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個性)은 사전적으로 '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을 의미한다. 우리는 누구나 같은 문화, 동일한 나이 대, 유사한 그룹에 속해 있지만 타인과 구별되는 개인만의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심리학에서는 '개인차'라고 한다. 오래전부터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개인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개인차를 가져오는 유전·환경적 특성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밝혀냈으며, 개인차에 대한 관심은 인간의 건강한 발달을 촉진시키고, 개인이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누구나 개인차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개성을 형성하게 되는데, 그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길다. 어린 아이들은 성별에 대한 구별에서부터 자신의 독특성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남성' 혹은 '여성'으로 지각하고, 같은 성을 가진 부모와 동일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성에 대한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발달이 진행됨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성별 외에 외모, 출생순위, 사는 곳, 부모의 직업, 성격, 학교, 성적, 지능, 재능, 또래관계 등 좀 더 많은 요소들로 설명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이 타인과 구별되는 독특한 존재라는 것에 점점 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개
[충북일보] 아파트 '깜깜이 분양'이 전국적으로 유행이다. 일반분양보다 성행하고 있다. 충북에서도 비청주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깜깜이 분양은 건설사 입장에선 위기 타개책이다. 일반분양할 경우 계약에 많은 예산과 인력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이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한 마디로 부동산 시장의 현재 심리를 보여 주는 현상이다. 깜깜이 분양은 건설사가 고의로 미분양을 만드는 방식이다. 통상 청약은 입주자 모집 공고→특별공급→1·2순위 청약→당첨자 발표→지정 계약으로 진행된다. 대략 20일에 걸쳐 진행되는 게 통례다. 이때 시공·시행 건설사들은 대부분 동네방네 홍보 전쟁에 들어간다. 광고비도 가장 많이 들어간다. 청약 경쟁률을 높이려니 그렇다. 그런데 깜깜이 분양은 정반대다. 되레 청약 경쟁률을 억제해야 한다. 청약기간 중 몰리는 관람객도 반갑지 않다. 깜깜이 분양은 통상의 분양 상식에 크게 어긋난다. 그러나 그 시스템을 보면 건설사 속내가 보인다. 건설사는 우선 무명 매체를 골라 입주자 모집을 공고한다. 유명 매체는 제외다. 될수록 청약 일정을 소비자가 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미분양 사태가 발생한다. 이어 건설사가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충북일보] 정부나 지자체, 교육청 등이 또 뒷북을 치고 있다. 현황조사니 전수조사니 하며 분주하다. 사건사고를 예방하기보다 뒷북 대책에 바쁘다. 굵직한 사고가 터지면 언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람이 여럿 죽거나 시끄러워져야 조사를 하느니 대책을 마련하느니 하며 법석을 떤다. 한 마디로 언제나 정해진 뒷북행정이다. 이번 뒷북은 며칠 전 일어난 유치원생 폭염버스 사망 사고 때문이다. 전국의 교육청은 지금 어린이 통학차량 전수조사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설정보와 차량정보,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정보 등을 파악하고 있다. 너무 안이하게 대처해오다 사고 후 비로소 하는 뒷북행정이다. 물놀이 사고가 나도 마찬가지다. 그 때 비로소 안전관리에 대한 조사를 한다. 유해물질 유출 사고가 나도 다르지 않다. 학교 우레탄 트랙 유해성 조사도 같다. 선제 대응은 없고 언제나 뒷북 대책으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교육부는 8~9월 중 13살 이하 어린이 통학차량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시·도교육청엔 매년 두 차례 어린이 통학차량을 점검해 안전교육 이수, 안전수칙 준수, 차량 변동 사항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토록 했다. 그런데 왜 이제야 어린이 통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일 주일 이상 열대야와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올 여름은 타들어가는 듯한 폭염에 스콜성 소나기가 습도를 높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 열기나 불쾌지수가 상승되고 있다. 이젠 날씨마저 글로벌화 되어 외국의 기후를 닮아 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식량 자급율이 낮기 때문에 수입되고 있는 농산물 중 GMO 농산물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GMO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유전자 변형 혹은 재조합이라는 용어로 번역되지만 유전자 조작의 수준을 볼 때'유전자 재조합 농산물'이 우리말의 옳은 표현일 것이다. 예를들면, 농민들이 제일 관리하기 어렵고, 골치 아프다는 잡초 제거를 위해 제초제에 강한 다른 생물의 DNA를 이식하여 제초제를 아무리 많이 뿌려도 견딜 수 있는 옥수수나 콩을 만드는 것이다. GMO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에 비해 특별히 더 위험하거나 식품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근거를 현재는 찾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에게 이로운 특질을 갖는 품종을 얻기 위해 장기간에 걸친 육종을 통해 신품종을 개발하는 종래의 방법에 비해 GMO
최근 뉴스를 통해 지난 2월 중순부터 3월말까지 난폭·보복 운전자가 800명이상 입건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중 난폭운전의 유형 중 42.8%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진로를 변경하는 경우로 가장 비율이 높았다. 차량의 급격한 증가와 빨라진 현대인들의 모습으로 인하여 서로 바빠지고 차량을 운전할 때도 익숙함에 젖어 최근 뉴스를 통해 전달된 내용처럼 위험하고 난폭한 운전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 방향지시등을 켜지않고 진행할 경우에는 신호조작 불이행으로 도로교통법 제 38조 "모든 차의 운전자는 좌회전·우회전·횡단·유턴·서행·정지 또는 후진을 하거나 같은 방향으로 진로를 바꾸려고 하는 경우에는 손이나 방향지시기 또는 등화로서 그 행위가 끝날 때까지 신호를 하여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일반도로 진로 변경시에는 행위하려는 지점에 이르기 전 30m 이전부터 방향지시등을 조작 하여야한다. 그리고 고속도로의 경우에는 100m 이전에 방향지시등을 조작 하여야하며, 이를 어길시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블랙박스나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국민신
충북학생종합수련원은 진천군 문백면 은탄리 118번지 미호천 변에 위치해 있다.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청소년 육성을 위해 1986년 부지를 매입해 87년 야영시설 및 본관을 준공하였고 지금은 위기학생들의 교육 시설인 청명원과 함께 자리를 하고 있다. 최신식 수련시설 및 26개의 글램핑 공간을 마련해 교육가족을 위해 사용을 하고 있다. 평사리에서 약 1km를 천변으로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니 수련시설이 펼쳐져 있다. 이번 탐사에 동행하기 위해 김병우 교육감이 함께했다. 학생수련원 앞 미호천의 오염도를 살펴본 김병우 교육감은 "하천을 자연의 일부로 보지 않고 생활의 한 영역 즉, 뒷처리 영역인 하수처리영역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진천군과 농어촌공사 등과 협의해 수질개선 방법을 찾아보겠다. 수련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수련시설에 야외 수영장이 보인다. 1995년 충북산악구조대는(당시대장 연방희) 충북 학생종합 수련원에서 '전국산악구조대 합동훈련'을 개최했다. 그 당시만 해도 학생수련원을 둘러싼 400여m의 모래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훈련에 참가한 대원들은 '앞으로 이런 좋은 곳에서 훈련을…
단양의 상진교에서 강 하류로 조금 내려오면 강 가운데 시루섬이라는 섬이 있었다. 옛 단양에서 제천을 가는 도로가 이 섬 위를 지나가게 되어 있어서 남한강의 경치를 한껏 감상하면서 왜 시루섬이라고 했는지 궁금했었는데 지금은 수몰되어 흔적을 찾을 수가 없으니 옛날이 그리워진다. 보은군 내북면 적음리에는 시루산이 있으며,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의 시루봉, 제천시 덕산면 억수리의 시루봉을 비롯하여 전북 장수군 장계면 금곡리의 시루봉, 진안군 부귀면 두남리의 시루봉,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두척동의 시루봉, 마산합포구 진북면 부평리의 시루봉, 진해구 자은동의 시루봉, 합천군 가야면 성기리의 시루봉,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시루봉,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유운리의 시루봉, 대전광역시 서구 우명동의 시루봉, 강원도 강릉시 저동의 시루봉, 울산광역시 중구 학성동 학성공원의 시루산(증산, 신두산), 경북 구미시 양호동의 시루봉, 그리고 북한 지역인 황해북도 연산군 대평리에도 시루봉이 있다. 이와같이 시루섬, 시루봉, 시루산이라는 지명이 많이 나타나는데 한결같이 시루처럼 생겨서 붙인 이름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서 '시루'란 무슨 의미로 쓰인 것일까?…
누구나 살며 다들 떠남에 대한 설렘을 안고 삽니다. 그것은 지금의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욱 커지는 것이지요. 또한 본래 인간은 머물며 살던 그런 동물이 아니었기에 머묾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떠남에 대한 설렘은 크게 다가오는 것이지요. 아마도 이 글이 나가는 날 쯤에는 나는 실크로드의 멀고 먼 길 한가운데서 뜨겁고 매서운 먼지바람을 맞으며 나를 찾는 허망한 몸부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젊은 시절 한없이 돌아다니며 삶의 자양분을 충전하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떠났지만 그 것이 일관계로 인한 공식적인 일정을 수행하는 또 다른 업무의 연속이었지 진정 나를 돌아보고 생을 바라보는 그런 여행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실크로드 여행을 결정하는 과정이 힘들었지 막상 떠난다는 결정을 하고나니 모든 것이 다 편안했습니다. 많은 것을 내려놓고 잡던 끈도 놓아야만 했습니다. 그로인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억겁으로 흐르는 장대한 우주의 시간 속에 하찮은 미물보다도 더 작은 존재인 나를 봅니다. 살며 서로가 보아온 것은 그냥 보인 것을 본 것이고 내가 아는 것을 안다고 느낀 것뿐이었습니다. 그를 둘
충북 교육계가 어수선하다. 교육환경 문제 때문이다. 그 정점에는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 시공이 학교체육환경 개선의 상징일 만큼 조성 붐이 일었다. 혈세낭비·건강위협 자초하다 우레탄 트랙이 흙먼지가 날리지 않고 아이들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소재로 알려지면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 트랙을 까는 학교가 늘었다. 당시 시설투자 협약식을 가지면서 체력 증진을 위해 잔디를 깔았던 독일의 '골든 플랜'에 비유될 정도였다. 도입 당시 중금속 오염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았으나 묵살됐다.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가 안전한 체육활용을 위해 선호되던 것도 옛말이다.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다수의 우레탄 트랙에서 한국표준규격(KS) 기준치를 초과한 중금속이 검출되면서부터다. 현재 전국적으로 우레탄 트랙을 설치한 2천800개교에 대한 안전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충청권 학교 388곳 중 263곳이 납 기준치를 초과했다. 충북도내 초·중·교 79개 학교에서 유해물질인 납이 기준치(90mg/kg 이하)를 초과해 검출됐다. 크롬, 수은은 다행히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
요즈음 '오베라는 남자' 영화가 무척이나 핫(HOT)하다. 평점이 무려 9.03에 달한다. 평점이 9점 넘어가는 영화는 굉장히 오랜만이다. 오베가 누구기에 이렇게 인기가 넘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오베라는 남자'는 재미있고 인기가 있지도 않고, 감성적으로 메마르고, 낭만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이다. 이 남자는 까칠한 이웃 남자이다. 특별할 것도 없다. 단지 사회에서 통용되는 원칙·도덕·규칙을 충실하게 따르며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참으로 답답한 그러나, 무척이나 인간다우며 따뜻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칙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실천은 하지 못했지만 해보았다. 초등학교부터 도덕을 배우고, 살아오면서 법과 규칙들을 배웠다. 나는 실천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할 말이 없다. 가급적 지키려고 했고, 최선을 다했다. 변명처럼 들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것을 다 지킬 수도 없다.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오베는 실천한다. 그래서 소설이고 영화며 그래서 이웃에게 미움을 받는다. 거주자 주차 금지 구역이 있다면, 지키는 것이 당연하지만 위급한 상황 하에서는 잠시 어겨도 좋다. 나와 사회에 큰 피해가 가지 않는
[충북일보]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이 충북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화장품 수입 제한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이미 해외 직접구매(직구) 면세 혜택을 제한하고 있다. 내년 5월부터는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 해외 직구 화장품도 중국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의 위생허가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오는 12월부터는 중금속 함유량 등을 엄격히 제한하는 화장품안전기술규범도 시행키로 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처는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던 한국 화장품 업체에 대한 제동이다. 화장품·뷰티산업을 4% 경제실현 6대 전략사업으로 선정한 충북엔 이래저래 악재다. 오송화장품산업단지 조성과 청주테크노폴리스 LG생활건강 생산설비 증설에 집중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난감하다. 사드 관련 중국 내 반발 여론은 확산 추세다. 중국의 경제제재 조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00년 6월 중국산 마늘에 대한 우리의 세이프가드 조처에 휴대폰 수입 중단으로 맞선 바 있다. 물론 한중 FTA 발효에 따라 관세 부과 등 공식적·직접적 경제보복은 어렵다. 하
[충북일보] 정부가 지방공기업에 대한 성과연봉제와 지역축제 총액한도제를 도입한다. 지방재정개혁으로 본격적인 지방재정 옥죄기다. 정부는 지역축제 총액한도제를 통해 지역 축제의 체질을 개선할 방침이다. 선심성·낭비성 예산을 절감하고 지역 축제의 내실화를 꾀하겠다는 각오다. 지방공기업엔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경영효율화를 통해 혈세 낭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정부의 이런 방침을 지방재정 문제의 근본 해결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임기응변식 개편이고 지방자치에도 역행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방간 재정불균형은 자치단체 간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해결과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일부 지자체의 선심성 사업과 무분별한 국가 보조사업 유치가 제일 큰 문제다. 때론 정작 필요한 사업에 대한 예산지원 부담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무리한 국제행사 유치나 방만한 운영도 지자체의 재정난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무엇보다 단체장의 선심성 행정과 무책임한 관료주의가 문제다. 충북에서는 그동안 오송뷰티박람회를 비롯해 제천한방엑스포, 괴산유기농엑스포 등이 열렸다. 얼마 뒤엔 2016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가 열린다.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
성골끼리 뭉치자. 그렇게 삼부자는 의기투합했다. 올해 휴가는 갓 5개월 지난 손주 때문에 자연스레 생략하는 것으로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 그래도 큰아들은 약식여행정도는 하자며 먼저 남자들만 1박으로 떠나자고 했다. 장씨 성골들만의 여행이 확정되자 아내는 김씨 성골끼리 뭉칠 거라며 장모와 1박 여행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우린 각자 성골끼리의 여행을 떠났다. 며느리가 인사말을 건넸다. "아버님, 다음에는 우리아기도 그 모임에 데려가 주세요." 손주놈을 장씨 성골로 끼워달라는 며느리의 당당한 주장에 난 웃으며 말했다. "그놈 하는 거 보고." 며느리는 우리가 떠난 즉시 박씨 성골들과 집에서의 1박을 준비할 거였다. 순수혈통의 우리 성골 삼부자는 앞으로 펼쳐질 자유로운 시간에 기분이 한껏 고조되었다. 일단 저녁식사는 꿩 코스요리를 푸짐하게 먹고 2차는 맥주한잔하고, 3차는 노래방에 갔다가 아침에는 노천 온천욕을 한 뒤 탁구 게임을 하자. 그리고는 물 좋은 계곡으로 가는 거다. 뭐 그 정도로 간략하게 일정을 잡았다. 아,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게 영 생각대로 일이 술술 풀리지가 않았다. 막내아들은 마무리 지을 일이 많이 남은 모양이었다. 강원도…
맴맴 쓰쓰쓰쓰 쓰쓰쓰. 죽을 듯이 매미가 울고 있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매미의 울음소리가 고막에 착 달라붙었다. 갑자기 귓속에서 소리가 났다. 이명이다. 또 내 귀가 매미 따라 우나보다.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다. 얼른 귓바퀴를 잡고 흔들며 손가락을 귓속에 넣고 빼면서 손바닥으로 귀를 마구 때렸다. 귓속이 후끈 달아오르더니 드디어 매미소리가 사라졌다. 아, 이제 살만하다. 그리고 정말 다행이다. 귓속의 매미가 빨리 사라져주어서. 아버지는 생전에 귀가 울린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몸 상태가 조금만 나빠도 떠들썩한 잔치집이나 소란스런 장소를 피하셨고 사람이 붐비는 극장이나 기차역도 마다하셨다. 그런 날엔 아버지는 하루 종일 누워계셨다. 그때는 몰랐다. 귀 울림이 무엇인지. 얼마나 신경이 거슬리는지를. 언제부터였을까. 내 귀도 가끔 울림이 시작되었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귀가 먹먹해왔고 비행기를 타고나면 그 먹먹함이 이 삼 일은 지속되었다. 큰소리나 날카로운 소리를 들으면 쉽게 피곤해져서 나도 아버지처럼 축제마당이나 소란스런 장소는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기운이 없다싶으면 아버지처럼 귀가 울려 자연스레 조심하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올 여름은 정말
[충북일보] 지역언론의 현실이 암담하다. 기자로 사는 건 더 녹록지 않다. 기자로서 사명감은 늘 열악한 경영환경과 충돌한다. 지난주에 김영란법 합헌 판결이 나왔다. 한 후배기자의 하소연이 눈물겹다. ***언론관련 현 제도부터 고치자 후배기자는 무너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걸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되레 기자들에게 좋을 기회라고 자위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렇게 쉽게 좋은 기회가 되기 어렵다. 특히 지역언론엔 기대하기 어려운 소망일 수 있다. 기자는 기사만 쓰는 게 당연히 맞다. 하지만 지역언론의 기자들은 기사만 쓰고 살 수 없다. 회사의 생계도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 일이 있을 때마다 동참해야 한다. 회사의 생존이 곧 나의 생존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 지역언론 기자에게 순수하게 기사만 쓰며 살라고 한다. 기사 외의 업무를 챙기지 말라는 주문처럼 들린다. 기자의 말 한 마디가 자칫 부정청탁에 해당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운명과는 다르게 확 바뀌는 순간이다. 정말로 두 손 벌려 환영해야 할 감격적인 사건이다. 그런데 그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게 아이러니다.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가 없다. 기자
[충북일보]청주의 실내 빙상장 건립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규모 확대와 사업비 증액을 골자로 한 충북도의 청주빙상장 건립계획 변경안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 변경안에 따르면 청주시 주중동 밀레니엄타운 인근 1만6천670㎡ 부지에 연면적 4천㎡ 지상 1층 규모의 빙상장이 내년 말까지 준공된다. 당초 61m×30m 규모의 국제 규격 아이스링크에 국제규격(5m×50m) 규모의 컬링장 2개가 더 만들어지게 된다. 관람석도 당초 300석 이내에서 1천석으로 3배 이상 커지게 됐다. 우리는 이번 문체부의 승인을 환영한다. 충북도와 청주시의 노력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데 우여곡절도 많았다. 앞서 충북 유일의 청주 사설 실내 빙상장이 원룸 사업자에게 경매로 넘어갔다. 이후 충북도와 청주시가 의기투합해 지난해 8월 이 사업을 따냈다. 하지만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였던 빙상장 건립은 부지 매입 단계부터 급제동이 걸렸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밀레니엄타운 내 부지 2만㎡에 짓기로 했다. 하지만 토지 소유주인 충북개발공사와 땅을 매입해야 하는 청주시 사이에 토지 가격 산정을 놓고 이견이 생겼다. 여러 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충북일보] 청주시의 사무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만큼 허술하거나 부실한 행정도 비례해 나타나고 있다. 곳곳에서 쉴 틈 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물론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여파가 주민들에게 그대로 돌아오는 게 문제다. 오죽하면 청주시가 스스로 나서 자체감사를 벌였다. 지난 6월25일부터 7월15일까지 4개 면사무소를 감사했다. 건설공사 발주 당시 시공방법이나 투입자재 변경 등에 계약금액을 과다 계상한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하지도 않은 시공에 시공비 지급, 쓰지도 않은 중장비 운반비 지급 등이 대부분이다. 특별한 사유 없이 특정업체와 수의 계약한 사례도 적발됐다. 농업소득 직불금은 제외대상에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주민자치프로그램 강사수당은 수업일수와 시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지급했다. 여성자율방범대 운영비는 활동실적이나 운영비 지출 증빙자료 없이 지출했다. 그야말로 도대체 공무원이 왜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의 허술한 행정이었다. 지난 5월 개관한 오창도서관은 부실행정의 대표적 사례다. 이 도서관은 개관 당시 청주시가 충북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라고 자랑했던 도서관이다. 그러나 개관 석 달 만에 자랑은 부끄러움
공공 기업에서는 일 년에 한 차례, 또는 두 차례씩 직원들의 근무평정을 의무적으로 한다. 평가의 방법은 본인이 정한 성과지표를 기준으로 하여 본인이 직접 평가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부서장이 이를 검토하고 평가점수를 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성적에 따라 자신의 연말 성과급 액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근무평정은 무척 민감한 일이다. 매번 근무평정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지금의 평가 방법은 허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평가의 기분이 애매하다. 업무의 분야마다 평가 방법이 다르고 채점의 기준이 다를 것이라 생각되는데 대부분 일괄적인 방법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 단순하게 본인의 설정한 성과지표에 따라 업무 수행 결과만 평가 하는 것이 전부인데 여기에는 그 사람의 인품이나 성품에 대해서는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한마디로 오로지 일에 대한 평가만 한다는 얘기다. 이 방법은 반쪽짜리 근무평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평가 방법으로는 업무능력에 대한 평가는 되지만(이것도 정확하지는 않다)인간성에 대한 평가는 거의 다룰 수 없다. 기껏 해봐야 부서장이 쓰는 몇 줄의 코멘트가 전부이다. 일은 잘하지만 인품이 엉망이고 조직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간성을 가졌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했던 신학기가 지나고 어느덧 여름방학이 다가왔다. 방학을 한자로 풀이하면 놓을 '放', 배울 '學' 즉 배움을 잠시 놓는 것이다. 이렇듯 방학의 목적은 계속되는 학업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학기의 학업을 준비 하는 데 있다. 이 기간을 이용하여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 동안 학교공부에 바빠서 보지 못했던 교양서적을 읽을 수 있고, 취미생활을 할 수 있으며, 친구나 가족 단위의 여행을 하는 등 하고 싶었던 일들을 계획하여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방학을 잘 이용하면 학창시절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방학은 청소년들에게 탈선의 위험을 안겨주기도 한다. 매일같이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가 방학에 들어가면 긴장이 풀리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통제와 지도가 소홀한 틈을 타 탈선과 비행행위에 빠지기도 쉽다. 방학 중 청소년 탈선의 대표적은 사례는 음주와 흡연이다. 특히나 무더운 여름철에는 밤늦게까지 귀가하지 않고 거리를 배회하며 유해환경에 노출되어있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호기심에 음주와 흡연을 하게 되고, 지나친 음
꽃집 앞에서 장미를 한 아름 안고 나가는 남성과 마주쳤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남성이었는데 결혼 상대에게 프러포즈 하나? 하기엔 나이가 좀 있어 보여 아내의 생일을 챙기는 가 보다 하며 꽃집으로 들어섰다. "요즘 아빠들 참 멋지죠? 딸이 초경(初經)을 했다고 파티 한답니다." 하고 말하는 주인 말을 듣자니, 지금은 아기엄마가 된 우리 딸에게 성교육 그림책 이야기를 들려주던 생각이 났다. 우리세대만 해도 이렇게 교육하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아빠들까지 축하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우리 어머니세대에는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딸들에게 한가로이 성교육 시키는 집이 드물었다. 우리 어머니 역시 그런 교육을 해주신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아직은 어리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기도 하다. 암튼 나는 단 한 번의 초경 체험을 축제는커녕 두려움과 부끄러움으로 치렀다. 초등학교 육학년 때였다. 속옷이 축축하여 보니 봉숭아 꽃 이파리넓이로 붉은 혈흔이 두어군데 묻어 있었다. 놀란 나는 어이없게도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픈 곳은 없는지라 내일이면 낫겠지 하고 넘겼다. 그렇게 약간 흔적을 보이곤 초경은 멈추었다.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 그 일
싱그러운 아침 햇살에 청명한 공기를 마시면서 눈을 뜬다. 휴양림 속에서 맛보는 아침 햇살과 공기가 정신을 맑게 해 준다. 정다운 사람들과 함께 삶 속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 아침의 여유로움과 한가함 속에서 바쁜 일상 속에서 맛볼 수 없었던 힐링을 경험한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자연 속에서 초록빛 나무만 바라보고 있어도 감수성이 풍부해지고 저절로 시인이 된다. 현대인들은 점점 여유를 잃고 살아가면서 언어도 행동도 여백이 없어져가고 있다. 살아가기에 벅찬 바쁨 속에서 감수성을 어디엔가 처박아 버리고 조급한 마음과 스트레스 받은 영혼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감수성을 회복해야 할 때이다. 요즈음 기업들의 화두는 '융합'이다. 십여년 전부터 대기업들은 앞을 다투어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고 있다. 공학과 인문학이 융합된 융합형 인재를 원하는 것이다. 독일의 유명한 자동차회사인 메르세데스 벤츠는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동차 회사에서 철학 전공자가 무슨 일을 할까? 그들은 벤츠라는 회사의 역사와 기업정신을 연구해서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한
[충북일보] 연일 33~34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낮엔 폭염, 밤엔 열대야로 전 국민이 고통 받고 있다. 온열환자도 계속 늘고 있다. 전기사용량은 역대 최고치에 이르고 있다. 최대전력이 여름철 사상 처음으로 8천만㎾를 넘을 것 같다. 지금 같은 폭염이 지속될 경우 최대전력 수요가 8천370만㎾까지 예측되고 있다. 전력 예비율이 10%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충북도 다르지 않다. 영동군엔 이미 폭염 경보가 내려진지 오래다. 최대 전력수요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충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 3시 충북지역 최대 전력수요가 365만㎾를 기록했다. 이틀 연속 여름철 기준 사상 최고치다. 종전 최고 기록은 전날 오후 5시의 361만kW였다. 한전 충북본부는 찜통더위가 계속되며 냉방기구의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최대 전력수요도 덩달아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단계별 전력 수급 계획에 따라 예비력이 500만㎾ 미만으로 떨어지면 전력 수급 비상 경보를 발령한다. 예비 전력에 따라 관심(400만㎾ 이하), 주의(300만㎾ 이하), 경계(200만㎾ 이하), 심각(100만㎾ 이하) 순으
[충북일보] 김영법이 우리의 실생활에 들어오게 됐다. 현실 속 부조리와 한판을 벌여야 한다. 김영란법은 그동안 법안 내용을 두고 사회 각계 단체의 이견이 대립했다. 결국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지난 28일 합헌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시행 전까지 의견 대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법에 직접 해당하는 공직사회, 교육·언론계에는 다양한 의견과 시선이 존재한다. 소비 위축을 우려하는 농축산업계와 유통업계의 볼멘소리도 크다. 청렴을 강조하는 자치단체는 좋은 디딤돌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좋든 싫든 이 법은 오는 9월28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시행 이후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만약 심각한 수준이라면 시행상황을 지켜보며 보완하고 조정하는 절차가 따라야 한다. '김영란법'의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정말 상대적으로 혹은 절대적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영역이 있다면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는 게 맞다. 시행령 등에서 유연성을 발휘해 다시 검토해야 한다. 선 조치하는 게 현명하다. 헌재가 이미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일단 차질 없이 법을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최선이다. 우리나라 사회 곳곳의 청렴 문제는 심
남편이 사진 동우회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며 보라고 한다. 지는 해를 찍기 위해 오랫동안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물색하고 한나절을 기다린 끝에 근사한 일몰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한다. 일몰의 풍경이 처연하도록 아름답다. 절정이다. 일출보다 일몰이 더 붉고 아름답다는 것은 익히 알지만 오늘의 사진은 더욱더 처연하다. 빛이 숨어버리고 피를 토하듯 먹빛을 띤 붉은 기운이 뭉크의 작품 '절규'의 배경인 하늘빛을 닮았다. 절정은 절규의 다른 말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뭉크의 절규를 보면서 내내 가슴이 쓰린 것처럼 지는 해를 보면 가슴이 먹먹해 진다. 하루를 잘 보냈다는 안도감과 무엇인가 잘못한 것이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사진속의 지는 해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 붉던 해는 어느 사이로 숨었는지 형체 없이 사라지고 허망함이 온몸을 스멀스멀 어둠과 함께 덮어 버리고 나면 모두를 잃어버린 듯 두렵기만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해가 지면 어둠이 찾아오고 기다리면 밝은 아침이 오듯 삶 또한 명암의 연속이다. 결국 절정 뒤에는 절규가 뒤따를 것 같은 불안감은 나만이 느끼는 것 인지 모르겠다. 절정의 풍경 앞에 숙연했던 나는 과연 나의 삶에서 절정이 언제였나…
바라던 몽골을 여행하면서 게르에서 하룻밤 머물게 되었다. 칭기즈칸 영화에 나오는 그 게르! 게르는 파오로도 불리며, 성인 남자 2명만 있으면 30분 이내에 해체 조립할 수 있고 소 한 마리에 집 한 채랑 가재도구를 몽땅 싣고 떠날 수 있으니 이동 맞춤형 주택이다. 16㎡정도 되는 원통형에 2개의 기둥으로 지탱되어 통상 바닥에는 펠트덮개가 깔리나 우리가 묵을 게르는 게스트하우스답게 비닐 장판이 깔려있다. 외부에는 비를 대비하여 양털 담요 위에 비닐도 한 장 더 둘렀다. 조명과 환기용으로 터너가 있으나 역시 비닐로 덮여 있으니 환기를 하려면 문을 여는 수밖에 없겠다. 몽골에 도착하면서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데 마지막 날 울란바토르 기차역에서는 폭우가 쏟아 부을 정도로 비가 계속 따라다녔다. 여기서는 비를 정다운 손님으로 여겨 우산도 쓰지 않고 반긴단다. 초원의 풀에게 비는 진정 반가운 손님이겠지만 모처럼 마음먹고 시간과 돈을 들여 간 우리 여행객에게는 쾌청한 하늘이 더 반갑겠다. 게르 내부에는 손바닥만 한 난로가 있는데 밤 10시와 다음 날 5시에 직원이 와서 난방을 해 준단다. 으슬으슬한 추위를 참고 장시간 버스 이동과 말을 타고 초원 트레킹 하느라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리는 옥샘정에서 해준다. 장 담그기가 사라진 아파트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장을 원하는 이들은 많다는 뜻이다. 집에서도 발효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장 담그기 키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옥샘정에서는 모든 장류를 만들어 판매한다. 국내산 재료를 100% 활용한 장이다. 인근 밭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