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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봄이 무르녹아 꽃봉오리들은 그 화려한 향기와 함께 영롱한 화판을 활짝 쏟아 놓는다. 실안개 속으로 조으는 우암산 야트막한 봉우리는 꿈같이 아련하다. 개나리와 벚꽃이 맞닿아 실개천 양옆으로 터널을 만들었다. 흐르는 물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재잘거리는 소리가 새들의 노랫소리처럼 정답게 들린다. 벚꽃 위로는 햇살이 반짝이고 미세먼지 없는 하늘은 실개천에 푸른빛을 더한다. 바람이 햇살을 밀어내고 벚꽃 주위를 맴돈다. 꽃들은 어지러운 듯 흔들리다 바람을 따라 하늘로 날아오르다 다시 내려와 내 어깨 위에 앉는다. 사랑하는 연인이 어깨를 감싼 듯 가슴이 설렌다. 아파트 샛길 옆으로 노란 민들레가 모여 속살속살 우리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우리는 봄볕과 꽃이 만발한 길 위에 이야기를 쏟아 놓는다. 감성이 뛰어난 도반은 연일 핸드폰을 눌러 예쁜 모습을 담는다. 이성적인 도반은 입가에 살풋한 미소를 지으며 걷는 모습이 깊은 사색에 빠진 듯 보인다. 살아온 인생길이 가시밭길이었던 선생님은 뒤에서 천천히 우리를 호위하며 걷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이는 선생님은 걸음걸이조차 활기차 보인다.

코티분 향기와 닮은 꽃내음이 친정엄마를 생각나게 한다. 화사한 봄꽃 나들잇길에 예쁜 원피스를 입고 나풀거리며 춤추던 나의 모습도 떠올린다. 살아온 길은 다르지만 우리는 해 질 녘에 서 있다. 위치에 따라 그림자의 방향이 다르다. 소낙비가 내리던 날의 소등 오른쪽과 왼쪽은 달랐다. 왼쪽은 비를 맞고 오른쪽은 멀쩡했었다. 나는 살면서 소낙비를 피하는 쪽에 있었으니 감사한 일이다. 꽃잎이 원을 그리며 실개천에 내려앉아 물을 따라 흘러간다. 꽃잎과 동행하며 여행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둘레길 반환점에서 여섯 명이 만났다.

척박한 돌 사이로 보랏빛이 선명한 제비꽃이 무리 지어 피었다. 감성이 풍부한 도반이 제비꽃으로 반지를 만들어 끼워 주었다. 클로버 꽃으로 팔찌를 만들고 반지를 만들어 채워주던 유년 시절 친구들이 떠오른다. 우리는 동심으로 돌아가 하하 호호거렸다. 꽃반지 낀 손과 손을 포개어 하트 모양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 저장하며 우리는 행복해했다. 주름 가득한 손은 연륜이 가득했지만, 꽃반지 낀 손가락들은 소녀들이었다. 어린 나와 할매가 내가 꽃반지 속에 함께 있었다. 소녀는 할매가 되면서 다른 인격체로 변하는 게 아니고 같은 연속선상에 있다. 주름진 손이 서글퍼 보이지 않고 자랑스럽다. 가족과 직원들에게 행복을 나눠 준 손이기 때문이다.

꽃은 열매를 맺어 종족을 번식하기 위한 초석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재물을 모으는 것은 가족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서 산다. 꽃은 열매를 숨기고 가루받이를 하기 위해 활짝 피운다. 지금은 꽃만 보이지만 꽃이 지고 나면 꽃자루 속에서 열매가 자라기 시작한다. 여름에는 파란 열매가 자라고 가을이 되면 각자의 색깔대로 익어 사람들에게 달콤한 과일을 내어준다. 과일을 내어줄 때쯤이면 나무속에 나이테라는 주름을 몸에 새긴다. 사람들의 연륜이 만드는 주름처럼 말이다. 나무는 과일을 내주고 사람들은 과일을 먹고 종족을 퍼트려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봄은 우리에게 많은 철학의 소재를 준다. 생명의 경이와 신비감을 일으키게 하는 계절이다. 산이 있고 물이 흐르고, 보리가 자라고 종달새가 노래한다. 꽃길을 걸으며 휴식 같은 시간을 보냈다. 찌든 때를 향기로 씻어내고 가슴을 열어 향기로 채웠다.

이제 욕심을 내려놓고 가벼운 삶이 주는 느긋한 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행복이란 팝콘을 튀겨 나누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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