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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주중에는 연구실에서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사위가 캠핑카를 사고 싶다고 했다. 부모가 아닌 처가 장모와 상의하는 속내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주말만이라도 자연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아니면 제 아내에게 동의하도록 도와달라는 뜻일까? 대학, 대학원 석·박사까지 22년을 책과 벗하며 유년기부터 청년기까지 책과 씨름했을 사위, 가정을 이루면서 연구실에서 우수한 두뇌들과 경쟁하는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딸애를 설득해보기 위해 조용한 찻집에 마주 앉았다. 서우 아빠(사위)가 연구실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과부하 상태는 아닌지. 딸애는 해맑게 웃으며 "자유로운 영혼이야.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한다.

나는 설득에 나섰다. '육체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은 하룻밤 푹자고 일어나면 피로가 풀린다지만, 정신노동을 하는 자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탈출구가 있어야 한단다. 엄마도 사업할 때 백 원짜리 고스톱을 치면서 스트레스 풀었잖아. 고고하면서 잃는 돈보다는 내가 살아야 했으니까! 캠핑카 사는데 기쁜 마음으로 동의해 주면 좋겠다. 장모인 나와 상의하는 것은 응원해 달라는 메시지인 것 같다.

두어 달 후 둘째와 한강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유유히 흐르는 강 위로 은빛 햇살이 수를 놓았다.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자유롭고, 풀 냄새가 상큼하다. 사위는 얼굴 가득 행복해 보였다. 밥을 짓고 불을 피우고 단순해 보이는 일과가 아파트 주방이 아니어서 더 여유로워 보인다. 차고 넘치는 감정들을 이곳에 비워내고 새로 시작하는 월요일 가볍게 출근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사위가 작은 스토브에 물을 끓여 숭늉 대신 느슨하게 커피를 내려준다. 별빛이 강가로 놀러오고, 이름 모를 풀벌레가 떼창을 한다.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내 유년 시절 고향집 마당으로 공간 이동을 했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에서 쑥향기가 떠올랐다. 쑥을 베어 마당에 모기 불을 피워 쑥 연기로 여름 모기를 퇴치하고, 우리들 마음속은 쑥 향기로 가득 찼었다. 다시 불멍을 하며 내게 있었던 잡다한 생각들을 내려놓으니 멍하니 앉아있어도 마음이 맑아졌다.

세상 사람들은 오로지 사념 없애기를 추구하지만 끝내는 없앨 수가 없다. 다만 이전에 있었던 생각을 남겨두지 않고, 앞으로 있을 생각을 받아들이지 말며, 지금 있는 그대로의 인연에 따라 나갈 수 있다면 자연히 무겸의 경지에 빠져 들게 된다.

세 가족이 대화 없이 앉아있다. 직장 생활하며 차고 넘쳐버린 감정의 찌꺼기를 비워내는 중이라는 것을 편안해 보이는 모습에서 알 수 있었다. 딸애를 설득하기를 잘했구나. 덕분에 나 또한 정화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손자, 손녀는 도란도란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똑같은 놀이기구가 아닌 흙으로 밥을 짓고, 풀로 반찬 만들어 돌 위에 담아내고, 후식이라며 과일을 가져가 바위 위에 올려놓고 먹고 있다. 동심이 나무 자라듯 캐핑하며 자라려무나.

모닥불은 사그라지고 우리들은 긴 이야기들로 다리를 놓았다. 딸애가 "엄마, 내년에 남편이 연수 계획이 있어요" 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눈이 촉촉해진다. 잠시 떨어져 살아야할 딸애와 손자, 손녀가 걱정이 된다.

남편과 나는 노을빛 석양이니 아름다운 딸 부부에게 뜨는 해로 날개를 달아주면 어떨까 남편과 상의를 해야겠다. 딸 부부는 계획했던 사업을 시작하고, 우리 부부는 바람막이가 되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 보람이지 싶다.

가끔 함께 산과 계곡, 바다로 다니면서 쌓이는 감정들을 비우며 자연에서 에너지를 충전시키며 긍정적이며 활기차게 살아가자. 가정과 직장에서 쌓이는 감정들은 너희에게만 벽돌 쌓이듯 쌓이는 것이 아니란다. 노년의 부모에게도 살아온 세월만큼 두께를 더한 감정들로 힘들 때가 있단다.

휴식의 참된 진미는 일하는 자만이 안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휴식이 있어야 한다.

그 휴식을 취하는 방법은 각자 다르겠지만 자기의 취미야 말로 그 휴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모세대는 쉬는 날 없이 살아온 지난날이 비오고 바람 부는 여름날 같다면, 너희들 미래는 봄꽃이 만발하는 봄날이기를 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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