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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6.14 15:47:42
  • 최종수정2023.06.14 15:47:42

김춘자

수필가

사업할 때의 인연으로 다리를 놓아 부부의 연을 맺어준 적이 있었다. 가끔 소식을 전하며 고마움을 잊지 않았던 A가 아들과 방문을 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모습, 반가움에 거실로 안내했다. 가져온 선물 꾸러미를 풀어놓는다. 떡과 빼빼로 흰 봉투였다.

A는 사업을 하는 청년이었고 여성은 대학에 근무했었다. 양가 부모님들은 다리를 놓아준 나를 믿고, 만난 지 반년 만에 백년가약을 맺어주었다. 늘 웃는 날만 있기를 기도했었는데…. 기도가 성취된 듯하였다.

1남2녀를 두고 아이들과 경쟁하듯 대학원에 다녔다고 했다. 석사학위를 네 번 받고 법학박사에 도전하여 성취하였다고 하였다. 로스쿨에서 강의하며 법원에 가 봉사도 한다고 했다. 결혼하여 사업과 학업을 다 성취하였다며 다 내 덕이란다.

오늘이 60년을 넘는 문턱이라고 했다. 벌써 회갑이구나. 얼굴을 쳐다보았다. 가라앉은 모습은 보이지 않고 싱글거린다. 알고 지내는 지인들과 고마운 분들에게 떡과 빼빼로에 감사함을 담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사를 드리고 있다고 했다. 회갑 문턱을 남다르게 보내고 있는A는 난사람이고 든 사람이며 된 사람인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

의아한 생각이 드는 빼빼로 선물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살다 보면 가던 길 멈추고 옆길로 빠지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유혹을 이겨내고 곧은 길만 가라는 의미로 넣었다고 했다. A에게 존경심이 올라왔다.

A의 아들에게 아빠를 닮아가는 삶을 산다면 성공한다고 말해주니 존경하는 눈빛으로A를 바라다보았다. 현관밖에 나가 배웅을 하며 차가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계단을 도담도담 올라오며A보다 먼저 연을 맺어준 유 선생님이 떠오른다. 유 선생은 딸의 유치원 선생님이었다.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반년을 함께 다니며 유 선생님의 순수함과 성실함 사랑으로 돌봐주시는 모습이 나를 감동하게 했다.

친구에게 유 선생님의 사람됨을 이야기하며 아들이 있다면 며느리로 삼고 싶다고 말했었다. 내 말을 듣고 있던 친구는 동생이 있다면서 소개해 달라고 한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공기업에 근무하며 성실하다고 어필하였다. 유 선생님과 친구 동생을 다리를 놓아주니 연분이었는지 부부에 연을 맺었다.

친구는 만날 때마다 술 석 잔으로 고마워한다. 친구 조카 백일 때 초대받아 갔다. 친구 어머니가 반기신다. 버릴 것 하나 없는 며느리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지금도 만나면 뺨 석 대가 아닌 술 석 잔이다. 친구 조카가 청첩장을 보내왔다. 무탈하게 살고 아들까지 결혼을 시킨다는 딸 유치원 선생님을 보러 다음 주에는 서울 예식장을 다녀올 계획이다.

요즈음 결혼풍습이 많이 변했다. 중매보다는 연애결혼이 많은 것 같다. 연애결혼은 봄에 돋아나는 새싹처럼 풋풋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싱그러움이 줄어든다. 감정적 경험이나 우울감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곁눈질 하기보다는 생산적인 일을 찾아 극복하지 않으면 불행해지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연애결혼과 중매결혼, 장단점이있기는 하지만 중매결혼이 연애결혼보다 이혼할 확률이 적은 것 같다. 다리를 놓아주는 중매쟁이가 양쪽 집안을 속속들이 알고 소개해주니 사소한 일은 넘어가고 이해하며 살기 때문인 것 같다. 중매결혼은 봄에 씨앗을 뿌리고 촉이 트고 자라며 열매 맺는 과정을 함께하며 알아가는 과정의 시간덕탬도 한몫하는 것 같다.

A가 일어서면서 아들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혼수 목록으로 혼사가 깨질 염려도 없고 외적 환경도 중요시 않는 집안이니, 여성 상위시대라고 되바라지지 않은 여성, 양가에 합리적으로 아우를 줄 아는 지혜가 있는 여성,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정신이 건강한 여성이면 결혼과 회갑 문턱을 거뜬히 넘어 행복한 가정을 가꾸지 않을까!이런 여성이면YE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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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