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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청화스님의 49재 참석차 통도사로 가기로 했다. 일반 신도들이 운명하고 하는 49재는 참석해 보았지만, 스님들의 49재는 본 적이 없다.

49재는 이생을 떠난 스님 영가를 위해 공양을 올리며 공덕을 지어주는 예의다.

청화스님이 입적했다는 소식을 TV 자막을 보고 알았다. 짐승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도를 이루고 도인이라 칭송을 들으셨으니 그 이름이불교계에 영원히 남으리라.

청하 스님은 1924년 태어나셔서 메이지 대학교를 중퇴하고 성륜사 조실 태안사 조실 백양사 운문암에서 득도하여 청화라는 호를 내려 받으셨다고 한다. 살아서는 득도하여 중생을 위해 설법하시고, 열반하셔서는 극락정토로 가실까 아니면, 윤회하여 다시 사람 몸을 받아 중생을 교화하실까 궁금하다.

언양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던 남편이 늦는다. 걱정되어 전화하니 계속 통화 중이다.

휴게실이 복잡하여 우리 차가 주차된 주차장으로 가 주차된 차 옆에서 기다렸다. 30분쯤 지나니 짜증이 올라온다. 남편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며 걸어왔다. 낯빛이 좋지 않은 나를 보더니 화장실에서 있었던 사연을 이야기한다. 큰일을 보고 일어서려는데 변기 옆으로 떨어져 있는 지갑이 있었다고 한다. 지갑에는 수표와 현금이 가득 들어있었고 같은 이름의 명함이 여러 장 들어있어 명함이 있는 번호로 전화를 계속 걸어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통도사로 가는 하행선에는 차들이 긴 꼬리를 물었다.

행사시간에 닿아야 하니 일단 통도사로 가기로 했다. 남편은 운전하고 나는 옆자리에 앉아 계속 전화를 걸었다. 현금만 없었다면 시간을 낭비하면서까지 주인을 찾기 위해 필사의 노력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갑을 잃어버린 줄 알면 얼마나 당황할까. 주민등록증이라도 있었으면 경찰서에 갖다 주면 될 일이지만 명함밖에 없는 지갑이니 우리 부부가 찾아주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통도사 입구에 도착했다. 우리는 슈퍼에 들러 캔커피를 사서 마시면서 계속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만 간다. 49재 참석도 중요하지만, 주인을 찾아주는 게 먼저인 것 같다.

"혹시 지갑을 분실하셨나요?"

"아니요. 무슨 일이십니까?" 되묻는다.

"언양 휴게실에서 지갑을 취득해서요."

"잠깐만요. 어? 지갑이 없네?" 당황한 목소리가 들린다.

동일인이 맞는지 확인차 성함을 물었다. 명함에 있는 이름과 동일인이다.

현 위치를 물어온다. 통도사 앞 슈퍼라고 했다.

이ㅇㅇ은 언양휴게소 하행선에서 전역한 해병대 전우들과 함께 교통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49재 행사도 끝나갈 무렵이라 참석해야 별 의미가 없어 우리는 청주 방향으로 가는 상행선 언양휴게소를 약속장소로 정했다. 상하행선 휴게소 사이에는 지하 통로가 있어 직원들만 건너다닌다고 했다. 49재에 참석하고자 새벽부터 부산을 떨었던 게 아쉽기는 했지만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니 서운함이 덜했다.

상행선 언양휴게소에 차를 주차하고 전화를 했다. 휴게실 제일 높은 곳에서 전화를 받던 그 사람은 우리를 보고 달려와서는 손을 덥석 잡으며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했다. 전주에서 식당을 하는 사업가인데, 가게 잔금을 치르는 것을 오후로 미루고 불자로서 존경했던 청화스님 49재일을 맞아 봉사하고 싶어서 참석했다고 했다.

사례비라고 하며 10만 원을 준다. 우리는 사양했다. 청화스님이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게 해 준 것 같다며 싱글벙글한다. 전주 들르는 길 있으면 전주비빔밥으로 대접하겠다고 했다. 목적은 49재 참석하는 데 있었는데 지갑을 취득하는 바람에 하루 일정이 바뀌었다.

우리 부부는 오늘 보람 있는 일을 했다며 서로 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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