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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루소는 사회가 형성되기 이전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였다고 말한다. 루소가 말하는 자연 상태는 인간들이 뿔뿔이 흩어져 자율과 능동으로 살아가는 상태를 의미한다. 자연에서 사회관계라는 것은 고작해야 가족으로 한정되고, 당연히 불평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땅에 울타리를 두르고 "이 땅은 내 것이다!"고 선언하면서 평등은 깨지고 끔찍한 무질서가 생겨났다고 루소는 『불평등 기원론』에서 밝힌다. 영화 〈기생충〉은 루소가 언급한 불평등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족과 부유하게 살아가고 있는 두 가족 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생충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덧붙어 살아가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영화 〈기생충〉은 양극화된 삶을 살아가는 두 가족을 중심으로 빈부격차에 의한 계급·계층 간 단절을 다뤄낸 영화이다.

기생충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최우식은 극빈층이다. 친구 박서준이 넘겨준 부잣집 이선균 딸 과외를 맡게 된다. 이후 최우식 가족은 모두 이선균 집에 취직하게 된다. 알고 보니 전 가정부 남편은 이선균의 숨겨진 지하에서 기생충처럼 살고 있었다. 최우식 가족과 전 가정부와 남편 모두 이선균 집에 기생하여 살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후 이선균 집은 송강호 가족들이 자기 집처럼 쓰지만 결국 문제가 발생, 딸은 죽고 아빠는 살인자가 되어 이선균 집 비밀공간에 생활하게 된다.

우리들도 그렇게 둘러앉아/ 삶은 감자를 먹던 때가 있었다/ 불빛 흐린/ 언제나 불빛 흐린/ 저녁 식탁이 누구의 손 하나가 잘못 놓여도/ 삐걱거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셋째 형만이/ 언제고 떠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잘 삶아진 굵은 감자알처럼/ 마디 굵은 우리 식구들의 손처럼/ 서걱서걱 흙을 파고 나가는/ 삽질 소리들을 꿈속에서도 들었다/ 누구나 삽질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타고난 사람들이었다/ 새벽에는/ 빗줄기가 조금 창문을 두드렸다/ 제일 부드러웠다/ 새싹들이 돋고 있으리라 믿었다/ 오늘은 하루쯤 쉬어도 되리라/ 목욕탕엘 가고 싶었다

- 정진규, 「감자 먹는 사람들」 전문

극빈층 최우식처럼 "우리들도 그렇게 둘러앉아/삶은 감자를 먹던 때가 있었다" 기생충 내장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불빛 흐린/언제나 불빛 흐린" 지하 어두운 방에서 "누구의 손 하나가 잘못 놓여도/삐걱거"리 듯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니 "아무 말도" 못하는 머리, 가슴, 손들이 불평등과 완강하게 결합 되어 "언제고 떠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명백하게 잔인하고 혹독한 가난에 대한 이미지 들이 떠날 줄 모르고 완강하게 결합 되어 있는 모습이다.

"서걱서걱 흙을 파고 나가는/삽질 소리들"은 연민을 자아낸다. "새벽에는/빗줄기가 조금 창문을 두드렸다/제일 부드러웠다/새싹들이 돋고 있으리라 믿었다" 아이러니한 시간이다.

잔인하고 혹독한 가난은 실로 무상하다. "오늘은 하루쯤 쉬어도 되리라/목욕탕엘 가고 싶었다" 듣기가 불편하고 불쾌한 모습이다. 잔인하고 혹독한 가난이 범위를 넓게 정하고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인간과 짐승 경계를 넘나들어야 하는 처참한 파국은 영화 〈기생충〉을 떠올리게 한다.

기생충 내장을 만지고 싶은 근원적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다. 리얼한 사건(실재성)에 대한 욕망이다. 하지만 리얼한 사건은 여간해서 보편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평범한 일상 환경에서 모범적으로 진실하게 재현해 내는 리얼은 한쪽엔 빛, 문명, 인간 세계가 있고 다른 쪽에는 어둠, 파국, 짐승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방법으로 불평등을 애무해야 할까? 피부를 째고 열어, 꼭 피를 봐야 할 것인가? 불평등한 내장, 불평등한 기생충 내장을 꺼내 보고 싶은 충동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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