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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햇살을 가로막는 미세먼지처럼 우리의 일상은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불편한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하루만이라도 욕심을 내려놓고 복잡한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천천히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며 길을 걸었다. 야트막한 구룡산 능선을 따라 옮겨 딛는 걸음마다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볍고 상쾌하다.

머릿속을 꽉 채운 오지랖을 호흡으로 뱉어내며 숲속에 서 보았다. 시원한 갈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물들어가는 단풍을 보며 익어가는 내 나이에 눈물이 난다.

구룡산은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을 준비하다가 세존 사리탑이 세워지자 승천을 포기하고 탑을 호위하는 호위병이 됐다는 구전이 내려온다.

세존 사리탑은 조선 고종 때 구천동에 옮겼던 것을 광우와 등원 스님이 안심사로 모셔와 종 모양으로 사리탑과 탑비를 세웠다는 기록이 있으며 잘 보존되어 있다.

안심사는 구룡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참선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법당이 보이고 단청이 곱게 채색돼 있다. 법당과 멀지 않은 곳에 원형의 작은 연못은 정원인 듯 아름답다.

진표율사가 창건 후 평안한 마음으로 수행해 득도하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안심사'라는 사찰명을 지었다고 한다.

안심사 대웅전은 보물 제66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조선 중기의 목조 토기와로 지은 사찰이다. 건물 내부는 장엄하게 치장하고 대웅전 안에 닷집을 지어 부처님을 공경하는 예를 갖추고 있다. 대웅전 안에서 피어오르는 침향 냄새는 심신을 깨끗하게 씻겨내고 가지런히 놓인 목탁은 중생들의 소원을 부처님께 발원하는 가교 구실을 하다가 잠시 쉬고 있는 듯 평화롭다.

대웅전 옆에 있는 영산회괘불은 국보 제297호로 괘불함에 보관돼 있어 아쉽게도 친견할 수 없다. 초파일 행사 때 일반인들에게 공개한다고 하니 인연이 닿으면 볼 수 있지 않을까? 괘불은 법석을 열어 설법을 설하는 장엄한 모습은 중생들에게는 불법을 널리 설파하고 깨달음을 주기 위한 불화이다. 평상시엔 모조품을 걸개로 걸어놓고 경배를 할 수 있게 해놓았다.

영산전 중앙에는 삼존불이 모셔져 있고 16나한상이 좌우로 배치돼어 있다. 나한이란 깨달음을 득도해 아라한과를 이뤘으나 열반에 들기를 미루고 미륵이 나타날 때까지 불법을 수호하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석가모니 제자로 신통력이 뛰어난 16명의 아라한을 뜻한다.

가까이서 뵈니 숙연해지며 저절로 합장 예를 올리게 된다. 선돌 위에 가지런히 놓인 흰 고무신을 보고는 참선에 방해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나비걸음을 걸었다.

나지막한 햇살은 머뭇거리는 뭇 생명을 보듬는다. 평온한 마음으로 본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와 따스한 위로를 받았다. 우리도 깨달아 10지경계에 다다르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니 힘써 공부해야겠다. 해우소에 들려 아직도 내려놓지 않은 걱정과 근심을 비웠다.

고목들이 묵묵히 세월을 감내하는 안심사 입구로 나와 잠시 몸과 마음을 쉬었다가 개신동과 산남동 산북동에 걸쳐 있는 산 165m를 완주하고 방죽말 방죽, 장전 방죽, 산남 방죽, 농촌 방죽, 원흥이 방죽이 조성되어 있는곳을 돌아보고 두꺼비 서식지로 유명한 원흥이 방죽을 둘러보니 유년 시절 비 오는 날이면 소슬 대문 안으로 떼 지어 들어오던 두꺼비의 모습들이 생각난다.

오늘은 평온하고 살가운 내 삶의 멋을 길에서 만난 숲과 바람, 벌과 나비 그리고 숲지와 방죽에 서식하는 생명체와 부처님이 머물고 계신 도량과 세존 사리탑에서 하루를 머물다 내려놓았다. 따스하게 내려앉으며 서산으로 갸웃 고개를 내민 햇살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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