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31명에 달했다. 이달 초 2주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결정적인 기간이 될 것 같다. 보건당국은 국민들에게 대면 접촉을 최소화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강조하고 나섰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 2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개학을 2주간 추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개학일은 오는 23일로 다시 늦춰졌다. 그때까지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긴급 돌봄 교실이 열린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도 집합수업 대신 온라인 원격수업 등을 편성해 운영할 것을 권고했다. 개학 연기나 수업방식 변경은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더 급한 일이 있다. 허술한 학교 방역대책부터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빈틈없는 방역은 빈틈없는 대책에서 나온다. 중국인 유학생이 있는 대학가 방역도 큰일이다. 물론 각 대학마다 이미 비상이 걸렸다. 무증상 상태였던 중국인 유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해당 학생은 의심 증상이 없는 '무증상' 상태로 입국했다. 공항 열감지기도 무사히 통과했다. 중국에서 사는 곳도 랴오닝성
깃발들이 힘차게 펄럭인다. 며칠간 내 머릿속은 혼란스럽다. 같은 높이로 서 있어야 할 게양대가 어느 한쪽이 낮아 보였다. 많은 날들을 그 자리에 오래도록 서있었을 텐데.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지나갔을 텐데. 왜 그냥 두었을까. 이상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혼자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생각에 동료에게 넌지시 얘기를 꺼냈다. 내 눈에는 저 게양대 높이가 다르게 보이는데 동료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했다. 동료는 아무렇지도 않게 크게 웃으면서 내 팔을 잡고 게양대 정면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바라본 게양대는 높이가 똑같았다. 옆에서 바라본 게양대는 어느 한쪽이 높아 보였지만 정면에서 바라보니 같게 보였다.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나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직접 사물을 보고 느끼는 눈도 어느 위치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잊고 살았다. 왜,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그동안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왜곡된 눈으로 그릇된 판단을 하고 오해를 하며 살아왔을까. 진실을 외면하고 나 편한 대로 사물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대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에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갑자기 등줄기에서
1963년 어느 겨울날 아침. 청주 출신 시인이며 경향신문 특집부장인 신동문은 서울행 경부선 열차에서 민망한 광경을 목도한다. 헌병 장교가 맞은편에 앉아있는 서른 살 전후의 두 여인에 추근대는 것이었다. 참다못해 "당신 때문에 60만 국군이 욕먹어야 쓰겠소!" 크게 꾸짖고 정중히 사과토록 했다. 서울역 플랫폼에서 기다리던 중년 남자에게 달려가 쓰러져 안긴 여인은 다름아닌, 필화사건으로 2년 7개월의 옥살이를 하고 막 서대문 형무소를 나온 부산 국제신보 주필 이병주의 아내였다. 3년 전 4ㆍ19가 나던 1960년. 종합교양지 《새벽》의 주간이었던 신동문은 여름 특집 의 필자로 일면식도 없는 이병주를 추천받았고 그가 보내온 를 실었다. 이 글에 대한 독자의 반향은 대단히 열광적이었으나 5ㆍ16군사정부는 즉각 이병주를 체포했다. 10년 선고를 받고 2년 7개월을 복역한 후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날 서울역에서, 충북인 신동문과 경남인 이병주의 첫 대면은 이렇게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후 신동문은 이병주에게 소설 쓰기를 적극 권했고 그가 써 온 '옥중기'에 란 제목을 붙여 발표함으로써 소설가 이병주가 탄생하게 되었다. '좋은 글은 힘 있고 돈 있는 이들의
그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것은 토요일 오후였다. 우암산을 오르는데 카톡 소리가 났다. '청주 상당 맹주 정우택 의원 청주 흥덕행 시사'라는 제목이었다. 윤갑근 미래통합당 예비후보 캠프에서 운영하는 밴드 회원이 보낸 것이었다. "정우택 의원은 29일 청주지역 미래통합당 4.15 총선 주자들과의 회동에서 당 공천관리위가 청주 흥덕으로 출마해 청주에 미래통합당의 붐을 일으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청주 흥덕 선거구에 공을 들이던 당내 주자들에게 미안하지만 양보해 달라는 호소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거구 변경은 기정사실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뉴스를 읽으면서 맨 먼저 떠오른 것은 윤갑근 후보였다. 정우택이 윤갑근에게 밀린다는 생각과 함께 윤갑근이 민주당이나 정의당 후보에게 승산이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들었다. 지역사회에서 윤갑근이란 이름이 떠돌기 시작한 것은 몇 년쯤 되었지만 그의 얼굴을 대면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정정순, 김형근 후보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수년 전부터였다. 청주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까지 하다가 정치활동을 시
코로나 19 발생으로 위축된 것이 어디 소비뿐이랴, 봄이 왔는데도 꽃소식보다는 지역에 확진환자가 새로 발생했는지, 이동 동선과 혹시 겹쳐지지나 않는지, 마스크를 어디서 빨리 구입할 수 있는지에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다. 공무원이 감염돼 기관이 폐쇄되기도 하는 실정이니 그동안 주말이면 도깨비처럼 동분서주하던 나도 혹여 조직에 누를 끼칠까 두려워 꼼짝없이 갇히는 신세가 됐다. 이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군내 시장을 이용한 소비를 통해 즐거움을 대신하고 있다. 일단 미장원에 가서 파마를 하고 옷을 사며 기분을 내본다. 약국과 마트로 이동해 영양제를 구입하고 기존에 관심 없었던 의약외품도 사게 된다. 1주일 분량의 식재료를 사서 쟁여놓고 가족들이 모여 함께 저녁을 지어먹는 횟수도 늘었다. 그러다 보니 50만 원 충전한 음성 행복 페이는 금세 바닥이 나고 3월 다시 50만 원을 충전했다. 10% 인센티브 혜택이 결제 즉시 확인되니 소비로 인한 만족감으로 충만해진다. 지난 2월 17일 출시된 음성 행복 페이는 출시 2주 만에 음성군민 3천209명이 회원 가입해 7억 3천만 원이 충전되고 3억 4천만 원이 결제돼 음성군민들에게 3천400만 원
[충북일보]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됐다. 1952년 4월 지방의회가 구성됐다. 1961년 9월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제정되면서 지방자치법 효력이 정지됐다. 1988년 지방자치법 전문 개정으로 지방자치제가 부활됐다. 1991년 30년 만에 지방선거로 지방의회가 구성됐고, 1995년 민선 자치단체장이 탄생했다. 그리고 25년이 흘렀다. 함부로 남용한 권력 중국의 삼국시대 촉(蜀) 나라에서 조자룡이 태어났다. 공손찬의 수하였다가 공손찬이 원소에게 망한 뒤 유비에게 귀순했다. 유비의 경호원으로 위기의 유비를 여러 번 구해냈다. 조조가 형주(荊州)를 취했을 때, 유비가 패주하자 유비의 가족을 구하기 위해 조조의 대군을 혼자 휘젓고 다니며 구출했다. 이 때 '조자룡 헌 칼 쓰듯 한다'는 속담이 생겨났다. 유비가 유장을 공격했을 때 제갈량과 함께 장강(長江) 서쪽의 군현을 평정했다. 조자룡은 중국사를 통해 창술(槍術)에 뛰어난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힌다. '조자룡 헌 칼'이라는 속담은 휘둘러 쓴다는 의미다. 자신의 칼창이 없어지면 다른 사람의 헌 칼 또는 헌 창을 빼앗아 마음대로 쓴다는 뜻이다. 액면 그대로 보면 전쟁터에서 자신의 창과 칼이 없
제비꽃 최종진 전 충주문인협회장 그냥 너를 부르면 보라색 꽃 이파리가 눈물 겹게 젖어 왔댔지 강남 제비도 사래젓고 돌아선 이 휘휘한 돌팍 아래 파아란 하늘이 무에 그리 보고파 까치발 뜨고 온종일 서성이누 그래, 따가운 햇살이 차라리 눈부시다면 아무래도 첩살이 꽃처럼 만날 혼자 숨어서 숨어서만 펴야 될걸
[충북일보]4·15총선 공천을 놓고 여야가 몸살을 앓고 있다.·봄철 '공천앓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공천 속도를 내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양당의 대진표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현역 국회의원 컷오프와 전략공천을 놓고 앓는 소리가 나고 있다. 통합당은 갑작스러운 통합으로 지역구나 대진표가 바뀌면서 예비후보들이 반발하고 있다. 충북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향후 당내 갈등이 어떻게 봉합되느냐에 따라 당락이 바뀔 수 있을 정도다. 통합당은 지난 1일 오후 충북권 6개 선거구에 대한 공천방식을 발표했다. 먼저 청주 상당구에는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공천권을 받았다. 청주 상당 출마가 예정됐던 정우택 의원은 청주 흥덕구 공천이 확정됐다. 충주와 동남 4군 선거구에서는 박덕흠·이종배 의원이 확정됐다. 제천·단양 선거구는 엄태영·박창식 후보가, 증평·진천·음성 선거구는 경대수·이필용 후보가 각각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이번 발표로 그동안 예상됐던 구도가 아주 많이 달라지게 됐다. 정 의원의 흥덕 선거구 전략공천 확정은 지역정가를 요동치게 했다. 충북 정치의 중심인 청주 상당과 흥덕선거구 본선 경쟁구도가 크게 달라
우리 사회는 사회 구성원에게 청렴하라고 호소한다. 사회 구성원이 청렴해야 공정한 사회가 되고, 강국을 만드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청렴해야 하는 이유(Why)도 잘 알아야 하지만 어떻게(How) 청렴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어떠한 상황과 유혹이 내 앞에 놓이더라도 나는 청렴할 수 있을까? 청렴하지 않은 행위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하지 않으면 그뿐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사회규범을 준수하자고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는 우리 사회 구성원 스스로가 청렴한 존재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교육제도를 보완하고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우리 각자의 노력을 호소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스스로는 어떻게 청렴한 존재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스스로가 떳떳한 청렴한 사람이 되려는 우리는 '내 인생을 자기가 주도하는 주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는 100여 년 전 유럽 사회의 정형화된 교육 틀 속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모범답안대로 살아가길 강요하며 한 인간의 존엄성을 보살피지 않았기에 촉망받던 한 인간의 존엄성이 말살되는 불행한 결말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도 입시지옥이라 불릴
동서양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근심·걱정 없이 살기는 마찬가지다. 시대를 초월해서도 똑같은 일이 많은가 보다. 그래서 사람들을 근심 없애기에 골몰했었나 보다. 옛사람이 삶에서도 자연에서도 음식에서도 근심을 없앨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드디어 한 식물에서 그 방안을 찾았다. 그 풀이 바로 원추리라 할 수 있다. 사람에게 망각이란 신이 준 선물이 있어서 생기는 이로움도 있다. 일정한 시간과 계기로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는 것을 말한다. 근심을 떨쳐버릴 만큼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하여 '망우초'라 하는데, 원추리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하룻날의 아름다움이란 뜻을 가진 원추리꽃은 활짝 핀 다음 저녁이면 금세 시들어버릴 만큼 짧고, 지고 나면 전체가 오므라져 붙어버리기에 '합환화'라 했다. 예로부터 '득남초'로 불린 원추리의 꽃잎을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 또 임신부가 꽃다발을 차고 다니면 아들 낳는다고 하여 '의남초'라 불렀다. 원추리 싹이 사람 인자를 거꾸로 한 것과 같은 모습 때문에 생겨난 속설이다. 지방에 따라 언추리나물, 오로리나물, 가스락풀이라 한다. 봄에는 새싹을, 여름에는 꽃을 따 나물로 무쳐 먹는데, 원추리에는 콜히친 성분이 함유되어 있
2월말, 청주와 창원을 오르내리며 행하던 손주의 육아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해 육백여리 길을 달려오며 아내와 필자는 그동안의 생활을 곰곰 되짚으며 시원함과 섭섭함을 번차례로 맛보았습니다. 그동안 거의 영어(囹圄)의 몸으로 지내며 육아에 시달렸기에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생활을 되찾게 되었다는 후련함과 함께 13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며 품에 안은 채 함께 뒹굴었던 손주를 자주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아쉬움이 공존했던 것이지요. 우리가 처음 손주의 육아를 맡게 된 것은 아이가 태어난 지 14개월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빠른 걸음을 걸을라치면 넘어질 듯 뒤뚱거려 양팔을 벌리고는 보호벽을 만들며 함께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런 녀석을 입히고 먹이고 재우고 씻기며 27개월이 될 때까지 함께 생활했습니다. 동안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발음하지 못해 우리를 부를 때면 '할'이라고 통칭(統稱)하던 녀석이 호칭은 물론 일상적인 일들을 문장으로 꾸며 능숙하게 말함으로써 제 부모는 물론 어린이집의 교직원들 모두가 빠른 언어능력에 놀라움을 나타낼 정도로 자랐습니다. 가끔은 제 또래의 아이들이 사용하기 어려운 차원
오늘 둘째 아들이 전역하였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무탈하게 돌아와 감사하는 마음의 합장(合掌)기도를 올렸습니다. 큰 아들이 2010년 간성 G.O.P 근무를 끝으로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하였고, 오늘 둘째가 철원 기계화사단 포병대대에서 육군 중위로 만기 전역하였습니다. 기억도 나지 않는 네 살적이라는 1964년 여름, 좌하지 소아마비가 발병하여 군역을 면제받은 저로서는 누구보다 감회가 새로우며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의 빚을 갚은 듯하여 다행스럽기도 하며 두 아들이 기특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여기저기 모임을 할 때마다, 군 입대한 아이들을 "어찌 어찌하여 편한 보직을 받게 했느니... 누구 누구에게 부탁을 하여 후방으로 전출을 시켰느니" 등등의 말들이 심심치 않게·대수롭지 않게 일상의 이야기로 화제에 오르기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와 아내는, 그런 것들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바른 길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기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가끔씩은 잠시잠시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부질없는 과잉 보호라는 것을 알기에 이내 중심을 잡곤 했었습니다. 오늘 이 순간만큼은 아내와 나에게 작은 격려를 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또한 남·
[충북일보]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그리고 4·15총선의 최대 이슈가 됐다. 여야 정치권은 초긴장 상태다. 엇갈릴 수 있는 정치적 운명을 걱정하고 있다. 정치가 과연 무얼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 한 번도 경험 못한 대한민국 '세월호'는 어느 새 불안전 시대의 상징이 됐다. 안전을 말할 때 흔히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가른다. 그런데 세월호 이전과 이후 정말 달라진 건가. 세상에 안전 교훈을 남겨주긴 한 걸까. 위기극복의 새 역사를 쓸 수 있도록 힘을 준건가. 코로나19 사태가 점점 많은 걸 멈추게 하고 있다. 이미 최대 리스크로 등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한동안 총선에 눈이 멀고 귀가 먹었다. 고통 받는 국민과 따로 놀았다. 지금까지도 아무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도무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는 사람만 상하게 하는 게 아니다.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측이 힘들 정도로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산업현장마다 생산차질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항공·여행업계는 이미 폭파 직전이다. 유통업계는 침몰하고 있다. 진짜 실력은 위기 때 드러난다. 그런데 정치 실력은 변한 게 없다. 이상할 정도로 과거와…
너와 나 김민정 전 여백회장 너의 따스한 눈빛 주머니에 담아 나 춥고 외로울 때 그 빛을 꺼내 쬐리 너의 부드러운 목소리 유리병에 담아 나 화나고 갈등할 때 따뜻한 위로 받으리 너와의 달콤한 추억 서랍에 담아 나 고독하고 쓸쓸할 때 꺼내 보며 미소 지으리 너에게만 보여주는 내 마음 소중한 날에 나는 너의 심장으로 남으리
[충북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3천500명을 넘었다. 무서운 속도다. 어디서 언제 어떻게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환자 1만 명'이 되면 한국 의료가 감당하기 어렵다. 그 전에 사태를 진정시켜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곧 개학·개강하는 일선 초·중·고와 대학 방역에 대한 걱정이 크다. 추가적으로 개학·개강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모든 초·중·고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나면서 개학 일을 2일에서 9일로 연기했다. 대학들은 자율적으로 개강을 1~2주 미뤘다. 하지만 이 날짜마저 다가와 곧 새 학기를 시작해야 한다. 국민 안전을 위해 선제적으로 학사일정을 대폭 늦춰야 한다. 물론 수업 결손을 메우기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교육부가 선제적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코로나19는 국민 모두가 처음 겪는 바이러스다.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 게다가 무증상 감염, 감염 초기 전염이 가능하다. 전국 확산이 우려되는 까닭은 여기 있다. 예측 못 한 상황들이 계속 벌어질 수 있다. 이럴 땐 바이러스 전파 속도보다 한발 더 앞선 빠른 의사
루소는 사회가 형성되기 이전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였다고 말한다. 루소가 말하는 자연 상태는 인간들이 뿔뿔이 흩어져 자율과 능동으로 살아가는 상태를 의미한다. 자연에서 사회관계라는 것은 고작해야 가족으로 한정되고, 당연히 불평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땅에 울타리를 두르고 "이 땅은 내 것이다!"고 선언하면서 평등은 깨지고 끔찍한 무질서가 생겨났다고 루소는 『불평등 기원론』에서 밝힌다. 영화 〈기생충〉은 루소가 언급한 불평등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족과 부유하게 살아가고 있는 두 가족 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생충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덧붙어 살아가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영화 〈기생충〉은 양극화된 삶을 살아가는 두 가족을 중심으로 빈부격차에 의한 계급·계층 간 단절을 다뤄낸 영화이다. 기생충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최우식은 극빈층이다. 친구 박서준이 넘겨준 부잣집 이선균 딸 과외를 맡게 된다. 이후 최우식 가족은 모두 이선균 집에 취직하게 된다. 알고 보니 전 가정부 남편은 이선균의 숨겨진 지하에서 기생충처럼 살고 있었다. 최우식 가족과 전 가정부와 남편 모두 이선균 집에 기생하여 살게 되는 상황이 만들
대한민국은 전쟁 후 반세기 만에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했다. 국내총생산(GDP) 1조 7천억 원을 넘어선 세계 10위 수준의 경제성장과 시민들의 항쟁으로 이루어낸 민주화,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의 참화를 치열하게 극복했다. 1954년 2월, 유엔한국재건단(UNKRA)의 의뢰로 한국 경제 전반을 현지 조사해 '네이선 보고서'를 발표한 미국 경제 전문가 로버트 네이선은 보고서에서 '최근 수년간 견디기 힘든 곤경 속에서 보여준 한국인의 용기와 인내심'은 '장래 대한민국 경제 번영의 추진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우리 국민의 투지와 집념의 뿌리에는 3·1운동이 있다. 우리 손으로 조국광복을 이뤄낸 민족적 자긍심은 100년이 넘은 시간에 걸쳐 세대와 세대를 이어 내려와 지금의 대한민국의 초석이 됐다. 3·1운동 정신은 심지어 일제가 축소해 기록한 문건에도 총 1천542회, 당시 인구의 10%를 넘는 202만 3천289명이 참여한 것으로 기록됨에 그 기상은 감히 축소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기개는 3·1운동 과정에서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탄압에도 꺾이지 않았다. 살해당한 인원만 7천500여 명, 부상자 1만6천여 명에 달했다
텅 빈 캠퍼스를 걸으며 중얼거려본다. 너무나 조용해서 오히려 마음이 소란스럽다. 올해는 생각지 못했던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얼어붙었다. 한창 들뜬 분위기에 설렘 가득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그립다. 아쉬움에 내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교정을 걷는데 여느 때와 다르게 모든 것들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있어야 할 사람들, 들려야 할 웃음소리, 왁자지껄 주고받는 말소리 등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상들이 간절하다. 가만가만 걷다보니 어느새 정원에 초록빛 기운이 돈다. 양지쪽 산수유나무도 볼록볼록 봄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들의 감탄사가 없으니, 봄맞이 나온 사람들이 없으니 그저 적막하고 더디고 싱거워 보인다. 키가 큰 소나무 뒤에 숨은 수양버들도 늘어진 가지에 연둣빛의 봄을 준비하고 있다. 까치가 둥지를 튼 튤립나무도 아무렇지 않게 흔들리다가 멈췄다가 봄맞이에 묵묵히 차분하면서도 분주한 눈치다. 저마다 나름대로 자기 위치에서 봄을 준비하고 있다. 도심에도 인적이 끊기고 상가들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으니 흐르지 않는 물처럼 답답하다. 종일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긴장 속에서 움츠리며 지내다 보니, 우울감에 서로를 경계하듯 마주침이 반갑지 않은 나날들이다. 막
파랑 색을 콕 찍은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시작부터 '파란나라'를 보았냐고 묻는다. 그곳은 꿈과 사랑이 가득한, 천사들이 사는 나라이며 맑은 강물이 흐르고 울타리도 없단다. 파랑새도 있고 안데르센 동화도 무지개도 있단다. 꿈같지만 누구나 가보고 싶은 나라 그러나 현실에선 생각만 하게 되는 나라다. 그럼에도 우리 가슴속엔 꿈과 사랑이 가득한 그곳을 향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8살이 된 손녀는 요즘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다. 빨리 3월이 왔으면 좋겠고 자신이 고른 가방을 메고 학교에 다니고 싶단다. 또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단다. 그런데 아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 빼는 말을 하는 사람은 5학년인 제 오빠다. "얘가 몰라도 한참 모르네, 너 공부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동생도 이에 지지 않는다. "오빠가 공부하기 싫으니까 하는 말이지· 입학 축하기념으로 가방을 사러 손녀와 매장에 들렀다. 무슨 색 가방을 사고 싶으냐 물었더니 민트 블루란다. 블루면 블루지 민트블루가 뭐냐고 하니 파랑계열인 하늘색에 가까운 색이란다. 한참을 기웃거리다 민트 블루 색 가방을 발견하고 아이에게 손짓을 했다. 처음엔 "할머니, 이거야…
어쩌면 우리는 지구라는 주전자 안에 담겨있는 작은 차 조각은 아닐까. 하늘에서 시간이라는 찻물을 내리면 작았던 아이들이 시간 속에 점점 자라고 어른이 되어 주변을 향으로 물들이는 것은 아닐까. 나는 어떤 향을 갖고 있을까. 어떤 향으로 시간 속에 부풀어서 주변을 물들일 수 있을까. 그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차를 우린다. 포트에 물을 붓고 끓이는 동안 다기를 준비한다. 차호를 꺼내 뚜껑을 연다. 잘 마른 찻잎이 나를 보고 있다. 차시로 찻잎을 덜어서 찻주전자에 담는다. 물을 주전자에 넣고 6분을 기다린다. 말랐던 찻잎에 물기가 돌고 쪼그라들었던 잎이 활짝 열린다. 부풀어가는 찻잎을 보며 문득 생각을 부풀린다. 신탄진에서 그녀를 만났다. 오 년 만의 해후였다. 소도시라 그런지 아무리 둘러보아도 찻집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커피숍을 발견했다. 모비딕에 등장하는 일등항해사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는 스타벅스가 눈에 들어왔다. 선택의 여지 없이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나를 보며 던진 첫마디는 "똑같다 하나도 안 변했어!"였다. 난 그녀를 보며 "넌 벤자민 버튼 같아.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거 같은데!"라고 하자 그녀는 염색을 했다고 했다. 문득
춘 3월 안광석 충북도시인협회장 초인종이 울립니다 따스한 햇살이 환한 미소 머금고 대문 앞에 서 있습니다 반갑게 맞이하여 꽃차를 마시며 졸졸졸 시냇물 소리를 담아봅니다 그대의 연둣빛 고운 정은 언제나 내 가슴에 피어오릅니다.
[충북일보] 충북도내 시·군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보은·영동·증평·진천·괴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곳은 괴산·단양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군구 및 전문과목별 활동의사인력 현황'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 1천명당 의사는 3.2명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의사 2.1명, 치과의사 0.6명, 한의사 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천명당 활동의사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강원 고성'으로 인구 천명당 1.0명으로 전국 평균의 3분의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강원 양양(1.0명)·강원 인제(1.1명)·강원 정선(1.3명)·강원 횡성(1.3명) 순이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229개 시군구 중 66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보은, 영동, 증평, 진천, 괴산 등 5개 군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229개 시·군·구 중 14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괴산, 단양군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11개 지역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산부인과 전문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